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리뷰] 2022 한국가곡 세기의 콘서트 #5 나그네의 노래

오페라

by 이화미디어 2022. 8. 21. 12:09

본문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화내지 마

 

김효근 작곡의 가곡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한 대목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쉬킨의 시를 번역해 지은 가곡으로, 인생드라마 속 아름다운 지향이 일곱 명 성악가의 힘찬 합창으로 울려퍼졌다. 

 

이렇듯 지난 17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플레이 맥에서 열린 <2022 한국가곡 세기의 콘서트 #5 나그네의 노래>는 장마와 더위와 8월의 갑작스런 장마로 지친 관객들의 삶을 어루만져주는 의미깊은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은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장수동)이 지난 4월부터 매월 ‘한국가곡 세기의 콘서트’를 올리는 다섯 번째 무대였다. 바리톤 장철의 편안한 해설로 가곡 공부도 되고, 일곱 명 성악가가 15곡 가곡으로 이 땅을 사는 우리네 나그네 같은 인생을 노래해주었다.  

양중해 시 변훈 곡 <떠나가는 배>를 작곡가 원본 버전의 피아노 반주(반주 김보미)로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아는 편안한 반주가 아니고, 이 버전으로 들으니 <떠나가는 배>는 소용돌이 치는 물결이 미묘한 불협화음과 하행 아르페지오로 드러나는 매우 현대적인 작품이었다. 테너 김중일이 노래하는 집중어리고 힘찬 선율로 연주회의 포문을 열어주었다.   

장수동 시 나실인 곡 <한 평 독방에 갇혀>(오페라 '나비의 꿈' 중에서)는 바리톤 장철의 애수머금은 노래로 오페라 장면을 기억하게 했다. 동백림 사건으로 옥중에 갇힌 파란의 작곡가 윤이상의 꿈, 오페라라는 꿈이, 대본가이자 연출가인 장수동이 직접 쓴 시와, 나실인이 작곡한 나비 같은 선율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이 노래 하나로 바리톤 장철이 윤이상이 되는 순간을 오페라 <나비의 꿈>을 보았던 관객은 곧바로 느낀다. 

 

테너 왕승원과 바리톤 임창한 듀엣의 <향수>(정지용 시 김희갑 곡)는 남성 목소리에서의 힘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순서였다. 1989년 작곡되어 가수 이동원과 테너 박인수가 부르며 한국 노래사에 '퓨전'의 원조 격이 아닐까 싶다. 고향의 푸근함을 그리워하는 노랫말과 선율로 애창되는 가곡이자, 듀엣, 여성합창, 혼성합창, 소규모 앙상블 어떻게 불러도 어울리는 곡이다. 테너 왕승원의 밝고 맑음이 바리톤 임창한의 명확하고도 포용력있는 저음과 한 스펙트럼으로 어울리고 있었다.

 

소프라노가 노래를 부르는 순간 시간은 정지한 듯 하다. 남성성악이 삶의 현장을 대변한다면, 여성성악은 감정 전달을 통한 정신의 영역을 노래를 통해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날 소프라노 김효진이 부른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서정주 시, 김주원 곡)는 '섭섭하게'라는 포인트가 김효진의 맑고 고운 음성으로 더욱 강조되며, 헤어짐에 다시 만날날을 기약하는 이 곡의 불교적 색채를 잘 드러내어주었다. 

 

소프라노 정시영은  <동백꽃>(강신욱 시, 이수인 곡)에서, 예쁜 꽃무늬 드레스도 분위기를 살리며 소프라노다운 화려함 속에 서정성이 겸비된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었다. 소프라노 김은미는 <강 건너 봄이오듯>(송길자 시, 임긍수 곡)에서는 강 저멀리 뻗어가는 시원한 음색이,  <고풍의상>(조지훈 시 윤이상 곡)에서는 민요적 느낌을 살리며 풍성함과 의지적인 목소리가 돋보였다. 마지막에 출연진 관객 다함께 앵콜로 <섬집아기>를 부르는 흐뭇한 시간도 가지며 연주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한국 가곡 참 무궁무진하다. 가요사의 발전과 기악곡의 향연에 그동안 다소 가려졌던 한국가곡의 재부흥이 반갑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