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예술의전당 제작 오페라 '투란도트', 이 시대 필요한 평화 메시지 던져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영혼은 멀리 있을지 모르지만,
삶은 이 곳에 있어요.”
3막 칼라프의 이 가사가 투란도트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예술의전당 제작으로 22일부터 25일까지 4회 공연 중인 오페라 <투란도트>는 작곡가 푸치니의 유작으로서 미완의 결말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공연마다 다양한 결말을 선보이는데, 이번에 정선영 연출은 ‘평화’에 초점을 두었다. 투란도트가 낸 수수께끼 세 개를 다 풀고 반대로 자신의 이름을 맞춰보라고 퀴즈를 낸 칼라프, 주변의 종용에도 끝내 칼라프를 위해 그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류의 죽음. 칼라프가 자신의 이름을 투란도트에게 스스로 알려주었지만 투란도트는 “당신의 이름은 ‘사랑’이다”라면서 그에게 멀리 가라고 명한다.
지난 3일 기자간담회 소개대로 이번 <투란도트> 마지막에 투란도트와 칼라프가 함께 홍해를 가르듯 군중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뒷모습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는 아마도 지구 곳곳의 전쟁과 도처의 정치대립으로 고통받는 이 시대 우리모두에게 필요했던 평화의 메시지로 생각된다.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끌며 깊이와 색채감, 박진감 있는 투란도트 사운드로 극을 탄탄하게 받침해주었다. 증음정의 어둑한 분위기, 금관과 타악기의 고동 속에 극은 시작되어 곧 노이오페라코러스의 합창으로 귀를 사로잡으며 관객들은 오랜만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람하는 <투란도트> 속으로 이끌려가고 있었다.
오페라극장 4층까지 꽉 찬 관객들은 공연 주요 대목마다 브라보로 열광하였다. 칼라프 역 테너 백석종의 ‘아무도 잠들지 마라(Nessun Dorma)’는 시원한 음색 속 진심과 사랑이 느껴졌다. 류 역 소프라노 황수미 또한 1막 아리아와 3막 ‘얼음이 되어야 하는 그대(Tu che di gel sei cinta)’에서 곧고 풍성한 음성과 연기로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갑옷 같은 투란도트의 의상도 눈에 띄었다. 소프라노 에바 프원카는 등장부터 걸음걸이와 턱선과 눈길 등에서 압도적이었으며, 절도 있는 동작과 거칠 것 없는 시원한 음색으로 카리스마 있는 투란도트 역을 선사했다. 핑(바리톤 김종표), 퐁(테너 김재일), 팡(테너 서범석)의 노래와 2막 시작에 푸른 천을 펼쳐 연못을 직접 만들고 목욕하는 장면 등도 극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정선영 연출은 이번 무대 디자인을 직접 했는데 기존처럼 붉은색 황금색 중국 황실의 오색찬란함이 아니라, 전쟁 폐허의 함선으로 어둑한 갈색과 녹슨 회색, 그 속에서 강렬히 빛나는 핏빛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주어 어떤 장면에서는 무덤 같은 느낌도 주었다. 이러한 배경을 관객들이 시각적으로 보면서 투란도트 음악을 듣는 관객의 마음은 극을 보며 이미 새로운 세상을 바라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이번 오페라 <투란도트>에서는 투란도트의 비명과 절규. 이 공주가 쓰러져가는 황궁을 지키기 위해 시종 퀴즈를 내며 히스테릭하게 불러대는 고음들이 그렇게 높게만은 들리지 않으며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공연은 25일까지 세 번 더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