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아트센터 안애순무용단 공동제작 ,'S는 P다'중. 의미있는 제목과 분절적이고 자유로운 몸짓, 텍스트와 영상의 조화가 재미있는 작품이다. ⓒ 강인기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강동아트센터(센터장 이창기)와 안애순무용단(예술감독 안애순)의 첫 공동제작 작품 <S는 P다>가 지난 19일과 20일 양일간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이번 공연은 강동아트센터가 무용특성화공연장으로 내딛은 첫발걸음으로 안애순무용단과 작년 11월 상주 예술단체 협약을 맺은 후 첫 번째 작품으로 의미가 크다.
제목이 특이했다. “S는 P다“. S(subject)는 주어이고 P(predicate)는 술어이다. 왜 주어와 술어일까? 그것도 주어와 술어가 같다는 것이다. equal 관계이지만 ‘무엇은 또 무엇이다’라는 것은 한 쪽의 개념이 다른 쪽으로 치환된다는 프로그래밍의 기본 논리이다.
프로그램 논리연산에서는 등호 오른쪽이 왼쪽으로 개념이 치환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술어 P가 주어 S로 향한다. 보통 하나의 주어에 대해서 서술할 수 있는 서술어는 많다. 그 반대의 경우도 당연하지만 여기서는 하나의 주어에 해당하는 수많은 술어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무용은 무엇이다’에서 ‘무엇’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 몇년간 TV 에서 이런 류의 정의하기가 인기를 끌면서 하나의 개념에 적용될 수 있는 수많은 술어에 대하여 마치 그런 정의하기를 잘할수록 똑똑한 사람, 많이 아는 사람으로 여겨지며 인기가 올라가는 장면들을 많이 볼 수가 있었다.
정의하기는 사실 정답이 없다. 그런데, 수학에서는 ‘정의’와 ‘정리’는 다르다. 사실 TV나 이날 무용에서 S는 P다를 논의하는 것은 ‘정의’라기보다는 ‘정리’에 가깝다. 수학에서 하나의 개념이 가질 수 있는 ‘성질’을 열거하는 것이 ‘정리’이다. 따라서 이날 무용에서도 S에 대하여 P가 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정리하는 것이라 말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이날 무용은 무엇을 말하고 있었는가. 안애순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 영상에서 “‘S=P’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S는 P다’라는 제목을 사용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한가지가 아니라 무궁한 가능성이 있는 것. 다양성, 그것을 이야기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공교롭게도 알파벳 S와 P가 함께 동류에서 개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지진의 S파(횡파)와 P파(종파), 언어에서 주어(S)와 술어(P), 원자구조의 에너지 준위를 나타내는 S오비탈(orbital)과 P오비탈 등 꽤 여러 경우가 떠오른다.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만드는 이 제목 참 재미있다.
말 그대로 이날 공연은 인간 언어의 다양성을 나타내듯 8명의 무용수들이 무대 위에서 구르고 뛰고 날고, 몸부림치며 외계 언어인 것 같은 언어로, 혹은 배냇짓을 하는 신생아의 옹알이처럼 분절적인 소리를 내뱉으며 있는 대로 동작들을 나열하고 있었다. 구성보다는 오히려 해체적인 그런 시도가 이날 공연의 주제로 보였다.
사운드 역시 옹알이와 같은 점묘적인 사운드에서부터 스트라빈스키를 연상시키는 반복적인 음악, 금속성의 미래적인 사운드까지 해체주의적인 것으로 일관했다. 무용은 신생아 시기부터 성행위를 묘사하는 것까지 인생의 일련의 과정을 상징적고도 분절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영상 또한 성모와 아기예수 그림, 'S 卽 P‘, 홀로그램 이미지 등이 극의 흐름과 잘 맞게 그려지고 있었다.
시인이자 문화평론가, 3호선 버터플라이 밴드의 리더인 성기완의 텍스트를 바탕으로 전자음악뮤지션 권병준의 음악과 김종석의 무대, 김성철의 영상이 잘 어우러졌다. 규정되지 않은 자유로움 속에 의문과 가능성이 주제와 컨셉에 잘 들어맞는 공연이었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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