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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서울, 오르페오', 고전의 재해석과 동서양의 결합

오페라

by 이화미디어 2025. 12. 1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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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페라앙상블의 '서울, 오르페오' 1막 장면. 영상에 서울 지하철의 어둑한 공간이고 무대에 레테의 강을 건널 흰 배를 상징적으로 놓았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장수동)이 지난 12월 5일과 6일 양일간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올린 <서울-오르페오>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이루는 사랑을 동서양의 조화로 추구하고 있었다. 오페라 막이 열리고 서곡의 첫 음이 시작되자 고개가 끄덕여졌다.

 

서양악기 앙상블에 피리와 해금, 가야금 등 우리 국악기가 더해진 에너지의 결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곡가 글룩(C.W. Gluck, 1714~1787)이 당시 오페라가 기교중심이었던 것에 반기를 들고 극과 음악의 일치를 추구하면서 만든 오페라가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Orfeo et Euridice)>이다. 아내 에우리디체를 잃은 오르페오는 사랑의 신의 도움으로 지하세계에서 아내를 데려오려다 뒤돌아보지 말라는 조건을 어겨 다시 아내를 잃게 되지만, 사랑의 신이 다시 살려준다는 내용이다.

 

이것에 서울오페라앙상블은 광화문 지하철을 배경으로 이어도설화와 씻김굿의 한국신화로 접목하면서 음악도 국악기 부분이 추가되었다. 2018 제9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가 원작그대로에 배경만 광화문으로 바꾸었는데도 친숙감을 준 바 있다. 이번에는 우리말로 번안하고 설화내용과 국악기, 전통춤의 접목으로 서양오페라의 우리 땅에 맞게 해석한 점이 의미 깊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지난 30년간 서서히 발전해 온 한국창작뮤지컬은 지난 10년 사이는 산업적으로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한 유명한 뮤지컬 제작사는 2025년 올해 스무번째 창작뮤지컬을 제작했다고 하는데, 이는 단순히 장르적 특성이거나 오페라는 서양 것이고 그 끝머리에서 탄생했기에 뮤지컬은 대중음악처럼 우리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의 범위로는 우리 땅의 오페라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양 피자나 돈가스가 한국식 피자와 돈가스가 되고, 한국의 김치가 일본에 가면 기무치가 되듯이, 오르페오도 우리나라에 오면 서울 오르페오가 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영상에 극 초반 세화가 사고가 난 광화문지하철역, 세화를 구하기 위해 도착한 환상의 섬 이어도에서 제주 해녀의 이미지 등으로 이번 극에서 변화된 내용을 잘 설명해주었다. 또한 마지막 종달이 세화를 다시 살려주는 장면에서 김평호 댄스프로젝트의 씻김굿 장면 등은 삶과 죽음, 속죄와 상생을 바라보는 동서고금 공통의 원리를 접목했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공감가고 신선한 지점이었다.

 

양일 공연에서 바라 역에는 카운트테너 지필두와 메조소프라노 현서진, 세화는 소프라노 손주연과 김은미, 종달 역에는 소프라노 이한나와 이주리가 열연을 펼쳤다. 5일 공연에서 서글프면서도 풍성한 목소리로 바라(원작의 오르페오) 역의 카운트테너 지필두는 우리말 번안의 가사를 음미하며 극의 내용에 맞는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세화(원작의 에우리디체) 역의 메조소프라노 손주연 또한 맑은 목소리에 바라와 애틋이 지키고자 하는 사랑의 표현을 잘 선보였다. 종달(아모르) 역의 소프라노 이한나 또한 또랑또랑한 목소리와 연기로 해결사인 사랑의 신 역할에 공감가게 하였다.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에서 시종일관 우아하게 흐르는 바로크 음악은 둘 사이의 사랑 그대로이다. 이것을 <서울, 오르페오>에서는 작곡가 신동일이 편곡하여 한국적 정서와 기상을 잘 녹여내고 있었다.

 

3막 1장에서 되돌아보지 말라는 것을 어겨서 에우리디체가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하자 오르페오가 부르는 “에우리디체 없이 어찌하리요?"(Che farò senza Euridice?"가 이번 <서울, 오르페오>에서 국악기와 함께 우리말로 울려퍼지니 우리 국악기 특유의 구슬픔과 애잔함까지 더해져 오히려 글룩 오페라의 원형이 우리 전통설화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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