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HAEPAARY(해파리)팀의 첫 공식 대면공연인 <Deep Sea Creatures> 공연이 지난 17일과 18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2021여우락페스티벌로 열려 마스크 쓴 관객들의 속을 시원하고도 뜨겁게 해주었다.
그룹 HAEPAARY(해파리)는 보컬 박민희와 사운드 최혜원의 여성 2인조이다. 각자 국립국악고등학교와 서울대를 나온 재원으로 박민희는 정가와 다원예술, 최혜원은 타악, 무용음악에서 활동하다 2019년 팀을 결성했다. 코로나로 2020년 이들의 주무대가 불가피하게 한국전통예술진흥재단, 온스테이지, 신촌전자라이브의 온라인 공연영상이 되었고, 덕분에 더욱 힙하고 감각적이게 한국 전통음악을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나아가 올 봄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최대음악마켓 2021 SWSX에 쇼케이스를 선보여, 미국 공영라디오 NPR의 프로그램 ‘올 송즈 콘시더드(All Songs Considered)’가 선정한 2021년 SXSW 기대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HAEPARRY팀의 첫 대중 앞 60분의 공연은 종묘제례악과 남창가곡을 소재로 앰비언트 뮤직, 일렉트로닉과 테크노, 전통악기로 만들어진 HAEPAARY의 이번 음악은, 바닷속 생물들을 형상화한 공예 무대미술(Ghost Shotgun 박혜인, 람한)과 곡마다 변화하는 감각적인 영상(.pic 노상호, 전현수)과 함께 관객의 가슴 속을 파고들며 꿈틀대고 요동쳤다. 공연 전 관객을 보통 때와는 다르게 무대 쪽으로 입장하게 하여 팀명인 '해파리' 등 바다생물이 가득한 무대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했는데, 이것이 관객에게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주고 공연의 원동력이 되었다.
첫 곡 '동창이'로 공연의 시작을 밝혔다. 징소리가 샘플링되어 반복되고, 평시조 '동창이 밝았느냐'의 가사가 박민희의 음성으로 라디오 이펙트되어 겹쳐진다. 오히려 여명이 밝혀지지 않은 밤의 기운이 곡명과의 아이러니 속에 묘한 기운을 만든다. 이내 두번째 곡 '희문'과 세번째 '전폐희문'으로 오히려 동창이 밝혀지는 듯 했다. 종묘제례악에서 남창으로 듣는 이 곡을, 여성인 박민희의 부드러움 속 추진력을 가진 목소리에 느낌있는 손동작, 최혜원의 대북소리의 고동과 박을 칠 때의 날렵함이 돋보였으며, 소리가 사라지는 시간(Decay Time)까지 여운을 주었다.
네 번째 '귀인-형가'는 그야말로 EDM댄스와 종묘제례악 보태평이 이렇게 콜라보할 수 있다니 감격과 경이의 순간이다. 초록 산호초 무대 속에 박민희와 최혜원의 아바타가 네 개 영상에서 '일무'를 춤추고, 실제들은 타이밍 맞춰 노래하고 자바라로 장단맞추니 더욱 신난다. 5 곡 '진찬'은 강렬한 비트 위에 옛 우리 고어 발음과 선율이 참으로 매력적이었으며, 6곡 '반너머'와 7곡 '철변두-송신'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슬픈 가사와 몽롱하게 반복되는 높은 배경음이 인상을 주었다.
다음으로 8곡 '소무-독경'은 4곡 '귀인-형가'의 무대가 더욱 발전해 자줏빛 산호초 무대 속에 박민희와 최혜원의 아바타가 네 개 영상에서 전통무인 '일무'를 추고, 박민희와 최혜원이 실제로 일무를 추어 더욱 생동감을 주는 클라이막스를 만들어냈다. 9곡 '태평가'에 이어 10곡 '부러울 것 없어라'는 남창가곡 '불아니'를 모티브로 감각적인 나래이션과 허밍이 인상적인데, 온스테이지 무대에서는 붉은 강렬함을 주었다면 이날은 푸른 배경으로 여름의 시원함을 주면서 11곡 '경포대로 가서'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전체적으로 HAEPAARY의 이번 공연은 우선 관객이 이들 팀을 실제로 무대에서 만난 기쁨이 무엇보다도 컸다. 또한 그간 온스테이지, 신촌전자 온라인 공연에서만 봤던 이들의 공연형태가 공예, 영상의 무대미술과 함께 실제 무대화한 60분의 공연에서도 기승전결로 관객을 일상탈출과 해소의 장으로써 안내할 수 있음을 일깨워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 둘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각자의 예술 영역의 경험치를 최대한 녹여내면서, 우리 전통음악이자 국가무형문화재 1호이고 세계 유네스코 유산인 종묘제례악을 잘 사용했다는 것이다.
한편, 2021여우락페스티벌은 월드뮤직그룹 공명과 일렉트로닉 락밴드 이디오테잎의 <공TAPE_Antinode>(7/23-24)으로 화려한 폐막공연을 갖는다. 올해로 12회인 여우락페스티벌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는 모토로 예술감독 및 음악감독에 원일, 양방언, 나윤선, 유경화, 이아람, 박우재가 차례로 맡았고, 한국전통음악을 기반으로 재즈, 굿, 인디밴드, 얼터너티브, 락까지 예술가들을 서로 만나게 해 새로운 음악이 꽃피게 했다. 바람곶, 이아람, 박경소 등 처음에는 신예였던 무수한 음악가들을 중진으로 키워내었고, 한국전통 음악의 원로부터 신예까지 두루 대중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장이 되어왔다.
기자도 2012년에 국립극장 대극장 앞 높다란 계단에 앉아서 한여름 여우락페스티벌 야외공연을 보던 기억이 난다. 그 때 그 시원한 국악팀들의 공연을 보면서, 내가 일상은 무엇을 하던지간에 가끔은 이런 좋은 공연보며 평생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인지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 국립극장 상징이자 운치있었던 그 높다란 계단은 겨울철 낙상 등 의 이유로 작년과 올해 국립극장 리모델링으로 사라졌다. 11년간 많은 것은 변했지만,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는 '여우락'의 정신은 많은 이들을 감화시키고 분명 우리 전통을 살려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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