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클라운의 '경상도비눗방울'은 아이 어른 할것없이 크고작은 비눗방울의 다양한 모습과 배우의 구수한 입담에 즐거운 의정부음악극축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아이 셋 엄마이기도 한 기자는 특히 4월부터 6월초까지의 공연철에는 보고싶어도 못보는 공연도 많고, 때로는 공연장에 아이들을 데려가 로비에서 보기도 하고, 공연을 반씩만 보기도 한다. 바야흐로 공연의 계절 5월, 낮은 덥고 아침 저녁은 쌀쌀하지만 햇빛 짱짱한 낮의 기분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다니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번씩 보는 공연의 대부분은 친정엄마가 아이들을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남편과 데이트처럼 다녀오고, 남편이 애들을 잘 봐주는 날은 혼자 쟁취한 자유인 양 솔로의 시간을 만끽하고 에너지를 얻는다.

5월 10일 개막해 축제를 진행한 제18회 의정부음악극축제는 19일 성황리에 폐막을 했다. 기자는 서울 신촌근처 집에서 축제이튿날인 11일 주말오후에 아이셋 데리고 남편 문기자는 무거운 촬영장비를 가지고 한시간 사십분여 걸려 도착했다. 8살, 7살, 5살 남자 아이 셋은 의정부시청앞 농구장 앞에서 공연소리를 들어가며 자유롭게 놀고, 엄마기자는 아이셋을 집에서 싸온 김밥과 푸드 트럭에서 사온 파이와 고기볶음을 먹여가며 실외 공연도 틈틈이 보고, 애들을 축제현장 마당에 “잘 놀겠지”라고 풀어헤쳐놓고 실내 극장공연도 냅다 뛰어 극장에 가서 20분 정도씩 보는 신공을 발휘하며 즐거운 주말을 보냈다.

'백설공주-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시네마 퍼포먼스'라는 새로운 형식에 모녀관계를 베를린장벽에 비유해 화해관계를 풀어내 참신했다.


늑장부리는 아이들을 족쳐 겨우 의정부예술의전당에 3시보다도 30분 늦게 도착했지만, 어느새 잠든 두 놈은 남편기자에게 부탁하고, 둘째녀석은 빵긋이 엄마를 따라가겠다 하여 <백설공주-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공연중인 소극장 앞 로비에 도착했다. 사람들도 적당히 있고, 마침 요새 피아노를 더듬더듬 반주까지 치는 둘째에게 안성맞춤인 나선형 피아노계단이 있었다. 엄마가 딱 20분정도만 공연을 보고 올테니 잘 놀고 있을수 있냐고 하니 그렇다고 한다.


아이가 허락한 공연이라서 그런지 더 감사하고 재미있었다. 프랑스 라꼬르도네리(La Cordonnerie) 팀이 스스로 소개하기를 ‘시네마 퍼포먼스’라고 하였는데, 영상장면에 맞춘 배우들의 더빙, 그리고 엄마의 마법거울 음향, 걷는 소리, 크래커 먹는 소리, 지퍼올리는 소리 등을 직접 도구들로 소리내는 폴리(Foley)작업에, 극의 분위기를 한층 돋우는 북소리, 프리페어드 피아노, 차임벨 소리 등 숙련되고 감각있는 음악까지 수준 높은 공연으로 느껴졌다. 마지막 장면은 베를린 장벽 붕괴장면이 영상에 보여지면서 감격한 목소리의 아나운서 목소리가 무대에서 더빙되고, 집을 나가 천막에 있던 딸에게 계모가 달려와 “독일인들이 서로 너나 할 것 없이 끌어안았다면, 우리도 할 수 있어”라고 진심을 말하며 서로 화해하는 장면이 뭉클했다.

다음으로 잠을 깬 아이들까지 함께 시청앞 광장으로 향했다. 가는길에 나무에는 마스코트인 ‘미스터엠’이 방향을 귀엽게 안내해주고 있었고, 익숙한 걸음거리로 시민들도 잔디마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잔디마당에서 진행된 5시 ‘팀클라운’의 <경상도비눗방울>은 재치있고 구수한 입담과 작은비눗방울, 폭탄처럼 엄청나게 뿌려지는 비눗방울까지 아이들과 가족들이 너나없이 즐거워하고 신기해하는 시간이었다.

6시 잔디마당에서 선보인 ‘일장일딴컴퍼니’의 <줄로하는 공연 - 점>은 앞 비눗방울보다 정적이었는데, 관객들은 손과 줄의 메시지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손가락이 작은 사람모습이 되어 줄을 당겨서 ‘손가락보다 큰’ 무거운 공을 들어올릴 때에는 인간승리의 감정도 느꼈다. 대극장의 <Backbone> 공연은 여자 셋, 남자 일곱명의 무용수가 인간탑을 쌓고 덤블링하고, 사람을 줄넘기로 해 줄넘기를 하는 등 형태를 순차적으로 만들고 다른 형태로 옮겨가는 과정의 연결이 경이로웠고, 인간 몸의 갖가지 모습과 협력하는 모습이 감명깊었고 옛 중국이나 동춘서커스에서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이라기보다 오히려 라이브 음악과 함께여서인지 인간 몸의 아름다움과 힘의 연결이 느껴졌다.

'남북맛집선언'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남북의 동포애를 냉면으로 멋지게 풀어내었다.


다시 후딱뛰어 잔디광장에서 남북맛집선언 팀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를 보았다. 음악담당의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끌고있는 리어카 위 카세트와 스피커, 이정훈의 알록달록 겹쳐입은 의상과 유진규의 소주병이 심상찮다. 팽글팽글 도는 '세상은 요지경' 뽕짝과 디스코의 기괴한 만남 속에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major change' 목소리와 김정은의 ’오늘과 같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트럼프 대통령께 감사드립니다‘가 의미깊게 스크래치된다. 하지만 이들은 군사요지와 땅, 장비에 대한 자신측의 회담내용을 격렬하게 어필하며 이해관계가 다르다.

반면, 남북정상회담은 '영감 왜불러, 잘했군 잘했어'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냉면’ 한그릇의 감격으로 이미 통했다. 무대 위에서 남과 북은 관객석으로 이동한다. 냉면그릇에 상징된 빨강색, 파랑색 물감은 이제 자신의 손에서 서로의 얼굴과 몸에 칠해진다. 냉면인지, 우리의 이념인지를 서로 부대끼고 먹으며 이것은 곧 뒤범벅되어 갈색을 이룬다. 하나임을 확인한 동포애는 관객과도 함께 '냉면'을 외치며 흥겨운 춤과 음악의 축제로 하나가 된다.

'맥베스'는 오토바이, 횃불, 현실감있는 사운드로 욕망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11일의 기대작은 단연 폴란드 극잔 비우로 포드로지의 <맥베스>였다. 10년 전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 시민과 평론가의 큰 호응을 얻었다는데, 이날 오후5시경부터 내가 우리집 아이들과 다른공연을 보며 놀고있을 때도 이팀의 감독과 마녀역 배우들은 꺽다리 장대를 신고 농구하는 등 사전 퍼포먼스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드디어 8시, 장대 마녀가 횃불을 붙이고 오토바이가 등장하며 극이 시작되는데, 박진감 넘치는 비트음악에 철굴무대와 원형극장, 그리고 공연시간 훨씬전부터 원형극장을 에워싸고 진지하게 감상하는 시민관객의 모습이 공연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

레이디 맥베스의 허영심은 횃불을 들고 다소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에 고음의 소프라노로 충분히 표현했으며, 죽인 던컨 왕의 머리를 맥베스가 허둥지둥 받을때의 불길함, 그리고 맥베스가 환영에 시달리는 것을 해골이 수레바퀴에 담긴 해골들이 흔들리는 것으로 표현한 점, 레이디 맥베스가 목을 매달았을 때의 충격 등이 긴장감 있게 잘 표현되었다. 기존의 연극적 요소에 불과 오토바이의 현장감, 그리고 극적 긴장감을 아방가르드 뮤직으로 분위기를 형성하며 최대한 간결한 대사로 맥베스의 욕망이 파국으로 치닫기까지의 과정을 특별한 분위기로 선사했다.

공연 후 '무빙스토리'의 무대. 덩그러니 쓰러져있는 텅빈 집에서 정처없이 떠도는 세계난민의 현실이 느껴진다.


19일 오후 2시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본 <무빙 스토리>는 한국과 덴마크 예술가로 구성된 프로젝트그룹 KoDe8071의 작품으로 난민문제를 다뤘다. 8071은 한국과 덴마크 간 거리 8.071km를 뜻한다고 한다. 이 날 기자는 아이들은 외할머니집에 가 있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극장공연을 보았다.  부리나케 화장실 다녀와서 1시 58분에 입장문에서 갑자기 무대로 이끌려 무용수들의 안내대로 줄을 서며 무대를 움직였을 때만 해도 몰랐다. 무척 운치있는 공연이라는 것을. 관객은 지정된 자리에 앉고 이동하거나 하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가야금과 첼로의 피치카토가 분위기를 더하더니, 어느덧 다섯무용수가 굽은등에 작은집 하나씩을 이고 나오니 갑자기 왠지모를 슬픔이 훅 올라온다.

이내 소프라노의 흐느낌이 파도가 되어(영상 윤제호) 삼면스크린의 영상에 실감나게 파도치는 쪽빛물결과 소프라노의 쪽빛 치마가 슬픔을 가득메운다. 소프라노가 유유자적히 대걸레로 집모형을 한켠에 치운다.그 모습 뒤로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첼로와 가야금, 한국전통 노래가락을 함께하는 소프라노와 정가의 어우러짐에는 음악의 빠르고 흥겨운 속도를 더욱 돋우는 아티스트 윤제호의 파티클 영상의 속도감과 입체감이 크게 한몫했다.이 작품은 2019년 한-덴마크 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하고 의정부음악극축제가 공동 제작한 작품인데, 왜 난민주제이고, 왜 한국과 덴마크인지의 느낌을 점차로 알 것 같았다. 마지막 흰종이 인형이 줄에 매달려 주렁주렁 들어올 때는 한국과 덴마크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서로를 품어야만 함께 살 수 있다는 깊은 외침을 느꼈다.


크로마하프의 울림이 이렇게 황홀했나? 오후3시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본 폐막작 <Home>의 어느순간, 리버브와 이펙터가 촉촉히 들어간 크로마하프의 음향이 새로 집을 짓기 위해 울려퍼진다. 처음에 이 집의 가장이 나무에 비닐을 뚝딱 호치키스로 박아 파티션을 완성한것처럼, 공사인부들이 2층집을 금새 세우고, 식구들이 냉장고, 식탁, 변기, 조명을 채우니 어느새 집이 뚝딱 완성된다.

아이와 부부, 아시아계 할머니, 흑인여성, 중동계 청년까지 일곱명이 각자의 공간을 바쁘게 생활한다. 이들이 벽장과 침대, 책장에서 마술처럼 갑자기 등장해 재미를 준다. 샤워장에 들어선 임신한 아내의 아름다운 나체가 잠깐 비추이고 지나가나 싶더니, 이내 좁은 욕실에서 약간 나체의 (잠시 알몸이 보이다가 금새 샤워타올로 가린) 식구들이 샤워욕조와 변기, 세면대를 번갈아가며 옥신각신하다가 변기가 막혔다.

그런데 웬걸, 이집 꼬마가 관객 중 한명을 집에 초대한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관객들이 무대집에 한명 두명 초대되어 파티에 참여하고, 관객들은 배우들의 제스처에 자연스레 동화되어 집주인역할도 하며 극에 적극 참여한다. 전구조명이 관객들의 도움으로 객석과 무대를 화려하게 연결하고, 객석 선물상자에서 나온 졸업식 가운을 입고 졸업도 하고, 2층에서는 결혼식도 한다. 그러니까 내 옆의 관객분이 말한다. "그럼, 장례식도 해야지!"

폐막작 'Home'의 해외공연 장면. 이날은 한국현지 관객참여 퍼포먼스로 House가 Home이 되어가는 과정을 축제분위기로 표현했다.


아니나 다를까. 관객이 검은 저승사자 옷에 큰도끼를 들고 무대를 두 바퀴 도는 사이, 배우와 관객, 집주인과 손님 할 것 없이 북적이는 무대 위에서 식탁은 어느새 장례침상이 되고, 모두들 애도의 묵념을 하고, 애도의 왈츠를 추기도 한다. 그런데, 더 압권인 장면은 그 후다. 배우가 옆에서 살짝 안내를 하면, 도봉산이 집인 관객, 멕시코에서 살다 왔다는 관객이 거실과 식탁에서 마이크로 자신의 집에 대한 에피소드를 얘기한다. 도봉산 관객은 10분 안되는 거리를 친구와 걷고 싶어서 20분이고 30분이고 계속 오가며 걸었던 추억을 얘기한다. 추억은 녹음되어 반복되고, 음향에서 사라진다.

이제는 떠날시간, 이삿짐을 싸서 박스에 넣고 관객들도 객석으로 들어갔다. 비닐로 가리워진 집을 뒤로하고 배우들도 옷을 갈아입고 떠난다. 아까의 페스티벌 분위기가 왠지 그리워지며 클래식이 전공인 나는 이것이 음악극인가 잠시 헷갈린다. 내 집은 나에게 무엇일까. 무대 위 빈 집, 비닐이 바람에 펄럭이며 몽환적인 크로마하프가 마지막 또다시 울려퍼질 때 나는 느꼈다. 확실한 음악극 맞다고.


내년에도 5월에 아이들 데려와 풀어놓고 즐거운 주말 보낼 수 있겠지? 내 삶과 음악을 가족과 함께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즐거움을 위해 1년을 준비하고 또 그다음 1년을 준비하는 의정부음악극축제측에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드린다. 내년의 축제주제는 'gaze(시선)'이라고 한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