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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빠진 쉐프 넌버벌 비밥(Bibap), 뜰 수 있을까?

뮤지컬

by 이화미디어 2011. 6. 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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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1일 오후 세실극장에서 있었던 넌버벌퍼포먼스 비밥의 한 장면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작년 여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현지 언론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최철기 총감독의 쉐프(Chef!)가 비밥(Bibap)이란 공연으로 새롭게 변신해 지난 5월 27일부터 세실극장에서 상연중이다.

프레스시연회가 열린 5월 31일, 지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쉐프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국내에 선보이게 될지 꽤 궁금해하며 극장을 찾았다. 쉐프는 2010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진출한 10여개의 한국팀들 중 가장 인기있는 공연이었으니 상당한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말로만 들은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눈으로 보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제목이 바뀐 것 만큼이나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아예 새로 만들었다는 표현이 더욱 적절하리라. 한국의 전통음식 비빔밥을 주요 소재로 하여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코믹한 넌버벌 퍼포먼스로 만든 것으로 코믹한 몸짓과 트릭, 비보잉, 마샬아트, 그리고 비트박스 등을 활용한 점이 유사하긴 하지만 같은 재료라도 배합을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조리시간과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의 요리가 나오듯 비밥은 쉐프와 재료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요리가 되어 국내 관객들을 찾아온 것이다.

프레스시연회 이후 있은 기자간담회에서 왜 이렇게 바뀌었는지를 물었더니 에든버러 프린지에서와는 제작의도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는 다소 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간담회가 끝난후 홍보담당자와 다시 얘길해 보니 좀 더 정확해보이는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즉, 지난 여름 에든버러에서의 쉐프에서는 마샬아트가 가장 부각되었었는데 주로 영국 및 유럽의 관객들이 대부분이었던 당시와는 달리 세실극장에서의 이번 공연은 기존 난타, 점프, 사춤 등과 마찬가지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겨냥한 공연일 수 있는데 이들이 대개 한류붐을 타고 한국을 찾은 중국·일본 등 아시아 관객들이다 보니 정체성이 불분명한, 도저히 태권도 같아보이지도 않고 쿵푸와 사무라이 등을 연상시키는 형태의 마샬아트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어느 정도 작용한듯 하다.

사실 지난 여름, 쉐프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이 꽤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내가 공연을 보면서 가장 크게 거슬렸던 부분이 이 대목이긴 했었다. 동양의 마샬아트를 코믹한 넌버벌 퍼포먼스로 만든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던 것도 아니고, 굳이 점프가 아니더라도 최소리와 아리랑파티를 비롯 이미 다양한 시도가 있어 왔던 것인데 중요한 것은 가장 한국적이지 않은 버전, 국적불명인 마샬아트 형태로 만들어진 상태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전통음식 '비빔밥'을 홍보하는 공연이라는 점이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었다.

따라서 이번 공연을 보러가기 전에 기대했던 것은 이런 부분, 즉 마샬아트 측면에서 보다 한국적인 색채가 더 강화되어졌기를 내심 기대하였었는데, 실제 나타난 것은 마샬아트를 거의 없애버리고 비트박스의 비중을 높였으며, 보컬을 추가함으로서 뮤지컬적인 요소를 보강한 것 등이었는데, 이런 것들은 크게 문제삼을 점이 아니지만 가장 치명적인 것이 바로 드라마적 요소를 거의 빼다시피 한 것이었다.

에든버러 버전의 쉐프는 비빔밥과 관련한 이야기 한가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한편의 무협극이라고 볼 때에 국내 버전인 비밥은 마치 몇가지 메뉴들의 요리방법을 소개하는 'TV요리강좌'같다고나 할까? 당연히 요리강좌이므로 기승전결 따위는 필요치 않은 것이고, 그냥 식당의 메뉴를 순서대로 나열식으로 늘어놓으면 되는 식의 그런 느낌을 주었다. 그나마 순서대로 나열을 한것이라고 할지라도 점점 더 맛있는 음식이 나와주면 좋은데, 처음부터 마지막 메뉴인 비빔밥까지 분명 다른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조리법이나 양념 등 크게 달라보이지 않으니 자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공연에 대한 흥미는 반감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따라서, 5월 31일 프레스시연회에서 본 대로라면 솔직히 에든버러 버전이 더 나았다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태였는데, 일반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공연이 시작된지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앞으로 좀 더 두고봐야할 것 같다. 다만, 어떻게든 드라마적인 측면에서는 분명 좀 더 보강이 되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자간담회에서 최철기 총감독이 밝힌대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보여줄 우수하고 다양한 넌버벌 퍼포먼스가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현재로선 이 장르에서 최철기 감독이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흔히 하는 말로 최철기 감독을 뛰어넘을 만한 사람은 최철기 감독 뿐인 상태다. 하지만 이게 결코 좋은 게 아니란 거다. 빠른 시일내에 좀 더 쟁쟁한 경쟁 연출자들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강력한 경쟁자는 더욱 강력한 상상력을 일깨워 내게 도움을 주는 존재이다. 그런 경쟁자가 있어야만 발전도 있고 미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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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8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의 쉐프의 공연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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