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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관객과 한껏 가까워진 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오페라

by 이화미디어 2021. 4. 1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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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잔디마당의 버스킹오페라 '로페라'로 시민들이 봄바람 맞으며 오페라 여러 대목을 감상할 수 있었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가 4월 6일 수요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성황리에 진행중이다. 유럽 각 지역 오페라극장이나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오페라가 관객과 가까이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2년 전 출발한 '소극장오페라축제'가 이번에는 예술의전당과 공동제작해 더욱 관객친화적인 소통과 공연진행 방식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자는 이번 오페라의 다섯작품과 오페라 포럼 두개, 버스킹 두 번을 모두 다 보고 싶었으나, 이번에 신작인 <엄마 만세>(연출 장서문, 번안 최지형) 는 표가 매진이라 못봤고, <김부장의 죽음>(대본 신영선, 연출 정서영)과 오페라포럼1은 스케줄상 못 봤고,  14일 <서푼짜리 오페라>, 17일 <달이 물로 걸어오듯>과 오페라 버스킹 <로(路)페라>를 보았다. 만약 이 공연들을 보지 못했다면, 한국 오페라가 발전하는 중요한 한 장면을 놓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4일 관람한 쿠르트 바일 작 <서푼짜리 오페라>(연출/각색 이회수, 번안 양진모, 지휘 박해원) 는 경쾌한 음악과 연극적 재미 속에서 자본주의를 폐해를 꼬집으면서도 인정미 있는 작품이었다. 극 시작에 출연진 일곱 명이 모두 한 명씩 등장하며 자신을 노래로 설명할 때는 길다 싶었는데, 극이 진행되자 이 덕분에 캐릭터 간 갈등이나 행동이유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 좋은 방식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주인공인 런던 암흑가의 보스 메키 메서(테너 김재일)가 객석에서 입장하면서 관객에게 말도 걸고, 노래를 불러 친밀감을 준다. 제작발표회 때 이회수 연출의 설명에 의하면 이번 작품이 대사량이 많고 가사템포가 빨라서 성악배우들이 "머리가 좋아지는 약을 먹고 싶다"고 했다는데, 연극배우보다 더 연극배우 같은 자연스러움에 완벽한 동선과 제스처, 노래로 기자는 원래 머리가 좋은 성악가분들로 결론내기로 했다. 무대는 그물망 형태의 네모 조각천을 10여개 스크린으로 해서입체적으로 장면에 따라, "No!"자막, 독약 모양,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등으로 가사내용의 암시와 이해를 도왔다.

 

'서푼짜리 오페라'는 음악, 무대, 연기, 의상이 조화롭고 당시의 풍자극 역할을 이번 공연에도 살렸다. 

인터미션을 제외하고 전후반 100분동안 13개여 노래가 분위기에 따라 금관과 목관, 타악기를 반주로 하여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유럽중세 캬바레 분위기를 잘 살렸다. 이 때 노래제목이 무대양쪽 전광판에 우리말로 보이고, 스피커에서는 독일어로 소개되어 독일 오페라를 번안해 보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면서 이국적 느낌 또한 준다. 여주인공 폴리 역 소프라노 이세희는 '해적 제니의 노래'에서 빠른 리듬에도 경쾌하게 가사 장면을 눈앞에 펼쳐줬으며, 메키와의 '결혼의 노래' 또한 사랑스럽다. 경찰청장 브라운(베이스바리톤 윤종민)과 메키의 '대포의 노래'도 지팡이로 찰리 채플린 춤을 추며 암흑가 보스와 경찰청장이 친구가 된 연유를 익살스럽게 표현해주었다.

바로 이 장면에서, 이번 '소극장 오페라'다운 컷 한장면이 연출되었다. 안 그래도 내 머릿속에 "어쩜 성악가가 연기에, 게다가 춤까지 저렇게 잘 춰? 엄청 연습했겠다"라고 생각드는 순간, 내 머릿속을 들여다봤나, 메키 역 김재일이 채플린 모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에휴, 오페라 가수 일도 못해먹겠네. 개런티는 쥐꼬리만큼 주면서, 노래에 춤까지 시키고." 이렇게 말하니 옆에 브라운 역 윤종민이 "조심해요. 화난 이회수 연출이 내일 더 많은 대사를 안겨다주면 어쩌려고 그래요? 저~기 우리 보고 있는 거 보이죠?" 하고서는 연출을 향해 "사랑합니다"라며 둘은 손가락하트를 날려 재미를 주었다. 20세기 초 한켠의 유럽 소극장에서 사회를 비틀었던 그 장면을 이번 페스티벌 제작환경에 대해 슬쩍 푸념하는 것으로 보여준 것이다.

거지회사 사장 피첨 역 바리톤 최은석은 대사량이 제일 많아 보였는데, 연극배우 같은 나래이션으로 관객을 극으로 잘 인도해줬다. 메키의 부인인 피첨부인 역 메조소프라노 이미란은 '성의 노예에 관한 법칙' 노래에서 돈으로 해결되는 암흑같은 인생사 원리를 가슴 속에 파고들게 잘 들려주었다. 메키를 사랑하는 루시(소프라노 김경희)와 폴리의 '질투의 이중창'도 포인트였으며, 매춘여성 제니 역 메조소프라노 여정윤은 '솔로몬의 노래'에서 그 풍성하고 고혹적인 음성으로 사창가 여인의 삶과 선택에 공감을 불러일으켜 기자는 눈물까지 났다. 여왕이 사면해서 메키는 석방되는 결말에다가, 공연 커튼콜 후 공연 연습장면을 빠른 컷의 영상으로 보여주며, 서푼짜리 팀은 인정미 있는 백만불짜리 공연을 보여주었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무죄를 밝히기 위해 주인공 수남이 '생각'하는 것을 영상으로 표현했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표현진 연출, 지휘 조정현)은 17일 공연을 보았다. 임신한 여주인공 경자가 좋아했던 딸기를 단서로 해서 경자의 붉은 머리색과 딸기장수(베이스 양석진)의 빨간색 바지, 남주인공 수남의 주황색 죄수복 등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2014년 서울시오페라단에서 고연옥 대본, 최우정 작곡, 사이토 리에코 연출로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초연 때는 인물 각각의 심리가 초점이었다면, 이번에는 관계 간 갈등이 더 부각되었다. 이것은 극 초반 수남이 "그래 생각을 해보자"라고 할 때 영상에서 경자, 마담, 술집여인 미나, 검사의 얼굴이 보이면서 이들의 노래가 중첩되는 방식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시작으로써 장모와 처제를 살인했다는 누명을 스스로 쓰게 된 주인공의 선택과 갈등을 관객에게 알리고 시작한 것이다.

초연 때는 메조소프라노가 맡았던 마담 역이 이번에는 카운트테너 이희상이 맡아 "달이 물로 걸어오듯 여자와 남자는 만나는 거야"라며 노래할 때 여자보다 더욱 농염하고 인생사 측은해지는 강한 느낌이 있어 이번공연의 좋은 어필점이었다. 술집여인 미나(소프라노 김효주)가 군인 둘을 어루만지며 노래하고, 살인을 한 것은 경자라며 하이C음까지 멋지게 노래부를 때에야 비로소 그녀가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표현진 연출이 주요 소재설정을 딸기(마술피리)와 카운트테너(파파게노)로 이 극을 모차르트 마술피리 같은 심리적 판타지 동화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14년 초연부터 매번 수남 역을 해온 테너 염경묵과 마찬가지로 초연 때부터 검사 역을 한 테너 엄성화, 그리고 이번에 합류한 주인공 경자 역의 소프라노 신은혜 등 출연진들은 정확한 우리말 발음과 훌륭한 노래로 오페라와 연극의 경계를 넘은 열연을 펼쳤다. 또한 지휘자 조정현을 포함한 바이올린 두 대, 비올라, 첼로 피아노와 신디사이저의 7인조 앙상블인데도 작곡가 최우정의 불협화음과 반음계의 극적 긴장을 효과적으로 극장에 꽉 채워주었다.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GV)에서 테너 염경묵은 "연출과 지휘자가 바뀌면 극이 바뀐다"라고 관객의 질문에 답변했다.

맞다, 그랬다. 그래서 기자는 아직도 초연의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그리운데, 이 날 GV에서 관객반응에 "여주인공이 감옥에서 출산 후 죽고 누워있을 때, 그녀의 노랫소리가 화면 영상에서 들리는 줄 알았는데, 객석에서 실제로 노래부르는 것이냐" 등 사건 진행과 공연 기법의 신기한 점 등에 질문하는 모습에서 이제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이 일곱 살이면 앞으로 여러 무대를 만나 커가면서 자기 모습을 찾고 또 성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페라 포럼I에서 이번축제 공동제작사인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이 열띤 설명을 하고 있다. 

 

17일 토요일 오후 12시부터 3시까지 예술의전당 잔디마당에서 관객들은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며 오페라 버스킹 '(路)페라'를 관람하며 오페라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각 자유소극장 오페라 공연 중 한 번씩은 관객과의 대화(GV)로 관객과 오페라 공연자는 서로 가까워질 수 있었다. 14일 오후1시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오페라포럼 I이 <벼랑 끝에 선 오페라 - 소극장오페라 부활을 위한 난상토론>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며 가감없는 현실진단의 토로와 토론을 펼쳤다. 이제, 25일 폐막식과 시상식까지 <춘향탈옥> 공연과 오페라포럼 II를 남겨두고 있는 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에 많은 분들의 계속적인 응원과 관심을 바란다. 

 

mazlae@daum.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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