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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THE MOVE 아트 컴퍼니, 창백한 푸른 점 하나

무용

by 이화미디어 2024. 11. 4.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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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난 31일 성균관로 스튜디오sk소극장에서 진행된 THE MOVE 아트 컴퍼니의 '창백한 푸른 점 하나' 공연은 7명의 낭송, 연기, 움직임, 무용 등 옴니버스 형식으로, 무용과 인생, 그리고 환경과 인간의 당면과제에 대한 접근이 인상적이었다. 

 

첫 순서는 50대 여인 정수임의 시 낭송극 '낙지'로 시작했다. 높은 음 피아노의 간헐적인 선율이 들리고, 낭송은 낭랑하다. 50살 넘어 처음 배운 춤, 그것도 현대무용 덕분에 “진흙 속 낙지는 상어를, 고래를 꿈꾼 적도 있다...(중략)...지금은 나의 진흙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딸과 엄마는 장면 마지막에 함께 사진을 찍는다. 이 날 무대에서 직접 몸짓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시에서 이미 그녀의 움직임과 그것을 마주한 기쁨이 느껴지는 순서였다.  

 

최치원의 ‘제리와 개의 이야기’는 연극에서 유명한 에드워드 올비의 ‘동물원 이야기’중 일부를 발췌해 선보였다. 원작은 피터와 제리 두  노숙자가 등장하는데, 이 날은 제리의 1인극이었다. 최치원은 경쾌한 목소리로 상황묘사를 했고, 제리를 응시하며 개가 침을 흘리고, 햄버거를 먹고는 으르렁대는 모습 등을 리얼하게 표현해냈다.

 

마지막에 “개가 물려고 했던 것은 사랑의 의미가 아니었을까”라는 대사 때문에 생각을 해 봤다. 나를 공격하는 겉표현을 당하면서 상대방의 속마음까지 헤아리는 성인군자가 몇이나 될까. 인생 참 어렵다. 음악 없이 진행하다가 전환구에만 사용되는 일렉기타의 퉁김도 재미있었다.

 

 

릴로(Lilo)의 ‘방해’는 앞의 두 연극같은 무대 후 만나는 무용 공연이어서 더욱 집중되었다. 강렬하고 싸이키한 음악, 이것을 타고 끈끈한 몸짓이 시작된다.

 

음악의 속도감과 볼륨감이 저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여기에 공간을 딛고 일어서려는 한 몸짓이 움직인다. 의상의 어깨끈과 허벅지의 밴드가 늘어나더니, 몸에서 분리되어 나와 공간을 확장하는 도구가 된다.

 

'방해’를 거꾸로 뒤집으면 ‘해방’이 된다는 작품 설명처럼 몸을 억눌렀던 검정 밴드는 신체를 늘여주고 해방시키는 도구가 되었다. 

 

정효정의 ‘쌀쌀쌀’은 막걸리가 발효하는 과정을 표현했다. 징을 두드리듯이 주발을 두드리며 시작한다. 요가수련자이기도 한 정효정은 한복같은 흰 드레스를 펄럭이며 휘돌고 거꾸로 선다.

 

한국전통 살풀이처럼 치마를 모시적삼처럼 펄럭이며 자유스런 움직임이다. 음악도 요가음악처럼 신비로운데, 실로폰과 팬플룻, 연하게 이펙터 된 기타소리의 움직임이 마치 효모가 발효할 때 기포가 터지는 소리를 표현한 듯 했다.

 

정지 동작에서 손 끝의 동그란 모양, 느리게 발이 공간으로 올라오는 모양도 인상을 준다. 막걸리를 다 먹었는지, 음악의 마지막 트림 소리가 익살스럽다.  


다음으로 최선민의 ‘불안美’였다. 파도소리와 함께 여행가방을 들고 천천히 무대에 걸어 들어온다. 여행가방의 모습에서 설렘과 동시에 미지세계로의 두려움이 느껴진다. 불안인데 왜 아름다울 미가 붙어있을까. 작품설명에 불안을 미완이기에 아름다운,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형태일 것이라고 썼다.

 

자연친화적인 노래 파렌하이트의 In the Beginning'이 분위기를 잘 살려준다. 여기에 맞춰 회전동작과 뒤로 물러섬, 허리를 잔뜩 뒤로 젖혔지만 다시 앞으로 나가는 동작이 펼쳐진다. 모르는 힘에 의해 뒤로 밀렸지만 다시 그 방향으로 돌아 일어나 앞으로 나아간다. 

 

오륜의 ‘灰:재 회’는 처음에는 음악없이 배우의 몸동작으로만 하여 삭막함을 표현했다. 그가 입장구에서 나와 무대 테두리를 네모로 걸어 관객 앞에까지 온다. 사방 귀퉁이 막다른 곳에서는 뒷걸음질 할 수 밖에 없다.

 

주머니 속 종이, 영수증일까 누군가의 메모일까 이것을 바닥에 버리고는 걷기 시작한다. 이 때  벨벳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 노래가 절묘하게 울려퍼진다. 남방까지 벗고 속도내어 달리더니 멈춘다.

 

부조리하게 옥죄어오는 삶 속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하는 젊은이의 고뇌가 느껴진다. 제목의 한자는 타고남은 재를 뜻하지만, 다음 순서의 남윤주가 합세하며 제목의 뜻과 발음은 합해서 만남처럼 되었다. 

 

남윤주(리노)의 '(dis)conncect'는 몽환적인 전자음향으로 시작한다. 남윤주는 천천히 땅을 즈려밟듯이 누르면서 공간을 휘어감는다. 몸의 굴곡을 사용하여 더욱 외부에 곡선을 만들다가 바닥에 엎드린다.

 

한 곳을 응시하며 거리를 재어보기도 하고, 조심히 징검다리처럼 걸어보기도 하고, 뒤로 걸어보기도 한다. 명백히 탐색하는 듯한 동작들처럼 느껴졌는데, 관계에 대한 탐구는 단절된 현대사회를 말하고 있다. 

 

마지막 순서 ‘창백한 푸른 점 하나’는 단체무용으로 윤성은 예술감독의 생태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창작한 작품이다. 패션쇼에서 나올법한 세련된 음악이 들리고, 흰색옷을 깔끔히 입은 무용수들이 컵라면 치킨, 피자, 술 등 다양한 음식을 하나씩 들고 나오며 차례로 음식을 먹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앞 독무가 개인의 이야기와 인간군상에 대한 접근을 진지한 몸짓으로 풀어냈기 때문에, 이 흥겨운 대목은 한편의 풍자드라마가 되었다.

 

여자 무용수들은 서로 아이스크림을 먹여주며 싸우는 제스처도 보인다. 이내 무용수들이 한가운데 머리를 까딱까딱거리고 또 흩어져 둘씩 짝지어 여러 대형의 흥겨운 동작을 펼친다. 

 

그러더니 푸른조명 아래 풍선처럼 부풀어진 봉지가 무대 둘레로 가득 놓여 있다. 조각난 빙산처럼 이것을 부여잡고 무용수들은 한참을 뒹군다. 흩어졌던 움직임은 점차로 질서를 이루어 대열을 형성하며 V자로 움직인다.

 

 

가운데 한 명만이 누워있고, 음악은 비발디의 '니시 도미누스(Nisi Dominus, 주님이 아니시면)'이 잔잔히 울려퍼진다. 인류의 미래를 위한 내면의 기도는 근본에 대해 성찰하게 했다.

 

이 날 공연을 기획, 연출하고 안무지도를 한 윤성은 예술감독은 “오직 인간만을 위한 범체계는 현실적이지 않다. 현 시대에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동물보다 너무나 우위에서 살아간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지만, 이제는 지구를 위하는 지구의 대변자가 되자. 인간의 법도 있듯이 지구의 법, 지구법학을 만들어서 주권을 지구에게 넘겨주자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태 보호를 해야한다.
인간 역시 종의 일부임을 재고하며, 생명과 환경을 기준으로 현대의 가치관을 재정립하고자 한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mazlae@hanmail.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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