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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리사이틀 - 하모니 리듬 그리고 컬러

클래식

by 이화미디어 2022. 5. 1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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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리사이틀-하모니 리듬 그리고 컬러는 속도와 터치의 인상이 선율을 만들고 있었다.  (사진 오푸스 제공)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난 1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리사이틀 '하모니, 리듬 그리고 컬러'가 열렸다.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연주는 자유롭고도 심연의 깊이가 있었다. 바르톡의 하모니, 에네스쿠의 리듬, 드뷔시의 컬러는 그의 손끝에서 영혼을 타고 관객의 수준을 한차원 높여주었다.

첫 곡은 바르톡의 <피아노를 위한 연습곡 작품 18>(1918)였다. 1곡은 왼손 오른손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가득벌려 옥타브 이상 10도를 타자치듯 연주하는 곡인데, 일리야의 큰 손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오히려 큰 흐름의 선율의 이동과 강조되는 음에 의한 리듬성이 있었다. 2곡의 두 옥타브를 넘나드는 오른손의 빠른 32분음표 아르페지오의 물결 아래에는 왼손의 느리고 힘있는 선율이 있었다. 왼손과 오른손이 역할을 바꾸기도 한다. 

곧 왼손 오른손 여러화음을 동시에 빠르게 오르내리며 이동하는 구간에서는 아 이곡이 '리듬'이었지 느낌이 온다. 이걸 에튜드로 피아니스트들은 연습을 하는가?! 3곡의 오른손 화음은 오히려 톤클러스터에 가까웠는데, 피아노 88건반이 만들수 있는 수십억개의 조합에서 낭만시대와 무조사이를 살고 헝가리 민속음악을 예술화한 바르톡의 심연을 비로소 이 에튜드 18번으로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저 어려운 소리를 저렇게 안 어려운 매너와 모습으로 연주할 수 있다니!

다음으로 에네스쿠의 <피아노 소나타 1번 올림바단조, 작품24, 제1번>였다. 루마니아의 민속음악을 예술음악으로 승격시킨 에네스쿠의 이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회 기획에서 '하모니'로 했다는 것을 기억하며 하모니를 계속 들어봤다. 1악장 옥타브중복으로 시작해 별빛처럼 부서지며 부유하던 선율은 천천히 얽힌 실의 그물망을  펼치며 확고한 화음으로 집결된다. 

2악장이 되니 오밀조밀한 리듬이 익살스럽다. 처음의 타자치듯 간단한 선율은 점차로 화음을 입고 일리야는 2악장의 프레스토다운 속도로 빠른 민속춤곡을 선보였다. 3악장이 안단테이니 보통의 피아노소나타에서 2악장이 느리고 3악장이 빠른 것과는 대조를 보이는 곡이다. 에네스쿠는 3악장을 '루마니아 평원의 밤'의 분위기를 음악적으로 옮겨놓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 연주회에서 그는 앵콜곡까지 관객을 만족시키며 피아노의 다양성을 선보여주었다.


이 느림 속에서 천천히 이동하고 별빛과 함께 유영하는 아르페지오를 들으며 선율 속에서 선율을 같이 타고 있으면 과연 저 선율을 다 알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관객은 그저 그 순간의 힘과 에너지, 쪼개고 합쳐진 시간의 의미, 음색 스펙트럼이 공기를 타고 내 몸을 감싸는 느낌만 알아도 충분하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에네스쿠는 오늘 오푸스 음악회에서 '하모니였구나'.

인터미션 후 드뷔시 <프렐류드 제2권> 열두 곡을 다 했다. 그나마 익숙한 1권도 아니고 2권 열두곡이었는데 느낌은 앞 바르톡과 에네스쿠가 드뷔시에서도 보였다. 살던 시대로 보면 드뷔시가 먼저이니 드뷔시 말년의 이 프렐류드들이 앞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줬을 것이다.

1번 '안개(Brouillards)'는 프렐류드 2권 전체를 통해 나타나는 C#음에서 형성된 물안개가 그리는 형상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2번 '고엽(Feuilles mortes)'은 생명을 다한 나뭇잎이 나무에서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하행하는 음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3번 '와인 게이트'는 스페인 그라나다가 눈앞에 보이는 것같은 신비한 오른손 화음과 리듬의 변화무쌍함에 왼손이 하바네라처럼 반복되는 저음인지 미처 몰랐다. 4번 '예쁜 요정의 춤'은 드뷔시 특유의 빠른 물결치는 아르페지오가 요정의 날갯짓 같다. 5곡 '헤더가 무성한 땅'은 5음음계의 하행이 '갈색 머리의 아가씨'와 닮아 있었는데 우애어린 편안함이 있었다.  

6번 '괴짜 라비느 장군'은 스타카토와 꾸밈음이 미국 군인 라비느 장군의 걸음걸이와 행동을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연주는 프렐류드 전체적으로 속도가 빨랐고, 이 날 연주에서 선율의 외곽선의 뚜렷한 강조보다 화음과 음형에서 오는 인상을 더 주로 전달하고 있었다. 

7번 '달빛 쏟아지는 테라스'와 8번 '물의 요정', 10번 '카노프'에서도 이런 경향은 드러나고 11번 '3도의 변화'에서는 오히려 이런 속도로 인해 선율이 잘 드러나는 효과도 있었다. 12번 '불꽃놀이'는 그러한 속도의 정점이었는데 하늘에서 터지는 폭죽처럼 2도와 3도, 아르페지오 점차로 옥타브 이상으로 펼쳐지는 화음으로 화려한 불꽃놀이는 끝이 나고 관객들의 만족의 대박수가 이어졌다.  

앵콜로는 슈베르트-리스트의 <바카롤레>, 쇼팽 녹턴 작품번호 27에 제2번, 바하 파르티타 제1번 중 사라방드를 연주하여 본 무대와는 또다른 선명함과 익숙함으로 관객에게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음색의 다양성을 확실히 어필하기도 했다. 앵콜로 속을 시원히 달랜 관객들이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연주한 앵콜 곡목을 로비에서 촬영하는 즐거운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오푸스 기획의 다음 음악회는 9월 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의 앙상블오푸스 제20회 정기연주회 <아르토 노라스와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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