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로비의 뮤지컬 '명성황후' 24주년 기념공연 출연진 배너(1월 19일 개막일 캐스팅, 사진 박순영) .

[플레이뉴스 박순영 기자] 뮤지컬 '명성황후'(프로듀서 윤홍선, 연출 안재승) 25주년 기념 공연이 지난 19일, 20일 양일간 진행된 3회의 프리뷰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당초 지난 1월 6일 개막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실행으로 인해 19일로 개막을 연기하여 2월 26일까지 공연 예정이었다. 하지만, 거리두기 2.5단계가 1월 31일까지 2주 더 연장되자 공식적인 공연 개막은 잠정 연기하고 19일과 20일 양일간 3회의 프리뷰 공연만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다.

16일 개막공연에서 본 뮤지컬 '명성황후'는 25주년답게 더욱 탄탄해졌다. 기존 성스루(Sung Through) 형식에서 이번에 대사가 첨가되어 전개가 세밀해졌으며, 또한 세계적인 작곡가 양방언이 뮤지컬 넘버 전곡을 새롭게 편곡하고 국악기 편성이 보태져 한국적 정서를 더욱 맛깔스럽게 살렸다.

또한 LED 사용과 다채로운 영상으로 무대가 화려해졌으며 현대적 감각에 맞춰 의상을 새롭게 제작해 과거 25주년의 유산으로부터 미래를 도모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극은 붉은 피가 섬뜩한 명성황후 시해 장면과 이에 대한 재판으로 무죄를 받은 일본무사 미우라 등이 일왕에 대해 충성을 외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고종이 민자영(명성황후, 이하 왕비)을 아내로 맞이하고 아버지 대원군의 섭정, 그리고 조선을 둘러싼 일본, 청, 러시아, 미국 등 열강 속에 명성황후가 소녀에서 여인으로, 나라의 국모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극 초반부 서양 오랑캐(미국 함대)가 쳐들어오는 장면은 영상에 배 3척을 헬리콥터처럼 최첨단으로 표현하고, 이를 대적하는 조선은 겨우 농민들의 곡괭이와 구식 군대의 힘없는 창인데도 경쾌한 꽹과리와 장단 속에 적을 물리치는 것으로 표현해 인상을 주었다. 이어 고종이 신식 군대를 키우는 장면은, 가요풍 음악에 7채 장단과 피리 태평소 등 국악기로 흥을 한껏 돋우며 박력 있는 군기를 잘 살려주었다.

아이를 낳아 두 번 잃은 왕비를 박상궁(임선애 분)과 김상궁(박혜미)이 '마마께선 성정을 가다듬고'라며 위로하니 그 노랫소리와 충정에서 왕비의 아름다움과 기품이 저절로 고귀해진다. 왕비의 득남을 기원하는 신들린 수태굿 장면에서 무당 진령군(정목화)의 섬뜩한 눈빛과 기괴한 음성도 인상적이었다.

 

고 이만익 화백의 명성황후 유화를 사용하던 뮤지컬 '명성황후' 포스터는 2013년부터 변경되었다가 이번 25주년 다시 복귀되면서 명성황후의 생전 글씨를 폰트체로 타이틀을 배치했다. (사진제공 = 에이콤)


2막은 전통 화관무로 시작해 서양과의 신식 외교파티 장면은 극의 전환점을 준다. 일본 견제를 위해 왕비가 러시아 공사부인에게 불어를 배우며 내조 외교를 펼칠 때, 뒤편 무대에서 '천왕폐하를 위해'를 노래 부르는 일본 무사들의 칼날이 빨강 파랑 조명으로 서슬이 퍼렇다.

주조역 배우들의 열연 또한 25주년을 빛내주었다. 명성황후 역 배우 김소현은 소녀의 앳된 목소리부터 국모로서 위엄 있는 목소리까지 변화 있게 잘 표현해 과연 '인생캐(릭터)' 연기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아내 김소현과의 연기라 더욱 고종다웠던 배우 손준호 또한 넘버 '그리운 궁전'에서 왕비를 향한 애절함과 아버지 대원군으로부터 섭정을 거두고 친정을 선포하는 고뇌 등을 매력적으로 잘 표현하였다.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극(Faction)인 만큼 명성황후의 호위무사와의 삼각관계 비중이 크다. 호위무사 홍계훈 역 윤형렬은 2막에서 '나의 운명은 그대'라는 노래로 왕비를 향해 어릴 적부터 품어왔던 연모의 정을 표현하며 심금을 울렸다. 1막에서도 청나라 군대를 피신하며 왕비와 홍계훈의 듀엣 '우리는 돌아가리라'는 홍계훈은 왕비를 향한, 왕비는 백성을 향한 사랑이 가슴 크게 느껴졌다.

배우 이정열은 1막 초반 대원군으로서의 야심으로 출발해 고종이 친정을 선포하자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할 때까지'라며 울분을 토하는 노래부터, 2막에 청나라 군대에 끌려가면서는 결국 왕비를 '국모'라 부르며 왕비와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게 되는 면모를 두루 잘 선보였다. 

1895년의 '을미사변' 명성황후 시해 장면이다. 구름 낀 광화문 옆모습이 영상에 보이고, 뮤지컬 명성황후 트레이드마크인 회전 원형 무대 위에서 일본 무사들이 “왕비가 어디 있느냐. 여우를 죽여라"라며 흰 옷 입은 궁녀들은 모조리 죽인다. 상궁이 왕비에게 궁녀 옷으로 바꿔 입자고 하지만 안 바꿔 입고 그녀는 “내가 조선의 왕비다”라고 외치고 무사의 칼에 순식간에 죽고, 세자까지 죽임을 당한다. 

 

뮤지컬 '명성황후' 1월 19일 공연 커튼콜에서 관객들이 기립박수로 마지막 합창 '백성이여 일어나라'의 감격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 박순영) 


"일어나라 이천만리 대대로 살아가야 할 땅..

한 발 나아가면 빛나는 자주와 독립..

용기와 지혜로 힘모아..

망국의 수치 목숨 걸고 맞서나가리..“


라며 죽은 명성황후의 혼과 백성들이 흰 삼베옷을 입고 한 발짝씩 전진하며 합창하는 '백성이여 일어나라' 장면은 단연 뭉클하였다. 하행하는 붓점 리듬으로 점잖음이 있으며, 마디 간에는 세 번 상행하여 위풍당당함에 찬 이 팡파르는 죽은 왕비가 조국과 백성을 부르는 소리요, 백성이 이에 답해 함께 조선을, 이 땅을 지키려는 의지였다. 백의민족이 지키는 이 땅과 고귀한 역사를 그 누가 함부로 짓밟을 수 있으리요.

뮤지컬 <명성황후>에 대해 나라를 팔아넘기고, 외교에 국고를 낭비한 왕비를 미화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자그마치 25년을 공연한 한국 최초 대형 뮤지컬로서의 만듦새와 완성도, 그리고 어떻게 감히 한 나라의 왕비를 다른나라가 무참하게 살해할 수 있는지 타당하게 문제제기를 하며 국내는 물론 뮤지컬 본고장 미국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까지 가서 주목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뮤지컬 '명성황후' 제작사인 에이콤의 윤홍선 대표는 “단 3회의 프리뷰 공연만이 상연되어 아쉬움도 있지만, 새로워진 공연을 보여드렸다는 만족감도 있다. 하루빨리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어서, 많은 관객들이 공연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제작사인 에이콤은 코로나 19로 인한 현재 상황을 신중히 검토 후에 공연을 재개할 예정이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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