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미술사 정립과 연구의 지속을 위한 2024년 수원작가 조명전
□ 온화하고 담백한 미감으로 고유한 조형성을 구축해 온 이길범 회고전
- 이길범의 수학기 작품부터 탁월한 묘사력과 청담한 색채가 돋보이는 인물화, 수원작가로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산수풍경화 22점 전시
- 스케치, 스크랩북, 전시자료, 사진, 인터뷰 영상자료 등 70여 점 공개
- 2월 27일(화)부터 6월9일(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개최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관장 홍건표)은 한국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조명이 부족했던 수원작가에 대한 재평가와 연구의 일환으로 《이길범: 긴 여로에서》를 2월 27일(월)부터 6월 9일(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1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길범(李吉範, 1927년생)은 1927년 수원군 양감면에서 태어나 17세가 되던 해 산수, 화조, 인물 전 분야에 걸쳐 큰 명성을 얻었던 이당(以堂) 김은호(金殷鎬, 1892~1979)를 만났고, 그의 문하에서 6여 년간 그림을 배웠다.
작가는 1949년 봄날의 온후한 기운을 그린 화조화 '춘난(春暖)'(1949)으로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입선하며 등단하였으나, 6.25전쟁으로 작품활동을 중단하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겪게 된다.
제2국민병으로 소집된 작가는 대구와 제주, 부산에서 훈련 괘도(걸그림)를 그리며 복무하였고 전역 후에 대한도기(부산 영도)와 대한교육연합회에서 도안 디자인과 삽화를 그리는 생활을 지속했다.
53세가 되던 해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자신만의 공간인 작업실을 마련하며 가장 의욕적인 활동을 펼쳤다. 특히 1982년 수원미술계에 첫 한국화 동인인 성묵회(城墨會)를 결성하고 한국미술협회 수원지부장 등을 역임하며 정부표준영정 작가로 참여하며 인물화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전시는 온화하고 담백한 미감을 형성해 온 이길범의 생애와 작품을 회고하는 자리로 전 작품을 연대기 순, 나열식으로 제시하기보다 그림의 소재에 따라 ‘영모화조(새, 짐승, 꽃, 새)’, ‘인물’, ‘산수풍경’으로 구성하여 주요 대표작을 선보인다.
더불어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되는 자료를 함께 전시하여 이길범의 발자취와 수원미술사가 전개되어 온 과정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된다.
영모화조 -
이길범이 그린 영모화조화는 인물화와 산수풍경화에 비하여 적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가장 의미 있는 소재다. 작가의 1949년 등단 작품은 온후한 봄볕 아래 노니는 오리의 모습을 담은 것이었고, 1981년 수원백화점에서 열린 첫 번째 개인전에 소개된 대표작도 꿩과 까치를 그린 영모화였다.
작가의 스승인 이당 김은호의 낙청헌 화숙(畵塾)의 작화 경향은 채색화풍의 화조, 인물화로 이길범이 시적 정취가 묻어나는 서정적인 작품을 전개하는 바탕이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가장 이른 시기 작품인 '오수(午睡)'(1948)를 시작으로 꽃과 나무, 새가 한데 어우러진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인물 -
이길범은 영모, 화조, 인물 등 다양한 소재를 소화하며 작품세계를 구축했지만, 그의 화업의 시작은 인물채색화이다. 작가는 근대기 마지막 어진 화가였던 김은호의 화풍을 본받아 수련하는 과정을 거치며 정밀한 필치와 고아한 채색기법을 익혔다.
1988년부터 이길범은 세 차례에 걸쳐 정부표준영정 제작화가로 참여하였고, 그 중 '정조' 표준영정은 대중에게 가장 각인된 작가의 대표 인물화다. 아울러 작가는 인물과 동물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상상력이 가미된 새로운 작풍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오랜 시간 삽화가로 활약한 이길범의 독특한 구성 방식이다.
산수풍경 -
이길범의 산수풍경화는 수원작가로서의 정체성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장르다. 작가는 실제 풍경을 스케치와 사진으로 옮겨온 뒤 완성하거나 실제 장소의 인상적인 부분들을 재조합하고 회화화 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그 가운데 이길범이 가장 즐겨 그린 소재는 수원화성이다. 옅은 먹과 청색의 청량한 어우러짐이 특징인 <수원화성>(연도미상)은 현대적 감각으로 변모한 작가의 화풍이 드러나는 대표작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먹의 자연스러운 번짐과 금분을 활용하는 등 이길범 특유의 작풍이 돋보이는 산수풍경화를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수원시립미술관 이채영 학예사는 “이번 전시는 수십 년간 수원을 기반으로 활동한 원로작가 이길범을 조명하는 자리로, 작가 특유의 온화하고 담백한 미감이 주는 정서적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 문의 : 수원시립미술관 031-228-3800
⟪이길범: 긴 여로에서⟫
Lee Gil Beom: A Stroll Down Memory Lane
전시명 이길범: 긴 여로에서 |
전시기간 2024 2. 27.(화) ~ 2024. 6. 9.(일) |
전시장소 수원시립미술관 1 전시실 |
전시부분 한국화, 데생 등 22점, 아카이브 70여점 |
전시작가 이길범(1927년생) |
■ 전시개요
• 전 시 명: (국문) 《이길범: 긴 여로에서》
(영문) Lee Gil Beom: A Stroll Down Memory
• 전시기간: 2024 2. 27.(화) ~ 2024. 6. 9.(일)
• 전시장소: 수원시립미술관 1 전시실
• 관람요금: 성인 4,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수원시민 25%할인)
※ 2024. 3. 10.(일)까지 무료관람 실시
• 관람시간: 하절기 10:00–19:00 (매주 월요일 휴관)
• 주 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3
※ 상기 일정은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세부 일정은 추후 수원시립미술관 누리집(http://suma.suwon.go.kr) 에서 확인 하시기 바랍니다.
'오수(午睡)', 1948, 종이에 먹, 호분, 43×53㎝ 한학을 수련하던 이길범은 친인척의 소개로 1944년 김은호의 문하에 들게 됩니다. '오수(午睡)'는 김은호의 낙청헌 화숙에서 기거하던 시기에 그린 것으로, 작가의 수학기 작품 경향을 보여줍니다. 이길범은 스승이 내어준 갈색빛의 종이에 먹과 호분을 이용하여 흰 꽃과 고양이를 묘사하고 화면 우측에 자신이 그린 그림을 의미하는 길범사(吉範寫)를 적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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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조(花鳥)', 1981, 종이에 먹, 색, 8폭 병풍, 106.5×33㎝(8) '화조(花鳥)'는 두루미, 참새, 제비, 연꽃, 소나무, 석류 등 길상적 의미를 가진 화제로 구성된 8폭 병풍입니다. 작가는 수묵과 담채를 기반으로 꽃과 나무, 새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변화하는 사계절의 분위기를 담았습니다. 정성스러운 묘사와 함께 농담을 활용한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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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靜)', 연도미상, 종이에 먹, 색, 68×46㎝ 연꽃은 작가가 오랜시간 다뤄 온 소재 중 하나입니다. 흙탕물에서도 고고하게 피어나는 생명력 강한 연꽃은 유교의 이상향인 군자의 꽃으로도 불려 온 전통적인 화제입니다. '정(靜)' 은 청아한 수묵담채의 미감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화면 가득 뻗어 오르는 연잎과 살며시 보이는 연꽃, 흩날리는 버드나무 잎사귀는 다소 정적일 수 있는 구성에 생기와 고아한 분위기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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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분동자(虎賁童子', 연도미상, 종이에 먹, 색, 84×92.5㎝ 호랑이는 오랫동안 힘과 용맹을 상징하는 신령스러운 영물로 여겨졌습니다. 이길범은 청량한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호랑이 등에 올라탄 소년을 그리고 호분동자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소년의 표정에서 두려움과 기대가 느껴지는 반면 호랑이는 앞발을 우아하게 내디디며 매서운 눈빛으로 화면 밖을 응시합니다. 작가는 두 존재를 타고 흐르는 밝은 빛으로 늠름한 기세를 표현하고 대상에 비해 간략하게 묘사된 배경을 부드러운 선염으로 처리하였습니다. |
'정조'(표준영정), 1988, 비단에 채색, 175×110㎝ 조선 22대 왕 정조(正祖)의 어진은 작가가 처음 참여한 표준영정으로 각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표준영정은 실재했으나 유실되어 전하지 않는 선현의 초상을 후대에 제작한 것으로, 영정동상심의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의 고증과 심사를 거쳐 지정된 영정을 일컫습니다. 이길범은 익선관을 쓰고 오조룡을 금실로 수놓은 홍룡포를 착용한 정조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극세필의 세밀한 붓질과 사실적인 묘사는 용상에 앉은 정조의 위엄 있는 표정을 배가시킵니다. 상단 가장자리에는 ‘정조대왕 어진’ 표제가 있고 좌측 하단에는 어진을 봉안한 날짜와 화가의 이름이 함께 적혀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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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淸雅', 2003, 종이에 먹, 색, 69×50㎝ 이길범의 영정 작품이 견고한 데생력과 사실주의적 표현력에 기반하였다면 인물화는 형태의 간결함과 평담한 색채가 중심이 됩니다. 서정적인 색채와 정겨운 화면 구성은 작가의 삽화가 활동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청아(淸雅' 는 은은하게 피어나는 연꽃과 사색에 잠긴 듯한 여인의 모습을 담백한 색채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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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물화'(데생), 1949, 종이에 연필, 32×22.5㎝ 이번 전시에 이길범의 수학기를 보여주는 두 점의 작품 중 하나로 낙청헌에 방문한 여학생을 묘사한 데생입니다. 이러한 데생은 사실적인 사생을 기초로 삼았던 낙청헌에서의 학습과 관련이 있습니다. 작가는 서명을 남기지 않았으나 화면의 오른쪽 하단부에 제작일을 가리키는 1949년 5월을 적었습니다. |
'수원화성', 연도미상, 종이에 먹, 색, 84×92.5㎝ 작가는 산수풍경화를 그리기 위해 주로 현실 풍경에서 영감을 얻지만 화폭 속에서는 실제 세상의 물리적인 크기와 관점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가 포착한 대상과 장소, 이들은 모두 재조합되거나 회화화되어 작가적 상상력 속에서 새롭게 소화됩니다. 하늘 위로 높이 뻗어 나가는 소나무와 단순화된 수원화성의 형태는 정확하고 사실적인 묘사가 전달하지 못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담뿍 안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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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수류정', 연도미상, 종이에 먹, 금분, 색, 67×45㎝ 방화수류정은 수원화성 동북쪽 요충지에 세워진 감시용 시설이지만, 용연(연못)과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작가는 용연 주변의 버드나무가 풍기는 운치를 짙은 먹과 금분을 활용해 현대적으로 표현했습니다. 화면 귀퉁이에서 뻗어 나오는 나뭇가지의 자태가 푸르른 물 그림자를 만들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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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과 수원화성', 연도미상, 종이에 먹, 색, 80×100㎝ 산수풍경화는 산과 강의 경치를 그리는 장르입니다. 이길범은 강원도와 금강산처럼 유람을 다니며 경험한 아름다운 경치를 화폭에 담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산수풍경화는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입니다. '노송과 수원화성' 의 화면 밖으로 뻗어 올라가는 노송과 구불거리는 가지 끝에서 피어나는 홍매화가 정겹게 느껴집니다. 노송과 매화, 수원화성을 단순화하여 재구성한 화면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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