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오늘 '앙상블 소아베의 현악사중주' 공연의 앙상블 소아베.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리더 전나경(Vn1), 이문영(Vn2), 이지영(Vc), 김윤선(Va). ⓒ 음악오늘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난 18일 서울 한남동 일신홀에서 음악오늘 네 번째 이야기 <소아베의 현악사중주>가 음악오늘과 부경청년문화예술콘텐츠협동조합 주최, 공연기획 해원 주관으로 열렸다.
2015년 결성된 '음악오늘'은 지난 12월 기타리스트 박성호와 피아니스트 김지현의 '크리스마스 듀오 콘서트', 이재은의 노래 '은율이 음율이 되어' 등 그간 3회의 정기공연과 1회의 기획공연을 열었다. 음악오늘은 신수정, 김두영, 이정환(공연기획 해원), 문수영(녹음)으로 구성돼있다.
'사각의 긴장과 균형'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번 공연은 20대 초반 젊은 작곡가의 창작곡과 베토벤, 리게티 현악사중주를 한자리에 펼쳐냈다. 현대음악 창작발표회 형식의 공연은 많지만, '음악오늘'처럼 공연 타이틀부터 연주단체의 특징을 중심으로 하고, 고전, 현대음악과 젊은 창작자의 작품까지 아우르는 방향성은 드물기에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다.
앙상블 소아베(Ensemble Soave)는 2006년 실내악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명지국제현대음악제, 서울대학교 화요음악회 초청연주회, 예술의전당, 성남아트센터에서 정기연주회를 했으며, 몬테베르디 마드리갈의 르네상스부터 W.Rhim, G.Ligeti의 현대음악까지 방대한 레파토리를 구축하며 객석과 무대를 친밀하게 이어왔다. 현재 멤버는 리더 전나경(Vn1), 이문영(Vn2), 김윤선(Va) ,이지영(Vc)이다.
공연이 시작됐다. 첫 번째 김용환(1988년생)의 현악사중주를 위한 'Tales of the swing'은 3도 운동의 글리산도가 그네의 스윙운동을 연상시키는 데서 출발한 작품이다. 주인공 첼로는 저음C에서 시작해 진자운동처럼 다양한 글리산도를 계속 연주하고, 이웃한 현악기들 역시 글리산도, 꼴 레뇨, 악기몸통 두드리는 소리로 첼로의 운동을 함께 수식한다. 현대주법으로 그네 움직임의 속도감과 미묘한 긴장감을 현악기의 변화무쌍한 움직임으로 표현한 기술과 발상이 멋졌다.
▲ 치밀하고 논리적인 앙상블 소아베의 연주는 특히 현대음악에 특화되어 보였다. ⓒ 음악오늘
다음으로 베토벤 'Grade Fuge Op.133'였다. 앙상블 소아베의 그랑푸가는 밀도감과 충만함이 넘쳤다. 원래 현악사중주 Op.130의 끝 악장으로 작곡된 이 곡은 베토벤 말년 삶에의 성숙한 고뇌와 극복 의지가 담겼다. 포르테의 G음으로 시작하는 주제선율과 그 변형, 푸가 부분부터 강렬한 붓점리듬으로 끊임없이 변모하는 악기 간 주제선율의 투쟁으로 표현된다.
7부분 17분여의 대푸가는 Gb조로 바뀌어 시냇물 같은 16분음표의 잔잔한 반주 위에 주제선율 또한 잔잔히 노래한다. 어떻게 이토록 한 주제로 끊임없이 다양하게 노래하는 작품이 있단 말인가. 다시 Bb장조의 경쾌함, Ab조의 치열함으로 전개되며 정교하고도 복잡다단하게 진행된다.
인터미션 후 윤채영의 현악사중주 제1번 'Fantasy'는 프로그램에 적힌 바, 작곡가는 이 곡의 특정 주제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판타지풍 흐름에 집중하며 현악사중주 각 악기의 서로 다른 음색을 혼합해 깊고 풍부한 소리를 내도록 의도했다. 초반 트릴, 트레몰로, 하모닉스, 글리산도 위주의 곡은 크럼의 'Black Angels'를 연상시키지만, 중반 이후 격정적인 화음 튜티, 하모닉스 화음들로 더욱 창의적으로 판타지를 자유로이 이끌어간다.
마지막의 리게티 현악사중주 제1번 'Metamorphoses nocturnes'는 이날 공연 중 가장 호연이었다. 이 곡은 바르톡의 현악사중주 3번, 4번에서 영감을 받아 리게티가 헝가리를 떠나기 전인 1953년과 54년에 쓰였다. 17개 부분의 곡은 첫 부분 첼로 저음 C음 위에 다른 성부들이 반음으로 상승하고, 그 위에 제1바이올린의 주제 음형(G-A-G#-A#)이 홀연히 등장하고 성부 간 모방하며 곡 전체에 응용된다. 이후 주제 음형의 2도는 3도, 4도, 7도, 9도 등으로 수평 수직적으로 바뀌며 다양한 템포와 주법으로 변모한다.
앙상블 소아베의 때론 격렬하고, 때론 감미로운 리게티의 연주 후 우렁찬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로비에 모인 관객들은 국내에서 듣기 힘든 레파토리와 좋은 연주에 높은 만족감을 표시했으며, 앙상블 소아베가 특히 현대음악에 조예가 깊다는 것에 공감했다. 또한 젊은 작곡가들의 현대음악 창작곡도 수준이나 완성도가 높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다.
한편, 이날 공연의 공동주최인 부경청년예술콘텐츠협동조합(BYAC, 이사장 김두호)은 부산과 경남지역의 예술문화 저변 확대를 목표로 지역 청년예술가들을 중심으로 2015년 10월에 설립되어 지난 12월 제1회 BYAC전국작곡콩쿠르,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공감 토크 콘서트 등을 개최했다.
이번 공연의 김용환의 작품은 BYAC콩쿠르 1위없는 2위 수상작이고, 또한 그는 음악오늘의 첫 번째 이야기 위촉작곡가였다. 음악오늘의 위촉으로 작곡된 윤채영의 곡 또한 BYAC콩쿠르 3위 수상작이다. 지역의 숨은 보석들을 발굴한 BYAC의 높은 안목과 추진력, 그리고 BYAC에 공동주최의 기회를 마련하고 좋은 작곡가, 연주자를 관객에게 소개하는 음악오늘의 따스한 행보가 흐뭇한 공연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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