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오페라 '허왕후'. 철기문명으로 교역강국 해상강국이었던 우리문명의 가야 건국을 실감나게 잘 표현했다.  ⓒ 서울오페라페스티벌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제6회 서울오페라페스티벌(예술총감독 신선섭)이 강동아트센터에서 10월 1일부터 9일까지 성황리에 대장정을 마쳤다. 국립오페라단 초청작 <라 보엠>, 어린이 오페라 <사랑의 묘약>, 창작오페라 <배비장전>, 샹송 드 오페라 <카르멘>, 그랜드오페라갈라쇼, 창작오페라 <허왕후>를 선보이며 오페라의 다양하고 깊은 면모를 만나는 뜻깊은 장이 되었다. 
 
1,2일 공연된 개막작 <라 보엠>(지휘 김광현, 연출 김숙영)은 국립오페라단이 2년간 전국 순회공연해 온 작품으로 누구라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세심한 연출이 돋보였다. 10월 1일 공연에서 로돌포 역 테너 박지민과 미미 역 소프라노 서선영은 애틋한 열창으로 청년의 고뇌와 사랑을 가슴 깊이 느끼게 해주었다. 올해 카디프 콩쿠르 우승으로 주목된 마르첼로 역 바리톤 김기훈 또한 무제타 역 소프라노 김유진과 경쾌하고도 우애깊은 사랑을 선보였다. 
 
8일 공연으로 본 폐막작 <허왕후>(예술감독 신선섭)는 철기문명과 가야금, 야비한 사랑과 고귀한 사랑이 가야 건국을 향해 빠르게 펼쳐지는 수작이었다. 김해시와 김해문화재단의 지역문화육성사업에 선정되어 김숙영 연출가가 대본을 쓰고, 작곡가 김주원이 작곡한 작품이다. 

커튼콜 때 '합창 - 김해시립합창단' 자막이 뜨는데 내 마음 또한 울컥했다. 이번 <허왕후>에서 1막 합창 '우리가 여기 이 땅에 태어났다'부터 전막을 통해 합창의 깊은 울림이 컸기에, 2000년 전 역사를 이렇게 지역문화로 이어가는구나 하는 감동 때문이었다.

김숙영 연출이 대본도 쓰고 이번 <허왕후>의 연출을 했는데 갈등요소와 극의 흐름이 '가야건국 신화'라는 주제로 잘 녹아났다. 보통 오페라의 2막에서 갈등이 전개될 때 지루해질 수가 있는데, <허왕후>는 1막부터 철기제조장을 배경으로 2막 아유타국 등 주변국과의 연회장면으로 해서 가락국(가야)의 대표특징인 철기문명과 해상교역, 현악기 가야금, 왕족의 사랑과 왕위찬탈 모함의 내용이 서로 연관을 가지며 잘 펼쳐져 보였다.

1막, 무대를 천장부터 가로질러 꽂혀진 큰 칼이 위용있다. 야철대사장과 김수로는 철기를 제조하고 있다. 이진아시 역 바리톤 이규봉의 중후팽팽한 노래가 철강왕국 가락국의 자긍심을 느끼게한다. 왕좌를 노리는 형 이진아시와 백성만을 생각하는 김수로의 갈등, 김수로에 호감을 느끼는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과 그 시녀인 디얀시, 그리고 김수로와 이진아시를 이간하고 디얀시를 유혹해 철기제조술을 빼돌리고 사로국 왕이 되려는 석탈해의 노래가 합창(김해시립합창단, 지휘 최인환)과 주조역 아리아로 유려하게 전개된다. 

2막 가락국의 주물예식, 무대 가운데 높은단에 서서 야철대사장 역 베이스 윤병삼과 합창이 '철의 나라 가락국이여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자!'고 노래하니 신전의 위엄이 돈다. 에매랄드 색 주홍빛 화려한 의상에 최진아무용단의 춤이 가야국의 신비로움을 한껏 돋운다. 어느덧 왕을 정하는 자리에서, 이진아시 편의 유천간(테너 이희돈)과 김수로 편의 신귀간(베이스 박준혁)으로 갈린 9간 족장들의 노래가 긴박감을 조성한다. 미림이 김수로가 제작도와 비밀문서를 빼돌렸음을 실토하고 김수로는 9간과 백성앞에 무릎꿇는다. 

3막 1장 가야금에 대한 찬양은 특히 아름다운 연결이었다. 허황옥 역 소프라노 김은경은 오직 가야금의 오동나무만이 햇빛에 말린다며 부드럽고 의지적 목소리로 디얀시를 잘 회유하고 있었다. 3막2장 결국 디얀시 역 소프라노 서예은이 '내 어리석음이 부끄러울 뿐..'이라며 석탈해의 계략을 슬프게 노래한다.

분노한 석탈해가 디얀시를 칼로 찌르고, 허황옥과 석탈해, 그리고 김수로의 칼싸움 장면도 실감난다. 석탈해 역 테너 민현기의 카랑카랑한 고음과 비열함도 활약이 돋보였다. 결국 디얀시가 죽고, 슬픈 허황옥의 '디얀시...내 오랜 친구여' 아리아가 슬픔을 전하는데, 이 죽음과 슬픔이 가야국과 아유타국 결혼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임을 이 아리아로 잘 전하고 있다.

4막 높은 성벽의 바다마을, 아유타국 상인과 사로국 상인과 백성의 철기를  팔고 물건을 사는 모습이 흥겹다. 김수로는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을 가락국의 국모로 맞이하고, 허왕후와 높다란 배를 타고 들어오는데 그 위용이 대단하다. 왕과 왕비의 찬란한 금관이 빛나며 이날 전막을 통해 희로애락을 보여준 김수로역 테너 정의근과 허왕후 역 소프라노 김은경의 듀엣이 새나라 건국의 의지에 감동스럽고 벅차다. '이 땅을 만들고 가꾸어가리, 내일도 모레도 영원히 오늘만 같아라!'

오페라 <허왕후>에서 김주원 작곡의 음악은 박진감 있는 리듬반주 위에 다채로운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장면과 감정전환이 빠르게 되며, 많은 양의 가사를 잘 집중되게 전달이 되었다. 과연 도이치그라모폰에 한국인 최초로 가곡을 올린 작곡가 다웠다. 뮤지컬과 가곡의 중간정도의 느낌으로 우리말 음절과 어절을 살린 선율선로 오페라 가수가 가사를 전달하기 수월했다. 이효상 지휘의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 또한 성악을 뒷받침하면서도 오케스트라적 색채를 잘 어필했다. 
 
지역오페라, 우리말 오페라는 이제 익숙한 트렌드다. <허왕후>는 과거의 역사를 우리의 현재와 연결할 젊은 오페라임에 분명했다. 이제 작곡가라면 누구나 오페라 포트폴리오 하나씩은 있게 될 것이고, 가야의 금빛 문명처럼 오페라 르네상스가 한국에서 이뤄질 것이다. 오페라 <허왕후>를 관람하던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느끼며, 강동구 축제로 자리잡은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의 성공적 진행을 축하한다. 더불어 이 땅에서 오페라 제작과 참여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건투를 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