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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뮤지컬 '엘리자벳', 죽음이 사랑한 만인의 연인

뮤지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8. 12.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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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엘리자벳’ 중 루케니(박은태 분). 엘리자벳을 죽인 이유에 대해
100년째 밧줄에 묶인 채 재판을 받는다. ⓒ EMK뮤지컬컴퍼니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판사의 음성과 함께 100년째 끝없는 재판을 받고 있는 루케니가 등장한다. 그는 미모와 자유분방한 삶으로 만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황후 엘리자벳을 죽인 이유에 대해 목이 밧줄에 묶인 채 재판을 받고 있다. 루케니는 엘리자벳이 ‘죽음’을 사랑한 것이라 주장하며, 극 중간중간 그 과정을 설명하고 노래한다.

극은 엘리자벳이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와 결혼하고 아들 황태자 루돌프를 낳고 결혼생활을 하면서 죽기까지 겪는 모습을 ‘죽음(Tod)’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독특한 형태로 그린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모차르트!’, ‘레베카’ 등을 쓴 실베스터 르베이와 미하엘 쿤체의 첫 번째 콤비 작품으로, 1992년 9월 비엔나 초연이후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세계 10개국에서 9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유럽 최고의 흥행대작이다.

1996년 아시아 진출로 일본에서 전례 없는 흥행을 거두었고, 한국에는 2012년 초연부터 예매 매진 등의 큰 호응에 이어 올해는 새로운 넘버 추가와 2중 회전무대와 4개의 리프트, 11미터에 달하는 브리지(Bridge) 등의 무대장치 추가로 더욱 스펙터클한 ‘엘리자벳’을 선보이고 있다.

8월 9일 공연에서 본 뮤지컬 ‘엘리자벳’은 전체적으로 록 음악 같은 강렬하고 선명한 선율의 음악과 반주, 배우들의 흠잡을 데 없는 시원한 노래와 연기에 솔로와 듀엣, 군무 등이 모두 조화롭게 잘 어울리고 있었다. 무대 역시 웅장하고 호화스럽게 궁전을 표현하는 굵직한 기둥들, 금장식, 침대, 커다란 거울 등과 함께 궁정 외부와 내부를 나타내며 다채롭게 변하는 배경 영상과 조명으로 입체적이고 효과적으로 장면을 표현한다.

▲ 엘리자벳(김선영 분)과 황제 요제프(민영기 분). 자유분방한 엘리자벳은
요제프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결혼생활에 지쳐간다. ⓒ EMK뮤지컬컴퍼니


1막 중반까지는 루케니의 재판, 엘리자벳이 공중 외줄타기 중 낙하로 ‘죽음(Tod)’과 처음 마주치지만 엘리자벳의 아름다움에 반한 ‘죽음’이 그녀를 구해준다는 내용, 엘리자벳의 언니와 선을 보게 된 요제프가 막상 엘리자벳에게 반해 그녀와 결혼하게 되는 과정, 결혼 후 시어머니인 대공비 소피와의 불화 등이 극의 형식에 적응되기 전에 빠르게 전개되어 다소 내용이해가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요제프와의 결혼축하 무도회 장면부터 본격적으로 이 극의 성격이 드러나며 박진감이 넘친다. 무대 뒤편에서 중앙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죽음’이 엘리자벳을 향해 "마지막 춤"을 노래하는데, 8월 9일 공연에서 ‘죽음’역의 전동석은 중후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 파워풀한 가창력에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무대를 압도했다.

대공비 소피 역 이정화는 다소 저음의 굵고 늘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엘리자벳의 아들 루돌프 황태자를 엄마에게서 떼어놓고 자신이 직접 교육시키는 시어머니 역할을 맛깔스럽게 잘 표현했다. 힘든 결혼생활에 지쳐 침실문을 닫아버린 엘리자벳에게 “엘리자벳, 문을 열어주오”라고 요제프는 간곡히 부탁한다. 요제프 역의 이광용 역시 엘리자벳을 사랑하지만 황제로서 어머니 대공비를 거스를 수 없는 역할을 잘 표현해 냈다.

엘리자벳은 ‘나냐 어머니냐’ 선택하라며 요제프에게 최후통첩의 편지를 보낸다. 엘리자벳 역의 김선영은 잔잔한 선율을 카리스마 있게 담담한 어조로 잘 표현했으며, 이후 파워풀한 부분의 노래나 연기에서도 전반적으로 이전 뮤지컬에서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좋았다. 요제프는 엘리자벳을 선택하겠다고 답하고, 엘리자벳과 요제프, 이들을 지켜보는 죽음의 멋진 삼중창 "나는 나만의 것"으로 1막은 화려하게 끝이 난다.

2막 시작은 루케니 역의 박은태가 객석에서 등장하며 관객의 눈길을 끈다. 박은태는 죽음 역 전동석과는 또다른 매력의 시원한 고음과 날카로운 음색으로 극을 이끌어갔다. 2막엔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또한 뮤지컬 넘버들도 귓속에 쏙쏙 꽂히는 선율들이 많다. 대공비는 "우리냐, 그녀냐"라는 노래를 부르며 요제프가 사창가 여자들에게 유혹받도록 계략을 꾸민다. 한편, 황태자 루돌프는 기자로 가장해 신문에 아버지 요제프를 비난하는 글을 써서 정치적으로 반기를 든다.

죽음이 루돌프를 찾아와 어두운 다리를 배경으로 부르는 노래 “그림자는 길어지고”도 무척 멋있다. 죽음 역 전동석의 파워풀한 목소리 사이로 루돌프 역 김이삭의 고음의 목소리가 시원하게 뚫고 나온다. 루돌프의 죽음에 엘리자벳은 오열하며 자신도 죽음을 원하지만, 약해진 엘리자벳을 죽음은 원하지 않는다.

▲ 황태자 루돌프 아역(윤예담 분)과 죽음(전동석 분). 황태자 루돌프는
결국 죽음의 손을 맞잡는다. ⓒ EMK뮤지컬컴퍼니


평생 엘리자벳만을 사랑한 요제프가 엘리자벳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엘리자벳은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이 때 둘이 부르는 잔잔한 2중창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는 무척 감미롭다.

바닷가 외로운 곳에서 엘리자벳은 루케니에 의해 칼에 찔린다. 무대 오른쪽 뒤 다리 위에 휘황찬란한 흰색 옷을 입은 죽음이 등장하고, 엘리자벳도 어느새 검은옷을 벗고 눈부신 흰옷을 입고 죽음에게로 다가간다. 다리 위에서 둘이 부르는 듀엣 "베일은 떨어지고"는 가슴 벅차게 극의 판타지적인 대미를 장식한다.

공연 후 커튼콜에서는 전원 기립의 진귀한 광경이 벌어지며 관객들은 무대와 배우들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국내 공연장 객석에서 흔한 모습은 아닌데, 뮤지컬 '엘리자벳'은 2012년 국내 초연 때부터 매공연 전석 기립박수 행진이라더니, 이번 공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관객들은 모든 배우들이 등장할 때마다 열렬히 박수를 치며 작품과 배우에 대한 크나큰 만족을 표시했다.

옥주현, 김소현, 김준수, 박효신, 전동석, 이지훈, 박은태, 민영기, 이광용, 이정화, 김이삭, 노지훈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엘리자벳’은 9월 7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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