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무대에 새겨진 참사의 기억과 연대DAC Artist 배해률 연극 '시차', 희곡집으로 출간
- 타자를 향한 선한 의지에 주목하는 DAC Artist 배해률 극작가의 신작 '시차'
- 계속되는 위태로운 현실과 그럼에도 유효한 선의들에 대해 질문- 남겨진 이들의 말과 균열 무대를 통해 들여다보는 비극의 흔적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두산아트센터 DAC Artist(두산아트센터 아티스트) 배해률(극작가)의 신작 『시차』 가 20번째 이음희곡선(배해률 작, 이음, 2024)으로 출간됐다. 2016년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시작으로 극작가로 활동해온 그의 세 번째 희곡집이다.
두산아트센터 아티스트 ‘극작가 배해률’
2023년 DAC Artist(두산아트센터 아티스트)로 선정된 배해률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동시대 크고 작은 사건들 속 타자를 향한 선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극작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심히 저지르는 폭력과 혐오를 감각하기 위해 노력하며, 소외되었음에도 타자에게 선하려는 의지를 가진 이들의 삶에 주목한다.
'사월의 사원'으로 제11회 벽산문화상 희곡부문 수상,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로 제59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배해률은 “모든 존재가 참사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음을 나누고 싶었다.
참사와 옅게 관계를 맺고 있는 누군가도 참사 이후 변화를 경험하고 삶의 방향이 굴절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고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연극 '시차'로 재현된 그 날
연극 '시차'는 20년의 시차를 둔 2개의 이야기를 통해 반복되는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선의들에 대해 보여준다.
1부는 성소수자 증오범죄의 피해자였던 ‘최윤재’가 자신과 같은 병실에 입원한 ‘최희영’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시작된다.
2부는 지방의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장례지도사 ‘최세민’이 의문의 조문객들과 조우하며 전개된다.
1부와 2부는 각각 1994년의 성수대교 붕괴, 2014년의 세월호 침몰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작품은 단순히 참사를 배경으로 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각 인물이 마주하는 상실, 공감, 그리고 연대의 감정을 탐구하며, 사회적 비극이 개인과 공동체에 남긴 상처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연극 '시차'는 다양한 시각 요소와 밀도 있는 대사로 관객이 무게와 고통을 간접적으로 감각하게 한다.
무대의 기둥과 바닥에는 상처와 균열이 드러나 있고 배우들은 흩어진 물건들 사이로 무대를 오가며 연기하며 당시의 불안정한 사회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시간의 흐름을 모래 시계로 형상화해 상단 프로젝터 영상으로 송출하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참사의 흔적이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자막해설 타이틀에 사용된 노란 리본을 연상케하는 '사월십육일체'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4.16 재단에서 제작한 폰트로, 연극 '시차'에서는 참사가 남긴 상처와 균열을 담아내고자 했다.
이를 통해 참사가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이를 어떻게 기억하고 애도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연극 '시차'가 희곡집 『시차』로
연극 '시차'는 희곡집 『시차』로도 만나볼 수 있다. 작품에는 남겨진 인물들이 상실과 아픔을 나누는 대사가 담겨 있다.
1970년 원주삼광터널 열차 충돌로 동생 부부를 잃은 박정현은 조카 박현오에게 “오늘 그 다리는 너희 엄마, 아빠 때랑은 전혀 달라”라며 과거의 상처를 드러내고, 김선아는 제주도 여행을 떠나는 반장에게 “내일 그냥 여기 오는 걸로. 같이 계시는 걸로.”라고 말하며 남겨진 이들이 수없이 건네고 싶었으나 차마 하지 못한 말을 대신 전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감 속에 남겨진 이들이 애쓰는 모습을 포착한 대목도 찾아볼 수 있다. 김선아는 최세민에게 “뭐라도 해야 겠어서.”라고 말하며 사회적 책임과 연대를 강조한다.
2부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반복되는 참사들을 비선형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각 사건들이 인물들, 더 나아가 관객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보여주며 단순히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여전히 모두에게 흔적으로 남아 있음을 깨닫게 한다.
희곡집 『시차』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 가능하다. 가격은 19,000원. 문의 이음 편집부 02-3141-6126.
DAC Artist(두산아트센터 아티스트)는 공연예술 분야의 40세 이하 젊은 예술가들을 발굴, 선정하여 신작 제작, 작품개발 리서치 및 워크숍, 해외 연수 등 다양한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자람(국악창작자), 성기웅(작/연출가), 여신동(무대디자이너/연출가), 김은성(극작가), 이경성(작/연출가), 양손프로젝트(창작그룹), 윤성호(작/연출가), 이승희(국악창작자), 김수정(작/연출가), 강현주(작/연출가), 진해정(연출가) 등이 선정되었다.
2021년부터는 보다 많은 창작자들과 만나기 위해 공모로 전환해 매년 2명씩 선정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신진호(연출가), 배해률(극작가)이 신작을 선보인다.
예매는 두산아트센터와 인터파크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온라인 예매 외에도 장애인 관객, 디지털 기기 이용이 어려운 관객에 한해 접근성 매니저와 음성통화 및 문자로 소통이 가능하다.
11월 3일(일), 11월 10일(일) 공연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정가 35,000원, 두산아트센터 회원 28,000원, 프리뷰,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할인 24,500원, 예술인 할인 21,000원, 13-24세, 60세 이상, 장애인, 복지(국가유공자/문화누리) 할인 17,500원. 휠체어석은 전화예약만 가능.
문의 02-708-5001. doosanartcenter.com 접근성 매니저 010-7285-2024
두산연강재단 두산아트센터는 두산 창립 111주년을 기념하여 2007년 새롭게 문을 열었다. 연강홀, Space111, 두산갤러리에서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선보이며 각자의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며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에서부터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매년 공연, 전시, 교육 등 총 40여개 프로그램으로 관객들과 만나며 2023년에는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 2019년 동아연극상 ‘특별상’, 2013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예술문화후원상’, 대한민국 디지털경영혁신대상 콘텐츠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2011년 메세나 대상 ‘창의상’ 등을 수상하며 문화예술계에서 공로를 인정받았다.
□ 창작자 소개
극작가 배해률 DAC Artist
극작
<사월의 사원><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
<여기, 한때, 가가><7번국도><비엔나 소시지 야채볶음> 외
대본•작사
<차차차원이 다다른 차원>
수상
2022 제59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
2021 제11회 벽산문화상 ‘희곡부문’ <사월의 사원>
작가노트
“쓰지도 않았는데 염려부터 받을 줄이야. 또 사회적 참사냐는 그 말 때문에라도 아무래도 또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 했습니다. 실재하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었습니다.
그 염려에 단단한 답을 내어주고 싶었지만, 그저 이 ‘이야기’가 담고 있을 어떤 순간, 어떤 장면, 어떤 인물들을 써야 할 것 같다는, 써야만 한다는, 쓰고 싶다는 충동으로 일단 〈시차〉의 세계를 만나본 후에야 그 걱정에 대한 답변을 정리해 봅니다.”
“〈시차〉의 마지막 장면은 계속해서 고쳐졌습니다.
진짜에서도 종결하지 않은 이야기를 허구에서 종결시킬 수 없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언가 계속되는 인상이 필요했고, 잘 아문 결말과는 거리를 두고 싶었습니다.”
“희곡을 쓰면서 항상 이 이야기가 무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시차〉를 쓰면서도요. 이야기 속 인물
들에게 바짝 다가가서 느닷없이 서로를 이어버리고 작가의 사적인 실패에 그들을 엮어내는 동안, 혹여라도 그들에게 실례를 범한 것은 없을지 벌써부터 송구스럽습니다.
모두 공연을 보는 내내 부디 무탈했기를.”
*프로그램북 수록
DAC Artist 배해률 인터뷰
배해률의 시간과 시차
진행. 김예리(홍보마케팅 매니저)
정리. 조유림(공연 예술 프로듀서)
“앞으로도 선의에 매달리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배해률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섬세한 이해를 자신만의 분명한 태도와 시간으로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극작가다.
10분 희곡 〈그럼에도 불구하고〉(2016)를 시작으로 〈7번국도〉(2019), 〈비엔나 소시지 야채볶음〉(2019),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2022), 〈사월의 사원〉(2022) 등에서 드러나듯, 그가 만드는 이야기에는 동시대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타자에게 선하려는 의지를 가진 이들의 마음이 서로 어긋나고 겹쳐지고 충돌하는 순간들이 보인다.
그러나 무대 위로 쏟아지는 조각들은 냉소 어린 체념도 포기도 아니다. 어둠 너머의 것으로 나아가려는, 그래서 마침내 어딘가에 닿고야 마는 밝음이다.
이 인터뷰는 그가 극작가가 되기 전에 느꼈던 감각, 극작가로서 느끼는 감각, 그리고 이후에도 유지하고 싶은 감각에 대해 나눈 이야기이다. 배해률의 시간과 시선을 따라가 보면서 그가 희곡을 쓰며 느끼는 감각들을 이해해 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1992년~, 배해률의 ‘처음’
‘극작가’ 배해률의 첫 글, 첫 연극, 첫 극장 등. ‘첫 감각’들에 대해 들여다본다.
#첫, 글
‘극작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완성한 글에 대해 떠오르는 기억이 있을까요?
어렸을 때 인정 욕구가 높았습니다. 교내 글쓰기 대회나 외부 백일장에도 자주 나갔었고, 시화가 포함된 동시 대회가 있으면 꼭 참여했던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데 ‘냉장고’라는 제목으로 부모님을 냉장고에 비유해서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전달해주는 사람들이라는 아주 불효막심한(웃음) 내용의 시를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다른 기억은 ‘일기’에 관한 건데, 방학 숙제로 일기 쓰기가 나오면 기상 정보를 펼쳐놓고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하루에 몰아 쓰곤 했었습니다. 그날 무슨 일을 했는지는 다 지어냈었고요. 그때부터 작가의 기질이 있었나 봅니다.(웃음)
어렸을 때도 지금도 다른 작가님들에 비해 독서량이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관심 있는 주제가 생기면 관련된 책을 파고드는 스타일입니다.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었더라면 지금보다 문해력도 좋고 속독도 가능했을 텐데, 이번 생에 다 읽지 못할 책들이 있다는 것이 슬프네요.
그럼에도 글이라는 매체와 가깝게 지내고 결국 극작가를 직업으로 삼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글보다는 이야기가 먼저였습니다. 공연을 보면서 ‘저 연극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들도 있겠지? 무대에서 약속을 만들어 주는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업이 되었습니다.
#첫, 희곡
경영학이 맞지 않아 대학교를 1년 쉬었다고 들었습니다. 대학교를 다니며 자연스럽게 연극을 접했고, 서울로 돌아와 희곡을 배웠다고요. 꼭 희곡 극작이었던 이유가 있었던 걸까요?
처음엔 극작을 취미로 시작했습니다. 대학교 수업이 맞지 않아 괴로워했던 것이 지금의 저로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소비자 행동론’ 수업에서 교수님이 고객 서비스와 관련해 비윤리적인 예시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 빼고 모두가 웃고 넘어가더라고요.
제 안에서 한 번 터지고 나니까 학교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싼 학비가 드는 학원처럼 다녔습니다.
이때까지도 연극을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10분 희곡 페스티벌’에 당선되면서 연극 환경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엔 계속 습작을 하다가 순전히 피드백을 받고 싶은 마음에 남산예술센터 ‘초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에 지원했습니다.
기성 작가님들이 제 글을 어떻게 읽어줄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실은 그 전에 대산대학문학상에 지원한 작품이 최종심에서 떨어진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심사평을 소중히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심사평을 써주신 분도, ‘초고를 부탁해’에서 피드백을 주신 분도 고연옥 작가님이셨습니다. 그때 연극 작업과 희곡 쓰기에 대해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음악극 창작을 공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뮤지컬이 아닌 연극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꼭 극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공연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다양한 측면에서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배우는 남 앞에서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극복하기가 어려워서 하고 싶지 않았고, 연출은 저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출가는 팀 전체를 조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저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작가를 선택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뮤지컬이 아니라 연극이었던 이유는 처음 겪은 환경의 안정성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뮤지컬 작업도 시도해 봤었습니다. 공모에 당선돼서 쇼케이스를 진행하기도 했었는데, 그 짧은 과정에서도 부조리한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한 번 부침을 겪고 나니까 더 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극은 운이 좋게도 남산예술센터와 ‘여기는 당연히, 극장’팀과 시작했습니다.
그때의 안전한 작업환경에 대한 경험이 이후 작업에서도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2016년~2023년 배해률의 희곡과 감각들
배해률의 주요 작품들을 톺아보며 작품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이유, 작업 과정에서 가장 많이 느꼈던 감각을 들어본다.
#2019년 〈7번국도〉
〈7번국도〉는 군 복무 중 택시를 탔었는데 기사님의 얼굴이 낯이 익게 느껴졌고 그것을 나중에 깨달았다는 것, 뒤늦게 발견하였다는 것에 대한 이상한 감각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희곡을 본격적으로 무대화하는 과정을 처음 경험한 작품입니다.
그러면서 객석에 당사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희곡을 쓴다’라는 것이 의미가 사적인 것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감각을 많이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는 연극을 만드는 것이 공동의 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이 아니라 ‘관객들과 만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중성’ 차원의 의미가 아니라 객석을 조금 더 넓게 상상하는 차원에서의 말이기도 합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는 뉴스 기사와 ‘반올림’이라는 단체가 해온 활동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도 가려진 정보에 의해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의 가족이나 연인 혹은 친구가 부조리한 일을 당했음에도 그 구조를 들여다볼 수 없게 하는 또 다른 막이 쳐져 있었습니다. 그 부조리함과 맞서 싸우기를 선택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2022년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
논리가 아닌 충동으로 장면을 써내려가는 희곡들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충동을 주된 동력으로 삼아 쓴 것 같습니다. 마치 어떤 화가들이 그림이나 어떤 장면이 불현듯 떠오르는 것처럼요.
그림에서는 그게 가능한데 글에서는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늘 있었습니다. 그래서 희곡에서 시도해 보려고 했습니다.
‘재미있다’는 감각을 가장 많이 느꼈던 작업이었습니다.
국립극단 [창작공감: 작가] 프로그램은 작가가 이것저것 많은 것을 시도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이야기가 무엇이 있을지 자유롭게 상상하고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동료 작가분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라 그 자체에서 오는 재미도 있었지만, 연습 과정도 즐거웠습니다. 연습실에서는 적극적으로 희곡의 의미를 발굴해내는 경험을 했습니다.
원래 희곡을 쓰면서 무대의 미장센을 상상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이 작품은 쓰면서부터 이래은 연출님의 작품들을 상상했었습니다. 무대화가 결정되고 래은 연출님과 작업하고 싶다고 먼저 이야기했고, 그게 맺어져서 무척 기뻤습니다.
연출님이 이 희곡을 잘 읽어내 주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상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2022년 〈사월의 사원〉
〈사월의 사원〉은 세월호 참사를 은유하는 이야기로서 떠올렸습니다.
이따금 사람들은 참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기도 하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아니야. 이거 지금 진행 중이야. 우리 아직 지켜봐야 할 것들이 남아있어.’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일종의 분노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몇 해 전, 친척 중 한 명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분이 나온 뉴스를 보고 ‘아직도 그러냐?’는 식의 비하하는 흉한 말을 했습니다. 다수가 그 말이 잘못되었다는 걸 인지하고 있음에도 동조하려고 하는 그 상황에 대한 분노가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사월의 사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가 아닌 인물에서 시작한 작품입니다.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분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숨진 사건에 대한 뉴스를 접했고, 그때 떠오른 인물들을 한 집에 모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타이밍이 되면 무대를 찾아보자고 생각했었는데, 당시엔 공모전에 참여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제11회 벽산문화상 희곡부문에 당선되면서 안정적인 환경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월의 사원〉을 쓰면서 저와 유사한 분노를 느끼는 사람들이 관객으로 앉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창작진이나 동료들도 마찬가지로, 이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이라면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당사자성
‘당사자가 객석에 앉아 있으면 어떨까?’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달라진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어떻게 달라지고 반영되었는지, 언제 처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당사자 앞에서 비극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물음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그것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어떠한 방식을 갖춘다면 가능하고, 심지어는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관객석에 그들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윤리적으로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으니까요.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에 나온 ‘정의의 범위’가 제가 생각하는 관객석의 범위와 맥이 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을 바라볼 때 정의로워야 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놓치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객석’의 범위를 ‘정의’의 범위와 같은 맥락에 두고 상상했을 때, 희곡에서 부재한 부분들이 발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차〉는 한 가지로 귀결되는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당사자성에 짙고 연함이 있다면, 그 짙고 연한 모든 존재가 참사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음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참사와 옅게 관계를 맺고 있는 누군가도 참사를 통해 변화를 경험하고 삶의 방향이 굴절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2024년 배해률의 '시차'
#인물들
약 10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각 인물들을 떠올린 과정과 그런 설정을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당사자성의 옅고 짙음의 정도에 따라 인물을 다르게 가져가려고 했습니다. 계급적인 것도 있었습니다.
지수의 경우 부자 캐릭터인데, 그 계급 때문에 가능한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유한 사람이 조금 더 멀리,
잘 나아가는 것 같은 순간이 있습니다.
돈 걱정하지 않고 훌쩍 여행을 떠나버리는 그런 ‘여유가 있어야만 가능한 선택’이 낭만적이기보단 슬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계급과 선의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 혹은 쓰기에 가장 어려웠던 인물이 있으셨나요?
모든 인물이 애착이 가지만 아무래도 윤재에게 마음이 가장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윤재는 극 중에서 유일하게 행동하는 인물이자, 자신의 욕망에 적극적으로 솔직한 인물입니다.
‘타인에게 무언가를 더 해주고 싶은 마음도 욕망이라면, 착한 욕망은 과연 무결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윤재를 통해 아무리 착한 마음과 의도로 무언가를 행하더라도 불경한 의도가 침투할 수 있고, 어느 순간엔 사적인 마음이 뒤섞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윤재는 희곡에서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지만 참사의 당사자성은 가장 옅습니다. 관객이 작품을 다 보고 나면, ‘참사와 동떨어져 있는 사람도 여기까지 갈 수 있구나’라는 감각을 느꼈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당사자성이 없는 인물로 윤재와 지수를 엮어서 같은 배우가 연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인물은 필요에 의해서 들어온 인물입니다. 1부 사장 형 같은 경우, 전 배역이 1인 2역으로 연기를 한다는 연출적 의도를 따라가기 위해서 추가되었습니다.
#1부 윤재와 희영
윤재는 어떻게 그렇게 무턱대고 다정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남편에게서 도망치는 희영을 보고 연민을 느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혹 그 의도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의도였을까요?
희곡에 다양한 이유를 심어놓는 편인데, 윤재 역시 그랬습니다.
윤재는 아픔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아픔에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고, 집에서 나와 운 좋게 타인의 선의를 계속 받으면서 살아왔으니 선의를 주는 방법도 알게 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정말 무턱대고 다정한 성정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겠죠. 관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윤재의 의도를 추측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희영의 경우 절박함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아마 어느 순간엔 세민이가 큰 짐처럼 느껴지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남에게 세민이를 맡기고 난 다음의 불안감과 그럼에도 내가 지금 돌보지 않아도 된다는 후련함, 그 마음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외로움과 속상함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희영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힘든 여정을 겪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생각에 희영이는 남편에게서 계속 도망을 다니고 있었을 것 같고, 그 과정에서 어떤 선의들을 경험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핀오프를 쓴다면 희영이의 그 한 달을 써보고 싶습니다.
#2부 세민과 선아
완벽한 타인인 두 사람이 공통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세민과 선아가 서로에게 뻗은 선의와 영향에 대해 들려주실 수 있나요?
세민과 선아는 ‘불완전한 선의’가 보여지는 관계입니다. 서로에 대해 모르는 낯선 두 사람이 공통의 목표, 그것도 타인을 위한 선의를 갖고 만났다는 점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완벽하게 성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연대’가 쉬운 것이 아니잖아요. 비슷한 처지에 있는데 함께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를 되묻는 것 자체가 강요일 수 있으니까요.
연대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모순되게도 사건에서 무거움을 덜어내려 했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마냥 해피엔딩으로 끝내고 싶지 않기도 했습니다. 장례를 결국 이뤄내서 이 모든 서사가 ‘종결’된다는 감각을 빼고 싶었습니다. 무연고 장례 장면의 경우 몰래 치러져야 한다는 긴장감과 슬픔을 느끼면서 썼습니다.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게 말이에요. 그래서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이 참사에 대해서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고, 잊지 않았고, 그다음을 생각하는 동시에 과거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종국에 해피엔딩이 되어버리면 오히려 마음에 남는 게 없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2부 세민과 희영
‘볕 쬐라는 말이 마지막이었어.’ 희영은 세민에게 마지막 말로 ‘볕 쬐라’는 말을 남깁니다. 희영과 세민에게 볕은 어떤 의미가 있는 행위였을까요. 또 작품에서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궁금합니다.
희곡에 제 흔적을 은근히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4월 5일이 제 생일이거든요.(웃음) 2부의 이야기가 4월 5일 식목일부터 시작되니 선아가 화분을 들고 오게 되고, 화분을 들고 오게 되니 화분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볕’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누가 가장 볕 쬐는 걸 좋아했을까?’를 생각하니까 희영이 떠올랐습니다. 희영이는 왠지 지방의 공장에서 일하다가 잠깐 볕을 쬐는 그 시간을 소중히 여겼을 것 같았거든요. 지극히 사적인 욕망에서부터 시작된 설정입니다.(웃음)
▶〈시차〉 이후의 배해률
어떤 작품을 만들고 감각하는 극작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당장 주어진 것들을 해내려고 하는 편이라서 흘러가는 대로 살게 될 것 같습니다. 우선 내년 1월에 〈목련풍선〉이라는 작품을 앞두고 있습니다.
또 지난주에 쓰기 시작해서 여기서 처음 공개하는 신작이 있는데요, 1938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희곡을
쓰고 있습니다. 주요 인물만 11명에, 들개들이 등장하는 대극장 규모의 작품입니다. (관심 있는 극장은 연락 주세요···.)
어떤 극작가로 기억되고 싶은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특정한 타이틀로 규정되고 싶지는 않아서요. 다만 이것저것 다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선의에 매달리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 공연개요
연극 '시차'
일시: 2024년 10.29(화)~11.16(토)
화수목금 7시30분, 토일 3시
장소: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기획제작 두산아트센터
작 배해률
연출 윤혜숙
드라마터그 김지혜
출연 우미화 정대진 허지원 이주협 신지원
관람연령: 13세 이상 관람가(2011년생 포함 이전 출생자 관람 가능)
러닝타임: 180분(인터미션 15분 포함)
가격: 정가 35,000원 | 두산아트센터 회원 28,000원
프리뷰,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할인 24,500원
예술인 21,000원 | 13-24세/장애인/60세이상 17,500원
접근성 제공사항
한글자막 해설/음성소개/휠체어석/안내보행/문자소통(필담) -전체 회차
터치투어 -11.8(금), 11.9(토), 11.10(일)
실시간 문자통역 -11.3(일), 11.10(일) 관객과의 대화
접근성 매니저 010-7285-2024 (음성통화, 문자 가능)
문의•예매: 두산아트센터 02) 708-5001 doosanartcenter.com
인터파크 1544-1555 ticket.interpark.com
□ 공연소개
시차
'시차'는 20년의 시차를 둔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1부는 1994년 성소수자 증오범죄의 피해자였던 최윤재가 자신과 같은 병실에 입원한 최희영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며, 2부는 2014년 지방의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장례지도사 최세민이 의문의 조문객들과 조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두 이야기 모두 사회적 참사가 일어난 구체적 시점을 배경으로 하며,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부조리한 죽음들과 관계를 맺는다.
시놉시스
1994년 10월 2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병실. 참사 소식으로 세상이 산란한 가운데, 퇴원을 앞둔 최윤재는 병실 동기 최희영이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아이만이라도 남편으로부터 떼어놓고 싶다는 최희영의 말에 최윤재는 어떤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2014년 4월 5일. 지방의 어느 병원 부속 장례식장. 쪽잠에 든 장례지도사 최세민의 꿈에 낯선 얼굴의 망자가 나타나 자신을 어디에선가 꺼내달라고 애원한다.
한편, 새로 부임한 병원장에 의해 주기적으로 해오던 무연고 장례식이 중단되고, 곧 장례를 앞두고 있던 연고 없는 한 고인은 안치실에 갇히게 된다. 그런데 찬 곳에 갇힌 이 고인의 얼굴이 최세민의 눈에 어딘가 낯이 익다.
인물소개
1994년 | 2014년 |
최윤재 “일면식도 없는 피떡 얼굴도 들쳐 업고 뛸 수 있는 사람, 하나 더 있으면 좋잖아.” 익선동의 술집에서 전날의 새벽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중 취객 무리에게 폭행을 당하고 병원에 실려왔다. 병원에서 머무는 동안 옆자리 최희영과 친해진다. 박현오 “이 애가 아니었어도. 너 다시 돌아왔을 거야?” 1970년 10월 17일, 교사였던 박현오의 부모(정재영과 박정도)는 수학여행을 가던 중 원주 삼광터널 열차 충돌 참사로 사망하였다. 이후 박현오는 고모 박정현의 집에 맡겨졌다. 성수대교 참사 당일, 연락도 없이 사라졌던 그의 연인 최윤재가 누군가와 함께 박현오에게 돌아온다. 최희영 “삼촌이 진짜 우리 세민이 좀 데려갈래?”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의 딸 신세민만이라도그 굴레에서 탈출하기를 바란다. 마침 그의 병실 옆자리에 무턱대고 다정한 최윤재가 있다. 박정현 “니네 아들 왜 이렇게 어렵니.” 대학병원 의사. 1970년 10월 17일, 동생 박정도와 올케 정재영이 열차 충돌 참사로 사망하였다. 그 뒤로 조카 박현오를 돌보게 된다. 사장 형 “내가 쓸데없이 정이 많아.” 최윤재가 일하는 바의 사장.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무작정 집을 나온 최윤재를 도와주었다. |
최세민(신세민) “볕 쬐라는 말이 마지막이었어.” 장례지도사. 어머니(최희영)의 죽음 이후, 어머니의 성을 따라 신씨에서 최씨로 개명하였다. 최희영의 기일이 다가오자 최세민은 어머니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만 떠오르고, 장례지도사 일에 권태를 느끼게 된다. 김선아 “저건 지키겠다고 내가 약속했는데, 그치.” 고고학자.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로 동명이인 친구 선아를 잃었다. 추모식에서 만난 ‘반장님’이 실직하자 자신의 일터에 불러주었다. 종종 무연고장례에 조문을 하러 간다. 윤지수 “너… 괜찮아?” 최세민의 장례지도사 선배. 현재는 일을 그만둔 상태이다.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반장 “다음 거 지키면 되지.” 고고학자 김선아와 발굴 작업을 함께 하는 인부 팀의 반장.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추모식에서 김선아와 알게 되었다. 김선아에게 무연고 장례에 함께 조문을 가자고 제안하지만 정작 본인은 가지 않는다. 2014년 4월 16일, 친구들과 배를 타고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다. 조문객 “볕이 좋다고.” 무연고장례자 최윤재의 조문객. 길 위에서 만난 최윤재가 자신에게 금니를 유산으로 남겼다고 주장한다. |
□ 연출 소개
연출 윤혜숙 래빗홀씨어터 대표
연극
<은의 혀><더 라스트 리턴><정희정><세컨드 찬스><편입생><당신을 초대합니다><모자_숨_스물다섯><춤의 국가>
<마른대지><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수상
2022 제1회 서울예술상 연극부문 우수상 <정희정>
2020 두산연강예술상 ‘공연부문’
2020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마른대지>
2020 월간 한국연극 선정 ‘공연 베스트 7’ <마른대지>
연출노트
"연극을 보고 있으면 관객들은 알고 있는 것을 무대 위 인물들은 모르고 있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연극 〈시차〉에서는 이러한 앎의 격차가 관객은 현재에, 인물들은 과거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발생합니다. 연극 〈시차〉는 참사 당일로 갑니다. 지금 우리에겐 과거이지만, 연극에서는 현재입니다.”
"이 시간들 속에서 연극은 두 마음을 따라갑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 그럼에도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 요동치는 이 두 마음 때문에 낯선 사람의 몸의 무게를 오롯이 느끼며 무작정 들쳐업고 뛰는, 당장이라도 내려놓고 싶을 만큼 팔이 빠질 것 같아도 고쳐 업고 또 고쳐 업으며, 터져버릴 것 같은 심장을 손에 쥔 채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이 시간들 속에 있었음을, 있었을 것임을.
연극이 끝나면 현재가 밀려오고 앎의 격차도 사라지게 될 겁니다. 그때 우리는 어떤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을까요? 우리는 알고, 그들은 몰랐던 게 맞을까요?"
□ 배우 소개
우미화 | 박정현ㆍ김선아 역
연극 <금성여인숙><20세기 블루스><사월의 사원><빈센트 리버> 외
영화 <목화솜 피는 날><서울의 봄><비상선언><담쟁이> 외
드라마 <정년이><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소방서 옆 경찰서> 외
수상
2017 SACA 최고의 연극배우 여우주연상
2013 대한민국 연극대상 여자연기상
2011 대한민국 연극대상 여자연기상
2011 서울연극제 연기상
정대진 | 사장 형ㆍ반장님 역
연극 <더 라스트 리턴><원더랜드><영원한 평화><툭><아웃 오브 러브>
<마른대지><버스정류장><망토><복덕방><노틀담 드 파리> 외
허지원 | 박현오ㆍ조문객 역
연극 <혁명의 춤><여직공><달나라 연속극><가모메><왕의 의자> 외
영화 <개그맨><미스트><외계인 2부><대외비><통 메모리즈><암살> 외
드라마 <크래시><소방서 옆 경찰서><덕구이즈백><반야><이몽> 외
이주협 | 최윤재ㆍ윤지수
연극 <물고기 뱃속><성공적인 직업생활><러브 앤 인포메이션><몬순> 외
신지원 | 최희영ㆍ최세민 역
연극 <숨쉬듯 귀엽게><등연기><당신의러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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