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벨라오페라단의 '마리아 스투아르다'에서 두 여왕 스투아르다(소프라노 강혜명)과
엘리자베타(소프라노 고현아)의 대결. ⓒ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두 여왕의 불꽃튀는 대결을 이처럼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라벨라오페라단(예술총감독 이강호)이 지난 11월 22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초연한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현대오페라에 걸맞는 모던하고도 격식있는 무대미술, 화려한 의상, 품위있는 오케스트라 반주(지휘 양진모)가 좋았다.


여기에 주역들의 탄탄한 실력, 그리고 두 여왕인 마리아와 엘리자베타의 대립구도를 잘 살리는 연출(연출 이회수)로 도니제티 작곡의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국내에 잘 상륙시켰다. 이강호, 이회수, 양진모는 라벨라 프로덕션의 중심이다. 지난 2016년 <안나 볼레나>를 전후로 라벨라오페라단의 주요작품이 대부분 이 3인방의 작품이다. 


도니제티 작곡의 여왕 3부작 <안나 볼레나>, <마리아 스투아르다>, <로베르토 데브뢰>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1533~1603)를 중심으로 한 영국 튜더왕조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다. 기자가 라벨라오페라단이 4년 전 아시아 초연한 <안나 볼레나>를 보았을 때, 대작오페라를 초연하면서 탄탄하게 기성작처럼 올린 그 실력과 배포에 깜짝 놀랐었는데, 이번 공연 또한 더할나위 없이 기대 이상이었다.

   

▲ 2막 3장 스투아르다의 처형 전에 로베르토(테너 신상근)가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스투아르다는 실제로 처형 때 붉은 드레스를 입었다고 한다. ⓒ 문성식



전체 2막 5장의 작품에서 여왕들이 갈아입는 드레스만해도 화려한 볼거리다. 엘리자베타는 화려한 금색, 보라색, 붉은색 드레스를, 마리아는 에메랄드색, 붉은색 등 풍성하고 다채로운 무늬의 드레스로 고급스러움을 잘 표현했다. 


무대미술 또한 멋졌다. 1막 1장 천장의 가시덤불 왕관처럼 생긴 샹들리에, 1막 2장의 붉은 빛 황량한 고목, 2막에는 기울어진 십자가로 표현해 스투아르다의 왕좌가 기울어짐을 표현했다.


특히 마지막 스투아르다가 죽는 장면을 해외 프로덕션에서는 단두대에서 칼로 내리치기 직전 장면으로 처리하기도 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스투아르다가 죽음을 암시하는 마지막 노래를 부르면서 퇴장함과 동시에 무대가 회전하면서 스투아르다의 아들이 다음 왕인 제임스1세가 된다는 것을 확고하게 보여줌으로써 역사가 어떻게 순환되는지 느끼게 해주었다.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소프라노에게 최고의 기교인 하이 D음을 1막 마지막과 2막 마지막 이렇게 두번이나 요구하는데, 스투아르다 역의 강혜명과 이다미 모두 최고의 성량과 정확함으로 표현해 안정감과 만족감을 주었다. 강혜명이 우아한 목소리와 정확하고 시원한 고음에 절절한 슬픔으로 왕족의 기품을 보여줬다면 이다미는 곧은 음색과 절제되고도 단호한 내면연기로 또다른 스투아르다를 선보였다.


엘리자베타 역의 소프라노 고현아는 맑고 곧게 뻗는 목소리로 좀더 위엄있는 카리스마의 엘리자베타로 어필하였으며, 소프라노 오희진은 디테일한 표정연기와 인간적인 욕심이 더 잘 드러났다. 엘리자베타와 스투아루다 두 여인의 사랑을 받는 로베르토 역은 테너 신상근이 좀더 굵고 힘찬 음색의 팽팽한 힘이 느껴졌다면, 테너 이재식은 더욱 맑은 음색의 호소력이 인상적이었다.



▲ 1막 2장 스투아르다(소프라노 이다미)와 로베르토(테너 이재식). 붉고 황량한 나무는
스투아르다의 혈통을 상징한다. ⓒ 문성식


 

기자 개인적으로는 22일에는 이 공연을 처음봤다는 기대감으로 노래흐름만 따라가다 보니 마지막 네번째 공연인 24일 공연을 봤을 때 더욱 집중이 잘 되는 점이 있었다. 출연진들도 마지막 공연이라 더욱 안정감을 찾은 이유도 있었겠다. 이날은 탈보트 역 베이스바리톤 양석진의 안정되고도 정감있는 목소리에서 사형집행전의 이다미 스투아르다를 향한 공경과 사랑이 잘 느껴져 좋았다. 같은 장면에서 첫날 베이스 이준석은 더욱 저음이라서 신하로서의 충직함으로 와닿았다.


엘리자베타의 심복인 체칠 역 바리톤 최병혁이 스투아르다의 사형집행을 공표할 때의 순간적인 미묘한 표정변화 등도 극의 방향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바리톤 임희성은 같은배역을 좀더 균형적이고 음악적 정확함으로 인상을 주었다. 안나 역의 메조소프라노 여정윤과 소프라노 홍선진도 스투아르다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우정어린 친구이자 유모의 역할을 잘 표현해주었다.


역사상 정치적 라이벌인 메리 스튜어트와 엘리자베스의 이야기. 이 둘은 실제로 만난 적이 없고, 한 남자를 두고 사랑한 적도 없지만, 독일의 대문호 프리드리히 실러가 이 둘을 상상으로 만나게 했고, 이렇게 도니제티의 여왕시리즈에서 둘은 정치와 사랑을 두고 결투를 하게 했다. 1막 2장에서 스투아르다가 엘리자베타에게 "사생아"라고 외치는 장면이나, 1막 2장의 주요배역들의 합창, 2막 3장 마리아가 처형되기 전 군중의 합창, 스투아르다가 처형되기 전의 아리아 등이 압권이다.


'라벨라(La Bella)', 이태리 말로 아름답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 5년간 라벨라오페라단의 <안나 볼레나> 아시아 초연, <가면 무도회> 공연, 창작오페라 <검은 리코더> 공연과 라벨라성악콩쿠르, 라벨라 스튜디오 운영 등 행보를 보면 한국에서 민간오페라단이 오페라 발전에 어떻게 아름다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라벨라오페라단은 2020년에 창작오페라 <까마귀>, 키즈오페라 <푸푸아일랜드>,  베르디의 <에르나니>를 공연 예정이다.



mazlae@daum.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세상을 플레이하라! 오락, 엔터테인먼트 전문 뉴스 - 플레이뉴스 http://ewha.com
》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산 134-1 |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도움말 Daum 지도

댓글을 달아 주세요

국립오페라단 '호프만의 이야기' 4막 장면. 유명아리아 '뱃노래'와 환상적인 무대가 인상적이다.
ⓒ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인형의 노래', '뱃노래' 는 익숙한데 <호프만의 이야기>는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었다. 이번에 국립오페라단이 <호프만의 이야기>를 작곡가 오펜바흐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이번 공연을 위해 2018년 국립오페라단 <마농>으로 호평을 받았던 마에스트로 세바스티안 랑 레싱과 연출가 뱅상 부사르, 무대디자이너 뱅상 르메르와 의상 디자이너 클라라 펠루포 발렌티니가 다시 모여 '무대가 곧 음악'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최근 국내외 오페라 가수들의 평균실력이 높기 때문에, 오페라에서 어쩌면 음악보다도 음악을 듣게 이끌어주는 무대연출이 매우 중요한데, 이들 지휘자와 연출팀은 주인공 호프만의 환상이 이끌어가는 이야기를 음악과 무대로 그대로 살려주었다.


국립오페라단과는 이번이 세번째 호흡으로 그간 성악과 오케스트라 양쪽의 잘 조율된 음악을 이끌어내왔기에 랑 레싱 지휘자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이미 친숙함과 기대를 가지고 환호를 보냈다. 미완의 유작으로 이 작품은 다양한 판본이 있는데, 랑 레싱은 중창과 합창이 피날레인 판본을 선택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탄탄한 음악으로 시련과 성장이라는 메시지를 아름답게 선사했다. 

   

2막 '인형의 노래' 장면. 과학자 스팔란차니(왼쪽, 테너 노경범)가 만든
인형 올림피아(가운데,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가 노래하고 있다. ⓒ 문성식


또한 무대와 연출팀은 주인공 호프만의 여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각 막을 심플한 상징과 호화로운 디자인으로 펼쳐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1막 '프롤로그'에서는 흡사 큰 달을 배경으로 뮤즈에 주목시키고, 인형 '올림피아'가 주인공인 2막에서는 과학쇼 장면을 신사들의 턱시도와 술병, 풍선으로 위선 가득한 지식인들의 허영심을 표현했다. 


3막 '안토니아'는 바이올린 수십대를 천장에 매달고 안토니아는 피아노 위에 올라서서 노래하는 등 음악에 집착하는 욕망을 보여줬다. 또한 영상에 마리아 칼라스 사진을 안토니아 어머니 모습으로 깜짝 등장시킨 위트 또한 신선했다. 창녀 '줄리에타'가 주인공인 4막은 특히 무대적으로 압도적인 신비감을 주는데, 지옥문처럼 보이는 왼쪽 출입구와 오른쪽 대형계단의 상승감이 대조적이며, 또한 한복을 연상시키는 요정들의 나풀거리는 의상과 악마 다페르투토의 삿갓이 한국전통소재로써 신비로운 분위기와 반가움을 주었다. 


28일 초연에서 테너 장 프랑수아 보라스는 부드럽고도 팽팽한 음색으로 주인공 호프만의 여인에 대한 환상을 잘 표현했다. 또한 오페라 가수들은 연출가가 주문한 1인 4역의 다면성을 잘 표현했다. 스텔라를 비롯해 호프만의 네 명의 여인들을 연기한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는 최근 도이치오퍼에서도 <호프만의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는데, 특히 2막에서 '인형의 노래'로 알려진 아리아 '눈부신 햇살 아래'를 기교적인 상행선율을 부드럽게 잘 연결하고 힘찬 마지막 고음과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관객들의 열렬한 브라보를 받았다.

 


3막의 여주인공 나탈리아의 어머니를 전설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로 설정해
영상에 보여준 것이 흥미롭다.
ⓒ 문성식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의 주역가수로 활동 중인 바리톤 양준모 또한 다페르투토, 린도르프 등 막마다 변하는 네 가지 악마를 중후하고도 명료한 음색에 인간적인 면모로 보여주었다. 테너 위정민도 네 가지 배역을 맡으며, 특히 4막에서 진짜 동물처럼 엉금엉금 계단을 기어가는 모습이나 3막의 프란츠 역에서 푸념 섞인 극장가수 역을 코믹한 연기에 낭랑하고 진솔한 음색으로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메조소프라노 김정미는 작년 국립오페라단 <코지판 투테> 때보다도 더욱 깊고 풍성해진 음색과 깔끔한 연기로 남장 니콜라우스와 뮤즈의 두 역할을 완벽히 선보이며 극의 중요한 시작과 끝인 1막과 5막에 관객을 몰입시켰다. 또한 4막 '뱃노래'로 알려진 '아름다운 밤, 사랑의 밤이여'를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와 함께 고혹적이고 매력적으로 들려주었다. 테너 나타니엘/스팔란차니 역 노경범, 헤르만/슐레밀 역 베이스 최병혁, 크레스펠/루터 역 베이스 김일훈, 안토니아 엄마 목소리 역 메조 소프라노 김윤희 모두 최상의 연기와 열창을 보여주었다.  


5막 '에필로그'는 이 모든 것이 호프만의 머릿속에서 시작된 꿈임을 보여준다. 크고 둥근 달빛에 전체 출연진이 “인간은 사랑과 시련으로 성숙해진다”라며 각자의 포즈로 노래하는데, 가운데 호프만은 열심히 책을 읽으며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곡가 오펜바흐가 '판타지 오페라'라고 불렀듯이, 이번 공연을 보면서는 국내드라마 <안녕, 프란체스카>, 뮤지컬 <신과 함께>, 혹은 미국 팀 버튼 감독의 애니메이션 등이 연상되기도 했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2019년 마지막 공연으로 작년에도 큰 인기를 끈 <헨젤과 그레텔>을 12월 5일부터 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5막 에필로그의 전 출연진. 왼쪽부터 양준모, 위정민,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
장 프랑수아 보라스, 최병혁, 김정미, 김일훈, 노경범. ⓒ 문성식



mazlae@daum.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세상을 플레이하라! 오락, 엔터테인먼트 전문 뉴스 - 플레이뉴스 http://ewha.com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산 134-1 |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도움말 Daum 지도

댓글을 달아 주세요

▲국립오페라단 연말 대표 레퍼토리 '라 보엠'의 화려한 2막. 가난한 젊은 예술가에게도
크리스마스 이브 거리는 있다.ⓒ 국립오페라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또 하나의 겨울 공연 레퍼토리로는 오페라 거장 작곡가 푸치니의 <라 보엠>이 있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윤호근)<라 보엠>이 지난 126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지난
2012년 창단 5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국립오페라단 <라보엠>(마르코 간디니 연출)은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며, 2012년 한중 수교 20주년 북경 중국국가대극원 공연, 2012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013, 2017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재공연 등 관객의 사랑을 입증하는 국립오페라단 대표 레퍼토리이다. 올해는 2017년부터 새단장한 미니멀리즘과 화려함이 결합된 무대에 성시연 지휘자가 함께해 더욱 기대를 모았다.

공연이 시작되자 단연 성시연 지휘자가 눈에 띄었다
. 지휘의 디렉션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너무 박력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라보엠>F4 꽃보다 남자 주역들의 쾌활하고도 우렁찬 노래와 연기가 미니멀한 2층 다락방 무대에 등장하고 이들을 성시연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자니 성시연 스타일의 정확한 타법의 이유가 있음을 이해했다. 더 나아가 1막 중반의 4중창에서는 젊은 F4 주역들이 모두 관객을 향해서라기보다 지휘자 성시연을 향해 노래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은 나만 가졌는지 궁금하다.

작품에 작곡가 푸치니가 밀라노 음악원 시절 같은 음악원의 친동생과 훗날 경쟁상대가 된 작곡가 피에트로 마스카니와
1년 넘게 한 방을 썼던 시절의 경험이 담겼다. 그래서인지, 먹을 것이 궁핍하고 추워서 벽난로에 땔감으로 화가 마르첼로의 그림을 태울까, 시인 로돌포의 희곡을 태울까 하는 대목에서 음악일을 해서 친구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것은 음악가 쇼나르이다. 2017년 공연에도 쇼나르 역을 맡았던 바리톤 우경식은 명쾌한 목소리와 제스처로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시내로 가서 놀아야지'라고 친구들을 밖으로 이끈다.

▲2018년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 12월 6일, 9일 공연의 남자 주역들. 왼쪽부터 바리톤 최병혁(마르첼로 역),
바리톤 우경식(쇼나르 역), 테너 이원종(로돌포 역), 베이스 박기현(콜리네 역).ⓒ 국립오페라단


친구들이 나가고 시를 마무리하려고 남은 로돌포에게 옆방 미미가 찾아온다
. 9일 공연에서 로돌포 역 테너 이원종은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에서 감미로운 테너와 힘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이에 응답하는 '그래요 미미라고 부른답니다(Si, mi chiamano Mimi)'에서 소프라노 서선영은 폭넓은 에너지와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1
막과 2막 사이의 무대전환 시간이 다소 길고 무대운반 소리도 크게 들렸는데, 좋은 무대를 위한 현장의 소리로 이해했다. 팡파르 속에 화려한 2막이 열리고 뒷편에 커다란 회전 놀이기구와 카페 모무스거리의 반짝이는 조명 속에 무제타 역 소프라노 장유리는 '내가 혼자 길을 걸을 때(Quando men vo soletta)'에서 주변을 확 빨아들일 것만 같은 화려한 목소리로 시원함을 주었다.

이 때 무제타의 연인 마르첼로 역 바리톤 최병혁의 힘찬 저음의 노래와
, 1막에서는 집주인 베누아 역으로도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알친도르 역 베이스 박상욱의 노래 또한 좋았다.

이번
<라 보엠>에서 연출의 미가 가장 부각되는 부분은 3막이었다. 주인공 커플만으로는 아무리 아름다운 노래라도 진행감이 정체될 수 있다. 그런데 무대 왼쪽 뒷편 오두막 옆 노숙자가 홀로에서 남녀 커플이 되어 따뜻한 음료를 나누기까지의 모습이 나왔다. 무대 오른쪽 앞 주인공이 다투다가 다시 만나기로 하기까지의 노래를 마치 설명하듯이 음악 리듬과 프레이즈, 주인공들의 얼굴방향과 대비적으로 배치하면서 무대에 미묘한 움직임을 넣어 진행감을 준 점이 좋았다. (연출 마르코 간디니, 재연출 김동일)

▲푸치니 '라 보엠' 3막. 연인은 이별의 고비를 넘어 봄이 올 때까지 함께 있기로 약속한다.
테너 이원종(로돌포 역), 소프라노 서선영(미미 역).ⓒ 국립오페라단


다시 다락방의
4, 젊은이 넷이 잠시 장난칠 때는 얼핏 1막과 비슷하지만, 병든 미미가 찾아오고 무제타는 미미의 약값을 위해 귀걸이를, 철학자 콜리네는 아끼는 외투를 내어놓는다. 콜리네 역 베이스 박기현이 우수어리고 어둠 짙은 목소리로 부른 '낡은 외투여'(Vecchia zimarra, senti.)는 외로운 인생과 무거운 외투의 사명감이 느껴지며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라 보엠>4막 미미의 죽음을 보면서, 미미가 걸린 결핵은 우리 사회의 여러 모순과 아픔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오페라 <라보엠>1막 처음에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나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 정도로 여겨졌는데, 2, 3막을 거쳐 4막에서 미미가 죽고 로돌포가 오열할 때는 어느새 대한민국 청년의 2018년 현실과 교차되며 비장함이 느껴졌다.

한 가지 희망은
4막에서 친구들이 방에서 다 나가고 미미가 일어나며 "둘이서만 있고 싶어서 자는 척 했어"라고 말한 대목이다. 1막에서도 3막에서도 로돌포를 먼저 찾아왔던 미미였던 만큼 죽어가는 순간에도 자신의 사랑을 향한 느낌과 의지를 확실하게 알고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또한
, A캐스팅에서 미미역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만 빼고는 모두 한국 젊은 성악가 출연진으로 구성된 이번 국립오페라단 <라보엠>은 대한민국 젊은 오페라 일자리를 실현하는 면에서도 활약을 했다는 면에서 인정해주고 싶다. 그 덕분에 <라보엠> 젊은이들의 사랑이 더 관객에겐 와닿을 수 있었으며 서로가 좋은 일석이조의 무대였다.

물론
, 이번 <라 보엠>보다는 국립오페라단의 2012년 지휘자 정명훈과, 2013년 지휘자 성기선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의 관록이 그리운 관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5년 전의 관록도 그때는 젊었다. 연말이고 새해가 되면 또 한 살 더 먹지만, 젊음이 경험을 가지도록, 또 축적된 경험이 계속적으로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모쪼록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야겠다. 그런데, 나이를 먹는가. 눈물이 나는지 왜 코가 시큰거리는지 겨울 감기 조심해야겠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세상을 플레이하라! 오락, 엔터테인먼트 전문 뉴스 - 플레이뉴스 http://ewha.com》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산 134-1 |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도움말 Daum 지도

댓글을 달아 주세요

▲ 라벨라오페라단 '가면무도회' 마지막 3막 피날레.(26일 드레스리허설). ⓒ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2018 제9회 대한민국오페라 페스티벌이 지난달 말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개막작으로는 라벨라오페라단(단장 이강호)의 <가면무도회>가 선정됐다. 라벨라 오페라단은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했다. 

라벨라오페라단은 2016년엔 <안드레아 셰니에>로 대한민국오페라 대상을 수상하면서 기품 있는 오페라의 진면목을 보여줬고, 2017년엔 <돈 조반니>를 통해 한국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경쾌한 오페라를 선보였다. 라벨라오페라단이 이번에 선보인 <가면무도회>는 모던하고 충실한 무대와 주조역 성악가들의 탄탄한 실력, 대본에 충실한 군더더기 없는 이회수의 연출로 정통파 이태리 정치사극을 깔끔하게 표현했다.

실바노 코르시 지휘의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서곡부터 교향악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장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극을 인도했다. 1막 1장 '총독 관저의 응접실'에서는 10도정도의 경사무대에 선 메트오페라합창단(단장/지휘 이우진)이 차분하고 웅장하게 리카르도 총독의 영예로움을 노래했다.

성악 주조역들의 활약도 빛났다. 4월 28일 공연에서 오스카 역 정곤아는 점쟁이 울리카를 변호하는 '빛나는 별을 보세요(Volta la terrea)'와 3막 3장 '왕의 옷을 알고 싶지요?(Seper vorreste)'에서 맑고 경쾌한 음색으로 분위기를 살렸다. 1막 1장의 리카르도 역 테너 김중일의 아멜리아를 그리워하는 노래, 레나토 역 바리톤 최병혁의 중후한 저음의 국왕에 대한 충성노래 또한 좋았다.

▲ 1막 2장 울리카의 집(26엘 드레스리허설, 메조소프라노 김소영). ⓒ 문성식

▲ 1막 2장 울리카의 집(26일 드레스리허설, 메조소프라노 김소영).  ⓒ 문성식

1막 2장 '점쟁이 울리카의 집'에서는 붉은색 조명에 지하세계의 동굴무대를 위 아래를 가로로 나눴는데, 현실감 있는 무대가 인상적이다. 울리카 역 메조소프라노 김소영은 아리아 '어둠의 왕이여, 내려오라(Re dell'aabisso)'를 마치 진짜 주술의 신이 내려올 것만 같은 신비감과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멋지게 소화하였다. 

2막부터는 1막2장 무대의 윗층이 아래로 내려오고, 본격 인물들의 감정을 노래하는 아리아가 계속됐다. 아멜리아의 노래 '이곳이 두려운 장소', '저 들판의 풀을 뜯어 내 사랑을 잊을 수만 있다면(Ma dall'arido stelo)', 리카르도와의 2중창 '내가 왔소(Teco io sto)'가 이어지며 비운의 사랑을 잘 표현했다.

2막이 끝나고 3막1장이 시작하면서, 보통의 회전무대가 아니라 무대가 통째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3막 1장에서 강혜명은 죽기 전 아들을 한번 보게 해달라는 아멜리아의 솔로 '내 마지막 소원(Morro, ma prima in grazia)'을 열창했고 최병혁은 레나토 솔로 '너였구나! 내 명예를 더럽힌 자가(Eri tu!)'를 몰입해 부르며 브라보를 받았다.

▲ 28일 공연의 소프라노 강혜명(아멜리아 역), 테너 김중일(리카르도 역)이
2막 장면에서 열창하고 있다. ⓒ 라벨라오페라단


2장 리카르도의 서재. 리카르도역 테너 김중일은 아리아 '나 영원히 그대를 잃을지라도(Ma se m'e forza perdeti)'와 마지막 레나토의 칼에 죽어가면서도 아멜리아와 조국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장면에서 감정선을 잘 살려 열창했다. 3장 의 화려한 가면무도회 세트 안에서의 주조역들의 마지막 비극적인 5중창은 장렬함과 긴박감으로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라벨라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는 깔끔하고 전체막과 각 배역 모두 충실하고 균등하게 훌륭했던 반면, 월등했던 한 가지 포인트나 관객의 감정을 쉬어가게 하는 에너지 조절 면이 약해 조금 아쉬웠다.
 

오페라가 다수대중의 음악감각을 충족시키는 것은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현대인의 삶과 정서를 건드려주고 되돌아볼 수 있는 내용과 형식이 갖춰져야 관객들도 우리의 오페라로 인정해 줄 것이다. 그 작업을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과 국공립, 민간오페라단이 해왔고, 앞으로도 해나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세상을 플레이하라! 오락, 엔터테인먼트 전문 뉴스 - 플레이뉴스 http://ewha.com》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산 134-1 |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도움말 Daum 지도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