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공적자금으로 운영되는 256 개의 공공문예회관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연가동률은 평균 25,2% 로 상당히 저조하며, 그마저도 하도급을 양산하는 대관이나 공모 사업 등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이는 지역 시민에게 제공하는 문화예술 컨텐츠의 결핍과 지역 청년 예술인의 일자리 부족을 초래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 생활의 지역적 불균형은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인구 소멸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예술인의 본업은 예술입니다. 본업을 통해 생활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러나 매년 1 만 명이 넘는 예술 분야 사회 초년생의 일자리는 거의 없는 실정이고, 기존 예술인도 지원금 배분의 공모 사업과 기획 공연에 의지하고 있지만, 정작 예술인에게 돌아오는 지원금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수준입니다.
지난 30 년간 대한민국에서 배출된 50 만 명에 달하는 예술 종사자들은 대부분 본업을 위해 여타의 다른 경제 활동을 해야 하니, 본업이 취미 생활로 변질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술 정책의 금과옥조인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수십 년간 산적되어 있고, 이 문제들로 피해 보는 당사자는 예술인과 예술 종사자이니, 차제에 대한민국 예술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시의적절하다 하겠습니다.
더불어 공공문예회관의 비전문적 예술경영, 공연 제작의 불합리한 구조, 불투명한 공적자금 운영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한국인 예술가와 학업 중인 예술 분야 유학생은 고국 공연예술계의 암담한 현실과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며, 독일의 예술가 중심 공공제작극장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공감대를 강하게 형성했습니다.
독일의 140 개 공공제작극장에 속한 7 만여 명의 공연예술 종사자들이 직업으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바탕은 ‘제작극장 시스템’을 통한 넉넉한 일자리와 문화 예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공공제작극장은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공연 제작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에서 예술, 문화, 교육, 서비스의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독일 전국의 공공제작극장에는 현재 800 여 명의 한인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독일의 문화 예술 시스템 안에서 예술가로서의 삶과 안정된 일상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한인 예술가들이 뛰어난 전문성으로 지역사회와 문화에 각별히 기여하고 있는 바는 독일뿐 아니라 유럽예술계에 이미 잘 알려진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러한 독일의 공공제작극장이 300 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데는 지자체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안정된 제작 인력(음악, 연극, 무용, 무대, 조명, 분장, 미술, 교육, 경영, 홍보 등)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체 제작한 양질의 작품들이 지역사회의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다장르 중형 극장의 경우 음악, 연극, 무용 등의 여러 장르를 자체 제작하며, 이를 위한 약 500 개의 일자리가 있고,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과 프로그램으로 한시즌 평균 600 회의 공연을 제공함으로써 지역 시민들이 함께 경험하고 나누는 공동체의 가치와 특별한 유대감을 만들어 냅니다.
'공공문예회관의 제작극장화'를 주장하는 예술인의 목소리는 예술과 문화를 공부하고 준비한 청년세대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기회를 마련하므로 지방 인구 소멸과 청년 일자리 문제라는 국가적 과제를 가시적이고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됩니다.
즉, 극장이 시민에게 다양한 문화 체험의 기회를 항시 제공하고 지역 공동체의 유대감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지역 예술가와 청년의 안정된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획기적인 대안이며, 이는 대관 위주의 문예회관 운영을 예술가 중심의 제작극장으로 개선하는 예술정책으로 가능한 일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공공문예회관은 더 이상 전통성과 영속성 없는 대관 위주 경영에서 벗어나 예술가에 의한 제작극장으로 예술을 경영해야 합니다.
이에 독일 공공제작극장과 유럽 각지에서 활동하는 한인 예술가와 예술 분야 유학생은 대한민국의 공연예술계와 국회, 정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에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1. 문화 향유권의 지역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공공문예회관의 제작극장화’의 논의를 시작하라.
2. 청년 예술가들의 일자리를 위한 실질적 방안으로 ‘공공문예회관의 제작극장화’를 수용하라.
3. 공적자금을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사용하는 ‘공공문예회관의 제작극장화’를 주요한 예술정책으로
채택하라.
4. 예술과 문화의 자생력을 키워 진정한 문화 강국의 토대와 기틀이 되는 제작극장화를 조속히 시작하라.
5. 대관 위주 운영이 아닌 예술가 중심의 제작극장을 적극 시행하라.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2024 년 3 월(예정) 한국의 예술계와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각층에 전달할 계획인 '공공문예회관의 제작극장화 촉구 성명서'에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한인 예술가와 예술분야 종사자 그리고 예술 관련 유학생 중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의 동참을 정중히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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