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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울오페라앙상블 '사막 위 디아스포라', 시국정서와 맞닿은 깊은 울림

이화미디어 2024. 12. 1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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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페라앙상블 '사막 위 디아스포라'. 마지막 합창이 깊은 울림을 준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창작이란 무엇인가. 동시대를 살아내는 느낌과 통찰을 한 예술가가 작품에 담는 것이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사막 위 디아스포라'는 우리 예술가들이 할 수 있는 목소리내기, 잊지 않게 하기의 측면에서 충분한 수작이었다.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 장수동의 극본에 오예승 작곡의 작품이다. 오예승은 10년 전 아르코 오페라창작아카데미 출신이며, 아르코 창작산실로 ‘김부장의 죽음’을 작곡해 연극적 요소를 음악으로 잘 표현해 냈던 작곡가이다.

 

지난 11일과 12일 탄핵정국을 코앞에 둔 긴박한 시점에 이번 작품은 공연되었기에, 물론 극이 표현하고 있는 시리아 내전과 같은 국가적 포로의 전쟁 상황은 아니지만, 관객은 이미 ‘계엄’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선전 포고를 국가로부터 받았던 터라, 전쟁과 똑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소프라노 정시영(파견간호사 순이 역)과 테너 김중일(국경없는 의사회 의사 야마다 역)이 전쟁보다 생명이 중요하다 노래하며 열연을 펼쳤다.

 

디아스포라(Diaspora). 본토를 떠난 이주, 타국에서 살아감을 의미한다.

 

극은 3년 전 시리아 내전 상황의 난민수용소를 배경으로 한국인 파견 간호사 순이(소프라노 정시영 분), 국경없는 의사회 의사 야마다(테너 김중일), 난민수용소 감독관 탈리아(메조소프라노 신성희), 난민촌을 대상으로 불법술집에 무기와 마약거래까지 하는 아사드(바리톤 장성철)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또한 청년 구호활동가 오마르(바리톤 최병혁)와 나디아(소프라노 이소연), 종군기자 경훈(테너 유태근), 난민구호품 비행사 파비엥(바리톤 임희성), 수단 출신의 전쟁고아 카펠과 아말이 노래한다.

 

바리톤 장성일이 '밤의 지배자' 역으로 악을 표현하고 있다.

 

오예승의 음악이 5년 전 '김부장의 죽음'에서는 서사를 말로 전달하기 위한 노래의 느낌이었다면, 이번 <사막 위 디아스포라>에서는 극본의 함축적인 시어와 인물의 감정을 담아내는 노래로서 기능하고 있었다.

 

따라서, 극음악보다는 칸타타의 느낌으로 와 닿았고, 일부 노래에서는 칸초네나 샹송도 느껴졌다.

 

불현듯 작년 아르코창작산실에서 '크로스 콘체르토 프로젝트'를 통해 클래식과 재즈간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냈던 그녀의 이력이 기억났다.

 

공연 후 물어보니 이번 극에서는 예전처럼 연극적 전달보다 보다 자유로운 표현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지 작곡가의 말에도 그렇게 씌여 있었다.

 

소프라노 이소현과 바리톤 최병혁이 본국을 지키려는 청년구호활동가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마지막에 노이오페라코러스와 함께 모두가 합창하는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는 특히 울컥했으며, 스네어드럼의 긴박한 반주와 함께 경훈이 노래하는 ‘대답없는 전쟁’과 파비앵이 구호물품을 나르며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을 노래한 ‘야간비행’은 전쟁의 아픔을 실감나게 했다.

 

나디아와 오마르의 듀엣‘알카와카! -껍질’은 고향을 지키겠다는 두 젊은이의 의지가 느껴졌다.

 

극 초반 순이와 오마르의 노래 ‘생명은 국경보다 중요해’는 생명을 돌보는 의사의 마음이 잘 전달되는 노래였다.

 

또한 탈리아의 ‘해산하라 명령이다!’ 넘버와 아사드의 ‘나는 난민촌 밤의 지배자’는 아랍풍과 칸초네풍의 이국적 느낌으로 극의 다채로움을 살렸다.

 

mazlae@hanmail.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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