[리뷰] 2024서울국제음악제 '중부유럽여행' 성황리 폐막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2024서울국제음악제(Seoul International Music Festival, 이하 SIMF)가 지난 18일(금)부터 26일(토)까지 여정을 성황리에 마쳤다.
7회의 음악회는 올해 브루크너와 스메타나 탄생200주년, 드보르작 서거 120주년을 기념하여 <중부음악여행>이라는 제목아래 '비엔나의 여름'(19일), '프라하의 봄'(20일), '부다페스트의 겨울'(23일), '슈베르트-겨울나그네'(25일) 등으로 펼쳐졌다.
18일 개막음악제 '바르샤바의 가을'은 시작으로 바이올린의 백주영(서울대 교수)과 피아노의 이진상(한예종 교수)이 시마노프스키 작곡 '신화, Op.30'의 신비로운 선율을 열정적이고 환상적으로 펼쳐냈다.
피아노의 몽환적인 아르페지오, 바이올린의 기교적인 빠른 패시지와 느린 선율의 대조가 일품이었다.
킬라르 '목관악기를 위한 오중주'는 목관 특유의 음색과 폴란드적 색채가 나채원(플룻), 세바스티안 알렉산드로비츠(오보에), 채재일(클라리넷), 시몬 미칼릭(바순), 김홍박(호른)의 집중어린 연주로 훌륭하게 선사되었다.
후반부 펜데레츠키 '클라리넷, 호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피아노를 위한 육중주'는 작곡과 연주의 양측면에서 동시에 감동을 주는 현장이었다. 펜데레츠키의 음악은 현대음악이면서도 고전과 낭만 클래식 어법의 에센스를 녹여냈다.
호른이 무대 뒤에서 연주해 약음효과를 주는 시작부도 인상적이었으며, 악기간 추격하듯이 모방하는 대위법적 양상, 물음표를 던지는 듯한 꾸밈음과 스타카토, 단2도와 반음계의 오르내림 등에서 인생의 고뇌가 느껴졌다.
이 명곡을 채재일(클라리넷), 라도반 블라트코비치(호른), 아가타 심체스카(바이올린), 비올라(이한나), 첼로(아르토 노라스), 김규연(피아노)는 심혈을 기울인 명연주로 선사했다.
이번 음악제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한국작곡가의 작품을 조명한 21일 일신홀 ‘서울의 정경’ 음악회였다.
이 날의 세 곡 모두 인성(사람의 목소리) 곡이었다. 첫 곡 이원정의 '여창 가곡과 현악앙상블을 위한 귀천'은 여창(가객 김보라)의 투명함과 끈끈함 주위로 여덟 명 현악앙상블의 글리산도, 비브라토, 하모닉스, 트릴이 강렬한 환상을 만들어내는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김보라는 천상병의 시 '귀천'의 가사를 절절하고 애틋하게 노래했으며, 악단도 애수어리고도 생명력 강한 이 곡을 멋지게 표현해주었다.
3도화음의 아름다운 기본을 지키면서 현대음악의 어렵지 않은 주법들의 끈질긴 반복과 연결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라는 시어의 의미를 드라마적으로 표현한 점이 와 닿았다.
두번째 순서 '부루'는 故 강석희 작곡가 탄생 90주년을 맞이한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나라 현대음악, 전자음악1세대인 강석희의 이 음악은 처음에 무반주 여창으로 시작해 점차로 방울소리, 공 소리, 클라리넷 등 타악기가 가미되며 불교적 색채가 인상적이었다.
원래 메조소프라노 곡인데 김보라의 여창으로 하니 한국적 정서가 더욱 배가되었으며, 천천히 음산하게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가사를 길게 뽑으며 읊조리는데, 임종우(서울대 교수)의 전자음향은 여기에 맞는 색채감 있는 소리합성을 하여 더욱 인상적인 '부루'를 선사했다.
후반부는 김지향의 '테네브레'였다. 7개 악장의 곡으로 '테네브레(Tenebre)'는 가톨릭에서 성고난주간에 드리는 예절로서, 라틴어로 어둠이라는 뜻이다.
연주기법이나 작곡상으로 어려운 곡이었을텐데, 밝고 경쾌한 소프라노(이상은)의 발음과 타악기(한문경, 박혜지)의 리듬 때문에 귀로 듣기에 재미가 있었다.
1곡 ‘어둠(Tenebre)’의 문을 차임벨이 열어 곡 전체를 신비롭게 결정하며, 소프라노 이상은의 시원한 고음과 클라리넷(김한)과 주고 받는 맑은 발성이 익살스럽다.
2곡 기도, 3곡 마녀의 기도, 4곡 슬픔의 기도, 5곡 진언, 6곡 연도, 7곡 성가까지 바이올린(스티븐 김)과 비올라(박하양)의 하모닉스도 주요요소로 작용하며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26일 폐막음악제 전반부는 류재준의 '클라리넷 협주곡'이 초연되었다.
류재준의 첫 번째 관악기 협주곡으로, 이전 곡들보다 밝고 더욱 탄탄한 느낌이었다. 또한 오케스트라가 독주악기를 반주하는 일반적인 협주곡의 개념이 아니라 원제가 Concerto per clarinetto e orchestra이기 때문에 클라리넷과 관현악이 서로 대항하며 협주를 펼치는 형태였다.
1악장에서 하행하는 세 개음의 간단하지만 숭고한 주제가 독주 클라리넷(김한)의 높은 음에서 부드럽게 제시된다. 이후 리듬을 바꾸며 변모해가는 주제가 현악기, 관악기, 협연 클라리넷, 타악기를 오가는 대장정의 드라마가 마치 영화처럼 펼쳐졌다.
2악장은 6/8박자의 상행 후 지그재그로 내려오는 두 마디 주제가 독주 클라리넷에서 제시 후 1악장처럼 주제는 자연스럽게 악기군을 오가지만, 클라리넷의 빠른 패시지의 기교로 섹션의 변화를 도모하는 점이 달랐다.
3악장은 빠른 리듬과 기교의 클라리넷 독주로 시작해 오케스트라의 속도감과 타악기의 박진감, 금관의 활약이 빛났으며, 곡 시작부에 빠른 리듬의 반음계 하행 등에서 펜데레츠키 느낌도 났다.
류재준 특유의 대위법이 이 곡에서는 악기 간 모방을 통한 촘촘함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으며 하나의 큰 곡선을 만드는 양상이 달랐다.
류재준의 조카이기도 한 클라리네티스트 김 한은 물 흐르는 듯한 3악장 카덴차를 지나 황제의 행차 같은 마지막까지 화려한 기교의 호연을 선사했다.
후반부는 모두가 기다려 온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이었다.
브루크너의 신선한 해석으로 유명한 지휘자 만프레드 호네크는 세부까지 디렉션하며 SIMF오케스트라와 함께 섬세한 7번 교향곡을 만들었다.
브루크너는 바그너를 존경했는데, 1악장 중반부의 고음에서는 오히려 브람스가 느껴지기도 했다.
1악장 마지막의 팡파르를 지나 20년 전 TV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삽입곡으로도 유명한 2악장은 천천히 하행하여 멈춘 뒤, 저음역에서 포르테로 천천히 상행하는 선율이 인생전체를 강타하는 듯했다.
바그너를 추모하기 위해 넣은 바그너 튜바 4대의 고동도 웅장했다.
3악장 스케르초에서 금관의 옥타브 도약과 붓점리듬이 고대 전투사들의 경기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베토벤 교향곡 7번 1악장 같은 추진력도 느껴진다.
4악장은 경쾌한 현악앙상의 진행과 금관의 장대하고 음산한 패시지와의 대조가 인상적이며, 과연 역사에서 교향곡의 규모와 구성을 변혁시키고 브루크너가 이 곡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실감났고 그러한 연주였다.
이 곡은 지휘자에 따라 한 시간 15분이 넘는 연주도 있는데, 만프레드 호네크는 정확한 리듬감과 선율의 추진력을 중요시하며 전체 한 시간 5분 정도로 느리지 않게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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