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연극 '햄릿'이 2024년 6월 9일부터 9월 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세 번째 시즌을 맞는 '햄릿'은 2016년에는 햄릿 역의 유인촌을 포함 연기 인생 도합 422년 내공의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한 9명 배우가 모여 28회 공연을 전회 매진시켰고, 2022년에는 팬데믹으로 움츠러든 연극의 활성화를 위해 초연의 원로 배우는 조연과 앙상블로 물러서고 햄릿 강필석, 오필리어 박지연을 포함 젊은 배우들이 가세하여 16명의 배우가 세대를 뛰어넘는 명품 연극을 완성,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2024년의 '햄릿'은 ‘공연 수익은 차범석연극재단과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라는 목표를 가지고 한국 연극계의 전설적 원로들과 중추를 이루는 중년 배우들, 그리고 햄릿 역의 강필석, 이승주를 비롯한 한국 연극의 미래를 이끄는 젊은 배우들까지 24명의 배우가 모여 펼치는 한바탕 축제로 80여 일 동안 관객들을 만난다.
연출의 글 - 삶과 죽음의 경계 허물기
손진책(연출)
셰익스피어는 '햄릿'을 통해 죽음의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찾아보라고 강박하는 동시에 죽음을 통해 우리 시대의 진정한 삶을 조망해 보라고 웅변합니다. 일반적으로 삶과 죽음은 명확한 경계를 짓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경계를 걷어내어 삶과 죽음을 하나의 연속체로 이해한다면 이 두 개념은 혼재되어 있는 것이 되겠지요. 햄릿이 사는 삶의 시간과 선왕 유령이 사는 죽음의 시간이 빗장 풀린 문 사이로 흘러들어 삶과 죽음이 혼재하는 것을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햄릿'은 살아있는 배우 4명이 죽음의 강을 건너와서 죽은 영(靈)들, 즉 사령(死靈)들의 연극 햄릿과 같이 호흡하고 다시 죽음의 강을 건너 이승으로 돌아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 허물기입니다.
이번 '햄릿'은 20세기 후반의 그 ‘역사의 종말’ 이후 풍경 속에서 펼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풍경이란 서구 중심의 역사철학, 즉 고대, 중세, 근대, 후기 근대로 이어져온 그 모든 시간의 흐름이 소진된 풍경이죠.
'햄릿'이 상복을 벗지 않는 이유, 이 연극 속의 주요한 인물들이 죽은 채로 살아있는, 비존재의 존재로서 사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유령의 입장에서 산 사람들의 동태를 살펴보고 또 그 역으로도 살펴보는 것이 이 연극의 기본 시선이고, 그러한 시선 아래서 스스로를 자각하는 연극입니다. 관객들 역시 삶의 의미를 찾기보다는 삶이라는 것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햄릿'은 새로운 친화력으로써 사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사느냐 죽느냐” 고뇌하는 햄릿이 아니라 “우리는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는 법을!”라고 일갈하는 햄릿을 발견할 것입니다.
검은 옷을 입고 벗고 하는 가운데 삶과 죽음은 무대 위에서 교차합니다. 이렇게 유령들의 시선 아래에서 연극이 진행되게 한 것은 SF 작가 아서 클라크의 '스페이스 오딧세이' 서문에서 기인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지구 위를 다녀간 사람들은 거의 천억 명에 달한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 각자의 등 뒤에 대략 서른 명의 유령들이 서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서른 명의 보이지 않는 비존재의 유령들을 거느리면서 지켜보는 상상적 연극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런 상상적 연극을 현실화시키는 것은 삶이 그만큼 파국 상태이고 예외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유령의 시선으로 생각해 봅니다. 이는 모든 것이 망라된 우주기억에 접속하는 유령이 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선악과 욕망 그리고 권력의 암투로 시끄러운 궁정에서 정말 사랑이 성립하는지, 또 순수한 마음이 유지될 수 있는지를 성찰하는 시선입니다. 하나의 시선에 대해 또 다른 시선들이 들이닥치고 서로 교차합니다.
이번 햄릿에서 이 유령들의 시선은 죽은 자들의 영혼을 씻기는 과정과 함께 씻김한 이후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지렛대 같은 것입니다.
햄릿과 오필리어의 영혼을 씻기는 것은 물론이고, 아들을 위해 죽은 거트루드의 영혼을 씻기는 것이고, 권력과 사랑을 향해 간계와 지혜를 부렸던 클로디어스의 영혼을 씻기는 것이고, 광대처럼 엿들으면서 햄릿 전체에 감시의 분위기를 불어넣은 폴로니어스의 영혼을 씻기는 것이고, 죽은 가족에 대한 복수심에 사그라지고 마는 레어티즈의 영혼을 씻기는 것입니다.
이런 씻김은 부정한 것을 정화하고 그 터의 주인됨에 얽매여서 본래 하늘을 마음에 모셔야 하는 것을 망각한 우리를 각성시키는 행위입니다. '햄릿'은 서로가 서로를 씻기면서 지금의 이 시대에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정신을 일깨우고자 합니다.
공연일정 | 2024년 6월 9일(일) ~ 9월 1일(일) |
공연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
공연시간 | 화-금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2시, 7시 / 일 오후 2시 / 월 공연없음 |
티켓가격 | VIP석 9만원/ OP석 9만원/ R석 7만원/ S석 6만원 |
출연배우 | 강필석, 이승주, 이호재, 전무송, 박정자, 손숙, 김재건, 정동환, 김성녀 길용우, 손봉숙, 남명렬, 박지일, 정경순, 길해연, 전수경, 박윤희, 이항나, 김명기, 양승리, 이충주, 정환, 이호철, 루나 |
스태프 |
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 | 극본 배삼식 | 연출 손진책 무대 이태섭 | 조명 김창기 | 음악 김태근 | 안무 정영두 | 의상 김환 소품 김상희 | 음향 김기영 | 분장 김유선 | 무술 홍현표, 한진 드라마트루기 박철호 | 조연출 이재은 | 기술감독 최상욱 | 무대감독 박수예 프로듀서 박명성 |
주최 | SBS, 신시컴퍼니 |
총 24명의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화려한 캐스팅! 전설적 원로부터 저명한 중견 배우들,
그리고 한국 연극의 미래를 이끌 젊은 배우들까지 공연계 전체가 뭉쳤다.
2024년 연극 '햄릿'에는 지난 시즌 참여했던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손봉숙, 길해연, 강필석, 김명기, 이호철에 더해 이호재, 김재건, 길용우, 남명렬, 박지일, 정경순, 전수경, 박윤희, 이항나, 이승주, 양승리, 이충주, 정환, 루나 등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했다.
60년 경력의 전설적인 배우 전무송, 이호재, 박정자, 손숙부터 각종 연극, 연기상을 휩쓴 중견 배우들, 그리고 첫 연극 데뷔를 앞두었지만 이미 가수와 뮤지컬 배우로서 정점에 섰던 배우 루나까지 총 24명의 각계각층에서 모인 배우들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단합으로 연륜과 역동성이 공존하는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강필석과 이승주라는 서로 다른 스타일을 가진 두 햄릿의 연기 대결, 그리고 신구가 어우러져 더욱 다채로운 조합으로 어떤 공연을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길 능수 능란한 배우들의 연기 열전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연극계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될 2024 연극 햄릿
2024년 연극 '햄릿' 수입의 일부는 故 차범석 탄생 100주년을 맞은 차범석연극재단과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되어 창작예술의 기본이 되는 창작희곡의 발굴과 연극인들이 본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개선에 일조할 예정이다. 이 취지에 공감했기에 무대에 뿌리를 두고 있는 유명 배우들이 크고 작은 역할의 비중을 논하지 않고 모두 이 작품에 흔쾌히 출연을 결정할 수 있었다.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를 고뇌하는 햄릿이 아니다.
“우리는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사는 법을!” 이라 외치는 사령(死靈)의 햄릿이다.
연출 손진책은 ‘연극이 인간학이라면 '햄릿'은 죽음학’이라고 말한다. 약 400년 전에 쓰인 '햄릿'이 지금까지 공연될 수 있는 이유는 인류가 영원히 고민해야 할 ‘삶과 죽음’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을 하나의 연속체, 불변적 존재로 이해한다면 삶과 죽음은 이미 우리의 매 순간 속에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The time is out of joint - 뒤틀린 세상’ 속 ‘햄릿’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문다. 그것이 이 연극이 영원한 고전으로 존재하는 이유이다.
올 시즌,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 한층 더 나아가 죽음으로부터 삶을 되짚는다. 이 연극 속 인물들은 모두 사령(死靈)이다. 죽은 채로 살아있는 ‘비존재의 존재’로서 움직인다.
유령의 상태에서 산 사람들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 이 연극의 기본 시선이다. 배우들은 무당처럼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관객들로 하여금 삶의 의미를 반추하고, 죽음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하도록 안내한다.
이러한 철학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무대 위 시각적 언어들은 매체들을 활용한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과 소통한다. 거울 벽, 유리, LED 등이 사용되어 동시대성과 현대 도시의 음울함이 가득한 무대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의자만으로 최소화된 경사 무대는 연극적 준비상황이 그대로 노출되며 관객들은 무대 위 극적 상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낱낱이 살피고 죽음이 증식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목도하게 된다. 유리로 만들어진 빌딩들과 명멸하는 전광판,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안한 안개로 채워진 현대 도시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추출해냈다.
개인과 정치적 사고 사이에서 방황하는 햄릿의 분열적인 모습과 서로를 감시하는 극 중 인물들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이중 거울이 사용되었다. 바닥에 드러나는 흰색의 원과 사각형은 공간의 구획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속해 있는 세계를 표현한다.
의상은 정제되어 군더더기 없는 무채색의 현대 복식으로서 오로지 실루엣과 강조색, 질감의 차이 만으로 인물의 특성을 발현하며, 역시 현대적이고 동시대적인 감각을 잃지 않는다.
이번 '햄릿'의 의상은 색으로 캐릭터와 신분을 설명하고 개인과 그룹을 나누었다. 이러한 색의 상징성은 무대의상이 극중 의상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표현 방식이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온전한 블랙 차림은 죽은 선왕, 그리고 상복 아닌 상복을 입은 유일한 자, 햄릿뿐이다.
안무는 보통 연극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움직임들이 정영두 안무가에 의해 창조되어 삽입된다. 삶과 죽음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 없이 이 순간을, 죽음이 만연하는 상황과 감정을 움직임으로서 표현하고자 한다.
연극적 판타지를 걷어내고 한층 작품의 철학을 깊이 사유하는 공연으로 완성될 '햄릿', 다시는 똑같은 모습으로 볼 수 없을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엮어내는 무대이기에 더욱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는 '햄릿'은 참여하고 관람하는 모두에게 더할 수 없이 소중한 무대로 각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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