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25 년 17회아르코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지구온난화 오페라 1.5도 C'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한국창작오페라가 바뀌었다. 이제 신화, 전설, 역사를 소재로 한 오페라는 예전 이야기이고,현 시대의 고령화, 직업문제 등도 몇 년 전 트렌드다.
오페라는 합창단과 무대미술 등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므로, 각 지자체 보조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산실을 통해 선발되기에 여기에서 트렌드가 시작되는 것이 사실이다.
1월부터 공연 중인 2025년 17회 창작산실 6개 분야 31작품 중 오페라 5편의 주제는 AI, 지구온난화, SF등이다.
한음오페라단(제작 총감독 임헌량)의 '지구온난화 오페라 1.5도 C'는 2월 15일 세종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했고, 16일 당진 문화 예술회관에서 공연된다.
15일 세종 예술의 전당 공연에서는 최근 문화 예술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는 기후위기를 오페라에서도 직접적으로 스토리 있는 성악과 합창으로 잘 표현하여 인상을 주었다.
극은 2025년 여름 지구 온도는 1.2도 상승한 상태를 설정한다. 무대 바닥에는 비행선 모양이 새겨져 있고 기후위기센터의 상황실을 표현한 무대는 오르막의 이동이 가능한 반원형 구조물을 양분하여 여기에 성악가들이 오르내리며 열창한다.
극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그대로 담아내는 비장미 넘치고 박진감 있는 음악에 미니멀하지만 강렬한 비행선을 표현한 무대가 극의 공간에 집중시킨다.
그리고 과거 1769년 석탄시대 영국 산업혁명 선구자 제임스와트, 1859년 미국 펜실베니아 석유시추 현장까지 타임머신을 타고 2025년의 기휘위기센터 대원들이 돌아가 태양열과 풍력, 조력, 지열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지구온난화를 막아보려 시도하는 스토리 전개와 신을 표현하는 거대한 손 모양의 AI영상의 활용 등이 참신했다.
음산한 단조의 음악은 곧 웅장한 합창과 서양 중세시대 호케투스의 변형으로 중요단어를 남성, 여성 번갈아 메아리 식으로 주고받아 가사가 잘 들리게 하였다.
8마디 한 도막 정도의 합창에서도 의미 파악이 간혹 어려웠던 과거 합창의 문제점을, 이번 오페라에서는 기후위기의 설명은 대사로 하고, 핵심단어는 합창에서 음향으로 느끼게끔 강조해서 음악과 말의 양자토끼를 다 잡았다.
우리말 창작오페라에서 고음이라서 평상시 말소리와 많이 다른 여성 성악선율의 가사전달 문제는 항상 난제였다.
이를 이번 오페라의 ‘2050년 서울의 거리’ 장면에 지구 온난화로 아이를 잃은 어미가 목놓아 울고 부르짖는 장면에서 인상적으로 해결했다.
두 여성 소프라노가 서로 한 음절씩 주고받아 선율을 완성하기도 하고, 주요 의미단어는 가청음역대로, 조사와 어미는 한 옥타브 위로 올려 공명시켜 투명한 음색을 강조한 기법으로 여성 성악의 고음역만이 할 수 있는 투명함과 따스한 위로로 사건의 슬픔을 드러내어 주었다.
이렇게 오페라에서 성악 가사의 전달의 정확하고 효과적인 접근은 오페라가 음악과 줄거리가 있다는 것을 잘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런데 이번 극에서는 오페라 '윤동주', '유관순' 등 여덟 편의 다양한 현대적 오페라와 칸타타 합창음악을 작곡해 온 이력의 이용주 작곡가가 현 시대의 현안을 깊게 들여다보고 대본까지 직접 썼기에 가능했던 것인가 싶다.
스네어드럼의 리듬과 백정현 지휘 엠클래식 오케스트라(악장 장수민)의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로 기후위기의 긴박감과 박진감이 극 전체를 지배한다.
또한 기후위기대응센터 대원 역의 25명 위너오페라 합창단(단장 박순석)과 기후위기 대응센터를 총괄하는 과학자 서남기 박사 역의 성악가 김종우와 대원 강지호 역의 진성원, 박나리 역의 이한나, 이미나 역의 정아영 등 네 명의 남성, 여성 성악가들의 강렬하고 진중한 연기도 극에의 몰입을 이끌었다.
대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구 곳곳 해수면 온도는 48도를 웃돌아 붉게 물들었다. ‘신이시여! 이 재앙을 돌이킬 기회를 주소서’라고 합창단과 다함께 기도의 노래를 부르지만 결국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지구의 죽음에 임박한 운명의 시간인데, 오히려 이 장면의 노래는 지금까지의 긴박한 음악과 전혀 다르게 천국 같은 아리아풍이다. ‘핵 전쟁, 지옥불로 죽으나, 폭탄 맞아 죽으나 죽음을 피할 수가 없다’는 가사가 인상적인데, 네 명 주역 성악가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아름답게 불렀고, 과연 지구의 위기는 우리가 막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죽음에 순순히 응하며 지금부터 순조롭게 살아야 하는지 강렬한 메시지를 준다.
'지구온난화 오페라 1.5도 C'는 오는 16일 당진 문화 예술회관에서 오후 3시, 7시 두 번의 공연 관람이 가능하다.
변화하는 우리 창작오페라의 새로운 면과 가능성, 아르코 창작산실을 비롯해 각 지자체의 지원으로 크고 작게 그간 만들어져 온 많은 창작오페라 서로의 결실이 합쳐져 예술은, 작품은 그 다음을 만들어왔다는 것을 이번 공연을 보며 느꼈다.
많은 관람을 바란다.
mazl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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