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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홍대 클럽 타 'EAM Concert in the Club'

콘서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1. 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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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두진의 "Landscape on the Hongdae Street by Drum and Sonic Landscape". 홍대거리의
번화한 소음, 사람소리 등이 겹친 전자음향이 드럼연주와 교묘히 잘 어울린다.

'틀에 박힌 전자음악은 가라!'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일단 클럽하면 금요일 밤 광란의 파티를 연상하게 된다. 홍대, 이태원 등 국내에 클럽파티로 번화한 곳이 몇 지역 있지만, 그 중 단연 으뜸은 역시 홍대다. 강한 비트의 고동, 화려한 조명, 각종 언더그라운드와 인디밴드 가수들의 실력을 겨루기도 하는 이곳에 실험음악으로 알려진 '전자음악' 밴드가 무대에 섰다.

사실 생소한 분야,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분야라 해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또 사실 쓰임이 많은 분야가 사운드 아트이고 또 그와 연계된 분야가 전자음악, 컴퓨터 음악이다. 컴퓨터, 전자 장비를 사용해 음악을 만들고, 사운드를 창조해 낸다.

11월 3일 저녁 7시, 홍대 라이브 클럽 '타'에서 “EAM(Electro Acoustic Music) Concert in the Club” 이 공연되었다. Sonic Art Field Club Concert Series I으로 진행된 이번 콘서트는 기존학계의 틀에 박힌 전자음악회 형식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기획된 음악회이다.

사실, 그들 - 안두진, 조진옥, 남상봉 -이 그 '틀에 박힌' 전자음악회를 오랫동안 해왔던 이들이라 더욱 놀라웠다. 이날 이들은 곡 스타일이나 무대진행과 구성, 그리고 관객의 호응 면에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클럽스타일에 잘 어울리면서도 더욱 실험적이고 세련된 전자음악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 '문화의 다양성'을 홍대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EAM Concert를 소개하는 안두진 교수.


이번 공연의 첫 구상을 했다는 안두진(현 백석대학교 겸임교수, 전 한국전자음악협회 회장)은 "문화의 다양성을 이야기하며 지나간 자리가 아닌 현재를 ‘홍대’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공연취지를 밝히며 첫 곡 "Tribute to Eric Satie"를 시작했다. 그가 ‘시대 정신’을 잘 반영한 작곡가로 꼽는 ‘에릭사티’와 ‘브라이언 이노’를 한 작품안에 연결했다. 에릭 사티의 피아노곡 전곡인 47개를 8분 안에 압축해 넣고, 새로운 전자음악세계를 펼친 브라이언 이노의 음악을 그 저면에 녹여낸 작품이었다.

여러 층위의 에릭사티의 피아노곡과 그의 음악이 사용된 영화장면의 나래이션 등이 동시에 들리는데도 각각이 잘 어우러졌다. 그것이 전혀 이질감을 주지 않고 브라이언 이노를 연상케 하는 전자음악 배경과 어울렸다. 또한 그 위에 플룻의 선율이 때때로 실황으로 짧게 연주되는 것이 한편 목가적이고 우수에 찬 느낌까지 불어넣어 주었다.

작곡가들은 작품 시작 전에 작품을 소개하고, 작품 후에 관객의 질문을 받기도 하며 관객과 하나된 무대를 만들었다. 조진옥(서울대 작곡과, 일리노이음대 박사, 중앙대 강사)은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며 또한 자신의 작품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어려운 현대음악 테크닉의 플룻 연주도 수준급이었는데, 그의 작품 "Deep Breathing for Flute and Live-processing"은 플룻 연주에서 뽑아낸 숨소리가 컴퓨터로 실시간 처리되며 신나는 비트와 함께 미디 컨트롤러로 처리되는 작품이었다. 직접 악기연주에 컴퓨터 조작까지 쉽지 않을 텐데도 어렵지 않게 여유를 보이며 작품을 잘 만들어냈다.

▲ 조진옥의 "Deep Breathing for Flute and Live-processing". 플룻연주에 미디컨트롤러
조작까지 동시에 하며 컴퓨터 처리된 플룻의 숨소리가 신나는 비트와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남상봉(서울대 작곡과, 신시내티음대 박사, SNUCAT 연구원)의 “Awaken 2"는 염불 드리는 소리를 음소재로 했다. 이 작품은 미국의 2011년 SEAMUS(Society for Electro-Acoustic Music in the United States)에서 그의 ”Awaken"이 2등상을 수상한 후 다음년도 작품으로 위촉받아 만든 작품으로 나무장작이 활활 타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듯한 영상(영상 채희석)을 배경으로 강렬한 대고의 고동이 계속되었다. 보통의 복잡한 변조과정을 거치거나 많은 덧입힘이 있는 전자음향과 다르게, 선명한 대고의 울림과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틱틱거리는 노이즈로 변모하여 실제악기와 전자음이 한 작품안에 시간적으로 대비되며 좋았다.

안두진의 "Landscape on the Hongdae Street by Drum and Sonic Landscape"는 홍대거리의 번화한 소음, 사람소리 등이 여러 층위로 겹쳐 들린다. 이어서 드럼이 화려한 솔로 연주를 한다. 이 둘이 점차 간격을 좁히며 이내 그 여러 층위의 홍대앞 거리의 왁자지껄한 소리를 배경으로 드럼이 조심스레 자신의 소리를 얹어간다. 안 어울릴 듯 어울릴 듯, 조금 견주더니 속도가 붙었다. 마치 홍대거리 한복판에 있으면 이렇게 드럼을 연주하리라.

드럼연주를 한 김현종은 무대가 끝나고 “공연 2주전인데도 테잎이 안와 공연을 안 하는 줄 알았다(웃음). 막판에 테잎을 받아 이 소리를 듣고는 난감했지만 할수록 새로운 음향이 나왔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공연전반부에 한 관객의 “과연 전자 컨트롤러에 의한 실시간 퍼포먼스가 작곡일 수 있는가. 만약 나무 조각 한 덩어리가 있다면 그것으로 무엇이라도 실제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작곡가가 새로운 조각칼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조각칼로 조각을 아주 잘하진 못하더라도 조각칼을 만든 것 자체도 아주 새로운 예술이랄 수 있다”라고 답해주어 이날의 콘서트가 오히려 일반 공연장에서보다 더욱 심도 있고 철학적인 접근까지 자연스레 다가갈 수 있는 자리임을 느낄 수 있었다.

▲ 남상봉의 “mPoi”. 쥐불놀이를 악기화하여 원운동마다 변하는 미묘한 윙~윙~소리가 인상적이다.


이어진 조진옥의 “CoCo-Can for Audio and Visual”은 음료수 깡통 소리를 소재로 한 오디오-비주얼 작품(영상 조영미)이었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은 남상봉의 “mPoi”였다. 민속놀이의 하나인 쥐불놀이를 악기화하여 전자음악으로 만든 것이 기발했다. 작곡가 남상봉은 때론 눈을 감고 음미하며 쥐불을 천천히 돌리다가 점차 세게 돌리며 그 안에서 여러층으로 미묘하게 윙~윙~거리는 전자음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영상은 채희석과 이날 처음 맞추었다는데, 횃불같이 밝게 원형으로 빛나는 형태가 쥐불놀이 악기의 원운동과 그 소리의 다양성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좁은 좌석과 엄숙한 분위기의 공연장을 벗어나 자연스런 만남과 술, 음악이 함께하는 편안한 분위기의 공연에 무언가 즐거웠고 오히려 배우는 점이 많았던 공연. 그래도 가방끈 긴 사람들이 하는 음악회라 별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었다. 어떤 이에게는 영감도 주었으며, 어떤 이에게는 휴식이 되었다. 수준 높으면서도 격식을 허문 자리, 관객과의 활발한 소통, 제도권에서는 말할 수 없었던 것을 말로든 음악으로든 풀어내는 자리가 되었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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