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개관 특별 뉴미디어 소장품전《서서울의 투명한 |청소년| 기계》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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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명 | 개관 특별 뉴미디어 소장품전 《서서울의 투명한 |청소년| 기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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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기간 | 2026. 5. 14. (목) ~ 7. 26. (일) | ||
| 전시장소 |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전시실 1, 2, 3 | ||
| 전시부문 | 설치, 비디오, 라이브 퍼포먼스 외 | ||
| 전시작가 | 김윤철, 노경애, 송주원, 안성석, 안은미, 우주+림희영, 양아치, 염지혜, 조영주, 차재민, 최수련, 로랑 그라소, 셰자드 다우드, 아니카 이, 칼 심스 15명(팀)(가나다순) |
-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은 5월 14일(목)부터 7월 26일(일)까지
개관 특별전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뉴미디어 소장품전 《서서울의 투명한 |청소년| 기계》 개최
-기술 사회 속 ‘청소년’을 인간과 기계가 교차하는 역동적 인터페이스로 재정의
-뉴미디어 소장품과 청소년 참여형 ‘유스 스튜디오(Youth Studio)’를 결합한 새로운 전시 실험 전개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개관 특별 뉴미디어 소장품전 《서서울의 투명한 |청소년| 기계》를 2026년 5월 14일(목)부터 7월 26일(일)까지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지하 1층과 1층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서서울의 투명한 |청소년| 기계》는 서울시립미술관의 뉴미디어 소장품을 중심으로, 기술과 인간, 코드와 신체, 시스템과 감각이 서로 얽히는 동시대의 조건을 탐색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서서울미술관 개관 특별전 3부작의 마지막으로, 서울시 최초의 공공 뉴미디어 특화 미술관으로 첫발을 내딛는 서서울미술관의 정체성을 선명히 드러내는 자리이다.
미디어아트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결합해, 미술관이 기술 환경 속에서 어떤 공적 감각의 장이 될 수 있는지를 제시하며, 국내외 주요 미디어아트 소장품과 함께 청소년 참여형 ‘유스 스튜디오(Youth Studio)’를 선보인다.
유스 스튜디오는 청소년의 신체와 감각, 목소리, 놀이, 노동, 플랫폼 환경을 매개로 오늘날의 기술 사회에서 주체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를 탐색한다.
특히, 만 12세~17세의 청소년을 완성된 주체가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적·기술적 코드가 가장 민감하게 통과하는 ‘경계적 신체’이자, 새로운 감각과 관계를 생성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로 바라본다.
제목의 ‘투명한’, ‘청소년’, ‘기계’는 이번 전시가 바라보는 동시대 인간의 조건을 압축한다.
‘기계’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살과 기계의 코드, 물질적 흐름이 뒤섞여 개별적 자아를 넘어선 이질적이고 복합적인 신체성을 생성하는 세계를 의미한다.
‘청소년’은 이러한 복합적 네트워크가 가장 역동적으로 충돌하는 ‘장(場)’이다. 알고리즘과 끊임없이 상호 피드백하며 인간과 기계가 뒤섞인 하이브리드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잠재적 행위자를 가리킨다.
‘투명한’은 프랑켄슈타인의 창조물처럼 이어 붙여진 흔적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듯, 보이지 않게 작동하는 시스템과 그 안에서 변화하는 신체의 조건을 명확히 감각하려는 미학적 태도를 뜻한다.
전시는 서서울미술관의 전시실 1, 2, 3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소장품 전시와 유스 스튜디오가 서로 연결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전시실 1은 내 어머니는 컴퓨터였다라는 부제 아래 서울시립미술관의 주요 뉴미디어 소장품을 통해 코드, 신체, 기술, 기억, 비인간 존재의 문제를 살펴본다.
작품들은 디지털 이미지, 인터랙티브 환경, 가상 생명체, 생체 신호, 알고리즘적 구조 등을 통해 인간과 기계가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 세계를 보여준다.
김윤철, 노경애, 송주원, 염지혜, 조영주, 차재민을 비롯해 로랑 그라소, 셰자드 다우드, 아니카 이 등 국내외 정상급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실 2와 3에서는 패치워크 소녀라는 개념으로 청소년을 중심에 둔 유스 스튜디오가 전개된다. 이 공간은 청소년을 미술관을 움직이는 주체로 설정하며 새로운 전시 형식을 실험하는 장이다.
안성석, 안은미, 우주+림희영, 양아치, 최수련, 다섯 명(팀)의 소장 작가들은 전시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워크숍 형식의 작품’을 제안하며, 참여 과정 자체를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확장한다.
전시 속 작품들은 기계와 인간의 결합을 낙관하거나 비관하는 대신, 그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어긋남, 지연, 오류, 감각의 변화에 주목한다.
유스 스튜디오는 별도 예약 없이 참여할 수 있으며, 모든 워크숍 작품은 ‘청소년이 우선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안은미 작가의 워크숍 〈사심 없는 땐스〉는 전시실 3에서 진행되며, 5월 16일부터 7월 25일까지 주말에 사전 신청을 통해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다.
청소년이 작품을 해석하고 온라인 콘텐츠로 제작하는 청소년 도슨트 프로그램도 별도 신청을 통해 운영될 예정이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서서울의 투명한 |청소년| 기계》는 서울시 최초 공공 뉴미디어 특화 미술관인 서서울미술관의 정체성을 미술관의 뉴미디어 소장작품을 기반으로 보여주는 전시”라며, “청소년을 미래 세대라는 추상적 이름 대신, 이미 기술 환경 속에서 세계를 다시 쓰는 존재로 바라봄으로써 새로운 미학적 조건을 탐색하고자 하며,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인간과 기계, 정보와 신체가 연결된 동시대의 조건을 함께 사유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본 전시는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며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으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와 자료 및 워크숍 신청 방법을 순차적으로 미술관 공식 SNS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전시 관람 일정과 관련한 상세한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sema.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 도슨팅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을 검색하여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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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획의 글
서서울의 투명한 |청소년| 기계
권혜인 학예연구사
우리는 이미 코드 안에 살고 있다.
말은 데이터가 되고, 몸은 인터페이스가 되며, 감각은 플랫폼을 통과해 다시 설계된다.
인간의 언어와 컴퓨터의 언어, 생명과 기계, 신체와 정보는 더 이상 분리된 체계가 아니다. AI가 일상의 문장을 대신 쓰고, 알고리즘이 취향과 관계와 시간을 배열하는 지금, 사실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내 어머니는 컴퓨터였다.”
《서서울의 투명한 |청소년| 기계》는 이 계산적 우주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다시 만들어지는지를 묻는다. 정보는 비물질적인 흐름처럼 보이지만, 언제나 몸에 닿고, 사회적 규칙이 되며, 감각과 행동의 형식을 바꾼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 소장작품을 통해 코드와 신체, 기술과 생명,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를 구성하는 방식을 추적한다.
동시에 전시는 이 새로운 인간의 형상을 청소년에게서 발견한다. 청소년은 완성된 주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업데이트되고 접속되고 흔들리는 존재다. 이들은 가족, 학교, 플랫폼, AI, 자본, 또래 문화의 조각들이 임시로 이어 붙은 패치워크적 신체를 가진다.
그러나 그 이음새는 결함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아직 고정되지 않았기에, 청소년은 세계의 규칙을 가장 민감하게 감지하고 때로는 다른 방식으로 다시 쓸 수 있다.
전시는 두 개의 장면으로 구성된다.
전시실1 〈내 어머니는 컴퓨터였다〉는 소장작품을 중심으로 정보가 물질화되는 순간, 코드가 몸과 사회에 기입되는 방식, 그리고 인간 이후의 감각을 탐색한다.
전시실 2, 3 〈패치워크 소녀〉는 청소년이 직접 참여하는 유스 스튜디오로 플랫폼, 온라인 노동, 기술적 불안, 신체적 수행, 놀이와 창작을 통해 스스로를 구성하는 과정을 실험한다.
여기서 청소년은 보호받아야 할 미성숙한 존재도, 미래를 위해 준비되는 자원도 아니다. 이들은 이미 지금의 세계를 감각하고 해석하며, 때로는 그 작동 방식을 교란하는 동시대의 미디어다.
《서서울의 투명한 |청소년| 기계》는 학교, 학원에 묶여 보이지 않던 청소년의 몸을 미술관 안으로 불러와, 인간과 비인간, 어른과 아이, 데이터와 감각 사이에서 새롭게 접속하는 존재의 형태를 제안한다.
섹션1. 내 어머니는 컴퓨터였다 [소장작품 컬렉션]
| 내 어머니는 컴퓨터였다 [소장작품 컬렉션] | |
| 작품 이미지 | 작품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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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철은 물질의 본질과 잠재적 성향을 탐구하며, 인간이 경험해 왔던 감각 너머의 또 다른 실재에 대한 상상과 창조의 가능성을 예술적으로 가시화해 온 작가이다. 한국에서 전자음악을, 독일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한 그는 점차 유체역학, 자기장, 광결정, 입자 검출 장치 등 물질과 과학적 장치를 다루는 키네틱 설치로 작업 세계를 확장해 왔다. 2018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커미션으로 제작된 〈임펄스 Impulse〉와 〈아르고스 Argos〉는 기술적 확장을 보여준 동시에 물질과 인간, 즉 비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담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 기계와 물질은 단순한 매체가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사건을 발생시키는 능동적 행위자이며, 이들의 관계망은 관객들에게는 얽히고 연루되는 사건의 지평을 경험하게 하는 물화된 실제가 된다. 〈아르고스〉는 41개의 가이거 뮐러 튜브(Geiger-Muller tube)로 구성된 뮤온 입자 검출기이다. 우주에서 지상으로 도달한 입자가 튜브와 충돌하면 빛이 반짝이며, 〈아르고스〉가 입자를 검출할 때마다 마치 성스러운 원시 부족의 나무와도 같은 형태의 〈임펄스〉가 그 신호를 받아 내부 흐름의 패턴을 변화시킨다. 이때 작품은 어떤 상징과 가치를 재현하기보다 우주에서 도래한 예측 불가능한 사건에 반응하는 물질적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작가는 정보와 네트워크가 비물질적인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입자와 기계 내부의 신호, 액체의 흐름이 모두 물질적 조건 속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작품은 정보와 물질, 신체와 기계가 서로 얽혀 작동하는 포스트휴먼적 세계를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
| 김윤철, 〈아르고스〉, 2018, 가이거 뮐러 튜브, 유리, 알루미늄, 마이크로 컨트롤러, 48×40×40cm(2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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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자드 다우드(Shezad Dawood)는 회화, 직물, 영상, 디지털 미디어를 넘나들며 역사, 생태, 기술, 공동체를 가로지르는 다층적인 작업을 전개해 왔다. 그는 서로 다른 학문과 문화, 지역을 연결하고 각계각층의 커뮤니티와 협력하는 연구를 기반으로 ‘세계 구축(world-building)’을 시도하며,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대안적 미래를 탐색한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 세계의 연장선에서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토론과 세미나를 통해 해양 문제, 기후 변화, 난민 문제 등 리바이어던이라는 전설의 바다 괴물로 은유되는 거대한 시대적 문제를 조망하는 장기 프로젝트 〈리바이어던 Leviathan〉(2017–)을 진행했다. 〈테라리움 The Terrarium〉은 〈리바이어던〉에서 파생된 가상현실 3부작 〈리바이어던 레거시 Leviathan Legacy〉(2018) 중 하나이며 지구 표면의 90%가 물로 덮여버린 300년 후의 미래로 관객을 데려가 가상현실 경험을 제공한다. 낯선 생태계 환경을 통과하면서 관객들은 그때까지 생존하고 있거나 또는 달라진 기후 환경 때문에 유전자 돌연변이를 겪은 생물체들을 만난다. 작가는 과학적 예측과 공상과학 소설을 혼합하여 발트해와 켄트해안이 우주공간과 유동적으로 합쳐진 미래의 세계를 상상한다. 특히 관객들은 영국 작곡가 그레이엄 핏킨(Graham Fitkin)의 실험적인 사운드트랙에 몰입하며 무의식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기준점 이동 증후군(shifting baseline syndrome)’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작품 속 행성 간의 여행은 기후 변화와 해수면 상승이 해양 생태계와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테라리움〉은 기후 위기 이후의 세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속한 현재 역시 이미 이러한 변화의 과정 안에 있음을 암시한다. 기계적 우주에 대한 미래 징후와 정동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
| 셰자드 다우드, 〈테라리움〉, 2020, VR,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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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혜는 무빙 이미지를 통해 동시대 사건의 이면에서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힘과 구조를 탐구하며, 세계를 바라보는 대안적 관점과 새로운 말하기 방법을 제안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작가는 이미지와 서사, 시간과 기억이 뒤섞이는 지점에서 그 이면에서 감지되는 미세한 징후와 감각의 변화를 포착하며 과학, 역사, 신화, 이미지 등 서로 다른 지식 체계를 교차시켜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세계의 인식 방식에 대해 질문한다. 〈검은 태양〉은 작가가 2018년 남극 세종기지를 방문해 촬영한 영상을 주요 푸티지로 사용한다. 남극은 과학적 탐사의 공간으로 인식되지만, 동시에 국가와 자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정치적 장소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남극이라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기후 변화가 자연에 대한 인간 통제의 실패,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과학의 권력과 성역화, 인간의 관성적인 믿음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결과임을 발견한다. 그리고 중국 설화를 빌어 이 어리석음으로 인해 일식 현상(검은 태양)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경고의 예견을 던진다. 한편으로 〈검은 태양〉은 관계와 균형, 균열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 개로 분할되는 스크린, 인체의 평형추를 담당하는 귀, 프랑스 이민자의 한국어와 불어 사이의 공백, 극지와 또 다른 형태의 극지,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 등 처음부터 분리되어 있던 것이 아닌 이 존재들은 전 지구적인 물질세계의 관계를 가시화한다. 어느 하나만 살아남아 모든 것을 독식할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작가는 애니메이션 〈꼬마 유령 캐스퍼〉에 등장하는 캐스퍼와 물개 이야기를 전유해, 우리가 장소와 그림자를 빼앗긴 남극 동물들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자문한다. 이처럼 〈검은 태양〉은 마치 빙하의 한쪽 끝을 누르면 다른 쪽이 올라오듯,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이 기계적이고 물질적인 세계의 영향 관계와 그 결말을 여러 겹에 걸쳐 은유하고 드러낸다. |
| 염지혜, 〈검은 태양〉, 2019,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13분 31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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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힘—빛, 자기장, 시간, 권력과 같은 비가시적 요소—을 영상, 조각,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재구성하며, 우리가 인지하는 세계의 경계를 흔드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의 작업은 현실과 비현실, 과학과 신비,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핵심으로 하며, 이미지와 내러티브를 재배치함으로써 익숙한 세계를 낯선 감각으로 다시 경험하게 만든다. 특히 그는 다양한 시간과 공간, 역사적 이미지들을 하나의 장면 안에 병치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단일한 해석을 거부하는 다층적 인식의 구조를 제안해왔다. 영혼, 생명을 담은 호흡 등을 뜻하는 〈아니마 ANIMA〉는 이러한 작업 세계의 연장선에서, 과학·철학적 리서치와 예술적 상상이 결합된 영상 작업이다. 사물을 정치활동의 주체로 새롭게 정의한 과학인문학 창시자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로부터 영감을 받아 환경사학자 그레고리 케네(Gregory Quenet)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이 작품은 프랑스 생뜨오딜르 산(Mont Sainte-Odile)을 배경으로, 인간뿐 아니라 동물, 식물, 지질 등 다양한 존재의 시점을 교차시키며 하나의 복합적인 세계를 구성한다. 영상은 라이다(LiDAR, 발사한 펄스 레이저가 대상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을 받아 물체까지 거리와 형상을 이미지화하는 기술) 스캐닝 기술로 포착된 비현실적 풍경과 실제 촬영 이미지, 그리고 불안정한 사운드를 결합하여,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세계를 인식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여우, 나무, 바위와 같은 존재들의 시점이 병치되면서, 모든 존재가 각자의 감각과 지성을 가진 동등한 주체로 제시된다. 이는 인간을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의 인식 체계를 해체하고, 세계를 보다 다층적이고 관계적인 구조로 다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계산적이고 물질적이며 코드의 수행성을 띈 우주는 필연적으로 물질을 통해 맞닿은 존재들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 작동 방식은 우리가 지구상의 타자들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할지 생각하게 하는 단초가 된다. |
| 로랑 그라소, 〈아니마〉, 2022, 단채널 비디오, 컬러, 5.1 채널 사운드(서라운드), 18분 14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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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카 이는 생물학, 기술철학, 감각과 환경을 교차시키며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기계 사이의 경계를 탐구해 온 작가이다. 그는 박테리아, 냄새, 해조류 등 유기적이고 일시적인 물질을 활용해 감각의 조건과 생명체 간의 관계를 실험하고, 과학적 개념과 기술을 바탕으로 지각이 형성되는 문화적 구조를 비판적으로 질문해왔다. 이러한 작업은 인간 중심적 인식을 벗어나 다양한 존재들이 얽혀 작동하는 생태적·포스트휴먼적 세계를 제시한다. 〈예술과 법칙 사이의 미끄러짐〉은 금속 구조 위에 푸른 벌집 형태가 늘어진 설치 작업으로, 곤충의 집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비교적 간결한 구조 속에서 생물학적 형태와 인공적 재료가 결합된 이 작품은 자연과 기술이 분리되지 않은 채 공존하는 상태를 드러낸다. 이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생물과 무생물의 관계를 응축한 것으로, 생물학적 질서와 인공적 시스템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안정한 균형을 시각화한다. 특히 자연의 형태를 참조하면서도 완전히 동일하지 않은 구조는 ‘법칙’과 ‘예술’ 사이의 미묘한 어긋남을 드러내며,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과정임을 환기한다. 더불어 작품 하단에 설치된 디지털 시계는 붉은 숫자로 시간을 표시하며, 유한한 시간과 임박한 위기 상황에 대한 감각을 강조한다. 결국 이 작품은 기술과 생태가 분리되지 않는 동시대의 조건을 드러내며, 우리가 이미 복합적인 생태-기계적 관계망 속에서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한다. |
| 아니카 이, 〈예술과 법칙 사이의 미끄러짐〉, 2022, 에폭시 레진, 스테인리스 스틸, 전구, 디지털 시계 인터페이스, 와이어, 71.1×50.8×50.8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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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애는 신체 움직임에 대한 탐구를 출발점으로, 시각예술·사운드·텍스트·공간을 가로지르는 협업적 작업을 지속해 온 안무가이자 미디어 퍼포먼스 작가이다. 그는 움직임을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니라, 감각과 인식의 구조를 다시 구성하는 하나의 ‘방법론’으로 다루며, 특히 장애와 비장애, 소리와 몸, 기호와 공간 사이의 관계를 실험해 왔다. 이러한 작업은 결과물보다 과정, 완성보다 생성, 규범보다 변형에 주목한다. 〈21°11’〉은 뇌성마비 장애인과 비장애 퍼포머가 함께 수행하는 움직임 퍼포먼스이다. 작품은 ‘서기, 걷기, 뛰기, 달리기’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신체 동작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서로 다른 신체 조건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의 차이를 그대로 드러낸다.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근육의 경직과 기울어진 신체 축은 고유한 리듬과 균형을 생성하고, 이는 비장애인의 신체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독특한 운동성과 감각을 드러낸다. 이때 ‘불균형’과 ‘불안정’은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움직임의 가능성과 미학을 발생시키는 조건으로 작동한다. 〈21°11’〉이라는 제목은 신체의 기울기를 의미하는 동시에, ‘2와 1’이라는 숫자적 구조를 통해 작품 전반에 반복되는 관계의 형식을 암시한다. 두 사람과 한 사람, 같음과 다름, 분리와 연결의 구조는 장면마다 변주되며, 단일한 기준으로 환원될 수 없는 몸의 다양성을 강조한다. 이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기준을 흔드는 움직임’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감각의 위계를 전복하고 신체의 새로운 인식 가능성을 제안한다. 이것은 다양한 몸과 신체를 통해 작동하는 기계적 코드를 새롭게 발견하게 하고, 사회적인 기준에서 받아들여지는 신체의 코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
| 노경애, 〈21°11’〉, 2018/2020, 전시 상영본(2023 공연 버전):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영상: 48분 58초, 기록 사진: 80×53cm(11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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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원은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 장르와 교류하며, 도시 공간과 신체의 관계를 탐구해 온 안무가이자 댄스 필름 감독이다. 작가는 특정 장소에 대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매체성, 관객성, 신체성이 하나의 평면에서 교차하며 시간과 공간을 재구축하는 감각 경험의 방법론을 퍼포먼스, 전시, 상영의 형태로 풀어낸다. 또한 전문 무용수와 비전문 참여자가 함께하는 ‘일일 댄스 프로젝트’를 통해, 신체를 특정한 기술이 아닌 삶의 경험이 새겨진 매체로 확장해 왔다. 〈나는 사자다〉는 경기도 성남시 태평동의 ‘20평’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도시 형성 과정 속에서 누적된 개인의 삶과 기억을 신체와 영상으로 풀어낸 작업이다. 태평동은 국가 정책에 의해 강제이주된 사람들이 정착했던 장소로, 동일한 크기의 공간 안에 서로 다른 삶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는 구조를 가진다. 작품은 이 공간을 따라 흐르는 세대 간의 이야기—할머니, 아버지, 그리고 현재의 인물—를 각기 다른 옥상과 장소 위에 중첩시키며, 개인의 기억을 도시의 구조와 연결한다. 딸 다섯에 아들 하나를 낳아 기른 할머니, 시를 썼지만 자동차를 판매하며 가족을 부양했던 아버지, 성악을 전공하고 당면한 미래에 불안감을 가진 소녀까지, 3대에 걸친 이야기는 영상과 몸짓을 통해 각자의 삶에서 지키고 싶던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드러낸다. 분당에서 수학했던 학창 시절 태평동에서 산다는 것을 숨겼던 소녀의 시간과 태평동의 오늘을 20평의 옥상들을 통해 마주하고, 각기 다른 옥상에 숨겨진 무수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상상한다. 이때 신체의 움직임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그 코드가 몸에 어떻게 새겨져 있는지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걷고 머무르는 몸짓은 도시 공간 속에서 형성된 위계, 은폐, 생존의 감각을 반영한다. |
| 송주원, 〈나는 사자다〉, 2019(2023 재제작),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11분 44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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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민은 영상, 퍼포먼스, 설치, 글 작업을 통해 개인의 감정과 신체, 그리고 사회적 맥락 사이의 관계를 탐구해 온 작가이다. 그는 합성 이미지 대신 실제 촬영 영상을 활용함으로써 시각예술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그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질문한다. 또한 현장 조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개인의 삶에 스며든 사회 구조를 섬세하게 드러내는 한편, 기술 발전 속에서 점차 사라지는 ‘미지의 영역’을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속적으로 탐색해 왔다. 〈엘리의 눈〉은 개인의 심리와 돌봄, 타자와 질병의 문제를 동시대의 기술 환경 속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엘리’는 AI 상담사의 이름이자 영상에 등장하는 개의 이름으로, 이들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곁에 머무는 존재이자 인간과 닮았지만 완전히 동일하지 않은 타자들이다. 이 작품은 엑스레이, 벽 투시 기술, AI 심리 상담 등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기술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눈과 시선, 바라봄을 둘러싼 사실과 픽션이 교차하는 가운데,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이 인간의 투시 욕망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드러낸다. 동시에 이러한 기술이 인간을 어떤 방식으로 인식하고 다루는지를 비판적으로 질문한다. 신체는 점점 더 정밀하게 스캔되고 해석되며 투명해지는 반면, 정신과 감정은 여전히 완전히 포착되지 않는 영역으로 남는다. 이 작품은 인간의 신체와 감각, 심리가 점차 기술적 시스템 속에서 해석되고 관리되는 동시대적 조건을 비춘다. 그리고 마음이나 심리의 영역을 기술 정복의 대상으로 봐야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며, 기술의 시대에 인간의 실존과 돌봄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
| 차재민, 〈엘리의 눈〉, 2020,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11분 39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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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는 퍼포먼스, 영상, 설치 등을 통해 한국 사회 속 여성의 삶과 신체성, 그리고 일상에 내재한 구조적 조건을 탐구해온 작가이다. 그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과 협업하며 성역할, 정체성, 돌봄의 문제를 다루고, 개인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사회적 관계와 감각의 구조를 드러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특히 퍼포머의 몸과 움직임을 통해 언어로 환원되지 않는 감정과 상태를 드러내며, 개인의 서사를 집단적 감각으로 확장시킨다. 〈세 개의 숨〉은 약 30개월간 기록한 육아일지를 기반으로 구성된 영상 설치 작업으로, 관악 4중주의 음악과 덕트 구조물이 결합된 형태를 이룬다. 아기의 수면, 수유, 배변 등의 데이터를 기호화한 기록은 작곡 과정을 거쳐 베이스 클라리넷, 알토 색소폰, 튜바, 퍼커션으로 이루어진 저음역대 음악으로 변환된다. 전시장에는 탯줄을 연상시키는 덕트 구조물이 설치되고, 그 내부와 외부를 따라 연주 영상이 투사되며, 숨과 호흡의 흐름이 공간 전체를 관통한다. 이 작품에서 ‘숨’은 생명을 유지하는 물리적 행위이자, 타인의 생존을 책임지는 돌봄의 감각을 의미한다. 엄마와 아이 사이의 비대칭적 관계 속에서 반복되는 호흡과 한숨은 음악적 리듬으로 전환되며, 돌봄 노동의 지속성과 긴장 상태를 드러낸다. 낮은 호흡에서 시작된 소리는 점차 구조화된 음악으로 변화하며, 신체적 경험이 언어와 체계로 번역되는 과정을 암시한다. 보이지 않던 돌봄의 시간은 데이터, 소리, 구조물로 변환되며 가시화된다. 이 과정에서 돌봄은 신체적·수행적 반복을 통해 작동하는 하나의 코드이자 시스템으로 드러나며, 신체와 정보가 분리되지 않고 상호 의존적으로 구성되는 ‘정보-신체 공생형 포스트휴먼’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
| 조영주, 〈세 개의 숨〉, 2020, 단채널 비디오, 컬러, 8채널 사운드 설치 함석 배기관, 12분 37초 사운드 감독 허가람 기술 감독 김병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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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2. 패치워크 소녀 [유스 스튜디오(YOUTH STUDIO)]
| 패치워크 소녀 – 유스 스튜디오(YOUTH STUDIO) | |
| 작품 이미지 | 작품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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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심스(Karl Sims)는 생명과학과 컴퓨터 그래픽을 기반으로, 진화의 과정을 디지털 환경에서 구현해온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그는 유전 알고리즘과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생명체의 생성과 변화 과정을 재현하며, 인간의 설계 없이도 복잡한 형태와 행동이 출현하는 ‘인공 진화’의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진화하는 가상 생명체 Evolved Virtual Creatures〉는 가상 환경 속에서 생성된 생명체들이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영상이다. 컴퓨터 안에 생성된 다수의 생명체들은 수영, 걷기, 점프 등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며, 그 능력에 따라 선택되고 생존한다. 선택된 개체는 유전자의 복사와 조합, 돌연변이를 통해 새로운 세대를 만들어내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점점 더 복잡하고 효율적인 행동을 가진 생명체가 등장한다. 이 작품은 생명체의 형태와 움직임이 사전에 설계된 것이 아니라, 선택과 변이의 과정 속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유전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진화 과정은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내며,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생성 시스템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비선형적 변화는 자연 진화의 원리를 반영하는 동시에,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형태의 생명 개념을 제시한다. 〈진화하는 가상 생명체〉는 생명과 기술이 결합된 하나의 생성 시스템으로서, 진화가 더 이상 자연에만 국한되지 않고 계산 가능한 과정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생명, 신체, 지능이 코드와 알고리즘을 통해 구성되는 동시대 조건을 드러내며, 인간과 기계가 함께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태계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
| 칼 심스, 〈진화된 가상 생명체〉, 199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4분 8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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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석은 사진, 영상, VR 및 게임 엔진 등 동시대적 기술 매체를 활용해 이전에는 가시화되지 않았던 존재와 정서가 출현하는 순간을 탐구해 왔다. 점차 가상의 인터랙티브 환경으로 확장된 작업은 관객을 세계 안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플레이어’로 전환시키며 사적 경험과 거대 사회 시스템 사이의 역학 관계를 드러내었다. 최근에는 이미지와 가상 환경을 넘어 실물 오브제와 설치를 결합함으로써, 언어로 환원되지 않는 기억의 체현과 그 부산물을 물질적 실체로 제시한다. 그의 작업은 동시대 사회의 모순과 제도적 폭력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동시에, 냉소적 현실 인식 너머의 연대와 공감, 그리고 미래를 향한 가능성을 병치한다. 〈손목의 세대〉에서는 기계가 체화된 청소년 세대의 신체적 리듬과 공동 창작 방식에 접속할 수 있다. 원형으로 배치된 컴퓨터 환경에서 청소년 참여자들은 하나의 가상 서버에 접속해 서서울미술관과 그 일대를 기반으로 한 세계를 함께 구축해 나간다. 오늘날 청소년의 소통과 창작은 온몸의 근육이 아닌, 손끝의 미세한 움직임과 손목의 기민한 반응성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개별적인 입력값은 집단적 리듬으로 치환되어 하나의 거대한 협업의 흔적으로 축적된다. 또한 작품은 실제 공간과 디지털 환경을 오가는 시선의 전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의 위치와 타인의 시점을 동시에 감각하며 사회적 관계를 조정해 나가는 방식을 드러낸다. 한편 명확한 목표나 보상 없이 지속되는 협업의 과정은 효율성과 결과 중심의 견고한 사회 시스템에 균열을 낸다. 〈손목의 세대〉는 기술과 신체가 분리되지 않는 공생적 환경 속에서 청소년의 내면적 우주가 어떻게 물리적 행위로 인출되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들의 무표정 속에 깃든 무한한 감정의 층위와 타인을 향한 관용의 가능성을 질문한다. 결국 참여자들의 손목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파동은, 짐작할 수 없는 크기의 고요한 내면이 외부 세계와 조우하며 쏘아 올리는 가장 역동적인 생존의 신호이자 예술적 실천이 된다. |
| 안성석, 〈손목의 세대〉, 2026, PC, 모니터, 서버, 맵, 입출력장치, 헤드폰, 800×800×260cm 사진 : 안성석, 〈힐 스테이션〉, 2026, 우레탄, LED, 와이어, 실리콘, 분체도장, 70×100×60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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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림희영은 키네틱 조각과 인터랙티브 장치를 통해 사회·정치·문화 전반에 내재된 모순과 부조리를 탐구해 온 작가이다. 이들은 현실을 직접 재현하기보다 허구적 서사와 기계적 장치를 결합함으로써, 인간성과 이상,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고 이를 ‘또 다른 현실’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특히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센서, 시간 장치 등으로 구성된 기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감정과 상상을 작동시키는 매개로 기능하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을 물질적이고 작동하는 형태로 번역하는 장치로 등장한다. 〈심박 신호를 이용한 과자 포장 개봉 장치 제어 워크숍〉은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과 기계가 상호작용하는 참여형 장치로, 참여자들은 서로 다른 간격으로 깜빡이는 빛과 소리를 공유하며, 심호흡·명상·독서·연산 등의 행위를 통해 자율신경을 조절하고 서로의 심박 리듬을 맞춰나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네 사람의 심박 간격이 일치하는 순간, 비로소 기계가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던 신체 정보는 빛과 소리, 그리고 물리적 움직임으로 변환되어 외부로 드러나며, 개인의 생리적 상태는 집단적 조건 속에서 하나의 작동 요소로 편입된다. 이 작품은 신체와 기계가 분리되지 않는 공생적 구조 속에서 인간의 감각과 존재 방식이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그러한 시스템 안에서 인간의 주체성과 비판적 사유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또한 서로의 리듬을 맞추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긋남과 지연, 실패의 가능성은 시스템이 요구하는 완전한 동기화에 균열을 만들어내며, 청소년이라는 불안정한 신체가 데이터의 흐름을 교란하고 재구성하는 잠재적 행위자로 등장하는 순간을 드러낸다. |
| 우주+림희영, 〈심박 신호를 이용한 과자 포장 개봉 장치 제어 워크숍〉, 2026,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스텝모터, LED, 스피커, 전자장치(마이크로 컨트롤러, 블루투스, 심박측정센서), 과자, 알루미늄 프로파일, 126×85×131cm 사진(좌) : 우주+림희영, 〈사랑의 타워〉, 2008, 스테인리스 스틸, 마이크로프로세서, 직류전동기, 서보모터, 튜브, 자작나무, 기름, 115×55×40cm 사진(우) : 우주+림희영, 〈분홍색 기계〉, 2019, 스테인리스 스틸, 전자장치, DC모터, 실리콘, 우레탄 코팅, 48×27×45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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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는 2000년대 초 웹 기반 작업을 시작으로, 디지털 미디어가 작동하는 사회적·정치적 구조를 비판적으로 탐구해 온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초기 작업 〈양아치 조합〉(2002)에서는 이미지와 정보가 상품처럼 유통되는 구조를 드러내며 데이터와 자본의 관계를 제시했고, 〈전자정부〉(2003)에서는 개인정보 입력 과정을 통해 국가 권력과 데이터베이스가 결합된 감시 구조, 즉 디지털 판옵티콘을 비판적으로 드러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전술적 미디어’ 실천으로 이어지며, 작가는 미디어를 시스템 내부에서 구조를 드러내고 교란하는 장치로 사용해왔다. 〈Ghost(유령)〉는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에서, 플랫폼 자본주의를 하나의 ‘운영체제(OS)’로 바라본다. 물류, 데이터, AI, 플랫폼 노동이 연결된 이 시스템 속에서 인간의 신체와 행위는 데이터로 환원되며, 배달 노동자의 헬멧과 카메라는 감시 장치이자 인터페이스로 기능한다. 이때 유통은 상품을 넘어 노동과 경험 자체의 흐름으로 확장된다. 작품은 이러한 구조를 ‘렌더링 자본주의’라는 관점에서 비판한다. 오늘날 미술과 미디어는 현실을 생산하기보다 고통과 사건, 감정을 채굴하고 이미지로 렌더링하며, 인간은 경험의 주체가 아니라 데이터로 추출되는 존재—즉 ‘데이터 프롤레타리아’로 전환된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모든 것을 포착하지 못한다. 필름 이미지와 같은 비연산적 요소들은 데이터화되지 않는 잔여로 남아 ‘유령’처럼 떠돌며, 시스템이 환원하지 못하는 신체와 감각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팝업 워크숍(7월)에서는 음성사서함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 데이터 라벨러, 이주노동자, 청소년 등 다양한 페르소나의 목소리가 호출되며, 이는 이번 전시가 다루는 청소년을 플랫폼 노동과 데이터 환경 속에서 재구성되는 신체로 확장해 보여준다. |
| 양아치, 〈Ghost(유령)〉, 2026, 영사기 기반 작품 3점, 헬멧 기반의 프로젝터 작품 2점, 모니터, 음성 사서함, 가변설치, 가변시간(루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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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련은 동북아시아의 신화와 설화, 그리고 동시대에 왜곡·반복·유통·소비되는 ‘동양풍’ 이미지를 바탕으로 전통과 관습이 어떻게 변형되고 재현되는지를 탐구해 온 작가이다. 그는 저해상도의 이미지, 클리셰적인 장면, 번역된 언어와 같은 ‘불완전한 매개’를 통해 의미가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어긋나는 상태를 드러내며,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전통적 서사와 시각 체계를 다시 질문해왔다. 이번 〈한글 세대 를 위한 〉는 중국 청대 지괴 소설을 기반으로 한 참여형 작업으로, 관객이 직접 텍스트를 번역하고 필사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관객은 파자술사를 찾아간 것처럼 한자를 선택한 뒤 이에 해당하는 설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번역하고, 그 결과를 은색 벽 위에 필사한다. 이 과정에서 선택과 번역은 명확한 이해에 도달하기보다는 오해와 차이를 생성하며, 동일한 이야기 역시 서로 다른 해석으로 축적된다. 이 작품은 번역과 필사라는 느리고 신체적인 행위를 통해 의미 생성의 과정을 드러낸다. 특히 ‘원문의 빛을 차단하지 않고 그대로 비치게 하는’ 투명한 번역, 즉 구문을 자구 그대로 옮기는 극단적인 직역의 시도는 언어와 이미지, 해석 사이의 간극을 가시화하며, 서로 다른 의미들이 이어지고 봉합되는 이음매를 생생히 드러낸다. 이러한 지점에서 한글 세 대를 위한 〉는 《서서울의 투명한 | 청소년 | 기계》의 핵심 개념인 ‘코드, 번역, 신체’를 수행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번역은 하나의 코드 변환 과정이며, 필사는 신체를 통한 기록 행위로서 참여자를 일종의 처리 장치(인터페이스)로 위치시킨다. 나아가 이는 디지털 시대에 느리고 불완전한 인간의 해석 과정을 드러내는 한편, 청소년이라는 경계적 존재가 산 자와 죽은 자, 인간과 비인간을 매개하며 다수의 목소리를 대신 발화하는 상태를 은유하게 되는 것이다. |
| 최 수련, 〈한글세대를 위한 〉, 2026, 종이, 지류서랍장, 은묵, 소반, 붓, 가변설치 사진 : 광서귀사〉, 2024, 리넨에 수채, 유채, 은묵, 210×170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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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는 인간의 신체를 문화적 기억과 사회적 리듬이 축적되는 장으로 인식하며, 이를 문화인류학적 시선에서 탐구해온 안무가이자 예술가이다. 그는 협업, 강렬한 색채, 변형과 전이, 탈위계적 구조를 통해 신체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끊임없이 생성되는 유동적 상태로 드러내 왔다. 특히 아시아적 정체성이 담긴 시각적 장치와 서사를 움직임과 결합함으로써, 한국적 ‘탄츠테아터(Tanztheater)’의 영역을 독창적으로 확장하며 신체 표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핑크 박스: 몸투명몸 겹쳐지고 겹쳐지고, 뒤집어지고, 이어지고고고, 겹쳐진 채 어긋나고 어긋나고, 이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반반, 하나둘, 몸 아닌 몸, 몸 몸, 마음 얼굴 다리, 나뉘고 나뉘고, 다시—다시— 하나 셋, 머리 어깨 무릎 발 발발, 출발〉은 2012년 〈사심 없는 땐쓰〉에서 출발한 서서울미술관 소장작품을 확장·재구성한 작업이다. 작가는 전시실3에서 ‘다음 세대를 향한 예술의 방향성’을 신체적·공간적으로 구현하며, 미술관을 청소년의 감각과 주체가 발화되는 열린 장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이름을 지어주세요)〉와〈천차만별 시리즈〉,〈천하 중첩도〉 그리고 장영규의 〈사심 없는 땐스〉(2012) 로 구성된 이 공간에서 거울 구조에 투사된 2012년 청소년의 움직임은 현재 관람자의 신체와 중첩되며, 당시의 춤과 집단적 리듬은 하나의 세대적 코드로 작동한다. 이 코드는 시간의 간극을 넘어 지금의 신체로 전이되며, 신체를 매개로 과거와 현재의 감각이 연결된다. 동시에 관람자는 거울과 영상, 빛 속에서 자신의 신체가 분절되고 타인의 움직임과 교차하는 과정을 경험하며, 인지가 개인 내부를 넘어 매체와 환경으로 확장되는 ‘분산된 인지’의 상태로 전환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완성된 신체가 아니라, 신체가 조립되고 인식되는 과정과 조건이다. 청소년은 더 이상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코드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신체를 구성하는 주체로 위치하며, 〈핑크 박스〉는 그 권한을 청소년에게 되돌리는 예술적 자율성의 실험실로 기능한다. 연계 워크숍 〈사심 없는 땐스〉는 이 공간 안에서 진행되며, 청소년은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움직임을 생성하고 이를 타인과 공유하는 주체로 작동한다. |
| 안은미, 〈핑크박스: 몸투명몸 겹쳐지고 겹쳐지고, 뒤집어지고, 이어지고고고, 겹쳐진 채 어긋나고 어긋나고, 이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반반, 하나둘, 몸 아닌 몸, 몸 몸, 마음 얼굴 다리, 나뉘고 나뉘고, 다시—다시— 하나 셋, 머리 어깨 무릎 발 발발, 출발〉, 2026, 스테인레스, 알루미늄, LED 필름, 거울, 아크릴, 목재, 발포 폴리스티렌(EPS) 등 혼합매체, 가변설치 사진 : 안은미, <사심없는 땐스> (2012) 영상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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