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부드러움 속에 감춰진 단단한 생명력, 공진원 중견작가 진유리 개인전 《부드러운 중력》 개최

이화미디어 2026. 7. 1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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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러운 실이 단단한 존재감을 얻는 순간, 7월 15일부터 26일까지 KCDF갤러리 1전시실에서

– 코바늘로 쌓아 올린 붉은 에너지, 순환하는 삶의 리듬을 형상화하다

진유리《부드러운 중력》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김경배) ‘2026 KCDF 공예·디자인 공모전시 중견 부문에 선정된 진유리 작가의 개인전 부드러운 중력(Soft Gravity) 7 15일부터 7 26일까지 KCDF갤러리 1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코바늘 뜨기로 실을 잇고 쌓아 올리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탄생과 성장, 쇠퇴와 소멸이 분리되지 않는 순환하는 생의 리듬을 장신구와 대형 설치 작업으로 풀어낸다.

 

전시 제목 부드러운 중력은 여리고 부드러운 실 한 올이 한 코씩 걸리고 이어지며 단단한 구조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얇은 실이 장신구가 되고 벽면 작업이 되고 공간을 점유하는 설치 작업이 되는 과정에 주목하며, 겉보기에 말랑하고 유기적인 형태 속에 숨은 집요하고 강인한 힘을 보여준다. 

 

이는 단지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반복을 통해 작은 조각들이 모여 스스로의 밀도와 무게, 존재감을 획득해가는 힘을 의미한다.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진유리 작가는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실과 코바늘로 작업의 중심을 옮겨왔다. 날카롭고 견고한 금속의 면과 선으로 삶의 질서를 표현하던 초기 장신구 작업은, 가족과 부대끼는 일상 속에서 점차 유연해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손에 쥔 뜨개실에서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배운 손끝의 기억을 되살린 작가는, 이후 코바늘 뜨기를 자신의 작업 언어로 삼았다. 

 

기계의 도움 없이 한 가닥의 실과 하나의 코바늘로 시작해 끝맺는 이 방식은 고전적인 수공의 문법을 따르지만, 그 결과물은 현대 공예가 지닌 독자적 생명력을 드러낸다.

 

작가의 대표 장신구 작업인 '둥근 변이' 연작은 둥근 도넛 또는 나팔 모양의 형태 요소들이 모이고 증식하며 순환하는 생의 흐름을 형상화한 목걸이와 브로치 시리즈다. 

 

강렬한 붉은색과 미세한 변주는 둥글게 피어나는 형태 혹은 적혈구를 연상시키며 활동적으로 증식하는 생명력을 상징한다. 앞과 뒤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 형태의 조합은 시작과 끝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는 순환의 구조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평면과 오브제, 설치를 넘나드는 '붉은 변성' 연작에서는 혈관과 림프관을 연상시키는 늘어진 구조물과 생물학적 기관 같은 덩어리가 뭉치며 강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코바늘 뜨기를 거듭하며 선과 관, 구멍 난 반구, 둥근 덩어리로 전환된 형상들은 캔버스와 나무 패널, 바닥과 천장을 오가며 평면·부조·오브제·설치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기적인 풍경을 전시장 전체로 확장한다.

 

전시에는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장신구 작업 '선택'도 함께 소개된다. 동일한 재료로 만든 유사한 형태의 브로치들을 거울 앞에 두고 관객이 그중 하나를 고르게 하는 이 작업은, 크기와 비례, 밀도에서 미세한 차이를 지닌 선택지들 앞에서 관객 스스로 자신의 감각과 판단을 되짚어보게 한다. 

진유리《부드러운 중력》

작가는 오랜 시간 고심한 조형적 판단이 감상자에게 어느 정도까지 전달되는지, 창작자와 감상자의 감각이 만나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이 작업을 통해 되묻는다.

 

이처럼 전시는 장신구에서 출발해 평면과 입체 작업으로 범위를 넓힌다. 목걸이와 브로치 10여 점은 벽면과 전시대 위에서 관객을 맞이하고, 코바늘 작업의 모티프를 부조처럼 옮긴 캔버스 작업이 벽면을 채워 전시 전반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중앙홀에는 천장 구조와 연결해 늘어뜨린 오브제 작업을 배치해 관람의 흐름을 이끈다. 장신구와 평면, 오브제가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결을 내며 어우러지는 이 구성 속에서, 관객은 전시장을 걷는 동안 다층적인 감상의 경험을 하게 된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김경배 원장은 이번 전시는 삶의 전환기를 거치며 금속에서 실로 자신의 언어를 옮겨온 진유리 작가가, 반복과 순환이라는 공예 고유의 시간성을 통해 생명의 에너지를 형상화하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공진원은 개인의 서사를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확장해가는 작가들을 폭넓게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시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누리집(www.kcdf.or.kr)과 인스타그램(@kcdf_exhibition)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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