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위로 앙상블 '모던 남사당', 신명나는 현대음악의 묘미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난 12월 1일 오후 5시 세종M시어터에서 진행된 앙상블 위로(대표 강미나)의 '모던 남사당'은 현대음악의 묘미를 한국 전통 남사당패의 흥과 접목하여 새롭게 느끼게 해 준 공연이었다.
1920년까지 성행했던 남사당패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떠돌아다니며 관객은 야외 공간에 둥그렇게 둘러앉고 탈놀이, 인형극, 줄타기 등을 선보였다.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이며, 2009년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되었다.
앙상블 위로는 올해 'SOUND MAKER PROJECT SERIES.1'을 진행하며 ‘2024 CONFLUENCE 예술의 묘미’라는 부제로 5월에는 ‘시인과 화가’, 11월에는 ‘빛의 음악’을 공연했으며, 이번 12월의 ‘모던 남사당’이 첫 번째 시리즈의 마지막 공연이다.
이번 공연은 연희극단 음마갱깽과 함께했다. 기존 남사당패라는 야외극을 프로시니엄 실내 무대로 이동시켜 와서, 한 무대에 오른쪽엔 현대음악을 연주하고 왼쪽에는 남사당패의 인형극이 함께 펼쳐졌다.
우미현, 김신의, 양영광 세 명 작곡가가 남사당패를 주제로 곡을 썼다. 그리고 이 곡들 사이를 음마갱깽이 익살스러운 말과 놀이로 관객을 즐겁게 하여, 어렵다고 인식되던 현대음악을 쉽고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잘 풀어주었다.
세 곡 모두 현악기 목관악기 13인으로 구성된 앙상블위로를 위한 작품이었다. 첫 순서인 우미현 작곡의 '흥, Blast'는 특히 박범태(청배연희단 예술감독)의 타악기 협연으로 이루어졌다.
한국 전통 타악기의 박력과 장단에 반주 앙상블은 재즈톤도 느껴졌고 즉흥의 타악기 카덴짜는 카타르시스를 주는 클라이막스를 구성하여, 동서양의 만남이 흥겨운 무대가 되었다.
두 번째 순서는 김신 작곡가의 '버나놀이'로 오프닝과 간주, 그리고 피날레로 이루어진 작품이었다. ‘버나놀이’는 음악에 맞추어 연희자가 쳇바퀴 돌리기, 접시돌리기 등을 하는 전통놀이다. 앙상블위로의 경쾌한 오프닝곡과 함께 연희단이 장구와 꽹과리를 치며 등장하는 모습이 신난다.
이어 극단의 대화가 재미있다. “앙상블 위로인가 아래로인가 현대음악을 하는 단체가 우리와 공연을 함께 하고 싶다길래 이 무슨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인가 했지”, “나는 현대음악이 너무 어려워”, “현대음악은 상상으로 들으면 된다 이 말이여.
이 세상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지. 바람소리, 고양이가 살금살금 걸어가는 소리, 바퀴벌레가 샤샤샤샥 기어가는 소리도 낼 수 있다네”, “그래서 곡의 제목을 잘 보고 들어야 된다네”..
놀이패가 이런 대화로 현대음악감상을 이끌고 풍물패 소리가 팡파르처럼 울리며, 플루트, 클라리넷의 멜로디가 장구, 꽹과리와 함께한 간주곡이 흥겹다. 다음으로 인형극이 맛깔스러운데, 분명 얼굴 표정은 하나인데 여러 표정이 다 드러나는 커다란 탈을 쓴 ‘봉필이 할아범’이 집 떠난 할멈을 찾으러 나왔다.
할아범이 자신이 바이올린을 할 줄 안다고 하는 대사 자체도 너무 웃긴데, “내 연주를 함 들어보시게”하며 제법 그럴듯한 자세로 연주하니, 앙상블 위로의 리더인 김유경이 바이올린으로 고음과 저음을 빠르게 오가는 그야말로 현대음악 연주로 음향효과를 넣는다.
봉필이 할아범은 “마누라 찾았다”며 객석의 여성 관객 두 명에게 춤도 추게 하고 관객과 교감의 시간을 가지지만 결국 “내 마누라가 아닌가벼”하며 무대로 돌아와 관객에게 웃음을 주었다.
세 번째 양영광 작곡가의 ‘이시미 거리’는 음산한 소리로 귀신의 거리를 표현했다.
‘이시미’는 이무기의 강원도 방언으로, 전통극에서 ‘이시미 거리’는 꼭두각시놀음 박첨지마당의 네 번째 순서다. 이 곡에서 밤 묘지의 느낌, 귀신처럼 들리고, 피치카토로 음산한 발자곡 소리를 묘사하고 있었다.
음산한 트레몰로와 타악기가 뼈다귀처럼 현악기는 반복되는 짧은 쥬테 음으로 긴박감을, 그 사이로 목관악기가 긴 비행을 펼친다.
K-Pop이 대세인 우리나라에서 전통연희와 현대음악 모두 일반인에게는 아직도 접근이 쉽지는 않다. 이 날의 공연을 통해 관객은 현대음악과 전통연희 둘 다 새롭게 알게 되고, 이것이 연결될 때의 시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정말 '모던'했다. 현대음악을 지켜가고 있는 앙상블위로와 작곡가들, 전통을 지키고 있는 극단 음마깽깽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mazl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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