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합창단 '코리아판타지' 포스터. 어미고래와 아기고래가 다정하게 헤엄치고 있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합창단의 <코리아 판타지>(오병희 작곡, 탁계석 극본, 안지선 각색 연출)가 8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속에 성황리에 공연되었다.

이번 공연은 국립합창단(단장 및 예술감독 윤의중)의 'Summer Choral Festival'로 기획되었다. 첫날인 24일 Festival I 은 국립합창단 대표 레퍼토리인 베르디 <레퀴엠>으로 코로나 속 강렬한 삶의 메시지를 남긴 데 이어, 둘째날인 25일 Festival II에서는 대한민국 극복의 역사를 담은 합창교향시 <코리아 판타지>로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해주었다. 

 

합창석을 한 칸씩 띄어 가득채운 120여명 국립합창단과 울산시립합창단(예술감독 겸 지휘자 박동희)의 모습에서 이날 공연의 위용을 알 수 있었다. I장 '숨'의 1곡 '비밀의 문'을 시작으로, 반가운 배우 이원종이 굵고 푸근한 목소리로 낭송하자 한반도 유구의 역사와 태고의 기운이 공연장 가득 울려퍼진다. 신석기 시대 울산 반구대 고래 암각화가 영상에 보여지고, 그의 목소리와 두둥거리며 공간을 울리는 북과 훈, 피리소리 등이 우리역사 태동의 거친 생명력을 전해온다. 

 

고래는 물에서 사는 포유류로 알이 아니라 새끼를 낳는다. 영장류 인간과 맞닿아 있고, 예로부터 우리에게 영감과 상상력, 그리고 생활력의 원천인 고래가 암각화 유적으로부터 우리 땅의 기원과 선조들의 예술성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그 고래는 바로 우리 한반도 역사다. <코리아 판타지>에서 극본을 맡은 탁계석 평론가는 선사에서 문명으로, 또 혹독한 일제강점기를 극복한 우리 한반도, 대한민국을 고래의 삶과 수난으로 표현해 우리를 환상적인 합창음악으로 인도하며 애국심에 불을 지펴 주었다. 

 

그렇게 우리 역사의 '비밀의 문'을 1곡 마지막에서 합창단의 '아!'하는 함성으로 여는데 그 하행하는 음계와 합창단의 음향이 신비로워서 미지의 세계 한복판으로 소용돌이치며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2곡 '풍요의 땅'은 '밭을 갈아라 씨를 뿌려라'라는 가사로 이 땅의 부지런한 백성의 생활이 4분의 4박자 다장조 웅장한 팡파레로 표현되어 충만감을 준다. 이어 <애국가>와 <아리랑>을 연상시키는 음진행이 합창으로 장대히 펼쳐지며, 1,2곡으로 이 작품전체에서 표현하려는 바, 이 땅 한반도 자체가 본래 가진 원초적 생명력을 각인시켰다.  

 

3곡 '은하수'는 소프라노 조윤정과 아역가수 홍승연의 맑은 화음이 어미고래와 아기고래의 모습을 노래하며 참으로 평화롭고 정답다. 4곡 '고래 사냥', 이원종의 나래이션이 긴박한 상황을 알리고, 합창단의 '아!'하는 외침과 빠른 리듬으로 한반도의 위기를 섬뜩하게 표현했다. 5곡 '끊어진 숨'은 <엄마야 누나야>가 구슬프고도 너무도 아름답게 합창으로 변주되는데, 엄마를 잃은 아기고래를 표현하며 지금까지 선보인 I장의 30분만으로도 충분히 오병희 작곡가의 매력적인 음향과 감수성으로써 <코리아판타지>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II장 '몽(夢)'에서 식민시대의 꿈, III장 '해(海)'는 광복, IV. '신(新)'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표현했다. II장 '몽(夢)'의 1곡 '달빛'은 잔잔한 여성합창이 무척 아련했고, 2곡 '고래의 꿈'은 윤동주 <서시>를 베이스바리톤 길병민의 차분하고 감미로운 저음으로 들으니 뭉클한 그의 노래에서 그가 윤동주이거나 식민치하 고뇌하는 지식인처럼 보이며, 나 또한 이 땅을 한 점 부끄럼없이 어떻게 지켜야겠나 생각하게 되었다.

 

3곡 '일어나라'는 안중근, 윤봉길, 유관순, 안창호 등 독립운동가 여섯 명이 보이고, 국립합창단 솔로이스트인 테너 김종갑, 박의준, 최성철 등이 '백성을 지켜내리라'하며 혼성합창과 함께 장대한 합창을 선사하며 큰 감동을 주었다. 4곡 '반달'은 식민시대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 <반달>(윤극영 작사, 작곡)이 운치있게 변주되며, 반쪽이 된 아기고래를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의 노래와 바이올린 솔로로 표현하며 마무리되었다.

 

III장 '해(海)'는 우리 한반도의 방패인 바다를 표현했다. 1곡 '바다의 문'은 알토 유송이와 테너 지재엽이 주고받는 선율이 점잖게 출렁이는 바닷물결 같다. 2곡 '폭풍'은 번쩍이는 번개와 폭풍을 격렬한 타악기와 합창단의 함성으로 나타냈으며, 3곡 '심해'와 4곡 '항해'로 깊은 바다를 헤엄치며 성장하는 아기 고래의 불굴의 정신을 3명 테너와 길병민, 합창이 '광명이 오리라'라고 노래했다.

 

IV장 '신(新)'의 1곡 '코리아 판타지'가 대미를 장식하며, I장 2곡 '풍요의 땅'에서 나왔던 <아리랑>과 <애국가>연상음 도 들리고, 특수타악기와 대북을 비롯한 전체 악기와 소프라노 류수진, 알토 김옥선, 테너 김영욱, 베이스 차광환과 합창 다함께 '대한민국 만세! 만만세!!'하자 관객들은 날마다 새롭게 도약할 대한민국의 힘찬 미래를 희망하며 열렬히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합창교향시 <코리아 판타지>로 우리 역사와 동심, 불굴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은 K-Classic 합창의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그 첫 번째는 지난 3월 공연된 3.1절 기념 창작칸타타 <나의 나라>이고, 오는 10월 12일 그 세 번째 작품인 한글날 기념 창작칸타타 <훈민정음>을 다시금 탁계석 극본, 오병희 작곡, 안지선 연출로 공연해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릴 예정이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며, K-Classic 시리즈가 음원으로도 되고, 공연 또한 3.1절, 광복절, 한글날에 지속적으로 되어 우리 문화와 역사, 사명을 자주 되새길 수 있도록 되어야겠다. 

 

국립합창단 <코리아판타지> 커튼콜 장면. 

 

mazl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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