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국여성작곡가회 제76회 봄 정기발표회 '도약'

왼쪽부터 강은경 회장, 작곡가 김주혜 김사랑 심유주 류경선 정연옥.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사단법인 한국여성작곡가회 제76회 봄 정기발표회 <도약>이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지난 4월 28일 저녁 7시 30분 열렸다.

이번 공연의 타악 국악 양악이 어우러진 작곡가들의 작품 스타일로 긴 코로나를 끝낸 성취감을 물씬 풍겼다. 또한 아우어퍼커션(음악감독 우리)과 피아니스트 이은지, 가야금 김철진, 지휘자 김상욱 등 출연진이 집중력 있는 멋진 연주를 선보였다.

첫 순서는 정연옥 작곡가의 "비상(마법-같은 도약)"으로 포문을 열었다. 독일 등 유럽에서 활동하며 음향작법을 구사하는 작곡가의 세계가 첼로(최주연), 피아노(이은지), 타악(김수진)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펼쳐졌다. 여러 음을 겹쳐 누르는 톤 클러스터의 피아노의 분절적인 움직임을 타악기의 타격음이 연결하고, 첼로는 이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분자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의 희극을 보는 것 같기도 한 강렬한 사운드의 작품이었다.

심유주의 “Per ardua ad astra(별을 향한 두드림)”은 마림바(타악-우리)와 거문고(박은혜)가 음색과 기법 면에서 서로를 보완하는 점이 잘 느껴졌다. 4개 악장의 곡인데, 차임벨로 별을 암시하며 시작해 마림바의 화음과 아르페지오, 무궁동, 거문고의 고즈넉한 움직임이 서로를 모방하기도 하고 대응하며 하나의 꿈을 향해 간다. 끝부분에 ‘Ad Astra'라고 두 연주자가 낭랑하게 읊조리는 대목도 인상을 주었다.

김사랑 작곡가의 무대인사. 가야금 김철진, 추현탁, 지휘자 김상욱, 첼로 최주연.

 

다음 김주혜의 "물수제비"는 타악삼중주(우리, 이세영, 안다해) 수면 위에 얇은 돌을 던져 여러번 튀기는 물결모양을 서로 다른 타악기의 오밀조밀한 조화로 예쁘게 표현했다. 비브라폰의 몽환적인 울림과 그에 비해 목질의 소리가 나는 마림바, 그리고 드럼세트와 우드블럭 이 가세해 속도감과 강렬함을 더한다. 타악기의 작은음량도 가능하고, 서로 주고받고 보듬어주는 소리의 굴곡을 잘 나타내주었다.

 

류경선의 “비상(飛上)을 꿈꾸며”는 차분하고도 단호한 어조의 비올라(유리슬)와 마림바(우리)의 독주적인 격렬함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중저음대 현악기인 비올라, 그리고 장미목과 공명판의 울림으로 저음도 멋진 마림바가 음산한 저음 롤(Roll)로 인생의 어두움과 고독을 표현하다가 군데군데 목청껏 외치며 결국 유니즌의 한 목소리를 내는 차분한 관조가 좋았다.

 

김사랑의 "아지랑이“는 윤곤강의 시 ‘아지랑이’(1946)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 운치있는 두 가야금(김철진, 추현탁) 선율과 타악기(우리)의 타격과 요철있는 움직임, 첼로(최주연)의 글리산도로 자연현상의 시의 한 장면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중간부에 타악기 우드블록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에 가야금의 선율이 이국적 정취도 물씬 풍겼다.

 

박영란의 "Time Walk"는 타악앙상블(아우어 퍼쿠션-우리, 이세영, 김수진, 안다해)의 연주로 타악기의 역동성과 리드미컬한 진행과 알싸함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코로나19의 대혼란 속 불안한 사람들의 심리가 첫부분에서는 두 대 마림바의 화음과 타악기의 주고받음으로, 중간부의 느린부분에서는 글로켄슈필과 실로폰 등 고음건반악기로 희망, 그리고 진행되는 마림바의 화음 롤(Roll)은 음산함 속에서도 꿈꾸는 맑은영혼을 표현한 듯 했다. 네 명 연주자 타악기의 역동적이고도 다양한 움직임이 통쾌함을 주는 후련한 작품이었다.

 

박영란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한 아우어 퍼쿠션의 우리, 이세영, 김수진, 안다해.

 

한편, 오는 5월 3일 저녁 7시 30분 세종체임버홀에서 제6회 강은경 작곡발표회가 진행된다. 강은경 작곡가는 올해 한국여성작곡가회 신임회장으로 선출되어 3년간 단체를 이끌 예정이다.

mazl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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