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저 너머 힐 스테이트 이 편한 세상 하늘은 푸르지오 미래는 아름답지요...'
아파트 이름이 나오니 관객들 눈빛이 빛난다. 류재준 작곡의 2인가극 <아파트> 1곡 'Apartment'의 가사이다. 7월 6일부터 8까지 3일간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되어 한국인 삶의 척도인 아파트에 대해 수많은 관객들을 공감시켰다.
이미 올 3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0 창작산실 쇼케이스로 세련된 음악의 작품일부와 예고영상을 선보여 이번 인기를 예상케 했다. 또한 이번 공연은 세종문화회관의 '온쉼표 7월' 프로젝트 일환으로 관객이 천원만 내고도 수준높은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아파트를 둘러싼 경비원, 층간소음, 학업, 폭력, 택배노동자, 기러기 아빠, 아파트 구입 등을 귀에 쏙쏙 들어오는 우리말 가사(문하연 작사)의 15곡 성악곡과 그 사이 7곡의 피아노 프렐루드로 잘 조화시켰다. 피아노 반주에 성악이니 형태는 가곡인데, 듣는 느낌은 딱 우리 전통음악 판소리였다(연출 남인우). 가곡(歌曲, Lied)이라고 하지 않고 가극(歌劇)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중후한 목소리에 맛깔스런 표정연기까지 바리톤 김재일은 경비원이 되어 바닥도 쓸고, 발레 점프도 하고, 택배 노동까지 전천후 1인 다역이었다. 그가 8곡 '택배기사'에서 "그래도 이만한 일 없어. 학력지위 차이없이 일한만큼 가져가요."라고 노래하고, 피아노 프렐루드 때 오브제를 무대 뒤에서 앞으로 여덟번 넘게 직접 옮길 때는 관객인 내가 다 미안한 생각까지 들었다. 평소 집에서 택배 받을 땐 못 느꼈는데 말이다. 이렇듯 평소 놓쳤던 문제와 감정들을 가극 <아파트>는 짚어주었다.
피아니스트 김가람은 작곡가 류재준이 "(아파트 구입하려면)십 원도 아껴야 하니까 음도 아껴봤다"며 음 네 개로만 작곡한 10곡 '아파트 구입'의 선율도 리드미컬하고 풍성하게 연주해냈다. 또한 노래 사이의 바하풍 프렐루드들에서는 왕따 학생을, 명예퇴직한 가장을 위로하는 아름다운 연주를 선사했다. 김재일의 노래내용에 따라 눈도 맞추고 표정연기도 하며 대화하듯 추임새를 넣는다. 이에 공연에도 잔잔한 생기가 돈다.
5곡 '지루해'부터는 영상과 오브제의 사용도 돋보였다. 아파트 오브제가 놓인 책상에 김재일이 학생처럼 앉아서 "난 영화를 좋아하는데, 열심히 지수로그를 공부해야 하네. 공부해야 이런 아파트 살 수 있다고 하네"라고 노래하는 모습이 영상에 실시간으로 보이니 딱딱한 아파트 사이 중압감이 가득 느껴진다. 7곡 '은행나무'에서는 영상 오른쪽에 가녀리게 매달린 노오란 은행잎이 무척 운치 있었다. 나 또한 우리 아파트 놀이터를 가득 덮고 입주민의 쉼터가 되고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떠올랐다.
9곡 '명예퇴직'에서는 가사에 "내 나이 겨우 마흔 여덟. 최고라고 제일이라 말하더니. 박수 칠 때 떠나라고 하네”라는 가사가 서글프다. 초고속 승진처럼 음악의 빠른 템포에 맞춰 영상에서 아파트 높이가 올라가고 내려가고를 반복한다. 빠른 템포감에 가장의 비애가 실제처럼 와닿아서 그런가 이 곡부터 관객들은 곡이 끝날 때마다 더욱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와 환호를 보냈다.
"국회의원, 공무원, 판검사 앉아서 돈 벌어요. 자기들이 법도 만들고 돈도 벌어요. 정말 높은 분들이죠. 그 참 이상하죠"
12곡 '위험한 놀이터'는 어른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린 입주민 대표회의를 노래했다. 정말 높은 분들이라고 노래하는 바리톤 김재일의 표정이 자못 비장하다. 또한 그 높은 분들을 노래하는 음은 전체 곡에서 제일 낮은 G음을 사용했다. 노래가 끝난 후 김재일이 발레동작으로 팔을 머리위로 들어 회전한 후 발을 주욱 뻗어 점프하며 무대 뒤로 퇴장하니, 어른들의 돈놀이를 위트있게 꼬집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나 어릴적도 엄마따라 숱하게 멀리 모델하우스에 다니며, 결국 미분양 근처동네로 입주했다. 어른이 된 나는 또 다른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집 값과 재개발 얘기하며 산다. 3곡 '층간소음'에서 "당신에겐 인생 명곡, 내게는 여름 매미, 음악 소리 너무 커요"라는 가사에서는 내 얘기인 것 같아 찔리기도 했다.
가극 <아파트>의 마지막 15곡의 “서로에게 기대어 힘이 되어 주세요!”라는 가사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한 시간 반 공연의 메시지는 결국 아파트라는 울타리에서 가족과 이웃을 잔잔하고도 든든하게 서로 지켜내자는 뜻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지난 밤 우리집이 안 시끄러웠나 걱정되어 우리동 경비 선생님께 여쭤봤을 때가 생각난다.
"XX동 OO호 어떤지는 여기 동 사람들 다~ 알아."
그 말씀에 오히려 내 속이 후련해졌다. 하회탈 같은 넉넉한 웃음으로 시크하게 대답하셨던 70세 넘은 경비선생님은 지난 봄 무릎 수술도 잘 되어 이번 여름부터 여전히 우리 세대들을 지켜주신다. 우리집 어린 삼형제 발쿵쾅 소리로 아랫집 할머니와 의논하며 배운 '공동체생활'이라는 말과 폭풍검색으로 찾아낸 폴더매트라는 해결책이 왔었다. 그리고 이번 공연으로 분명 새로웠고, 더없이 친근하게 우리 아파트 삶을 노래한 류재준의 2인가극 <아파트>를 많은 이들도 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mazl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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