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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기념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 2013

클래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0. 3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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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화의 “road sound”. C Sound로 만들어진 테잎 음향이
피아노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었다. ⓒ 한국전자음악협회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20주년기념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 2013”가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5일간 공연중이다.

많은 예술장르 중에 현대음악, 그것도 컴퓨터와 전자기기를 사용한 전자음악, 컴퓨터음악 하면 사람들에게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사실 예술 문외한들에게는 예술이란 것 자체가 사치, 그들만을 위한 공유대상 쯤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클래식 음악이나 뮤지컬 정도도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머나먼 그들만의 것이 되기 일쑤인데, 게다가 전자음악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음악일까?

한국전자음악협회(회장 임영미)가 주최하는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 2013( Seoul International Computer Music Festival 2013, 이하 SICMF 2013)는 올해로 20회를 맞았다. 매해 국내외 유수의 전자음악 컴퓨터 음악가들이 참가하는 SICMF에는 올해는 40여명 작곡가가 5일동안 테잎음악, 라이브 전자음악, 오디오-비주얼 등 다채로운 공연을 펼치게 된다.

첫날인 10월 29일에는 7개의 전자음악 작품이 일본의 “컨템퍼러리 앙상블 알파(Contemporary Ensemble Alpha)”에 의해 연주되었다. 매해 SICMF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그리 작지 않은 자유소극장 객석에 가득찬 관객들의 집중어린 시선을 보자면, 전자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을 느낀다.

이날의 첫 번째 작품은 이은화의 “road sound”였다. 피아노와 테잎 전자음향이 깔끔하게 조우하는 작품이었다. 피아노 음역의 다섯구간에 배치된 엷은층의 음형을 피아노연주자가 골라가며 연주하는 가운데 C Sound로 만들어진 테잎 음향이 피아노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었다.

두 번째는 일본작곡가 Satoshi Fukushima의 “patrinia yellow”였다. 클라리넷은 온음정도로 보이는 지속음을 계속 연주하는데 이것이 실시간 전자음향으로 피치쉬프팅(*음높이 변화), 더블링과 딜레이(*소리가 시간 지연되어 들리는 기법) 등의 기법으로 변형되고 중첩되어 배경음을 만들어낸다.

▲ 영국 작곡가 Alexander Sigman의 “VURTRUVURT”. 제목의 복잡한 상징에 비해 소리는
자동차소리의 강렬한 테잎음이 바이올린 현대기법으로 이어지며 인상적이었다. ⓒ 한국전자음악협회


클라리넷은 상당히 단조롭게 연주되지만, 이것이 컴퓨터로 잘 받아들여지고 변형되어 매우 깨끗하고 청명하고 고요한 지속음형태의 배경음을 만들어 전혀 클라리넷의 역할이 단조롭게 보이지 않았다. 특히 중간부에 여전히 단순한 클라리넷의 연주가 전자음향으로 리드미컬하게 변형되어 서로 앙상블을 이루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전반부 마지막 작품은 이돈응의 “소리(Sori)”였다. 첼로 개방현의 고유 진동수 비율인 2:3으로 곡의 전체적인 소리구조를 만들었다. 시작에 첼로의 D음이 연주되면 그것이 피치쉬프트, 딜레이에 의해 증폭되어 태고적 울림 혹은 대평원의 깊은 바람소리 같은 음향을 만든다. 두 번째 작품과 마찬가지로 첼로는 단순한 주법이지만 이것이 전자음향에서 미세하고 다채롭게 변형되어 결국 작품 후반부에는 네 대의 스피커를 이동하는 무지개 빛의 무척 다양한 음색 파노라마를 듣게 되는데, 제목이 왜 단순히 “소리”라고 붙여졌는지 이해가 된다.

후반부 첫번째 작품은 일본 작곡가 Akira Furusawa의 “Scope”였다. 플룻의 가볍고 역동적인 움직임과 작곡가가 직접 연주하는 신디사이저로 구성된 작품이다. 신디사이저에는 각종 다채로운 음향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이것이 너무 자주 변화되어 플룻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만약 그러한 부조화가 의도된 것이라면 성공적이겠지만 듣기에 어색한 것은 사실이었다.

다섯 번째 곡인 영국 작곡가 Alexander Sigman의 “VURTRUVURT”는 VURT가 V는 Volume(음량)과 Vehicle(매개물)을, U는 Union(연합), R은 Resonance(공명)과 Recording(녹음) 등 중의적 상징으로 작품이 다소 복잡한 의도로 보였다. 이 VURT의 순환이 계속되는데 이것은 영국작가 Jeff Noon이 1993년에 쓴 동명 공상과학소설을 언급한다.

복잡한 상징에 비해 실제 소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산업화된 도시, 우주적 교감과 그 쇠퇴의 표현을 위하여 테잎에서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소리가 시동음부터 강렬하게 들린다. 바이올린은 그것을 이어받아 트레몰로, 술 타스토, 쥬테, 피치카토, 하모닉스 등의 현대주법으로 자동차소리와 공사음 등의 소리를 엷게 모방하여 표현한다. 앞부분의 산업화된 도시음향의 선명한 테잎과 후반부에 읖조리며 길게 이어지는 바이올린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 문성준의 “leggiero con moto III”. 다섯악기와 전자음향은 마치 다섯사람과 한명의 중재자가
수다를 떨듯이 동시에 말하기도 하고 번갈아 말하기도 하며 쉼없이 이어진다. ⓒ 한국전자음악협회


여섯 번째 일본작곡가 Takéshi Tsuchiya의 “Nothing that is not there and the nothing that is”는 작곡가의 열정과 집요함이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첼로의 현대음악주법 기교를 살리면서도 전자음향의 피치 쉬프팅, 더블링, 딜레이 등의 기법으로 결과적으로는 첼로와 전자음향이 회오리같은 소리를 만든다. 시간적으로 꽤 긴 작품으로 악기는 피치카토, 트레몰로, 술 타스토, 하모닉스 등의 현대 주법으로 엷은 층을 이룬다. 앞부분 중간에 여성 목소리의 테잎음향으로 “Are you going?”과 맨 마지막에 "Now is the end"라고 소개하는 것이 마치 전자음향세계로의 여행을 안내하는 듯해서 재미있었다.

이날 마지막 곡인 문성준의 “leggiero con moto III”는 플룻,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다섯악기와 전자음향의 긴밀한 앙상블이 좋았다. 제목은 "경쾌하게 활기차게"라는 뜻으로 이번 작품은 그 연작중 세번째이다. 장식미술 기법중 하나인 모자이크 기법의 아이디어로 만들었는데, 다양한 형태의 tessera(모자이크를 이루는 작은조각)를 패턴화하여 구성하거나 해체했다. 짧게 말을 내뱉는 듯한 음형재료가 크레센도 되면서 악기간 쉴새 없이 주고받는다. 여기에 전자음향이 악기간 균형을 맞추며 음색배경을 제공한다. 마치 다섯사람과 한명의 중재자가 수다를 떨듯이 동시에 말하기도 하고 번갈아 말하기도 하며 쉼없이 이어진다.

SICMF2013은 11월 2일까지 계속된다. 마지막날인 11월 2일에는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히 5개의 테잎음악을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한 “20주년 기념 공동 작품” 두 개가 준비되어 더욱 기대된다. 또한 넷째날인 11월 1일에는 CMEK(Contemporary Music Ensemble Korea) concert로, 국악기와 전자음향의 조우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결론적으로 전자음악이라고 별다른 세계의 음악이 아니었다. 좀 더 열린마음으로 그 음향의 세계에 다가간다면 그 미묘한 음층의 움직임과 깊게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음악에 관심있는 많은 이들의 참가 바라는 마음이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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