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닦이가 된 운동권 학생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정돌이'는 칠팔십년대 대학가의 민주화운동 세대를 그리고 있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현재 시점에서 운동에 참가했던 주체들은 지난날의 열정과 어긋난 현실의 일상 사이에서 몸과 마음이 찢어지는 분열을 어떤 형태로든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개 후일담 형식을 띄고 있는 이러한 서사들의 특징이 회한과 냉소로 그려지고 있는데 반하여, 이 다큐는 학생들이 우연히 만나게 된 가출 고아 소년 ‘정돌이'를 돌보고 보살피는 과정에서 확인한 소통, 공감, 연대에 관한 회상기로서 개인과 사회적 담론이 어떻게 따뜻하게 인생 속에 녹아들 수 있었는가를 보여준다.
지상의 무상한 시간을 견디면서 속세의 먼지 가운데서 빛나는 것들을 찾아낸 이 기억의 힘이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황석영 작가)
‘정돌이’를 고대로 데려갔던 운동권 학생은 서정만이었다. 이후 서정만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1987년 서대협에서 활동했던 서정만은 1988년에는 민정당사를 점거하러 들어가서 감옥에 갇힌다. 출소 후에 서정만은 뜻밖의 일을 한다.
서정만
“그게 영등포 로터리 좀 지나서, 어디지 거기가? 무슨 예식장 근처인데. 하여튼 그 쪽에서 1년 반 했어요.
‘야 너 여기서 한번 일 해 볼래?’ 그래가지고 어 그래 하면 괜찮겠다. 사실 세상 나가서 사는 게 좀 두려웠거든요.
이거는 그러면 남들이 싫어하는 허드렛일인데 이 일을 하면서 내가 살 수 있는 동력, 자신감 이런 것들을 배우지 않겠냐. 그렇게 시작했어요. 선배들이 놀래가지고 쫒아오고 그랬어요. 야 너 왜 거기 있냐고. ”
1980년대 당시에 학교를 마친 운동권 학생들은 대부분 노동 현장이나 농민, 빈민 등이 있는 곳으로 갔다. 조직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구두닦이 생활은 전무후무했으며 선배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그후에 서정만은 생활인의 길에 접어들었다. 학생운동으로 투옥 경력이 있는 서정만에게 사회는 낯선 곳이었다.
서정만
“제가 민정당사 점거건으로 해서 88년도엔가 그게 되면서 그래서 그렇게 됐는데, 그래서 어쨌든 간에 졸업하고 나서 군면제 사유를 거짓으로 쓸 수가 없으니까, 딱 쓰고 나니까, 서류 내고 나가는데, 인사담당자가 보더니만 이렇게 막 쳐다 보는거에요.
이렇게, 아주 이상하게 쳐다보고 그래서, 그걸 잊어버릴 수가 없어요. 너무 기분 나쁘고, 불쾌하게. 그러니까 ‘이런 애가 왜 왔을까 여기?’ 이런 표정으로 쳐다보니까..”
이후에 서정만은 학원강사로 일하게 된다. 당시에 취업할 수 없었던 많은 운동권 출신들이 학원가로 많이 진출했다. 하지만 서정만은 또 다른 고민에 부딪힌다.
서정만
“주변에 선배들이 취업이 안되니까 주로 어디를 가냐면 학원 쪽으로 많이 가요. 학원 쪽으로 많이 가서 이제 학원 강사 생활을 그때부터, 91년도부터 했으니까 7년? 8년 정도 했었죠.
그리고 나서 학원 강사하면서 그때 전 강북이나 나중에는 강남으로 와서 이렇게 있다 보니까 그때 처음 느낀 게, 아, 이거 틀리구나 이제. 시스템적으로 강남 애들 무조건 좋은 대학 가게끔, 그렇게 되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되어 있어요.
보니까. 그래서 깜짝 놀랬고. 강북의 전교 1등하고, 강남의 중학교 전교 1등하고가, 전교 1등하면 다 똑같고, 다 공부 잘하니까 우리 때 보면 큰 차이는 없었는데 천지 차이에요 실력이. 그래서 야, 이걸 내가 이런 쪽에, 공부 잘하고 집안 좋은 애들의 이거 일을 해서 내가, 이런 일을 해서 밥을 먹고 살아야 되나? 고민들이 사실 많이 되었죠. 공정하지 못하다.
사실. 그러니까 기회가 똑같이 준다고 생각하는데, 부모, 가정환경에 따라서 이 기회 자체가 처음부터 틀린거잖아요. 이게 공정하냐? 공정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을 하니까, 이쪽의 일을 하면서 밥은 먹고 사는 게 아닌 것 같다. 라는 생각 때문에 고민고민 하다가 그만두게 되었죠.”
학생운동 출신들에게는 현재 시점까지도 ‘위선’이라는 키워드가 붙어 있다. 하지만 과연 누가 누구에게 위선을 지적할 수 있을까? 그것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방에 대한 낙인 찍기는 아닐까? 영화 '정돌이'에는 1980년대에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다양한 얼굴이 등장한다. 얼굴은 그 사람의 살아온 인생을 속일 수 없다.
영화에는 노동운동가, 농부, 교수, 직장인, 학원강사 등 다양한 얼굴이 등장하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현실의 삶에 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란의 얼굴들’과는 정반대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돌이' 두 번째 예고편 공개
영화 '정돌이'의 두 번째 예고편이 공개됐다. 장구를 본 적조차 없었던 정돌이가 장구에 재능이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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