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리뷰] 앙상블 오엔 '케이블의 반란', 빛과 악기, 전자음향이 던진 메시지

클래식

by 이화미디어 2022. 2. 25. 17:38

본문

▲ 앙상블 오엔 공연 전 모습. 보라 푸른 조명에 큰 스피커를 앞에 두고 열심히 팜플렛으로 공연정보를 흡수하는 관객들의 호기심이 느껴진다. ⓒ 박순영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앙상블 오엔(Ensemble O.N. 리더 윤혜성)의 '케이블의 반란'이 지난 22일 저녁 7시 30분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공연되었다.


독일의 명성높은 현대음악연주단체 앙상블모데른(Ensemble Modern) 아카데미 출신의 연주자 윤혜성(피아노), 박신혜(바이올린), 이경원(비올라)으로 구성된 앙상블 오엔(O.N., Original and New)은 2018년 창단되어 독창적이고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며 국내 창작계와 함께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왔다.

이번 공연은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의 (구)유망예술지원사업이었던 BENXT 일환으로 어쿠스틱과 전자음향, 영상의 통합형 공연이었다. 앙상블오엔의 연주는 다섯 명 작곡가 김희라, 이용범, 신혁진, 남상봉, 박명훈의 음악과 비주얼아티스트 윤제호의 감각적인 그래픽 영상을 조화시키며 '케이블의 반란'을 주제로 커다란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주었다. 

공연시작 전 3분 정도 바람소리 같은 앰비언스 음향이 들려왔다. 무언가 일어날 것 같은 기운이 감돌며 그 위에서 첫 곡인 이용범의 <Rebus IV>(2011)가 시작됐다. Rebus는 수수께끼 그림이라는 뜻으로, 바이올린 A현의 B음을 시작음으로 장3화음, 단3화음, 완전5도, 완전4도로 된 고음선율이 아득한 미래를 그리는 것 같다. 바이올린 선율 느린 한 음씩이 전자음향 리버브로 저멀리 밀려가며 자연스럽게 사유의 세계로 인도하는 곡이었다.

곡과 곡 사이는 윤제호의 영상과 각 앞뒤 작곡가 곡 일부가 인용되어 개별 작곡가 곡을 커다란 하나의 공연작품으로 연결시켰다. 공연주제의 케이블인 듯 검은 바탕에 흰 선이 굵은 파형처럼 움직였는데, 앞 이용범의 <Rebus IV>에서 바이올린의 피치카토 등이 리버스(파형이 시간역순으로 재생되는 효과)된 음향등이 어우러지며 인상을 주었다.

다음으로 김희라의<PAR VIII>(2021-22)였다. 전치사 'par~'의 여러의미를 표현한 곡으로 피아노의 강렬한 고음으로 시작되어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얇은 글리산도 하행음형과 피아노의 빠른 동음반복이 때론 전자음향의 리버브를 동반한다. 리버브가 없을 땐 악기들이 전면에 존재하고, 리버브 양이 점차 많아질수록 악기들이 후면으로 멀어지기를 반복하다가 클라이막스에서는 피아노가 저음에서 강렬히 연주되는 가운데 현악기의 버퍼(Buffer, 컴퓨터에 녹음되어 재생되는 방법)된 음향이 물밀듯이 들려온다.

이어진 윤제호의 영상과 김희라 곡 <PAR VIII>의 현악기 글리산도음이 변조된 전자음이 들리는 가운데, 영상에서 파형의 진동이 빠르고 노란빛을 띠며 격렬해졌다. 앞 이용범 간막영상의 기본파형이 변화된 것이어서 연결성이 있었다. 격렬했던 빠른 진폭은 점차 잦아들어 흰색으로 굵은띠로 멈추며 평정을 찾는다.

 

▲&amp;amp;nbsp; 앙상블 오엔의 '케이블의 반란' 포스터. 케이블과 마이크가 서로를 바라보며 사방으로 반란을 일으킬 것 같다.&amp;amp;nbsp; ⓒ 앙상블오엔


신혁진 <Wired Transmitted Emotions(케이블로 전송된 감정)>(2022)는 전자음향 곡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악기만으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해 신선한 시간이었다. 컴퓨터로 온라인세계를 처음 접했을때의 쿵쾅되는 놀라움, 그 안에서의 인간적 교류와 상투성, 왜곡까지를 윤혜성의 피아노, 김유경의 바이올린, 이경원의 비올라로 풍성하게 표현되었다.

이후부터는 각 작곡가 작품이전에 간막영상과 음악을 둬서 공연전체적으로 아치(Arch)형태를 이루었다. 영상에 피아노 건반이 콩쾅쿵쾅 두드려지며 음폭을 넓히고 스피커에서는 '도레도레~', '미파미파~'가 무수한 여러겹으로 중첩된 반복음이 스피커사이를 회전한다. 점차로 영상 수평선 저멀리 간 피아노건반에서 수직 위로 빛띠가 솟구치며 멋진 장면이 연출된다. 

이어 남상봉의 <IAIAI 2>(2022)는 인공지능 신경망이 작곡에 활용된 신박한 작품이었다. 단순한 음재료 '도레도레~도레미파' 등을 윤혜성이 차분차분 또박또박 연주하면 컴퓨터에서 음이 점차 여러겹으로 중첩되었다. 이렇게 반복만 되는가 궁금할 즈음 피아노 C저음과 고음의 16분음표도 연주되며 새로운 국면을 표현한다. 이후 다시 회귀하며 AI컴퓨터는 지금까지 품었던 음형들을 높게 낮게, 빠르게, 딜레이도 더해 다양항 층위로 쏟아내며 클라이막스에서 스피커사이를 돌아다니는 소리의 환상 속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이은 간막영상음악은 바닷물 소리와 고래울음소리 같은 특이한 음향에 로봇트 얼굴같은 파란색과 흰선이 보이더니 점차 선이 많이지고 복잡해진다. 사운드도 싸이키해지고 여기에 반응해 영상도 날카로운 선이 사방으로 쉴새없이 변형되며 빛아티스트 윤제호다운 비주얼아트감각이 뿜어져나왔다. 

 

▲공연후 커튼콜장면. 왼쪽부터 바이올린 김유경, 피아노 윤혜성, 작곡가 김희라, 남상봉, 박명훈, 비올라 이경원, 영상 윤제호. ⓒ 박순영

 
박명훈의 <GEO>(2022)는 지구내부의 소리를 미세한 현대음악 기법과 전자음향의 증폭으로 표현한 수작이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느린 술 폰티첼로나 바이올린 Tail Piece(줄걸이틀)를 두드리거나 뜯는 소리, 하모닉스의 트레몰로나 활 튀기는 쥬테 소리 등이 전자음향으로 증폭된다. 페이즈 보코더와 하울링, 맥놀이 등 전자음향의 다양한 기법들이 대거 사용되고 스피커 음량도 최고로 하여 극대화된 소리효과를 노린다. 이로써 드론을 통해 본 마을 풍경과 협곡의 탐험을 표현한 작곡가의 의도는 깊은 소리의 상념이 추적하고 닿는 기암절벽까지를 관객에게 맞닿게 했다.

이번 공연은 총감독 박명훈, 음향감독 남상봉, 영상감독 윤제호, 조명감독 김기웅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공연의 음향감독을 한 작곡가 남상봉은 "일반 대관공연과 다르게 일주일동안 공연홀을 충분히 사용하며 음향과 영상의 다양한 실험으로 안정성 있는 공연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꽤 추운 영하의 날씨에 앙상블 오엔의 심혈을 기울인 연주와 함께한 시원하고도 뜨거운 밤이었다. 

 

mazlae@hanmail.net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