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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젊은 연주자 13인, 서로 다른 ‘맥(脈)’을 하나의 울림으로… 「NEO-TRADITION: 맥-놀이」 성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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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미디어 2026. 10. 3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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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 세 나라의 전통악기가 함께 빚어낸 공동 창작 무대관객들 

“나라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경험”… 재공연 바라는 목소리 이어져

'2025-2026 한중일 문화교류의 해' 2026 한중일 미래세대 문화예술교류 지원사업 일환

한국인 연주자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리퀴드사운드 이인보가 연출을, 생황 연주자 한지수가 기획·음악감독을 맡고 한국·중국·일본의 젊은 전통음악가 13인이 함께 만든 공동 창작 공연 「NEO-TRADITION: 맥-놀이」가 지난 10월 24일(토) 오후 6시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막을 내렸다.

 

리퀴드사운드와 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이 공동 주최·주관하고 생황방앗간이 협력한 이번 공연은 가야금·거문고·해금·생황, 얼후·셩·고쟁·디즈, 쇼·샤쿠하치·쓰가루 샤미센·다이코 등 세 나라의 전통악기를 한 무대에 올렸다.

 

연주자들은 각국의 소리를 하나로 합치는 대신,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생겨나는 떨림과 공명을 음악으로 펼쳐 보였다.

 

객석은 세 나라의 소리가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순간마다 깊은 공감으로 화답했으며, 공연 종료 후 1층 야외마당에서는 약 30분간 아티스트 토크가 이어졌다.

일본인 연주자

 

‘맥놀이’라는 물리 현상에서 출발한 세 나라의 만남

 

‘맥놀이’는 미세하게 다른 두 주파수가 만날 때 파동이 서로 간섭하며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는 현상이다. 이번 공연은 이 현상을 세 나라 음악가들의 만남을 바라보는 감각적 원리로 삼았다.

 

한·중·일의 음악은 오랜 세월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지만, 각자의 장소와 시간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동해 왔다. 

 

공연은 이 차이를 구분하거나 억지로 합치기보다, 부딪히고 흔들리는 과정 속에서 이미 이어져 있던 ‘맥(脈)’을 발견하고 새로운 음악적 지형을 만들어 내는 데 집중했다.

 

연출은 이인보(리퀴드사운드), 기획·음악감독은 생황 연주자 한지수(생황방앗간)가 맡았다. 이번 공연은 '2025-2026 한중일 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추진된 2026 한중일 미래세대 문화예술교류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서울특별시·(주)컬처브릿지가 후원하고 생황방앗간·서울어텀페스타가 협력했다.

 

생황에서 시작된 만남, “함께 걷는다”는 감각

 

이번 공연을 기획하고 음악감독을 맡은 생황 연주자 한지수(생황방앗간 디렉터)는 NEO-TRADITION의 출발점이다. 프로젝트는 그가 이어 온 한·중·일 세 나라 생황 연주자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한지수 감독은 “생황이라는 악기에는 세 나라가 오랫동안 문화를 주고받아 온 흔적이 담겨 있다”며 “그 흔적을 따라 세 나라를 오가며 음악과 문화를 공부하고 여러 음악가를 만났고, 그렇게 이어 온 만남과 대화가 확장되어 지금의 NEO-TRADITION을 이루게 되었다”고 밝혔다.

 

‘공동 창작’이라는 짧은 말 안에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담겨 있다. 세 나라 음악가 13명이 한자리에 모여 직접 소리를 맞출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는 “그럼에도 우리를 움직인 것은 ‘함께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었다”며 “같은 목표를 향해 고민하고 연주하는 동안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하는 관계도 자연스럽게 깊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전문 연주자로 활동해 온 동료들이 이번 만남을 통해 음악을 하는 즐거움을 다시 느꼈다고 말해 준 것이 특히 마음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음악감독으로서 한지수 감독이 가장 깊이 고민한 것은 이 만남의 의미를 무대 위에서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였다. 그는 공연 도입부에 ‘함께 걷는다’는 생각을 담기 위해 새로운 곡을 쓰고, 함께 걸으며 연주하는 행악(行樂)의 형식으로 퍼포먼스를 구성했다. 

 

그는 “긴 우주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같은 시대에 만나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소중한 인연이자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라며 “‘함께 걷는다’는 감각은 서로의 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맞추는 데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한지수 감독은 이번 공연을 “그동안의 작업을 담은 무대이자 다음 창작의 출발점”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서로의 소리와 음악적 언어에 익숙해지고 함께한 경험이 쌓일수록 더 깊이 있는 호흡과 과감한 시도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기획자로서 이 만남이 지속되고 함께 쌓은 경험이 다음 작업으로 이어질 기반을 마련해, NEO-TRADITION이 한중일을 넘어 더 넓은 세계의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국인 연주자

3막 13곡, 만남에서 공명을 거쳐 새로운 놀이로

 

공연은 세 나라의 소리가 처음 만나 연결되고(1막), 서로 울리며 섞이고(2막), 마침내 새로운 놀이로 확장되는(3막) 흐름으로 짜였다.

 

1막 ‘同脈(동맥): 다시 연결된’은 「迎脈(영맥): 맥 맞이」로 세 나라 연주자를 맞이한 데 이어, 2025년 작업곡 가운데 가장 에너지 넘치는 「2X2 face á face」로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협업 프로젝트라는 정체성을 드러낸 막으로, 「Clock」과 「Race」가 뒤를 이었다.

 

2막 ‘共振(공진): 맥, 脉, みゃく’에서는 역동적으로 감각을 깨우는 일본의 사자춤(시시마이)과 한국의 부포놀이를 현대적인 놀이로 재해석했다. 

 

중국 연주자의 창작곡에 이시모리 유야의 사자춤을 결합한 「Shishi Dance」, 권효창이 직접 작곡한 곡을 세 나라 연주자가 함께 연주하고 그 위에 창작 부포놀이를 더한 「BBEOGGEUM」이 이어졌다. 

 

한지수(생황)·장멍(셩)·시미즈 차토리(쇼)가 세 나라의 같은 뿌리 악기로 함께한 「신 수룡음」에 이어, 전원이 함께한 트래디션 콜라주 「脉. 맥. みゃく」로 2막을 마무리했다.

 

3막 ‘Neo: 맥-놀이’에서는 연주자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깊이 교감할 수 있도록 무대를 원형으로 배치했다. 세 연주자의 북 합주 「육손(6 Hands)」으로 시작해 「Shangiri」와 「Hit」를 지나 클라이맥스인 「Neo-Sinawi(네오 시나위)」로 절정에 올랐고, 전원이 함께하는 타이틀곡 「맥-놀이」로 대미를 장식했다.

합주

 

“경계가 희미해지는 순간”, 객석의 공감

 

공연 직후 진행된 설문에서 관객들은 공연 전반과 연주의 완성도, 프로그램 구성에 고른 만족을 나타냈다. 특히 세 나라 연주자들이 함께 만들어 낸 공동 연주와 협업을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은 이들이 많았다. 

 

한 관객은 “나라로 딱 잘라 구분되어 있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며 “우리 악기 소리가 낯설어지는 순간도, 다른 나라 소리가 친근해지는 순간도 있었다”고 전했다. 

 

서로 다른 소리와 장단이 모여 하나의 맥을 이루는 과정이 가장 인상 깊었다는 관객도, 세 나라 연주자들이 서로의 음악을 존중하며 만들어 낸 호흡을 높이 산 관객도 있었다. “근 3년간 본 공연 가운데 가장 재밌고 좋은 공연이었다”는 소감까지 나왔다.

 

NEO-TRADITION을 처음 만난 관객과 평소 국악 공연을 자주 접하지 않던 관객도 객석을 함께 채워, 전통음악의 관객층을 넓혔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며 지역·해외 공연이나 더 큰 무대에서의 재공연, 공연 영상 공개를 바라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아티스트 토크

 

공연 후 야외마당 아티스트 토크, 그리고 다음 걸음

 

공연이 끝난 뒤 서울남산국악당 1층 야외마당에서는 약 30분간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됐다. 연출을 맡은 이인보(리퀴드사운드)는 2025년부터 2년간 이어진 협업의 성과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중국·일본 젊은 전통 창작진의 장기적인 협업이 이어지면서 해마다 협업 방식과 음악적 완성도가 꾸준히 발전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공연은 전통의 ‘맥’을 바탕으로 삼국의 젊은 창작진이 이를 ‘놀이’로서 어떻게 접근하고 지금의 무대에서 펼쳐 낼 수 있는지에 집중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프로젝트가 2025년과 2026년에 그치지 않고 한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 나아가 유럽에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wha-medi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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