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 무대인사하는 보컬콘서트 서울 성악가들과 지휘자 홍충식, 반주자 김연주, 이귀숙, 오세린, 김은영, 유호정, 이혜성, 정현수, 장선순 작곡가.
[리뷰] 여성작곡가회 작품발표회 제79회 (사)한국여성작곡가회 가을 정기발표회 ‘보이는/보이지 않는 소리’가 지난 15일 저녁 7시 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진행되었다.
‘삶과 죽음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사)한국여성작곡가(회장 강은경)의 이번 공연은 보컬 콘소트 서울(단장 송승연)의 멋진 연주로 진행되었다.
또한 음악감독인 홍충식 지휘자가 곡 시작 전에 직접 해설을 하여 작품이해를 돕고 연주회 분위기에 활력을 주었다. 첫 작품은 유호정의 <On the Sea-John Keats>는 혼성8중창과 피아노였다.
영국의 시인 John Kates의 시 ‘On the Sea'를 소재로 했는데, 유한한 인간에게 영원한 삶을 상징하는 불멸의 존재로 바다를 그린 이 시의 내용을, 작곡가는 불협화와 협화음의 울림으로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바다를 표현했다.
장선순의 '공무도하가'는 무반주 혼성4중창이었다. ‘공무도하가’는 고려가요(13세기 경)로 남편의 죽음을 애도하는 가사인데,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하는 가사를 분절하여 성부 간 반복하여 부르며 가사의 애절함을 전달하였다.
특히 단3도 음정으로 “뻐꾹”이라는 가사를 호케투스(hoquetus: 13세기 다성음악 기법. ‘딸꾹질'을 의미하는 라틴어 'ochetus'에서 유래)로 하여, 고려가요라는 우리나라 옛 양식을 동시대 서양가요 양식에 접목한 것이 잘 적용되어 신선했으며, 이 기법이 공무도하가 전체 가사에도 비슷하게 적용되어 성부 간 음절이 공간적으로 이동하는 효과를 주었다.
오세린의 <반달>은 무반주 여성6중창만의 고요함과 호소력이 있었다. 김소월의 시 ‘반달’을 가사로 했는데 “바람, 저녁, 겨울, 꽃 지듯” 등 시어의 느낌을 그대로 곡에서 잔잔한 톤과 느린 템포의 단선율 모노디로, 2도의 충돌음으로 들리다가 3도로 아름답게 합쳐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중간에 “젊음은 늙음으로 바뀌어 든다” 가사만 여성성악 한 명의 나래이션으로 강렬함을 주었다. 님을 그리는 여인의 마음이, 소용돌이치는 바람같이 오르내리는 선율선의 무반주 여성6중창으로 잘 표현되었다.
전반부 마지막은 이혜성의 '봄눈'이었고 친구 엄경진에게 헌정되었다고 쓰여 있었다. 작곡가 이혜성은 삶과 영혼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정호승 시인의 작품들을 음악으로 전달하는 작업을 해왔으며, 이번 곡은 정호승 시인의 ‘봄눈’을 가사로 했다.
첫 부분의 피아노 아르페지오 반주가 멋지며, 혼성 8중창으로 따뜻한 3화음이 안정되고, 때때로의 단조분위기가 인생의 고난을 표현했다.
“봄눈이 내리는 날, 사랑, 용서”등의 따뜻한 시어처럼 음악도 다장조의 밝음과 중음역의 안정된 톤으로 성악의 충만한 발성과 지속음을 느끼게끔 해주었다. 마지막에 “나의 사람아”라는 가사가 좋다.
정현수의 '귀천'(위촉)은 생과 사의 대조를 협화와 불협와의 조화로 표현한 혼성8중창 작품이었다. 김소월 시인의 ‘낙천’과 ‘생과 사’를 접목한 한 텍스트를 가사로 했다.
처음부분은 ‘귀천’의 가사를 무반주 여성중창 선율이 소프라노와 알토가 반진행을 해서, 펼쳤다 오므렸다 하는 긴장감을 형성했다.
중간부는 남성중창으로 시작해 여성까지 혼성이 ‘생과 사’의 가사 중 ‘살았대나 죽었대나 같은 말을 가지고’라는 가사를 리듬적으로 반복될 때는 피아노 장단과 함께 한국 전통음악 느낌이 숙명감을 더한다.
클라이막스는 무반주 아카펠라로 집중감과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으며, 마지막은 처음부분이 돌아와 아치구조로 하여 삶과 죽음의 순환적 고리를 구현했다.
김은영의 'Trantella'는 여성2중창이 2인극 같았다. ‘타란텔라’가 원래 거미에 물렸을 때 아파서 정신없이 추는 춤에서 기원된 것이라고 홍충식 지휘자가 곡 시작 전에 설명을 해주어 감상이 더 잘 됐다.
"Do you remember miranda!!"라는 가사가 낭송되며 각 악절 시작에 주목시키는데, 소프라노 이지혜와 메노소프라노 김윤희는 영어 발음이 리듬적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의 역동성, 히스테릭하고 신비한 느낌을 잘 표현해주었다.
Hilaire Belloc의 시 ‘Tarantella’가 모음의 반복에 의한 후렴구가 특징이고 그 모음의 공명이 많은데, 김은영 작곡가는 여성성악과 피아노의 고음으로 그 투명함을 표현했다.
'Hip! Hop! Hap!', ' Glancing, Dancing, Backing and Advancing‘와 같은 영어발음이 경쾌하게 또한 전투적으로 잘 표현되었다.
이 날 대미였던 이귀숙의 '북을 두리둥'은 심청가 중 자진모리 부분을 12명의 남녀 혼성중창으로 해서 한 편의 음악극처럼 재밌게 들려주었다.
‘북을 두리둥’이라는 제목은 자진모리 장단을 구음화 한 것인데, 이것이 가사로 성부 간에 빠르게 발음되며 곡 시작과 중간, 끝에 등장하여 심청이 물에 빠지는 긴박감을 표현했다.
12명 성악은 독창과 구음, 유니즌, 나래이션이 함께 혹은 섞여서 판소리 가사를 역동적으로 노래 부르며 오케스트라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때 피아노는 간단한 음의 반복만으로도 북장단과 심청이 빠지는 물길을 효율적으로 형상화해주었다. 한 마디로 북소리 물소리를 성악을 통해 입으로 표현하는데 참 맛깔났다.
유호정, 이혜성, 오세린, 김은영, 정현수 작곡가
mazl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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