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1945'의 시연회 한 장면.ⓒ 박순영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1945 > 기자간담회가 17일 오전11시 예술의전당 N동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9월 27일부터 28일까지 공연되는 오페라 < 1945 >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으로 특별제작 되었다. 2017년 국립극단에서 배삼식 원작의 연극으로 첫 선을 보인 이후, 이번에 최우정 작곡가와 고선웅 연출, 정치용 지휘자와 함께 오페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정주현 부지휘자의 지휘로 시연회가 진행되었다. 소프라노 김순영(미즈코 역)의 맑고 간절한 호소력, 악랄함이 경쾌함을 타고 흐르는 테너 정재윤(최주임 역)의 노래, 1945년 전재민 구재소에서의 뜨거운 하룻밤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메조 소프라노 김향은(섭섭 역)과 바리톤 이동환(만철 역)의 듀엣 등 주역가수들은 한창 연습과정 임에도 최상의 컨디션과 연기솜씨로 짧은 30여분간의 시연에서 극의 분위기를 한껏 전달해주었다.


기자간담회에서 배삼식 작가는 "연극을 쓰면서도 제가 최종적으로 어떤 말이나 행위가 필요 없어지는 순간을 어떻게 하면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해온 것 같다. 음악이 바로 그 자리에서 날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음악적 흐름에 방해되지 않도록 대본화 작업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 2017년 음악극 <적로>를 함께한 배삼식 작가, 그리고 고선웅 연출을 추천한 최우정 작곡가는 "제 어머니가 평안북도 철산 출신이다. 역사적 질곡을 겪으셨던 어머니 세대, 그 윗세대의 얘기를 들으면서 자라왔다. 그래서 이 작품을 어떻게 써야한다는 것은 이미 제 몸 속에 들어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얘기했다.


"오페라는 스태프진, 출연진 모두의 능력이 발휘되어서 함께하는 작품이라는 것을 항상 느끼고 그것에 감사한다"라면서, "음악적 완성도 뿐 아니라 공연물로서의 완성도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한국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선율들, 요소들을 모두 넣었다. 이렇다보면 오페라라는 것이 완성되지 않나라고 생각했다"라고 음악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시연에서 음악을 들어보니, 정통 오페라 아리아부터, 1930-40년대 유행한 창가와 군가, 트로트, 동요 '엄마야 누나야'까지 한국 사람에게 익숙한 선율들이 녹아 있었다.


지휘자 정치용은 이번 작품에 대한 크나큰 애정을 드러냈다.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한국 창작 작품이 이렇게 훌륭할 수 있구나, 서양오페라 못지않게 예술성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작품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기다려왔고, 이번에 <1945>를 만나면서 그런 바램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라고 말했다.


또한 "연출 작곡 선생님과 의논하면서 이 작품이 상당히 '문제작'까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예술성과 대중성도 확실히 있다. 그런 면에서 최우정 교수가 굉장히 땀을 많이 흘렸다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무대에 올릴 때 까지 저 역시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냥 단순히 노력이 아니라, 제가 가슴 속 깊이 이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이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소감과 의지를 밝혔다.


고선웅 연출은 "지금 이 줄(기자간담회 제작진, 출연진 자리)에 앉아있는 게 행복하다. 배삼식 선생님, 최우정 선생님에 대해 깊은 신뢰가 있어 덜컥 오페라를 시작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캐스팅이 너무 잘 되었고 주역가수들이 너무나도 훌륭하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연극 연출하면서 오페라 하는 것이 별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제가 음악적으로 못하는 것을 정주현 부지휘자님, 정치용 지휘자 선생님, 최우정 선생님의 음악이 있고, 김동일 협력연출과 장재호 감독님께서도 굉장히 잘해주신다. 저는 '간판'하는 것 밖에 없다"라고 오페라 연출하는 소감을 말했다. 또한 "줄거리가 우리 역사에 관한 뼈아픈 얘기지만, 반면 버라이어티하고 익숙한 부분도 많아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오페라다. 정말 기대하셔도 좋다. 이틀밖에 안하니까 꼭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포부를 말했다.


질의응답시간에 주인공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했냐는 질문에 소프라노 이명주(분이 역)는 "누구에게나 말하지 못할 힘든 일이 있을 수 있고, 그럴 때 어떻게 헤쳐 나갔을지를 생각해보면 '의지'였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내가 이 터널을 지나갈 때 '희망'을 생각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을 읽는데 눈물이 굉장히 났다. 동질감을 느꼈고, 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프라노 김순영(미즈코 역)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기쁘고 감사함도 있겠지만 절망에 닥쳤을 때 기로에 서게 된다"라면서, "제가 맡은 미즈코가 처음에는 너무 불쌍하고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연출님이 슬픈 장면을 오히려 해학적으로 웃을 수 밖에 없는 장면으로 연출하시니까 더 슬프게 와 닿았다. 긍정적으로 헤쳐나가는 모든 이들의 모습이 반영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배삼식 작가는 "인간이 무리지어 사는 한에는 고독한 가치판단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한 가치판단의 틀이 어느 순간에는 얼마나 억압과 폭력이 될 수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 극을 썼다"고 밝혔다.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1945> 기자간담회가 17일 오전11시 예술의전당 N동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오페라 <1945>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으로 특별제작 되었다. 2017년 국립극단에서 배삼식 원작의 연극으로 첫 선을 보인 이후, 이번에 최우정 작곡가와 고선웅 연출, 정치용 지휘자와 함께 오페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정주현 부지휘자의 지휘로 시연회가 진행되었다. 소프라노 김순영(미즈코 역)의 맑고 간절한 호소력, 악랄함이 경쾌함을 타고 흐르는 테너 정재윤(최주임 역)의 노래, 1945년 전재민 구재소에서의 뜨거운 하룻밤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메조 소프라노 김향은(섭섭 역)과 바리톤 이동환(만철 역)의 듀엣 등 주역가수들은 한창 연습과정 임에도 최상의 컨디션과 연기솜씨로 짧은 30여분간의 시연에서 극의 분위기를 한껏 전달해주었다.


▲정치용 지휘자(가운데 검은옷)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박순영



기자간담회에서 배삼식 작가는 "연극을 쓰면서도 제가 최종적으로 어떤 말이나 행위가 필요 없어지는 순간을 어떻게 하면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해온 것 같다. 음악이 바로 그 자리에서 날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음악적 흐름에 방해되지 않도록 대본화 작업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 2017년 음악극 <적로>를 함께한 배삼식 작가, 그리고 고선웅 연출을 추천한 최우정 작곡가는 "제 어머니가 평안북도 철산 출신이다. 역사적 질곡을 겪으셨던 어머니 세대, 그 윗세대의 얘기를 들으면서 자라왔다. 그래서 이 작품을 어떻게 써야한다는 것은 이미 제 몸 속에 들어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얘기했다.


"오페라는 스텝진, 출연진 모두의 능력이 발휘되어서 함께하는 작품이라는 것을 항상 느끼고 그것에 감사한다"라면서, "음악적 완성도 뿐 아니라 공연물로서의 완성도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한국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선율들, 요소들을 모두 넣었다. 이렇다보면 오페라라는 것이 완성되지 않나라고 생각했다"라고 음악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시연에서 음악을 들어보니, 정통 오페라 아리아부터, 1930-40년대 유행한 창가와 군가, 트로트, 동요 '엄마야 누나야'까지 한국 사람에게 익숙한 선율들이 녹아 있었다.


지휘자 정치용은 이번 작품에 대한 크나큰 애정을 드러냈다.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한국 창작 작품이 이렇게 훌륭할 수 있구나, 서양오페라 못지않게 예술성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작품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기다려왔고, 이번에 <1945>를 만나면서 그런 바램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라고 말했다.


또한 "연출 작곡 선생님과 의논하면서 이 작품이 상당히 '문제작'까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예술성과 대중성도 확실히 있다. 그런 면에서 최우정 교수가 굉장히 땀을 많이 흘렸다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무대에 올릴 때 까지 저 역시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냥 단순히 노력이 아니라, 제가 가슴 속 깊이 이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이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소감과 의지를 밝혔다.


고선웅 연출은 "지금 이 줄(기자간담회 제작진, 출연진 자리)에 앉아있는 게 행복하다. 배삼식 선생님, 최우정 선생님에 대해 깊은 신뢰가 있어 덜컥 오페라를 시작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캐스팅이 너무 잘 되었고 주역가수들이 너무나도 훌륭하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연극 연출하면서 오페라 하는 것이 별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제가 음악적으로 못하는 것을 정주현 부지휘자님, 정치용 지휘자 선생님, 최우정 선생님의 음악이 있고, 김동일 협력연출과 장재호 감독님께서도 굉장히 잘해주신다. 저는 '간판'하는 것 밖에 없다"라고 오페라 연출하는 소감을 말했다. 또한 "줄거리가 우리 역사에 관한 뼈아픈 얘기지만, 반면 버라이어티하고 익숙한 부분도 많아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오페라다. 정말 기대하셔도 좋다. 이틀밖에 안하니까 꼭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포부를 말했다.


질의응답시간에 주인공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했냐는 질문에 소프라노 이명주(분이 역)는 "누구에게나 말하지 못할 힘든 일이 있을 수 있고, 그럴 때 어떻게 헤쳐 나갔을지를 생각해보면 '의지'였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내가 이 터널을 지나갈 때 '희망'을 생각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을 읽는데 눈물이 굉장히 났다. 동질감을 느꼈고, 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프라노 김순영(미즈코 역)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기쁘고 감사함도 있겠지만 절망에 닥쳤을 때 기로에 서게 된다"라면서, "제가 맡은 미즈코가 처음에는 너무 불쌍하고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연출님이 슬픈 장면을 오히려 해학적으로 웃을 수 밖에 없는 장면으로 연출하시니까 더 슬프게 와 닿았다. 긍정적으로 헤쳐나가는 모든 이들의 모습이 반영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배삼식 작가는 "인간이 무리지어 사는 한에는 고독한 가치판단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한 가치판단의 틀이 어느 순간에는 얼마나 억압과 폭력이 될 수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 극을 썼다"고 밝혔다.​​​​​​



▲국립오페라단 '1945' 제작진 및 출연진 기념촬영. 왼쪽아래부터 예술감독 직무대리 김수한,
소프라노 김순영, 소프라노 이명주, 배삼식 작가, 최우정 작곡가, 정치용 지휘자, 고선웅 연출,
(왼쪽위부터) 강지영 드라마투르그, 바리톤 이동환, 메조 소프라노 임은경, 테너 유동직,
메조 소프라노 김향은, 소프라노 김샤론, 바리톤 우경식, 테너 정제윤, 테너 민현기, 테너 이원종
ⓒ 박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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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자 복직촉구 35차 결의대회. 작년 11월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3시에 열렸다.
ⓒ 박순영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자 복직촉구 35차 결의대회가 16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문체부 서울사무소) 앞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국립오페라합창단 지부 주최의 이 결의대회는 지난 11월부터 매주 진행되어온 것이다. 이날 집회에는 공공운수노조원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은 약간의 경찰인원도 보였다.

결의대회의 중심이 된 국립오페라합창단 문대균(42) 지부장과 동료 1명은 하루전날인 15일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 복도에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10년간의 복직투쟁에 최근 문체부장관이 바뀐 이후로 이들에게 합창단원이 아닌 사무실 계약직 1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문 지부장은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문체부가 제시한 사무직 1년 계약직은 우리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성악가에게 생명과도 같은 노래를 걸고 다시는 노래를 못하게 되더라도 부당하게 해고된 것을 인정받고 복직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35차 결의대회는 김성수 조직국장의 대오정리 순서에 이어 민중의례, 그리고 고동환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 본부장의 여는발언을 했다.

박주동 남동지부 의장은 투쟁사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국가의 명칭을 도용한 것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 박순영



다음으로 박주동 남동지부 의장은 투쟁사에서 “2002년에 국립오페라합창단을 처음 뽑을 때는 국립이라고 해놓고, 2009년에 해체할 때는 (합창단원이) 임의기구이고 공적 조직이 아니라고 한다. 이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국가의 명칭을 도용한 것이다”라면서, “해외공연 다닐 때 다 국립이라고 했다. 국민을 상대로 사기친 것이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어느 누구도 이것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서 “국립오페라합창단 단원들은 자신들이 국립인 것으로 알고 있다가, 영문도 모른 채 한순간에 국립이 아닌 걸로 해체된 것이다”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투쟁사에 담았다.

문화공연으로 가수 임정득씨가 본인의 곡 ‘상상하다’, ‘V'와 '불나비’를 부르며, 투쟁에 힘찬 응원의 기운을 북돋아주었다. 이어 용순옥 민주노총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은 투쟁사에서 “이 정권의 문화정책과 노동정책이 있느냐”면서 발언을 이어갔다.



결의대회 35주차에서 문화공연으로 투쟁에 기운을 북돋은 가수 임정득.ⓒ 박순영


마지막 순서로 문체부 사무실에서 단식투쟁중인 문대균 지부장과의 전화통화가 이어졌다. 문 지부장은 옥상에서 높이 손을 들어 흔들어 보이며 결의대회를 응원하며 자신이 잘 있음을 나타냈다.

결의대회 후 기자는 농성장 복도로 찾아갔다. 출입이 어렵지 않은 보통의 공공기관 건물 복도에서 자리잡고 있었다. 결의대회 후 공공운수노조 임원 및 동료들이 잠시 응원의 말을 전하는 중이었다.

당시 월급은 얼마였냐는 기자의 질문에 문 지부장은 “당시 못 받을 때도 있었고, 받으면 20만원, 그게 시세가 좀 나아져서 2008년 쯤에야 70만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반주자까지 전체 40명 오페라합창단 단원에 쓰이는 예산이 당시 약 3억에서 4억 사이였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그간 국립오페라단 전체 운영예산은 꾸준히 증액되어 
2019년 현재 1년에 140억 가량이다. 

농성을 함께하고 있는 동료는 “국립오페라합창단이 창단한다는 공문이 당시 전국대학에 다 보내졌었다. 나는 대학원 졸업 무렵이어서 마침 입단하게 되었다”라면서 “특히 결혼해 아이아빠가 되는 단원의 경우 그 월급으로는 버티기가 힘들어 이직률도 높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문지부장은 “그래도 우리가 오페라합창단에 2002년부터 해산될 2008년까지 계속 있었던 것은 클래식 합창과는 다른 ‘오페라’라는 장르만의 무대, 연기하는 것의 매력 때문이었다”라면서, “첫해에 내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 될꺼다, 그 다음해가 되면 다음 단장님때는 된다 등 계속 기다려만 왔다. 2009년 해체 복직투쟁을 하면서 지금 정권이 되고 나서는 그래도 복직이 되겠지라고 희망을 가졌는데...”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문대균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 지부장은 "클래식 합창과는 또다른 오페라만의
노래하고 연기하는 게 좋아서 계속 남아 있었다"라고 말했다. ⓒ 박순영



문지부장은 “국립오페라단은 오페라단원, 예술가가 아무도 없다. 다 사무실 직원밖에 없다”라면서, “(10년간의 농성 결과로 엊그제 제시함.) 노래하는 사람한테, 단원이 아니라 사무실 직원으로 일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국립으로서의 중장기적인 발전방향이 없고 저렇게 기획사처럼 운영하는 것을 보면, 저럴 바에는 오페라단을 왜 조직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2002년 오페라 공연때마다 합창단을 뽑아야 하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립오페라합창단을 창단했다.

낮은 월급의 처우에도 단원들은 오페라에 대한 꿈으로 단원으로 활동해 왔다. 그러던 중 문체부가 돌연 2009년 1월 국립오페라단 내에 별도 합창단을 운영하는 것의 규정상 설치 근거가 없다면서 해체를 발표했다. 이후 지난 10년 동안 해고된 단원들에게 정규직을 약속하며 '나라오페라합창단', '국립합창단' 등에 복직하도록 했으나, 1~2년 후에 다시 해고하는 등 반복해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문체부는 나라오페라합창단 계약 종료 후에는 이의제기와 단체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에 서명해야 남은 기간 동안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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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마술피리' 2막에서 열연중인 소프라노 김순영
(파미나 역, 왼쪽)과 소프라노 소니아 그라네(밤의 여왕 역).ⓒ 문성식 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오페라단의 <마술피리>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328일부터 31일까지 공연되었다.

해외공연인 뮤지컬 <라이온 킹>1월부터 3월말까지 오페라극장에서 장기간 공연되고 있어서, 예술의전당 상주단체인 국립오페라단의 올해 첫 시즌공연을 토월극장에서 한다는 것에 안타까웠다.

이런 마음과는 달리, 330일 공연이 시작되자 토월극장도 크기가 작지 않고 노래나 오케스트라 반주도 잔향이 덜한 때문인지, 오히려 고소한 빵처럼 습하지 않고 명확하게 들리는 느낌에 ? 토월극장이 오페라해도 되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마스 뢰스너 지휘의 카메라 안티콰 서울의 명징한 연주와 소프라노 김샤론, 소프라노 손진희, 메조 소프라노 김향은 3인 시녀 역 성악가들의 맑고 아름다운 3화음이 금새 토월극장 오페라에 몰입하게 했다.

이어 바리톤 안갑성 파파게노가 부르는 '나는야 새잡이' 아리아는 익살스러운 닭 분장과 바리톤 음역으로서는 밝은 톤, 정확한 타이밍에 부는 뿔피리 모습으로 극을 경쾌하게 이끌었다. 이어 시녀들, 타미노왕자, 파파게노 사이에 꽤 많은양의 독일어 징슈필 대사가 이어지는데 전광판의 자연스러운 우리말 번역과 성악가들의 발음과 연기로, 우리말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타미노 역 허영훈의 '이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 아리아는 파미나 사진을 보고 반한 기쁨이 가득 느껴지는 감미로우면서도 밝고 힘찬 음색에, 전체 블랙톤 의 긴 장화와 재킷의 흡사 어린왕자 같은 모습이 노래에 빠져들게 했다. 여주인공 파미나 역 소프라노 김순영은 뮤지컬에서의 활약에서 다져진 더욱 세부적인 연기와 아름다운 모습으로 '아 사라져버렸네' 아리아 등에서 맑고 선이 고운 노래를 잘 선보였다. 타미노와 파미나의 진실함과 아름다움, 동심이 극의 중심에서 우아한 모짜르트를 잘 대변했다.

작년 국립오페라단 <헨젤과 그레텔>도 연출한 크리스티안 파데는 무대, 의상, 분장의 알렉산더 린틀과 이번에도 동화같은 분위기에 극의 상징성을 무대미술로 명확히 선보였다.

여기에는 너무 동화같다는 등의 호불호가 갈리지만, 자라스트로가 위치한 왼쪽의 ''에 태양, 밤의 여왕인 오른쪽 ''에 초승달을 표현했고, 1막에 시녀들과 파파게노, 타미노가 5중창 할 때 지구본을 든 모습, 주제인 마술피리를 장막에 커다랗고 반짝거리게 해 눈에 띄게 한 점, 타미노가 마술피리를 들고 노래할 때 원숭이, 사자, 호랑이 등 지구상의 동물들이 등장하는 점 등이 선과 악으로 대립되는 것의 화합이라는 작품의 주제를 더욱 뚜렷하게 살려주었다.

1막 마지막 합창이 웅장하다. 맨 왼쪽부터 소프라노 김순영(파미나 역), 테너 허영훈(타미노 역),
베이스 양희준(자라스트로 역), 바리톤 안갑성(파파게노 역).ⓒ 문성식 기자


1막 모두의 웅장한 합창 후 2막 시작에서 자라스트로 역 베이스 양희준은 붉은 정장에 큰 키와 몸집에서 오는 카리스마를 갖추며 '이 신성한 전당에서는 복수를 생각할 수 없어'의 극저음을 중후하고 안정된 톤으로 전달하며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다. 모노스타토스 역 테너 김재일의 분장과 힘찬 음색, 대변인 역 베이스 한혜열의 탄탄한 저음 역시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문제는 공연 4일동안 원 캐스팅으로 진행된 밤의 여왕 역 소니아 그라네였다. 이 역은 2막에서 딸에게 선으로 대변되는 자라스트로를 죽이라고 하는 악의 화신의 모습을 악기적 기교로서 성악으로 선보이는 대단한 역할이다. 그 유명한 '나의 가슴 분노로 불타올라'의 라,파,라,도,파,도,레,시b 음은 한 배음으로 쭉 뻗어가야 하는데, 마치 소니아 그라네는 개개의 음인듯이 짚어가서 듣는데 다소간 불안했다. 배역의 교대없이 한달이상 한국에 머무르며 매일연습에 4일 공연이 컨디션으로 이어졌을 터이다.

밤의 여왕의 카리스마는 연출과도 연결되는데, 1막 등장때에도 이 여왕이 할머니처럼 지팡이를 짚고 나오는 컨셉이라 의아했다. 그런데 이 2막 최고 절정의 아리아에서는 게다가 바지를 입어놔서, 모든 기교의 아리아로 딸에게 "내 말 거스르지 마!"라고 엄포를 놓고 획 돌아서서 퇴장하는 카리스마가 훨씬 덜할 수 밖에 없었다. 바지 입은 다리선이 보였기 때문이다. 보통의 풍성한 드레스이면 의상 안에 감춰졌을 여왕의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물론 이것에 의도한 숨은 뜻이 있겠지만, 우리의 고정관념과 기대 때문에 파데 연출의 어떤 점은 지지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또한 극 후반부에 우리의 파파게노에게 생긴 연인 파파게나가 중국 경극풍의 가면을 벗고 모습을 드러낼 때, 겉옷까지 하나 벗는 설정은 다소간 정서적으로 안 와닿았다. 물론 곧 예쁜 모습의 파파게나 역 소프라노 박예랑의 맑은 음색의 기교와 힘찬 고음으로 짧지만 인상을 남겼던 파파게노와의 듀엣으로 잘 전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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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시녀와 함께 극중후반에는 세 명의 소년들 (cpbc소년소녀합창단-김수정, 장예나, 한수안, 이재호)'지금 또 다시 당신들을' 중창을 지구본을 서로 패스하며 어여쁘게 불러 만족감을 주었다. 이들은 칼을 들고 방황하는 파미나를 구하고, 파파게노와 파파게나를 연결해주는 등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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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과 2막 마지막의 합창들은 모차르트 특유의 웅장함과 고귀함, 인간애를 잘 살려주었다. 이번 국립오페라단 <마술피리> 공연은 훌륭한 성악가들과 오케스트라, 무대, 연출에 몰입해서 재미있게 봤다. 하지만, 우리가 신으로서 밤의 여왕의 카리스마를 기대하듯이, 국립오페라단에게는 우리기대 이상 최고의 카리스마를 기대하는 것일 것이다. 예술수준을 가능케 하는 정부차원의 운영 시스템에서부터 말이다. 라이온 킹 때문에 밤의 여왕이 밀려나다니..그건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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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 산 134-1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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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연말 대표 레퍼토리 '라 보엠'의 화려한 2막. 가난한 젊은 예술가에게도
크리스마스 이브 거리는 있다.ⓒ 국립오페라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또 하나의 겨울 공연 레퍼토리로는 오페라 거장 작곡가 푸치니의 <라 보엠>이 있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윤호근)<라 보엠>이 지난 126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지난
2012년 창단 5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국립오페라단 <라보엠>(마르코 간디니 연출)은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며, 2012년 한중 수교 20주년 북경 중국국가대극원 공연, 2012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013, 2017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재공연 등 관객의 사랑을 입증하는 국립오페라단 대표 레퍼토리이다. 올해는 2017년부터 새단장한 미니멀리즘과 화려함이 결합된 무대에 성시연 지휘자가 함께해 더욱 기대를 모았다.

공연이 시작되자 단연 성시연 지휘자가 눈에 띄었다
. 지휘의 디렉션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너무 박력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라보엠>F4 꽃보다 남자 주역들의 쾌활하고도 우렁찬 노래와 연기가 미니멀한 2층 다락방 무대에 등장하고 이들을 성시연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자니 성시연 스타일의 정확한 타법의 이유가 있음을 이해했다. 더 나아가 1막 중반의 4중창에서는 젊은 F4 주역들이 모두 관객을 향해서라기보다 지휘자 성시연을 향해 노래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은 나만 가졌는지 궁금하다.

작품에 작곡가 푸치니가 밀라노 음악원 시절 같은 음악원의 친동생과 훗날 경쟁상대가 된 작곡가 피에트로 마스카니와
1년 넘게 한 방을 썼던 시절의 경험이 담겼다. 그래서인지, 먹을 것이 궁핍하고 추워서 벽난로에 땔감으로 화가 마르첼로의 그림을 태울까, 시인 로돌포의 희곡을 태울까 하는 대목에서 음악일을 해서 친구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것은 음악가 쇼나르이다. 2017년 공연에도 쇼나르 역을 맡았던 바리톤 우경식은 명쾌한 목소리와 제스처로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시내로 가서 놀아야지'라고 친구들을 밖으로 이끈다.

▲2018년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 12월 6일, 9일 공연의 남자 주역들. 왼쪽부터 바리톤 최병혁(마르첼로 역),
바리톤 우경식(쇼나르 역), 테너 이원종(로돌포 역), 베이스 박기현(콜리네 역).ⓒ 국립오페라단


친구들이 나가고 시를 마무리하려고 남은 로돌포에게 옆방 미미가 찾아온다
. 9일 공연에서 로돌포 역 테너 이원종은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에서 감미로운 테너와 힘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이에 응답하는 '그래요 미미라고 부른답니다(Si, mi chiamano Mimi)'에서 소프라노 서선영은 폭넓은 에너지와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1
막과 2막 사이의 무대전환 시간이 다소 길고 무대운반 소리도 크게 들렸는데, 좋은 무대를 위한 현장의 소리로 이해했다. 팡파르 속에 화려한 2막이 열리고 뒷편에 커다란 회전 놀이기구와 카페 모무스거리의 반짝이는 조명 속에 무제타 역 소프라노 장유리는 '내가 혼자 길을 걸을 때(Quando men vo soletta)'에서 주변을 확 빨아들일 것만 같은 화려한 목소리로 시원함을 주었다.

이 때 무제타의 연인 마르첼로 역 바리톤 최병혁의 힘찬 저음의 노래와
, 1막에서는 집주인 베누아 역으로도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알친도르 역 베이스 박상욱의 노래 또한 좋았다.

이번
<라 보엠>에서 연출의 미가 가장 부각되는 부분은 3막이었다. 주인공 커플만으로는 아무리 아름다운 노래라도 진행감이 정체될 수 있다. 그런데 무대 왼쪽 뒷편 오두막 옆 노숙자가 홀로에서 남녀 커플이 되어 따뜻한 음료를 나누기까지의 모습이 나왔다. 무대 오른쪽 앞 주인공이 다투다가 다시 만나기로 하기까지의 노래를 마치 설명하듯이 음악 리듬과 프레이즈, 주인공들의 얼굴방향과 대비적으로 배치하면서 무대에 미묘한 움직임을 넣어 진행감을 준 점이 좋았다. (연출 마르코 간디니, 재연출 김동일)

▲푸치니 '라 보엠' 3막. 연인은 이별의 고비를 넘어 봄이 올 때까지 함께 있기로 약속한다.
테너 이원종(로돌포 역), 소프라노 서선영(미미 역).ⓒ 국립오페라단


다시 다락방의
4, 젊은이 넷이 잠시 장난칠 때는 얼핏 1막과 비슷하지만, 병든 미미가 찾아오고 무제타는 미미의 약값을 위해 귀걸이를, 철학자 콜리네는 아끼는 외투를 내어놓는다. 콜리네 역 베이스 박기현이 우수어리고 어둠 짙은 목소리로 부른 '낡은 외투여'(Vecchia zimarra, senti.)는 외로운 인생과 무거운 외투의 사명감이 느껴지며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라 보엠>4막 미미의 죽음을 보면서, 미미가 걸린 결핵은 우리 사회의 여러 모순과 아픔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오페라 <라보엠>1막 처음에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나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 정도로 여겨졌는데, 2, 3막을 거쳐 4막에서 미미가 죽고 로돌포가 오열할 때는 어느새 대한민국 청년의 2018년 현실과 교차되며 비장함이 느껴졌다.

한 가지 희망은
4막에서 친구들이 방에서 다 나가고 미미가 일어나며 "둘이서만 있고 싶어서 자는 척 했어"라고 말한 대목이다. 1막에서도 3막에서도 로돌포를 먼저 찾아왔던 미미였던 만큼 죽어가는 순간에도 자신의 사랑을 향한 느낌과 의지를 확실하게 알고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또한
, A캐스팅에서 미미역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만 빼고는 모두 한국 젊은 성악가 출연진으로 구성된 이번 국립오페라단 <라보엠>은 대한민국 젊은 오페라 일자리를 실현하는 면에서도 활약을 했다는 면에서 인정해주고 싶다. 그 덕분에 <라보엠> 젊은이들의 사랑이 더 관객에겐 와닿을 수 있었으며 서로가 좋은 일석이조의 무대였다.

물론
, 이번 <라 보엠>보다는 국립오페라단의 2012년 지휘자 정명훈과, 2013년 지휘자 성기선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의 관록이 그리운 관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5년 전의 관록도 그때는 젊었다. 연말이고 새해가 되면 또 한 살 더 먹지만, 젊음이 경험을 가지도록, 또 축적된 경험이 계속적으로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모쪼록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야겠다. 그런데, 나이를 먹는가. 눈물이 나는지 왜 코가 시큰거리는지 겨울 감기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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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 화려한 춤과 충실한 성악과 연기로 오페레타 장르의 매력을 선사했다.ⓒ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한 편의 오페라 뮤지컬, 혹은 기분좋은 프랑스 영화를 본 느낌이랄까. 가벼운 오페레타 장르라고만 생각했던 기자에게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공연된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윤호근)의 <유쾌한 미망인>은 처음에는 춤곡풍의 음악과 아리아, 대사가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대 가운데에 너무 크지 않은가 걱정되었던 지구본 모형 무대 셋트 둘레로 합창단과 주인공이 채워지고, 뚜껑이 열리면 큰 샴페인 병 모형들로 채워진 막심 레스토랑이
 되고, 샹들리에가 번쩍이며 물랑루즈 쇼장이 되면서, 극의 배경인 가상의 국가 '폰테베드로'의 파리 주재 대사관 파티로부터 진정한 인생의 해피엔딩 쇼장에 동참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도 귀에 익숙한 유명한 아리아가 이 한 작품 안에 가득하다는 것에 놀랐다. 과연 ‘메리 위도우’라고 불리면서 이후 20세기 초 뮤지컬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초연 당시 이래로 지금까지 인기 오페레타로 자리매김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저는 정숙한 여자랍니다' 아리아 장면의 소프라노 김순영과 테너 허영훈. ⓒ 문성식


음악과 더불어 작품 감상의 묘미는 두 커플의 대조적인 사랑이었다. 이 과정에서 훌륭한 성악가들의 역할은 당연한 것이었다. 미망인 한나와 폰테베드로 대사 다닐로 커플, 유부녀 발랑시엔과 군인 카미유 커플은 사회계급과 금기된 위태로운 사랑을 희화적으로 표현한다. 27일 공연에서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크리스틴 역으로 인기를 얻어 ‘순크리’라는 별명을 얻은 소프라노 김순영은 1막 ‘나는 정숙한 유부녀랍니다(Ich bin eine anstaendige Frau)’와 3막 코제트들 장면에서 부드럽고 풍부한 성량에 요염한 자태와 춤 실력까지 선보이며 과연 뮤지컬로부터 갈고 닦은 실력과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카미유 역 테너 허영훈도 발랑시엔 김순영과의 찰떡궁합을 보여줬다. '장미 꽃잎이 열리듯(Wie eine Rosenknospe)과 2막 ‘저기 정자가 있네요(Sieh dort den kleinen Pavillon)' 노래에서 온 몸과 얼굴을 다 쓰며 혼신의 힘을 다하는 표정연기와 벅차오르는 감정의 목소리에서 연인을 향한 꿈같은 사랑이 절절히 느껴졌다.

▲'입술은 침묵해도' 듀엣의 소프라노 바네사 고이코에체아 바리톤 안갑성. ⓒ 문성식

 

여주인공 한나역 소프라노 바네사 고이코에체아는 화려하고 늘씬한 미모는 물론 세밀한 감정선과 풍부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극을 끌고가는 주인공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1막 모피를 두른 화려한 등장, 2막 '빌랴의 노래(Es lebt' eine Vilja)'에서는 다닐로에 대한 간절한 감정이 아리아 끝의 숨죽이는 기법으로 인상적으로 표현되었다. 이후 파티장의 중심에서 군인과 귀족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먼발치에서 노래하는 다닐로의 아리아로부터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확신하는 장면은, 그 표정과 얼굴시선만으로도 감정의 변화를 정확히 표현하는 것에서 기가 막혔다.

다닐로 역 바리톤 안갑성 역시 폰테베드로 대사로서의 임무를 가장해 마음을 감추려들지만 그럴수록 어찌할 수 없는 사랑의 마음이 드러나는 과정을 잘 표현했다. 1막에서 '카페 '막심'으로(Da geh' ich zu Maxim)' 에서는 조국에의 충성과 그에 반하는 감정의 아이러니함을, 2막 '옛날 옛날에 왕자와 공주가 있었는데(Es waren zwei Koningskinder)'에서 자신을 두고 다른남자와 결혼했었던 한나에 대해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는 장면까지 팽팽하고도 시원한 목소리와 연기로 펼쳐냈다.

둘의 오해가 풀리고 부르는 3막 마지막에 '입술은 침묵해도(Lippen schwigen)' 듀엣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 외에 2막 군인 귀족 등 남자들의 합창 '여자를 이해하는 건 어려워(Wie die Weiber)'에서 의자를 소도구로 안무하며 노래하는 장면, 그리고 3막 시작에서 객석의 조명까지 켜지며 관객석에서 댄서들이 등장하며 흥겨운 장면을 연출하며 출연진과 관객이 모두 인생이라는 파티장에 온 것 같은 즐거운 느낌을 주었다.


▲ 남자들의 7중창 부분은 남성들의 욕망을 경쾌하게 표현했다.ⓒ 문성식


음악과 춤으로 인생의 첨예한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의 씨앗을 던지는 장르의 목적과 특징을 잘 살린 작곡가 프란츠 레하르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세계 20여국에서 70여편의 오페라를  연출한 기 요스텐의 이번 연출로 오페레타의 가벼움 뒤에 있는 냉소와 비판까지 집어낸 정확하고 디테일한 연출, 오스트리아 출신으로서 정통 빈 오페레타에 탁월한 지휘자 토마스 뢰스너가 지휘한 춤곡들의 우아함과 경쾌함이 총체적으로 오페페타 장르의 매력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지난 7월 3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제17회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를 개최했다. 소프라노 박예랑이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과 상금 700만원을,  테너 김대환이 금상과 상금 500만원, 세아이운형문화재단상을 수상했다. 이어 테너 손지훈이 은상을, 테너 이준탁이 동상을 차지해 각각 300만원과 200만원의 상금 및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상을 수상했다.

본선에 앞서 6월 21~22일 양일에 걸친 예선에는 총 116명의 성악가들이 참가했으며, 이 중 9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역대 수상자들에게 정기공연을 비롯해 <테마가 있는 오페라 갈라>, 학교오페라 <사랑의 묘약>등의 출연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성악콩쿠르가 배출한 수상자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 데뷔한 테너 정호윤, 오페랄리아 국제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 후 로얄오페라하우스의 영아티스트로 활동 예정인 테너 김건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 우승의 소프라노 황수미, 2017년 <루살카>로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 데뷔한 소프라노 박혜상, 최근 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 카미유 역을 맡아 호연한 테너 이원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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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오페라앙상블 '베르테르' 1막. 베르테르(테너 석승권)와 샤롯데(메조소프라노 김순희).
ⓒ 플레이뉴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바야흐로 연말연시, 크리스마스 캐롤과 트리, 길거리를 수놓는 불빛이 추위를 따스하게 녹여준다. 공연들은 특히 가족단위 관람객을 겨냥해 1년의 노고를 위로하고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지난12월 둘째주말에 흔치않은 프랑스 오페라 두 편이 공연됐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베르테르>와 국립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것이다. 프렌치오페라, 젊은 남녀의 죽음의 러브스토리라는 공통점, 우리말번안과 프랑스원어, 소규모와 대규모 제작비라는 차이점을 가졌다. 그 감동은 어땠을까?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12월 9일부터 10일까지 공연된 서울오페라앙상블 <베르테르>(예술감독 연출 장수동)는 청년의 순수한 사랑과 고뇌가 절절히 전달되는 호연이었다. 감각 있는 무대미술(무대디자인 오윤균)과 12인조 음악 앙상블(지휘 정나라)로 소규모극장 특성을 살려 관객이 가깝고 생생하게 무대의 드라마와 노래, 표정을 느낄 수 있었다. 프로그램지의 목표대로, 현대사회를 사는 중년과 청년 모두의 감성을 자극하고 힐링하기에 충분했다.

왼쪽 위 십자가에 'ㄷ'자로 다리와 계단이 꽃장식과 나무로 운치 있는 무대, 1막 샤롯데의 어린동생들의 합창이 귀엽다. 아버지 베일리 역 베이스 박종선의 중후하고 인자한 표정과 노래가 좋다. 드디어 여주인공 등장으로 무대가 한층 흥미로워진다. 메조소프라노 김순희의 샤롯데에 어울리는 새침하고도 어여쁜 자태와 우리말 발음이 잘 들리면서도 윤기 있는 노래로 극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테너 석승권은 텐션 있는 미성과 열렬한 표정으로 베르테르의 아리아 '오 아름다움 충만한 자연이여(O Nature, pleine de grace)' 에서 벅차오르는 사랑을 표현하며 관객도 함께 설레게 했다.

▲ 1막 알베르(베이스 김민석)와 소피(소프라노 신모란).ⓒ 플레이뉴스


2막 교회 앞, 슈미츠(테너 서승환)와 요한(베이스 구교현)이 '비바 바쿠스'라며 흥겹게 축배를 든다. 샤롯데는 어머니 유언대로 알베르와 결혼을 했다. 베이스 김민석은 대포알처럼 굵직한 목소리와 가늘게 뜬 눈으로 아내를 단속하는 알베르 역에 딱 어울렸다. 소피(소프라노 신모란)가 맑고 힘찬 목소리로 언니 부부를 위로하며 '행복이 넘치네(Du gai soleil, plein de flame)'라고 노래 부른다. 하지만, 샤롯데는 베르테르에게 혼자 떠나라고 얘기하고 좌절한 베르테르의 아리아가 한참 이어진다.

3막 침실, 어둔 창 밖으로 눈이 내린다. 흰 색 잠옷에 창백한 샤롯데, 베르테르의 편지를 들고 괴로워하는 '가라 나의 눈물이 흐르게 하라(Va, laisse couler mes larmes)' 아리아로 브라보를 받는다. 소피가 찾아와 위로하지만 '베르테르가 내마음속에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할까(Werther! Qui m'aurait dit)/나는 당신께 작은 내 방에서 편지를 씁니다(Je vous écris de ma petite chambre)'라고 샤롯데는 아픈 마음을 노래한다. 이윽고 찾아온 베르테르의 ‘왜 나를 깨우는가(Pourquoi me réveiller?)’ 단조선율로 응답하고 둘의 가슴 아픈 사랑의 듀엣이 격렬한 박수를 받는다. 알베르의 권총을 빌려나온 베르테르가 총을 쏴 쓰러지고, 영상에 붉은 피가 점차 퍼진다. 4막 샤롯데의 집 정원, 죽어가는 베르테르와 끌어안은 샤롯데의 노래가 절절하다. 마지막 아이들의 노엘합창이 비극을 더한다.

2016년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으로 제작된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베르테르>는 오페라제작과 창작오페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소규모 제작비임에도 압축된 무대와 음악편성으로 우리말 발음을 잘 살린 노래를 뒷받침해 인기 뮤지컬 같은 한 편의 드라마를 훌륭하게 보여줬다. 요사이 아르코창작아카데미 등 창작오페라 발굴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드라마, 연극 등 많은 볼거리에도 '왜 오페라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에는 충실한 종합예술을 만들어 감동을 안겨주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12월 8일부터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국립오페라단 <로미오와 줄리엣>(예술감독 김학민, 연출 엘라이저 모신스키)은 웅장함과 원근감을 살린 무대(리처드 허드슨),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의 격조 있는 음악(지휘 김덕기), 성악가들의 열연으로 풍요로운 고급성찬을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 국립오페라단 '로미오와 줄리엣' 5막 무덤장면 로미오
(테너 스티븐 코스텔로)와 줄리엣(소프라노 나탈리 만프리노).
ⓒ 플레이뉴스


10일 공연은 젊은 외국 주역의 활약이 한 편의 영화처럼 관객을 몰입시켰다. 무대색감과 조명은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며 우주색인 푸른 톤을 유지했다. 1막 장중한 서곡, 관 두 개가 나란히 들어오는 장례식에 합창단이 양 집안의 적대관계를 노래한다. 노랑색 캐퓰렛가의 미뉴엣과 붉은색 몬테규 청년들의 모습이 흥겨운 가면무도회다. 이어 등장한 줄리엣(나탈리 만프리노 분)의 사랑스런 '꿈속에 살고 싶어(Je veux vivre)'와 첫눈에 반한 로미오와의 이중창 ‘고귀한 천사여(Ange adorable)'로 브라보를 받았다.


2막 발코니, 열렬한 이중창이 이어진다. 테너 스티븐 코스텔로는 잘생긴 외모에 장면 따라 다양한 발성을 구사했는데, ‘사랑, 사랑, 나의 온 존재가 흔들린다(L'amour, l'amour, oui, son ardeur a trouble)’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브라보를 받았다. 연인의 아리아,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하는 로미오의 아리아까지 발코니장면은 사랑 그 자체다.


3막 비밀결혼식, 로렌스신부 역 베이스 김일훈의 저음의 차분한 음성이 좋다. 연인과 신부, 유모 거트루드(메조소프라노 김현지)가 감싸 안고 부르는 4중창 ‘당신 형상대로 남자를 창조하신 하느님(Dieu qui fit l'homme a ton image)’이 가슴 뭉클하다. 베로나 광장의 결투, 스테파노 역 메조소프라노 김정미가 긴 장면의 노래로 멋진 인상을 남긴다. 1막에서도 눈에 띄었던 테너 민현기(티볼트), 바리톤 김종표(머큐쇼)와 두 가문의 칼싸움이 실감난다. 머큐쇼의 죽음에 복수하고 추방당하자 절규하는 로미오의 하이C음 완벽한 절규에 관객들은 브라보를 보냈다.

▲ 3막 티볼트(왼쪽 테너 민현기)와 머큐쇼(바리톤 김종표)의 결투가 실감난다. ⓒ 플레이뉴스


4막 침실장면, 침대에 앉아 끌어안고 노래하는 협화음의 조화에 녹아들 것만 같다. 파리스와의 결혼을 피하려 로렌스에게 얻은 약을 먹은 줄리엣의 ‘사랑이여, 용기를 주소서(Amour, ranime mon courage)'가 아름답다. 5막 어두운 무덤, 잠에서 깨어난 줄리엣이 옆에 쓰러진 로미오의 모습에 절망하고, 로미오의 손에 칼을 쥐어 감싸 자신의 배에 겨냥한다. 푸른 조명에 죽어가는 붉은 연인의 긴 아리아 ‘슬퍼하지 말아요, 가여운 연인이여’(Console-toi, pauvre ame)'가 대단원의 비장감을 준다.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오페라 제작비는 소규모라도 몇천만원부터 많게는 몇억단위이다. 하지만, 무대 위 성악가가 나를 향해 불러주는 노래의 드라마, 멋진 오페라로 울려퍼지는 감동은 이번 양쪽 공연 모두 ‘일등급’이었다. 샤를 구노(1818~1893)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발레 분위기였고, 쥘 마스네(1842~1912)의 <베르테르>에서는 뮤지컬 분위기를 느꼈다. 두 프랑스 작곡가의 표현력 짙은 음악이 독일, 이탈리아 오페라와는 사뭇 다른 색채감과 드라마를 드러낸다는 점을 서울오페라앙상블과 국립오페라단의 각각의 개성으로 선보인 훌륭한 선물에서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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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오페라단 '로엔그린' 3막 엘자(소프라노 서선영)와 로엔그린(테너 김석철). ⓒ 문성식 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김학민)의 '로엔그린'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지난 11월 16일부터 20일까지 공연되었다.

국립오페라단이 1976년 국내초연 후 40년만에 독일어로 선보인 '로엔그린'은 3시간 20분 동안 현대적 무대, 필립 오갱 지휘의 탄탄하고 기품있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 국립합창단과 전주시립합창단의 무대를 꽉 채우는 웅장하고 충실한 합창, 그리고 테너 김석철, 소프라노 서선영 두 한국 주역가수와 외국가수들과의 열연으로 기대보다 훨씬 더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베네수엘라 출신 카를로스 바그너 연출은 구원자 '로엔그린'을 신분을 숨긴 '사기꾼'으로 비틀어 정통적 해석과는 거리가 있지만, 현대사회를 반영하고 로엔그린을 처음보는 관객에게는 오히려 바그너의 오페라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바그너 또한 자신의 음악작품으로 정치상황을 표현해 독일 민족주의를 주창한 바, 고전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 또한 고전을 읽고 또 읽는 좋은 한 방법이겠다.
 

바그너는 신화적 소재로 당시 정치상황을 반영하고 민족에 자긍심을 심어줄 오페라 작품을 많이 썼는데, 이를 위해서 대규모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사용했다. 또한 '유도동기(Leitmotiv)'라는 뚜렷한 선율의 반복으로 주제를 기억시키고, 말과 노래가 극을 이끌어가기 위해 노래와 오케스트라 반주의 음역대와 리듬형을 확실하게 대비시키는 등 오페라 작곡에 천재적인 면모를 보였다.

▲ 1막 중 엘자(서선영)의 노래와 하인리히 왕(미하일 페트렌코).ⓒ 문성식 기자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무대(무대/의상 코너 머피)는 이러한 바그너 오페라의 방대한 규모를 반원통형 돔과 그 안의 5층 계단무대에 질서있게 자리한 합창단으로 집중시켰다. 이것이 전막에서 앞뒷면으로 회전하며 2막 앞부분에서는 측면 계단아래 구석공간까지 장면별로 적절하게 움직이며 조명(파브리스 케부르)과 함께 극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체 3막의 오페라에서 무대와 음악의 일체감은 흡사 유럽 오페라 DVD를 보는 듯한 몰입감으로 압도했다. 로엔그린은 서곡 대신 막마다 서주가 있는데, 1막 서주는 고음으로부터 아주 천천히 저음으로 펼쳐지며 역사와 신화 속 마법과도 같은 이야기를 인도한다.

1막 1장 반원현 무대 계단에 브라반트의 군중들이 가득하고 전령의 안내로 하인리히 왕이 제국의 문제를 묻고, 텔라문트는 엘자가 남동생 고트프리트를 죽였다며 왕에게 판결을 청한다. 하인리히 왕 역의 베이스 미하일 페트렌코는 베이스임에도 맑고 정돈된 선율로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했고, 텔라문트 역의 바리톤 토마스 홀은 더욱 힘차고 강한 울림으로 사건을 긴박하게 몰아갔다.

▲ 1막 마지막. 주역들의 5중창과 합창의 조화가 돋보인다.ⓒ 문성식 기자


1막 2장 이윽고 텔라문트의 결투를 받은 엘자가 맑고 찬란한 반주위에 노래하며 등장한다. 엘자 역의 소프라노 서선영은 맑고 부드러우면서도 호소력있는 목소리로 자신을 구원해줄 기사 로엔그린에 대한 '엘자의 꿈'(Elsas Traum)을 부른다. 그녀는 2011년 독일 베스트팔렌주 최고의 소프라노 선정, 바젤 국립극장 주역가수 활동 등 독일어권 작품으로 특히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1막 3장 백조 고트프리트(양진형 분)를 타고 흰색 의상에 긴 칼을 든 눈부시게 찬란한 로엔그린이 무대를 가르며 등장한다. 테너 김석칠은 팽팽하게 탄력적인 고음과 울림으로 '감사드리리다, 나의 사랑스런 백조'(Nunseibedankt, mein lieber Schwann)를 부르며 과연 2016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데뷔무대를 가진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두 남녀의 대화가 노래로 아름답게 이어지고 로엔그린이 엘자의 부탁을 받아들였다는 뜻으로 칼을 엘자에게 맡겨둔다. 군중들의 합창 사이에 하안라히 왕, 엘자와 로엔그린, 텔라문트와 그의 아내이자 마술사인 오르투르트의 5중창이 이어지고, 마침내 로엔그린이 텔라문트와의 결투에서 승리한다. 모두의 힘찬 합창으로 1막의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2막 음산하고 어두운 기운의 서주 후 무대가 회전하면 1장은 계단밑에서 오르투르트와 텔라문트가 서로 아웅다웅하며 엘자를 속여 로엔그린의 이름을 알아내 무너트릴 궁리를 한다. 텔라문드 역 토마스 홀의 파워풀한 목소리와 오르트루트 역 카트린 위놀드의 풍부한 성량, 악녀다운 세밀한 표정연기 등 둘의 듀엣이 2막 내내 악의 근원을 잘 표현해주었다.

▲ 3막 마지막. 신분을 밝힌 로엔그린(김석철 분)과 마법에 걸린 고트프리트(양진형 분).ⓒ 문성식 기자


2장 오르트루트는 엘자에게 자신을 용서하라면서 거짓으로 무릎꿇는다. 차와 케잌을 먹으며 엘자는 순수한 사랑을 확신하고 오르트루트는 엘자에게 로엔그린에 대한 의심을 불어넣으며 복수를 다짐하는 듀엣은 그야말로 선과 악을 여인들의 모습으로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3장에서 귀족들과 남자들이 영웅의 이끔으로 싸움터로 출정할 것을 다짐하며 합창하고, 4장 시작에서는 노래없이 우아한 오케스트라 반주속에 엘자의 결혼식을 위해 여인들이 드레스를 가봉하는 장면이 오랫동안 진행된다. 이윽고 오르트루트가 본색을 드러내며 로엔그린이 마법으로 모두를 속였다며 모함한다.
 

5장에서 텔라문트는 재판정에서 로엔그린의 출신과 혈통을 따져물으며 다시 고발하고, 마음약한 엘자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하인리히 왕과 군중들은 로엔그린의 비밀을 캐지말자고 노래하지만 텔라문트는 자꾸 꾀여내며 엘자의 마음을 뒤흔드는 과정이 합창과 솔로 속에 녹아들며 마침내 두 주인공은 결혼을 향해 나아간다.

3막은 엘자와 로엔그린의 노래가 대부분이다. 결혼식 흰옷의 두 사람과 하얀 무대 속에 출신을 알려달라는 엘자와 그럴 수 없다는 로엔그린, 마침내 로엔그린이 자신은 파르지팔의 아들, 몬살바트의 기사 로엔그린이라고 밝히고 백조로 변했던 고트프리트의 마법이 풀린다. 하지만 결혼은 깨지고 찬란한 흰색 무대가 갈라지며 로엔그린은 다시 머나먼 길로 영원히 떠난다.

분열된 현실정치상황과 구원자 영웅, 어느시대나 그 맥락이 비슷하므로 고전은 역시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로엔그린'은 대작을 현대감각에 맞게 깔끔한 톤으로 정리해 처음 보는이도 재미있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 해줬다. 특히 시국산황과 세부적인 내용들까지도 매칭이 되는 면이 있어서 공감이 간다는 평들도 있었다. 이것이 공연의 매력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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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에서도 초연작인 국립오페라단 '오를란도 핀토 파쵸' 3막. 주인공 오를란도
(왼쪽 끝 측면자세, 크리스티안 센)가 사슬을 끊고 에르실라를 포로로 잡는다. ⓒ 국립오페라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오페라단이 바로크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518일부터 2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지난 4월 국내초연의 오페라 '루살카'를 올린데 이어 한 달 만에 또 국내를 넘어 아시아초연인 비발디 작곡의 바로크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를 올린 것이다.

헨델의 '리날도', 퍼셀의 '디도와 이에니스'등 그나마 현시대 가끔씩 공연되는 바로크 오페라들이 있다. 이번 '오를란도 핀토파쵸'는 새로운 바로크 레파토리를 발굴해 소개한다는 측면, 그리고 그것이 국립오페라단 김학민 단장의 작업이라는 측면에서 또 한번 호기심과 기대를 가지게 했다.

저번 '루살카'때는 부정적 평가와 긍정적 평가가 반반씩이었다. 반면, 이번 '오를란도 핀토파쵸'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고 만족스러운 평들이다. 무대구조와 의상에서 화려함으로 볼거리가 가득했고, 주역가수들의 탄탄한 기량이 선보이는 바로크의 장식적 아리아들, '현란한 성악기량의 뽐냄'과 그 보는 재미 듣는 재미가 원래 이런 것이구나하는 오페라 원형을 보게 해주었다.
 

▲ 에르실라 역 소프라노 프란체스카 롬바르디 마출리와 아르질라노 역 카운트테너 이동규.
ⓒ 국립오페라단

무대세트는 막과 장이 진행되면서 앞쪽 장막부터 안쪽으로 5-6겹 양파껍질을 벗기듯 한겹 한겹 걷혀지며, 시계형태로부터 에르실라의 왕궁까지 점차로 화려해진다.


또한 원전에는 없는 서곡을 오페라 분위기에 가장 비슷한 비발디의 작품 중 골라서 오페라 시작 전에 길게 배치해 극의 서막이 열리는 긴장감을 형성했다. 로베르토 페라타 지휘의 카메라타 안티쿠아 서울은 객원악장 리아나 모스카의 열연으로 16분음표 알베르티 베이스의 쉼 없이 가열차게 움직이는 무궁동 리듬으로 화려한 바로크오페라의 서막을 열어주었다.

7
명 주역의 얽히고 설킨 사랑관계가 복잡하지만, 화려한 무대와 주역가수들의 멋진 노래와 연기에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파란색 드레스와 마법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극에서 악의 축으로 등장하는 마녀 에르실라 역 프란체스카 롬바르디 마출리는 화려한 고음과 아름다운 미모로 여러번의 긴 아리아와 멜리스마 장식음을 훌륭하게 선보이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 메조소프라노 김선정(티그린다 역)과 카운트테너 이동규(아르질라노 역).
마법의 약을 조제하는 장면. ⓒ 국립오페라단


에르실라를 모시는 여사제로 또 하나의 악의 세계를 대변하는 티그린다 역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또한 날렵한 몸매에서 화끈하고 주욱 뻗은 시원한 가창과 에르실라를 음해하는 마법의 약을 조제하는 장면 등에서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며 박수를 받았다.

한국대표 젊은 두 카운트테너를 한 무대에서 볼 수 있었던 것도 큰 선물이었다. 에르실라의 호위기사로 처음에 석상이었다가 생명을 얻게 되는 아르질라노 역의 이동규는 석상 분장때문에 더욱 두드러진 눈빛이 긴 장식음을 다 관통해낼 듯하게 이글거리며, 현란한 장식음을 긴 호흡으로 정복해냈다.

그리포네 역 정시만은 약혼녀 오리질레 대신 티그린다를 흠모해 여장을 하고 에르실라의 성에 잠입하는 그 마음을 맑은 고음과 강렬한 눈빛으로 표현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들과 더불어 현자 브란디마르테 역 테너 전병호도 위급할 때 주인공 오를란도를 미친사람으로 위장시키며 현명함 속에 위트와 기지넘치는 역할을 시원한 노래와 표정연기로 잘 표현했다.

▲ 카운트테너 정시만. 티그린다를 흠모해 여장을 하고
에르실라의 성에 잠입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 ⓒ 국립오페라단

바리톤 크리스티안 센은 그 이국적 외모와 풍채, 자연스런 제스처와 노래로 말썽쟁이 기사 오를란도역을 잘 선보였다. 중후한 안정적인 음과 나무랄데 없는 연기와 잘생긴 외모로 한편 반대로 생각하면, '말썽쟁이 기사 오를란도'다운 더욱 적합한 좀더 소년스럽고 익살스러운 면모는 덜했다는 측면도 있다.


또 한명, 오질리아 역 콘트랄토 마르지아 카스텔리니는 가장 멜리스마를 긴 호흡선으로 안정적으로 장식한 배우다. 기악주자에게도 어려운 바로크 멜리스마는 성악가에게는 더욱 큰 기교와 호흡법을 요구한다. 그녀는 이것을 큰 하나의 곡선을 그려놓고 얹는 것 같은 느낌으로 무척 편안하게 노래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는 세 시간의 긴 러닝타임이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더욱 화려한 무대와 끊임없이 귀를 사로잡는 화려한 기교의 아리아로 지루할 틈 없었다. 비발디의 바로크 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에 접근시켜줬고, 여러 아리아를 통해 오페라 노래의 화려함과 노래를 보고 듣는 즐거움을 새삼 알게 된 오페라였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2015-16 시즌 레퍼토리 마지막으로 63일부터 4일까지 '국립오페라갈라'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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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루살카' 2막. 인간의 세속적 세상을 붉은 사각무대로 그렸다.
(4/27 드레스리허설 소프라노 서선영(루살카 역), 베이스 손혜수(보드닉 역) ⓒ 국립오페라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루살카'가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국내 초연되었다.

드보르작의 체코판 인어공주이야기인 오페라 '루살카'는 국내 초연, 국립오페라단 김학민 단장의 두 번째 국립오페라단 연출작, 그리고 국내 제작진 출연진만으로 꾸리는 무대라는 면에서 기대와 우려 속에 진행되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공연은 전반적으로 훌륭했다. 김학민 단장이 저서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로 오페라를 일반 대중에게도 쉽게 풀어주는데 유능한 바, 이번 공연은 자연과 인간의 세계를 극명히 대비시킨 신비로운 무대디자인(박동우 무대디자인)이 오페라전체를 이끌었고, 주역 성악가들의 노래와 오케스트라 음악은 안정적이고 극의 내용을 전달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1,2막의 강렬한 대비로 주제를 함축하는 무대디자인은 합창보다 독창 이중창 위주인 극을 허전하지 않고 일관성 있게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1막은 푸른 조명(구윤영 조명), 큰 원형 경사 무대 가운데 커다란 연못과 물결의 흐름을 영상(박준 영상디자인)과 조명으로 잘 살렸다. 연못 속에서 큰 버드나무가 자라나 있고, 숲의 요정들이 등장해 아름다운 삼중창을 부른다. 겹친 장막에 물결이 비춰지고, 호숫가 요정들이 날아오르는 장면은 신비롭다.


▲ 예지바바(메조 소프라노 양송미)는 루살카(소프라노 이윤아)에게 다리를 주는
대신 목소리를 빼앗는다(사진 4/29공연). ⓒ 국립오페라단


이윽고, 연못에서 루살카가 등장해 아빠 보드닉에게 왕자와 만나려면 자신이 인간이 되어야한다고 말하며 "달에 부치는 노래"를 부른다. 소프라노 이윤아(5/1 공연)는 소망을 가득담은 부드러운 열창으로 박수를 받았다. 결국 마법사 예지바바가 루살카에게 다리를 주는 대신 그녀의 목소리를 빼앗는다. 메조소프라노 양송미는 굵직한 카리스마로 예지바바를 표현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숲속에서 왕자는 루살카를 발견하고 사랑에 빠진다. 목소리를 잃은 루살카와 함께 듀엣을 부를 순 없지만, 왕자 역의 테너 김동원은 루살카를 만난 기쁨을 호소력 있는 열창으로 루살카의 노래만큼 두 배나 부르며 박수갈채를 받고, 밝은 하이라이트 조명 속 왕자와 루살카의 뒷모습으로 1막을 마친다.

2막은 1막 루살카가 속한 자연과는 대조되는, 붉은 조명에 3층 날카로운 사각의 붉은 인간의 세계다. 목소리까지 잃은 루살카의 눈으로 본 인간세계이기에 더욱 과장되게 그렸다. 3층 창문 구조물과 가운데 무대에 합창단과 무용단이 붉고 검은 의상과 살색 노출의상으로 난교장면을 연출한다. 그 속에서 사냥터지기와 부엌대기는 왕자가 어떤 목소리 잃은 여인에게 홀렸다고 노래한다. 부엌대기 역의 김정연과 사냥터지기의 테너 민경환도 경쾌하고 시원한 목소리로 2막 시작을 잘 열어주었다.


▲오페라 <루살카> 1막. 큰 원형 경사 무대 가운데 커다란 연못과 물결의 흐름을
영상과 조명으로 잘 살려냈다. (사진 4/29공연) ⓒ 국립오페라단


난교장면은 수위가 높지는 않아도 '국립'오페라단이기 때문에 다소 과하게 여겨졌다. 왕자는 외국공주에게 점차 끌리고, 목소리를 잃어 노래를 못하는 루살카는 슬퍼하는 눈과 표정으로 연기하며 이 모습에 보드닉은 안타까워한다. 2막은 따라서 왕자와 외국공주의 이중창이 주로 펼쳐지는데, 외국공주 역의 이은희는 2막 마지막에 왕자를 눕혀 짓밟으며 욕망과 좌절이 겹친 열창을 잘 펼쳤다.

▲ 오페라 루살카는 2막에서 루살카가 목소리를 잃으므로 왕자의 독창이 유독 눈에 띈다.
(사진 4/29 공연 테너 김동원) ⓒ 국립오페라단


3막 무대는 메마른 둥근 호수 한가운데 고목나무가 메말라 있고, 어둠 짙은 푸르름의 밤이다. 호수로 돌아온 루살카에게 예지바바는 왕자를 칼로 죽여야한다고 말한다. 다시 목소리를 찾은 루살카의 슬픔어린 노래와 외국공주에게 버림받고 루살카를 찾아온 왕자의 절절한 이중창이 시작된다.

왕자 역 김동원
은 탄력적인 고음과 호소력으로, 루살카 역 이윤아는 슬픔과 왕자를 지키고픈 마음을 공감되게 잘 불렀다. 왕자를 죽일 수 없는 마음에 뒷걸음질치던 루살카는 결국 왕자의 바램대로 키스하고 왕자는 루살카의 품에서 죽는다. 자연의 신령한 힘을 대변하는 예지바바가 다시 등장해 루살카와 함께 흰 구름 영상 속 무대 뒤로 퇴장한다.

▲ 왕자(테너 권재희)는 루살카의 사랑을 저버리고 외국공주
(소프라노 정주희)에게 빠져든다.>(사진 4/27 드레스리허설)
ⓒ 국립오페라단



전체적으로 무대와 음악면에서 훌륭한 초연이었던데 반해, 아무리 동화지만 그래도 일종의 미묘한 심리극인데, 모든 장면에서 성악가들이 관객 쪽 정면을 향해 호소적인 열창을 하고 손짓하는 것보다는 뒤돌아선 자태, 곁눈질 등 시선의 방향, 동선 면에서 더욱 디테일하게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연출과 연기코치가 필요해 보였다.

국립오페라단은 2015-16 시즌 레파토리 마지막으로 LG아트센터에서 5월 18일부터 21일까지 비발디의 <오를란도 핀토 파쵸>, 6월 3일부터 4일까지 <국립 오페라 갈라>를 공연한다. 비발디, 갈라와 함께 기대되는 시즌의 마지막, 그리고 다음시즌은 어떤 식탁이 차려질지 궁금하면서 국립오페라단의 더욱 도약하는 모습에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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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막은 광활한 바다 배경에 포경선 위 선원들의 합창으로 시작한다. ⓒ 국립오페라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난
1118, 20, 2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국립오페라단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으로 오랜만에 오페라 보는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바그너의 초기 오페라를 원전 그대로 휴식 없는 2시간 20분의 공연은 집중도가 있었으며, 탄탄한 독창, 규모 있는 합창, 세련된 무대구조와 연기로 1974년 국내초연 이후 41년 만에 공연되는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국내에 잘 상륙시켰다.

20
일 금요일 공연에는 예정이었던 달란트 역의 베이스 연광철 대신 김일훈이 맡았다. 16일 프레스 리허설에서 극찬을 받았던 연광철의 무대도 출중했겠지만, 그가 없는 20일 공연 또한 좋았다. 국내외 성악가들과 무대, 오케스트라가 모두 기가 막힌 훌륭함보다는 국내에서 만나기 힘든 바그너의 좋은 작품을 음악에 과도하게 압도되지 않고, 관객이 음악을 통해 이야기 흐름을 잘 따라갈 수 있는, ‘좋은 밤 좋은 공연이었다고 하는 것이 더 맞겠다.

국립오페라단과 '
박쥐'(2012, 2014), '오텔로'(2014)로 호흡을 맞춘 스티븐 로리스 감독의 연출은 세련된 무대와 설득력 있는 극을 선사했다. 지역마다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전용극장이 있는 유럽의 우리 동네 극장의 오늘밤 공연처럼, 바그너가 직접 쓴 대본으로 곡까지 쓴 이 작품의 이야기를 장장 2시간 반인데도 피로하지 않고 편안하게 관객도 한 호흡으로 볼 수 있게끔 했다는 점이 크게 박수쳐줄 만하다.

▲ 1막. 붉은 핏빛바다를 배경으로 상어입에서 네덜란드인이 등장한다. ⓒ 국립오페라단


우선
, 무대는 거대한 포경선 구조를 3막 내내 잘 활용했다. 위 부분의 붉은 거친 무늬는 붉은 조명일 때에는 피처럼, 평상시는 오랜 항해로 녹슨 무늬처럼 조명에 따라 다양하게 느껴졌다. 서곡에서는 바다의 거센 물결과 고래잡이배, 항해의 벗 갈매기의 모습이 3D맥스 영화관처럼 생동감과 앞으로 공연의 기대감을 준다.

1
막이 시작되고, 배 위에 선원들이 힘찬 합창을 하고, 멀리 배 앞머리 쪽에 바다 물살 영상이 드러나 보인다. 선장 달란트(베이스 김일훈)와 조타수(테너 이석늑)가 노래하고, 곧 붉은 피바다를 배경으로 상어의 입에서 창백한 피부, 풀어헤친 긴 머리, 붉은 가죽옷의 네덜란드인이 등장한다. 그는 오랜 항해로 가진 금은보화를 주며, 달란트에게 딸이 있냐고 의미심장하게 묻는다. 달란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네덜란드인의 거래를 받아들인다.

네덜란드인 역 바리톤 유카 라질라이넨의 창백한 얼굴과 험악한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데
, 긴장과 이완을 잘 조절하는 그의 안정된 노래까지 좋다. 달란트 역 베이스 김일훈의 탄탄하고 충실한 중저음과 물질에 대한 일종의 탐욕스런 연기, 그리고 이 두 사람의 듀엣은 이후 1막 마지막 남성 합창단의 합창소리보다 오히려 더 크고 집중감이 있다.

▲ 2막은 세련된 무대, 여성합창과 젠타 역 마누엘라 울의 연기와 노래가 인상깊었다. ⓒ 국립오페라단


2
막부터 본격적으로 흥미롭다. 1막이 남성위주에 전통 이태리오페라 같은 느낌이라면, 2막은 여성의 부드러움과 현대오페라의 세련됨이 있었다. 1막과 같은 무대셋트인데도 고래기름공장에 30여명 여공들이 붉은 앞치마에 노란 장화 푸른 셔츠를 입고, 일사불란하고 박자에 맞춰 바퀴를 돌리며 기름을 짜고 고음으로 노래 부르는 모습에서 전혀 다른 장소적 느낌이 신선하다. 주인공 젠타가 영사기를 돌려 갈매기와 물결그림을 보여주며 자신이 동경하는 얼굴이 창백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
막 여성들의 합창과 젠타 역 마누엘라 울의 솔로가 1막 남성들의 노래보다 훨씬 맛깔스럽고 힘이 넘친다. 젠타를 사랑하는 육군 에릭 역의 테너 김석철도 젠타의 어깨를 감싸 안고 그녀가 떠나는 꿈을 꿨다며 무척 감미롭고도 선명하게 노래 불러 집중감을 주었다. 달란트가 젠타를 네덜란드인에게 소개한다. 유카 라질라이넨은 1막에서보다 훨씬 힘을 다하여 젠타에게 정절을 지킬 거냐며 알찬 노래를 불러 공감을 주었고, 마누엘라 울 역시 풍부한 성량과 호흡으로 두 주인공의 사랑과 숙명을 느끼게 해주며 듀엣이 한참 계속된다.

▲ 2막 젠타(마누엘라 울)와 네덜란드인(유카 라질라이넨)의 듀엣.
절절한 운명의 저주와 사랑을 충실한 호흡으로 노래했다. ⓒ 국립오페라단


3
막에서는 선원들과 여자들이 갑판 위에서 파티를 하며 유령선 이야기를 합창으로 한다. 국립합창단의 혼성합창과 연기가 3막에서 빛을 발하며, 심리뮤지컬처럼 음산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세련됐다. 에릭이 젠타의 사랑에 실망하는 얘기를 하고, 이에 네덜란드인은 다시 바다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젠타는 충절을 맹세하며 무대 뒤 바다로 뛰어든다. 네덜란드인의 저주가 풀리고 젠타와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갈매기가 자유로이 하늘을 나는 영상으로 암시했다.

공연 초반 서곡과
1막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다소 금관악기의 음이탈과 타이밍 불일치를 보였으나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 세계적인 오페라 지휘자답게 랄프 바이커트는 바그너 작품에서 긴장과 이완의 맥을 짚으며 오케스트라를 큰 호흡으로 이끌어 반주의 역할을 제대로 살렸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2015년 일정으로 <라 트라비아타>1127, 28일 천안예술의전당, 12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223, 24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2016년에는 <루살카>4, <오르페오>5, <국립 오페라 갈라>6월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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