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관 최대 규모 백남준 회고전《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부산서 개최
◈ 2024. 11. 30.(토) ~ 2025. 3. 16.(일)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실 4, 5에서 개최
◈“실험음악 테이프에서 레이저까지” 새로운 매체와 예술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아방가르드 예술가 백남준을 조명, 백남준의 예술세계 전 시기를 망라하는 대규모 회고전 총 160여 점 포함
◈ 부산현대미술관 주최, 백남준아트센터 공동기획으로 백남준아트센터 작품87점, 자료 37점 비디오 15점 포함, 양 기관 전문인력 협업으로 공공 미술관 자산 공유와 미술관 문화 확산 발전에 크게 기여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부산현대미술관(관장 강승완)은 백남준의 예술적 도전을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을 11월 30일(금)부터 2025년 3월 16일(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실 4, 5에서 개최한다.
백남준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미디어 아트의 개척자다. 해프닝과 행위예술, 텔레비전과 방송, 인공위성, 대규모 비디오 설치와 레이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실험적이고 창의적으로 작업했던 그는 “예술가의 역할은 미래를 사유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으며, 기술의 예술적 전용을 통해 흥겨운 전지구적 소통과 만남을 인류에게 선물했다.
새로운 기술과 예술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백남준은 여전히 가장 “현대적인 예술가”로서 평가받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과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박남희)가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를 통해 백남준아트센터의 소장품 87점, 자료 38점, 비디오 15점이 부산 지역에 처음으로 선보인다.
그 밖에도 국립현대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프랑크푸르트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소장처에서 대여한 총 160여 점의 작품과 사진, 영상, 아카이브 자료 등을 선보이는 이 회고전은 백남준 사후 개최된 국내 미술관 최대 규모이다.
이번 전시는 항상 새로운 매체와 예술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았던 인물로 누구보다 미래를 선명하게 내다본 예술가, 백남준에게 헌정하는 전시로 그동안 국내에서 많이 선보이지 않았던 초기 백남준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희귀 자료와 작품을 비롯하여 '로봇 가족: 할아버지'와 '로봇 가족: 할머니'로 대표되는 1980년대 로봇 가족 시리즈 및 '걸리버', '케이지의 숲-숲의 계시', '108번뇌'와 같은 대형 설치 작품을 포함한다.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의 플럭서스 초기 활동부터 2006년 서거 전까지의 도전했던 레이저에 이르기까지 백남준이 작업했던 모든 예술적 매체를 조명한다.
이를 통해 기술과 예술을 넘나들며 미디어 아트의 개척자로 전 세계 미술계의 흐름을 주도하여 동시대 미술에 큰 영향을 끼친 백남준의 미래적 비전을 보여준다.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은 백남준의 1961년 퍼포먼스 비디오 '손과 얼굴'로 시작한다.
청년 백남준이 스스로를 예술 작품의 매체로 다루며 예술적 자아를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초기작이다.
'플럭서스 챔피온 콘테스트'(1962)는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양동이 주변에서 오줌을 누면서 자신의 국가를 부르는 퍼포먼스로, 사회와 예술의 권위에 도전하는 백남준식의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1963년 백남준의 첫 개인전《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에서 전시되었던 텔레비전 작품들 'TV를 위한 선', '자석\ TV', '왕관 TV'를 비롯하여 전시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백남준이 만든 첫 번째 로봇인 '로봇 K-456'(1964(1995))과 슈야 아베가 그린 로봇 장치의 도면들과 백남준이 아베와 주고받은 편지 원본도 선보인다.
백남준과 오랜 기간 협업한 첼리스트 샬럿 무어먼의 'TV 첼로'와 '오페라 섹스트로니크'도 함께 전시된다.
영화관에서는 백남준의 대표작 비디오 15점을 대형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백남준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설명하는 인터뷰 형식의 비디오 '백남준: 텔레비전을 위한 편집'(1975)을 비롯하여 ' 케이지에게 바침'(1973)부터 '호랑이는 살아있다'(1999)까지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비디오가 상영된다.
또한 아만다 킴이 연출한 2023년 다큐멘터리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도 상영되어 백남준을 20세기 최초의 디지털 크리에이터로 읽어내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할 것이다.
1층과 2층이 연결되는 특별한 공간에서는 대규모 백남준 설치 작품의 백미인 8미터 높이의 나무가 숲을 이루고 나뭇가지에는 모니터들이 매달린 '케이지의 숲-숲의 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케이지의 숲-숲의 계시'에는 백남준이 자연의 생명력과 그의 예술적 스승인 존 케이지를 추모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또한, 대형 걸리버 로봇과 그 주위를 둘러싼 18개의 소인국 로봇으로 이루어진 작품 '걸리버'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마지막에는 2000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백남준이 마지막으로 전시했던 레이저 작품 '삼원소'를 선보인다.
또한 맞은편에는 한국의 역사적 격변부터 백남준 개인의 깊은 번뇌까지 108개의 TV 모니터를 통해 짧게 분절된 비디오로 보여주는 작품 '108번뇌'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작품은 1998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위해 작가가 특별히 제작한 것으로 이번 전시에서 모니터를 재정비하고 수복하여 전시한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은 “백남준의 기술 미디어 시대에 대한 낙관적 비전의 중심에는 늘 인간이 있었고, 그는 기술 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연결과 확산을 통해 지역과 시대, 종교와 사상을 초월한 인간 간의 소통과 융합을 꿈꾸었다.”며 “백남준이라는 세기를 뛰어넘는 선각자의 대회고전을 통해 인간과 예술, 그리고 기술 문명의 관계를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백남준 작가 소개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과 홍콩에서 중학교를, 일본 가마쿠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도쿄대학교에 진학해 미학을 전공한 후,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음악으로 졸업 논문을 썼다.
1956년 독일로 건너가 유럽 철학과 현대 음악을 공부하는 동안 동시대 전위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기존의 예술 규범, 관습과는 다른 급진적 퍼포먼스로 예술 활동을 펼쳤다.
이 때부터 새로운 미디어를 이용한 예술의 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1963년 텔레비전의 내부 회로를 변조하여 예술 작품으로 표현한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을 통해 미디어 아티스트의 길에 들어섰다.
백남준은 1964년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비디오를 사용한 작품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비디오 영상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 작품과 비디오 영상을 결합하고,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개발하였으며, 여기에 음악과 신체에 관한 끊임없는 탐구까지 더해져 백남준만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였다.
1980년대부터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필두로 위성 기술을 이용한 텔레비전 생방송을 통해 전위 예술과 대중문화의 벽을 허무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으며,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에 독일관 대표로 참가하여 유목민인 예술가라는 주제의 작업으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레이저 기술에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가던 가운데 1990년대 중반 뇌졸중이 발병했다. 하지만 2006년 마이애미에서 타계할 때까지 백남준은 예술적 실천을 멈추지 않았다.
백남준은 미디어 아트의 개척자로서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실험적이고 창의적으로 작업했던 예술가이다.
예술가의 역할이 미래에 대한 사유에 있다고 보았으며 예술을 통해 전지구적 소통과 만남을 추구했던 백남준은 “과학자이며 철학자인 동시에 엔지니어인 새로운 예술가 종족의 선구자”, “아주 특별한 진정한 천재이자 선견지명 있는 미래학자”로 평가 받으며 여전히 가장 “현대적인 예술가”로서 우리 곁에 숨 쉬고 있다.
청년의 백남준이 천천히 얼굴을 쓰다듬고 있다. 눈을 감고 양손을 얼굴에는 대지 않은 채로 가까이 가져가서 눈을 가리고 다시 입을 가리며 움직인다. 그러다가 한 손을 밑으로 내리고 또 다른 손은 이마 위로 올리며 서서히 얼굴을 드러낸다. 백남준의 퍼포먼스는 매우 예민하고 섬세하게 진행되지만 어느 순간에도 집중과 긴장을 놓지 않는다. '손과 얼굴'은 백남준이 카메라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장면을 16mm 흑백 필름에 촬영한 것이고 이후 비디오로 변환한 일종의 퍼포먼스-비디오 영상이다. 이 비디오를 찍은 목적은 잘 알 수 없지만 백남준은 이미 자신을 하나의 매체로 인식하고 카메라 앞에 서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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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손과 얼굴', 1961, 비디오, 흑백, 무성, 1분 42초 백남준아트센터 비디오 아카이브 Ⓒ백남준 에스테이트 Nam June Paik Est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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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럭서스 작품들은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없애고, 고전음악의 고정된 틀을 깨며, 암묵적으로 유지된 관습과 규범에 반기를 드는 정치적인 ‘퍼포먼스’ 성격의 작업이 주를 이루었다. '플럭서스 챔피언 콘테스트'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남성 작가들이 양동이 주변을 에워싸고 오줌을 누면서 자신의 국가를 부른다. 백남준은 장난스런 얼굴로 스톱워치를 들고 시간을 재고 있다. 이 작품은 오줌을 가장 오래 누는 사람 즉 마지막까지 남아 노래하는 자가 챔피언이 되는 퍼포먼스다. 터부로 간주되는 체액의 이미지를 국가라는 권위에 연결시켜 유머러스하게 도전하는 작품으로 해석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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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프레드 레베, '플럭서스 챔피언 콘테스트', ≪페스톰 플럭소럼 플럭서스: 음악과 반음악, 기악 극장≫, 1963, 백남준(작가 및 공연자), 흑백 사진, 20.3×25.4cm,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 Manfred Le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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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은 1963년 부퍼탈 갤러리 파르나스에서 열린 그의 첫 개인전에서 '랜덤 액세스'를 선보였다. 마그네틱 테이프를 풀어내 여러 길이의 조각들로 잘라 벽면에 붙여 놓고 관람객이 재생 장치에서 분리된 금속 헤드로 원하는 테이프 부분을 훑어 녹음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 작품이다. 이후 1975년 뒤셀도르프 시립미술관의 전시 ≪듣기 위한 보기≫를 위해 백남준은 이 작품을 재제작하였다. 벽 대신 마그네틱 테이프를 붙인 나무판과 재생 헤드를 연결한 휴대용 카세트 재생기로 구성되었고, 첫 번째 작품과 마찬가지로 관람객이 직접 테이프를 긁어서 소리를 재생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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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랜덤 액세스 오디오테이프>, 1963(1975), 나무판, 플라스틱 호일, 오디오테이프 조각, 휴대용 카세트 재생기, 마그네틱 테이프 헤드, 가변크기,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백남준 에스테이트 Nam June Paik Estate | |
〈로봇 K-456〉은 20채널로 원격 조종되는 로봇으로, 입에는 라디오 스피커가 있고, 머리에는 은박지 접시를 쓰고 가슴에는 빙빙 도는 발포 고무를, 손에는 프로펠러를 달았다. 전선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 로봇은 위태롭게 걷고 입으로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을 재생하고 배변을 하듯 콩을 배출했다. 〈로봇 K-456〉은 일자리를 빼앗는 로봇이 아니라 움직이는 데 무려 다섯 명의 기술자들이 필요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로봇이다. 게다가 마치 장난감처럼 무선 조종기의 신호에 따라 우스꽝스럽게 천천히 걸어가는 이 로봇의 모습은 백남준이 지향하는 “기술적인 반(反)기술”을 그대로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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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로봇 K-456>, 1964(1996), PCB, 서보모터, 센서, 스피커, 앰프, 배터리, 원격 조종기, 팬, 철 구조물, 185×70×55cm,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백남준 에스테이트 Nam June Paik Est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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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가장 오래된 TV'은 13대의 텔레비전을 나란히 연결하여 달의 주기를 표현한 작품이다. 달은 주기에 따라 모양이 변하며 시간의 흐름을 짐작하도록 한다. 백남준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한 공간 안에서 느낄 수 있도록 텔레비전 화면 위에 12개의 달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1965년에는 진공관 텔레비전에 자석을 고정하여 내부 회로의 전자기적 신호를 방해하면, 화면에 마치 달처럼 보이는 여러 가지 모양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믐달부터 보름달까지 점점 차오르는 달의 모습을 영상으로 표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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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1965(2000), CRT TV 모니터 13대, 12-채널 비디오, 컬러, 무성, LD; 〈E-Moon〉, 1-채널 비디오, 컬러, 유성, DVD, 가변크기,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백남준 에스테이트 Nam June Paik Estate | |
백남준의 초기 실험 텔레비전 시리즈 중 하나인 〈TV 왕관〉은 오디오 제너레이터가 생성하는 신호를 진공관 앰프를 통해 증폭시켜 회로가 조작된 TV에 입력하는 작품이다. 이렇게 하면 화면에 빨강·초록·파랑의 가느다란 삼색 전자선이 끊임없이 너울너울 움직이며 만들어지는데 백남준은 이 이미지를 댄싱 패턴이라고 불렀다. 〈TV 왕관〉은 오디오 신호를 CRT 내부의 회로에 넣어 주는 방식을 통해 TV를 해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오디오 신호를 비디오 신호로 전환하는 방식을 통해 이미지의 교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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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TV 왕관>, 1965(1999), 회로 조작 CRT TV 모니터 1대, 신호 발생기 2대, 온도 조절기 1대, 앰프 2대, 가변크기,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백남준 에스테이트 Nam June Paik Est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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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부처' 연작은 불상과 모니터가 마주 보는 이러한 상태를 기본 틀로 하되, 크기와 모습이 다른 다양한 부처 조각상과 모니터를 사용하고 그 주변의 환경도 조금씩 다르게 구성된다. 카메라, 촬영 대상, 모니터가 피드백 루프를 이루는 폐쇄회로 구조는 백남준의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사용되지만 불교의 아이콘이 등장하는 'TV 부처'야말로 가장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해석의 여지를 연다. 종교적인 구도자이며 동양적 지혜의 상징인 부처가 현대 문명의 상징이자 대중매체인 텔레비전을 본다는 점에서, 작품이 처음 선보인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도 서구권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 백남준의 작품 중 하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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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TV 부처>, 1974(2002), 석불좌상 1기, CRT TV 모니터 1대, 폐쇄회로 카메라 1대, 가변크기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백남준 에스테이트 Nam June Paik Est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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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칭기즈 칸은 말 대신 자전거를 타고 있으며, 잠수 헬멧으로 무장한 투구와 철제 주유기로 된 몸체, 플라스틱 관으로 구성된 팔을 가지고 있다. 자전거 뒤에는 텔레비전 케이스를 가득 싣고 있으며, 네온으로 만든 기호와 문자들이 텔레비전 속을 채우고 있다. 네온 기호들은 전자 고속도로를 통해 복잡한 정보들이 축약되어 전달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작품은 동양과 서양을 잇는 실크로드가 광대역 전자 고속도로로 대체된 것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에 전시되었다. 이 작품을 통해, 교통 및 이동수단을 통해 권력을 쟁취하거나 지배하던 과거에서 광대역 통신을 이용한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래가 올 것을 강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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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칭기즈 칸의 복권', 1993, CRT TV 모니터 1대, 철제 TV 케이스 10대, 네온관, 자전거, 잠수 헬멧, 주유기, 플라스틱관, 망토, 밧줄, 1-채널 비디오, 컬러, 무성, LD, 217×110×211cm,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백남준 에스테이트 Nam June Paik Estate | |
〈삼원소〉는 1997년부터 3년 여에 걸쳐 만들어진 백남준의 세 가지 레이저 작품 〈원〉, 〈사각형〉, 〈삼각형〉을 합쳐서 일컫는다. 백남준은 레이저를 이용해 ‘천지인’의 사상을 형상화하고자 한다고 종종 밝힌 것으로 보아 이 세 가지 기하학적 도형은 한국 전통문화에서의 ‘원방각(圓方角)’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삼원소〉는 각각 원형, 사각형, 삼각형 모양의 목재 틀에 거울들이 달린 상자 형태를 하고 있으며, 앞면은 한쪽이 유리창인 거울이어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작은 구멍을 통해 색깔 있는 레이저 광선을 비추고, 이 빛은 전압으로 속도가 조절되는 DC모터에 의해 회전하는 프리즘에 투사된다. 프리즘에 의해 굴절·분산된 레이저는 거울에 의해 반사되고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되면서 한정된 공간을 무한한 깊이의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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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삼원소>, 1999, 레이저 1개, 나무 틀, 거울, 반투명 플렉시글라스, 광학계, 프리즘 2개, 모터 2개, 모터 전원공급장치, 연무기,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백남준 에스테이트 Nam June Paik Est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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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는 조나단 스위프트가 쓴 『걸리버 여행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바닥에 누워있는 거인 '걸리버'는 4미터가 넘는 거대한 로봇이다. 총 11개의 오래된 텔레비전 케이스와 라디오 케이스 등이 걸리버의 몸을 이루고 있고, 모두 11개의 CRT 텔레비전에서 두 종류의 비디오를 보여준다. 하나는 사이보그가 첨단 미디어 환경 위로 성큼 걸어가고 있는 장면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자율주행이나 전자 도로를 질주하는 비디오이며, 또 하나의 비디오는'로봇 K-456'과 전 세계 곳곳의 풍경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현재와 미래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통해 백남준의 '걸리버' 역시 다양한 이야기와 상상을 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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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걸리버', 2001, CRT TV 모니터 11대, 진공관 TV 케이스 11대, 진공관 라디오 케이스 1대, 릴리푸티언 로봇 18개(LCD 모니터 18개), 나무 사다리 3개, 비디오 분배기 4대, 4-채널 비디오, 컬러, 무성, DVD, 59 x 432 x 371 cm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백남준 에스테이트 Nam June Paik Est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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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처음 소개된 작품 '108번뇌'는 108개의 모니터를 통해 한국의 역사적인 사건과 근대사의 중요한 인물들, 동시대의 문화적 장면 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백남준과 함께 플럭서스로 활동한 동료들의 모습과 8·15 광복과 한국전쟁의 잔상, 전통 부채춤과 승무, 당시 대중문화를 대표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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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108번뇌', 1998, 20인치와 29인치 CRT 모니터 108대, 컬러, 유성, 50분, 가변크기.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소장. | |
1993년 백남준은 수직으로 곧게 뻗은 나무에 크고 작은 모니터가 여럿 달려 있는 대규모 설치 작품 '케이지의 숲-숲의 계시'를 발표했다. 자연의 생명력을 상징하듯 높다란 나무들 사이에 설치된 TV에서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연주에 맞춰 오키나와 민요를 부르는 모습과 백남준과 샬럿 무어먼, 백남준의 예술적 스승인 미국의 현대 음악가 케이지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영상들이 선보인다. 1976년 케이지는 「새를 위하여: 샤를 다니엘과의 인터뷰」라는 책을 발표하여 그가 생각하는 음악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펼쳐놓은 바 있다. 1990년대에 백남준은 케이지의 이름이 영어로 ‘새장’을 뜻하는 것을 이용해 케이지의 영상을 새장 속에 집어넣은 작품 '새장 속의 케이지'를 여럿 제작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제작한 '케이지의 숲'에서는 케이지를 일본어로 음차하면 ‘계시’와 같아지는 것에 착안하여 '케이지의 숲'을 '숲의 계시'라고 부르고 있다. 이 제목을 통해서 백남준은 케이지를 새장에서 풀어주어 신비한 작은 새들이 사는 저 먼 오키나와 북단의 얀바루산 깊은 숲에 자유롭게 놓아준다. 백남준이 왜 얀바루 지역에 대해 언급했는지 정확히 남아 있지 않지만 얀바루 지역은 땅끝을 의미하는 오키나와 최북단의 무성한 밀림 숲이며 이곳에는 날지 못하는 희귀 조류인 얀바루쿠이나(흰눈썹뜸부기)가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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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케이지의 숲-숲의 계시', 1992-1994, 식물, 나무, TV 모니터 23대, 사운드, 가변크기. 울산시립미술관 소장.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백남준 에스테이트 Nam June Paik Est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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