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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 2013 공연 마지막날

클래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1. 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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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태선의 “...made by washboard” for washboard and live electronics. 일상의 도구인 빨래판을
악기로 갖가지 리듬을 만들고 전자음향으로 더욱 풍성한 표현을 했다.ⓒ 한국전자음악협회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11월 2일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리는 20주년기념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 2013'의 공연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 날은 여섯개의 개인별 작품과 두 개의 SICMF 20주년 기념 테잎 작품이 연주회 처음과 끝에 연주되었다.

궁금함 속에 'SICMF 20주년 기념 테잎 작품 1'이 연주되었다. 한국전자음악협회(KEAMS)회원 열명이 이전에 작곡한 작품의 사운드샘플을 제출해 '20주년 기념' 을 공통된 주제로 각각 2분씩 총 10개의 옴니버스 작품을 만들어 공연시작에 다섯 개, 마지막에 다섯 개를 들려주었다. 각자의 특징이 담긴 사운드샘플과 한 영상작가(영상 안준석)의 이미지가 만나서 더욱 색다른 모습의 오디오-비주얼 작품을 선보였다. 흰 공의 집합이 갖가지 구성체를 만들며 변형되어가는 이미지가 각각의 사운드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임영미의 "Five Congratulations", 우재희의 "선(禪)-II", 김범기의 "Dream", 고병량의 "Happy birthday to you", 이사우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외 에 강중훈, 이은화, 김태희, 김미정, 최영준의 음악이 영상과 함께해 20주년을 축하하는 뜻깊은 자리를 서로 한마음모아 전자음악으로 표현한 것이 좋았다.

다음으로 유태선의 “...made by washboard” for washboard and live electronics로 악기가 아니라 일상의 도구인 빨래판으로 연주하고 전자음향으로 만든것이 재미있었다. 처음엔 빨래판을 손톱으로 작게 긁더니, 점차 넓은 면적을 긁고 때리고, 두드리고 양손을 이용해 북처럼 갖가지 리듬을 만들고 이것이 전자음향으로 딜레이되고 필터링되어 리듬을 변형시키고 음향적 색채를 더한다. 마지막 부분엔 빨래판에 마치 센서가 있는 듯이 빨래판 위 허공에서 계속적으로 리듬을 만드는 손동작을 하고 전자음향은 계속되는데, 사실 센서에 의한 것은 아니고 음악적 감흥을 위한 제스처인 것으로 보였다.

이어진 일본작곡가 Keisuke Yagisawa의 “Meta-accumulation” for 2ch audio-visual media는 발자국소리와 발의 걸음걸이를 재료로 소리와 영상을 한 작품이었다. 선명한 발자국소리가 점차 전자음향으로 필터링되고, 화면을 좌우로 양분하여 발걸음의 앞모습, 뒷모습 등을 음악에 맞추어 변형하여 재밌게 처리했다.

▲ Haruka Hirayama의 “Tints of July” for guitar and 2ch live electronics. 플룻과
클래식 기타의 맑고 깨끗한 음색이 전자음향으로 처리되며 7월을 잘 표현했다. ⓒ 한국전자음악협회

전반부 마지막은 일본작곡가 Haruka Hirayama의 “Tints of July” for guitar and 2ch live electronics였다. 프로그램지에 플룻과 기타는 작곡가가 느끼는 7월을 가장 잘 표현하는 악기라고 밝힌 바, 아른거리는 햇빛, 반짝임, 덧없음, 조용한 빗소리 등을 플룻의 선율과 기타의 반주음형으로 잘 나타냈다. 플룻과 기타는 서로의 특징을 가리지 않게끔 동시에 연주하기보다는 번갈아 연주하는 형태였는데, 여기에 맑고 깨끗한 공통점을 가진 플룻과 클래식 기타 선율을 짧은 딜레이, 긴 딜레이, 하모나이저 등으로 잘 처리했다. 중간부에 이 두 악기가 stretto로 짧은 리듬을 서로 주고받으며 전자음향과도 잘 어울리는 부분 역시 인상적이었다.

후반부의 첫 번째는 일본작곡가 Yota Morimoto의 “transnd.xy” for 2.1ch live audio-visual media였다. 각종 필터링되고 처리된 노이즈음이 리듬적으로 계속되는 가운데, 검은 바탕에 흰선이 교차하며 갖가지 형상으로 변형되는 형태의 작품이었다. 이어진 프랑스-캐나다 작곡가 Francis Dhomont의 “Machin de machine 2” for 8ch tape은 통통튀는 공같은 소리가 8개의 스피커 이곳저곳을 이동하는 효과가 뚜렷하며 8개 스피커를 리듬을 표현하는 매개체로 쓴 것이 특징적이었던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박태홍의 “Bass x sung” for bass guitar and electronics였다. 베이스기타의 계속되는 저음 E음의 각종 리듬연주와 중간부에서부터 긴장감을 높여주며 지속되는 높은 E음의 전자음향이 좋았다. 작곡가가 무대위에 올라와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컴퓨터로 기타소리를 이펙터 처리하는 과정까지 담당했는데, 첫 시작에는 기타소리가 컴퓨터에 입력이 안되자 자연스럽게 조치를 취한 후 "다시 하겠습니다"라며 멋진 음악을 들려주는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20주년 기념 공동 작품2로 20주년기념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 2013 의 대미를 장식했다. 전자음악은 특별한 사람들의 특이한 작품이 아니다. 이 세상에 다양성이 공존한다는 것, 내가 싫은것은 남들도 싫어해야 한다는 편협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폭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세상은 더욱 다채롭고 즐거운 곳이 될 것이다. 어쩌면 SICMF는 20년이 지나도 같은 사람들, 같은 모습으로 보일지 모른다. 사실은 그들도 그 안에서 많이 변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세월의 흐름과 함께. 하지만, 그렇게 안 변하기도 쉽지 않다. 한 우물을 파며, 그것의 중요성을 지키는 사람들. 멋지지 않은가.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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