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무에서 발견한 삶의 리듬,공진원 신진작가 김민선 개인전 《보이지 않는 리듬》 개최
- 평면에서 부조와 입체로 확장된 직조, 9월 2일부터 9월 27일까지 KCDF 윈도우갤러리에서
- 퇴화하는 생명에서 마주한 역설적 풍경, 〈Rhythm〉 연작으로 선보여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김경배)은 '2026 KCDF 공예·디자인 공모전시' 신진 부문에 선정된 김민선 작가의 전시 《보이지 않는 리듬(Unseen Rhythms)》을 9월 2일부터 9월 27일까지 KCDF 윈도우갤러리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평면으로 짜인 직물이 부조와 입체로 확장되어 온 작가의 조형 실험을 신작 〈Rhythm〉 연작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전시 제목 《보이지 않는 리듬》은 직조라는 행위가 품고 있는 두 겹의 리듬에서 비롯되었다. 하나는 작업하는 몸이 만드는 리듬으로, 날실 사이로 씨실을 넣는 동작에 몰입하다 보면 손과 발이 일정한 박자를 타게 된다.
다른 하나는 실이 스스로 만드는 리듬이다. 팽팽하게 걸린 실들은 저마다의 장력에 따라 서로 얽히고 밀려나며, 늘어진 실 한 가닥까지도 화면 위에 고르지 않은 파동을 남긴다.
대학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한 후 영국 런던에서 텍스타일 석사과정을 마친 김민선 작가는, 이처럼 눈에 잡히지 않는 리듬을 직물의 표면 위에 시각화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연작의 출발점은 작가가 런던에 머물던 시기 공원에서 마주한 한 장면이다. 퇴화하고 있는 한 그루의 나무 곁에서 아이들이 그곳을 놀이터 삼아 뛰어놀고 있었다.
작가는 생명이 저물어가는 자리에서 오히려 강한 생의 에너지를 체감했고, 이 역설적인 풍경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연작의 기점이 되었다.
작가는 이 풍경을 직조라는 매체로 옮겨온다. 직조는 날실과 씨실의 교차라는 규칙 위에서만 성립하는 구조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이 얽매인 틀 안에서도 아이들의 시선처럼 자유롭고 유기적인 실의 리듬을 구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죽어가는 나무 옆에서도 새로운 놀이의 가능성을 발견하듯, 작가 또한 직조의 엄격한 조건 안에서 유기적인 형상을 탐구하며 직조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넓혀간다.
재료를 고르는 기준 역시 나무에서 온다. 작가는 나무의 메마른 질감을 담아내기 위해 광택이 적은 마사와 리넨사 등 식물성 섬유를 주로 사용한다.
가는 실로 촘촘히 짜인 화면은 묘사가 섬세해지는 대신 여백을 잃기 쉬운데, 작가는 실이 본래 지닌 두께를 인위적으로 줄이지 않음으로써 나무의 거친 표면에 가까운 결을 얻는다. 색을 다루는 방식도 같은 태도 위에 있다.
자연에서 온 섬유가 지닌 옅은 베이지빛을 지우지 않고 그 위에 염료를 얹어, 선명한 원색 대신 가라앉은 색을 남긴다.
작업은 드로잉에서 시작해, 어느 구간에 어떤 실을 넣을지 정하는 설계를 거쳐 실을 짜 올리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두 겹의 직물을 한 번에 짜 올리는 이중직 기법은 여기에 두께와 부피감을 더한다.
본래 두 겹을 맞붙여 내구성을 더하는 기법이지만, 작가는 실을 채우지 않은 틈을 곳곳에 남겨 뒤편이 비쳐 보이게 한다.
다 짜인 직물은 전통적으로 종이와 천을 다룰 때 쓰이던 밀가루 풀을 먹여 굳히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풀은 실을 단단히 붙잡아 평면이던 직물을 부풀어 오른 형태로 세우는데, 이때 작가는 실이 반듯하게 떨어지지 않도록 주름을 잡아낸다.
이번 전시는 연작의 출발점이 된 풍경을 전시장 안에 다시 세우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마사로 짠 〈Rhythm I〉과 리넨사로 짠 〈Rhythm III〉은 모두 세로로 길게 늘어뜨려 설치되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실의 방향과 함께 한 그루의 나무가 서 있는 듯한 인상을 만든다.
그 주변은 짙은 갈색의 구조물과 바닥에 깔린 톱밥이 채운다. 나무가 잘리고 부서지며 남긴 부스러기는 생이 저물어간 흔적이면서, 분해를 거쳐 다시 새로운 생으로 이어지는 재료이기도 하다.
실이 채워진 자리와 비워진 틈이 번갈아 이어지는 작품이 그 위에 놓이며, 전시장은 작가가 공원에서 마주했던 역설적인 풍경이자 그때 느낀 생의 리듬이 작품을 통해 되살아나는 자리가 된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김경배 원장은 "이번 전시는 직조라는 기법 안에서 자유로운 형상을 찾아내는 김민선 작가의 실험을 선보이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오랜 기법 안에서 새로운 조형 언어를 찾아가는 신진 작가들이 더 많은 무대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시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누리집www.kcdf.or.kr)과 인스타그램(@kcdf_exhibition)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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