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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혜열 윤호근 DUO CONCERT - 슈베르트 연가곡 시리즈 II 'Die Winterreise'

클래식

by 이화미디어 2022. 3. 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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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열 윤호근 DUO CONCERT - 겨울나그네 공연후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 한혜열과 윤호근이 두 손을 맞잡고 있다. ⓒ 박순영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난
19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한혜열 윤호근 DUO CONCERT - 슈베르트 연가곡 시리즈 II 'Die Winterreise'>가 공연되며,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관객들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주었다.

600곡의 가곡을 작곡하며 '가곡의 왕'이라 불리는 슈베르트가 30세에 작곡한 연가곡 '겨울나그네(Die Winterreise)'는 4년 앞서 작곡한 또다른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와 함께 방랑하는 젊은 청년의 사랑과 고뇌가 아름다운 작품이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연가곡은 20개이상의 단편 가곡들이 연결되어 길이도 길고 전체 드라마를 잘 표현해야 한다. 때문에 보통의 실력과 준비가 아니고서는 성악가의 독창회 레파토리로 구성하기 어렵다.

이를 베이스 한혜열과 피아니스트 윤호근은 서로 대등한 위치의 듀오콘서트로 작년 4월 세종체임버홀의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에 이어 이번 <겨울나그네>까지 연가곡의 진수를 관객에게 선보이며 호응과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1곡 안녕히!(Gute Nacht!)의 잔잔한 8분음표가 윤호근의 손끝에서 길이 되며, 한혜열은 방랑자가 되어 그 길을 담담히 걷고 있었다. 베이스가 부를 때는 원곡보다 두 음 아래 Bb단조로 시작하기에 더욱 묵직한 인생 깊이가 느껴진다.

둘의 연주는 작년 4월 세종체임버홀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때보다도 더욱 깊고 풍부해져 있었다. 한혜열은 더욱 넓은 스펙트럼의 목소리와 호소력 있는 독어발음으로 겨울나그네가 되었다. 여기에 윤호근은 그를 둘러싼 배경이 되고 동반자가 되어, 피아니스틱함의 충만함으로 나그네의 길을 알려주었다.

2곡 '풍향계(Die Wetterfahne)'는 피아노가 몰아치는 바람을 표현하며 베이스는 여인의 마음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며 노래한다. 3곡 '얼어붙은 눈물'부터 6곡 '넘쳐 흐르는 눈물'까지는 사랑의 슬픔이 눈물로 점차 격앙된다. 3곡에서 피아노 반주는 딱딱거리며 얼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4곡 '얼어붙음'에서는 얼어버린 마음이라면서, 피아노는 더욱 뜨겁고 빠르게 굽이치며 자신의 마음이 녹길 바라고 있다.

학교 교과서에서도 배우는 5곡 '보리수(Der Lindenbaum)'는 언제들어도 참 편안하고 푸르르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보리수를 직접 본 것보다 이 노래로 더 많이 알고 있을지 모른다. 4곡에서 피아노의 굽이쳤던 슬픔이 잠시 매서운 칼바람이 되었지만 결국 보리수 덕분에 평정을 찾고 아름다운 살랑임이 된다. "여기서 너의 안식을 찾으라! 이곳에서 휴식을 찾으라!" 가사가 와 닿는다.

6곡 '넘쳐 흐르는 눈물'은 1곡보다 더 절제된 반주에 한혜열의 노래에 더욱 집중된다. 격정적인 마지막 부분 "Da ist meiner Liebsten Haus(그곳이 바로 내 연인의 집이란다!)"는 올라갈 수 없는 그녀의 집을 향한 처절한 외침이다.

8곡 '회상'에는 얼음, 보리수, 눈물 모든 것이 굽이치는데 생각해보니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의 물레도 느껴지고, 슈베르트의 유명한 현악사중주 <숭어>의 맑은 물결도 보인다. 슈베르트 내면에 있는 큰 두 가지가 아마 굽이치는 물결과 그 속에서 노래하는 담대한 걸음이려나.

나그네의 선율은 굽이치며 올라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9곡 '도깨비불', 11곡 '봄날의 꿈', 13곡 '우편마차'를 지나고 18곡 '폭풍의 아침'에서 몰아치고 바로 이어지는19. '환상'은 기품과 우아함이 있다. 대체로 한 곡은 격렬하고, 다음 곡은 잔잔하게 다독이며 나그네의 절망적인 속마음이 21. '여인숙', 22곡 '용기!'로 절정에 도달한다. '세상에 정말 신이 없다면 우리가 신이 아니면 무엇인가!'

마지막 24곡 '거리의 악사'는 더욱 숙명적인 느낌을 주었다. F단조 화음이 고독하게 울리며 인생의 슬픔을 던진다. 한혜열의 노래에 윤호근의 피아노가 담담하게 끝날 것 같지 않게 마지막 음을 적신다.

 

나의 노랫소리에 맞춰

악기를 연주해 주겠소?

 

Willst zu meinen Liedern

Deine Leier drehn?

 

 

잠시 정적이 흐른 후 관객들은 이내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두 곡의 앵콜이 진행되었다. 슈베르트의 '밤과 꿈(Nacht und Träume)'은 담대하고 유려한 물결로 흘렀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Morgen!(그리고 내일 또 다시 태양은 떠오른다)'는 내일의 희망을 약속하는 밝음이 힘찬 에너지로 퍼졌다. 관객들은 더욱 뜨거운 박수와 브라보로 화답했다.

시대가 바뀌어도 음악은 흐른다. 나그네의 순수함과 절망으로부터 어떻게 우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배울 수 있었을까. 욕심부리는 세상, 아마 이날 본 곡과 앵콜 곡 사이에 그 해답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mazl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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