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단색화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이희돈 작가의 전시가 오는 2023년 4월 30일(일)까지 "인연" 타이틀로 서울 청담동 보자르 갤러리(BEAUX-ARTS, 관장 허성미)에서 진행 중에 있다. 말아 올리는 기법의 ‘인연 시리즈‘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로 그의 지난 40여년 여정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업 결과물들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의 태동을 함께하며 중추적 역할을 해온 한국 추상미술 1세대 조용익, 단색화의 주요 작가인 정창섭 등과 밀접한 교류를 통해 추상회화의 길로 선회했던 이희돈 작가는 ‘단색화 2세대’ 중에서도 가장 발군의 활약을 이어온 작가 중 하나이다.
흔히 그는 단색화 작업을 하는 작가로만 알려져 있으나 사실 그의 작업을 들여다보면 흡사 ‘단색화’라는 용어의 재정립과 개념화 과정의 필연성을 낳았던 미학적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서구식 모노크롬 회화가 담을 수 없는 한국적인 미와 정조, 특유의 질감 표현 등이 ‘단색화’ 사조의 출발점이 되었다면 이희돈 작가의 작품은 여기에 작업 자체의 수행성에 목적을 두고 행위의 반복에 의한 ‘축적’을 통해 이루어가는 육화된 시간성과 탐색의 기록으로서 의미를 갖는 새로운 지점에 자리해있다. 이는 그가 1990년대부터 천착해온 인연생기(因緣生起)의 세계관에 뿌리내리고 있다.
특허기술까지 받을 정도로 무수히 갈고 닦은 타공기법 위에 노끈을 엮고 그 위에 직접 제작한 닥종이를 섞어 물성이 도드라지는 물감을 쌓아올려 우주 속 점 같은 인간의 존재와 그 속에서 수없이 피어나는 인연들, 그 접점에서 끊임없이 발생되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한국 전통 오방색의 중첩과 독특한 마티에르를 통해 이희돈 특유의 한국적이면서도 세련된 모던한 미감으로 구현했다.
미술시장에 한국적 현대미술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한국미술계를 이끌어가는 이희돈 작가의 이번 전시는 시류에 얽매이지 않고 작가만이 가진 내러티브를 통해 탄탄히 지켜온 그의 40여년 작품세계의 깊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전시이다.
봄을 닮은 오방색의 생명력이 가득한 전시장에서 한층 다가온 계절의 정취를 한껏 느끼며 예술적 환기의 시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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