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이 그램 머피의 '지젤'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6월 13일부터 17일까지 세계초연으로 공연중이다.

그간 '심청','춘향' 등 한국고전을 창작발레로 개발해 큰 호응을 이끌어낸 유니버설발레단이 이번에는 발레고전인 '지젤'을 호주 시드니 댄스컴퍼니 예술감독을 31년간 역임한 명 안무가인 그램 머피의 안무로 새롭게 재탄생시켜 큰 궁금증과 기대를 모았다.

이번 지젤은 원작보다 더욱 촘촘한 줄거리, 디테일한 안무의 표현성과 역동성, 음산한 윌리의 세계를 극대적으로 드러낸 세련된 무대디자인과 의상으로 영화 같은 발레의 생생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또한 영화 '투 마더즈'(2013), '마오의 라스트 댄서'(2011) 등 영화음악과 TV 시리즈에서 활발히 작업중인 크리스토퍼 고든이 음악을 맡아 발레장면을 더욱 극적이고 풍부하게 표현해냈다.

우선, 줄거리적으로 기존 줄거리인 지젤, 알브레히트, 힐라리온, 바틸드 네 명의 남녀주인공 외에 지젤의 어머니 베르테, 아버지 울탄의 이야기를 설정해 지젤에 대한 배경을 첨가했다. 윌리들의 여왕 미르트가 지상세계 시절 울탄을 사랑했지만 베르테에게 빼앗기자 죽어서 강렬한 악의 화신이 됐다는 새로운 이야기도 첨가된다. 한편, 미르테를 무찌르고 지젤과 힐라리온을 구해내는 도구를 ‘크리스탈’로 설정하고, 그것을 직접 해내는 이는 지젤의 어머니이자 부족의 제사장인 베르테에게 두어 부각시킨다.

▲1막 얼음동굴 속 마을의 제의의식. 역동적인 타악리듬과
춤으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잘 살렸다. ⓒ 유니버설발레단


1막의 순박하고 춤추기 좋아하는 시골처녀의 춤추는 화려한 테크닉과 사랑이야기, 2막의 순백색 튀튀를 입은 윌리들의 발레블랑이 기존 ‘지젤’이었다면, 그램머피는 새로운 ‘지젤’로 그의 의도대로 극의 세밀해진 이야기를 색채적인 음악분위기와 날카롭고 선명한 안무로 한껏 살린 또 하나의 유니버설발레단표 ‘고전’의 탄생을 예감하는 멋진 작품을 선사했다.

1막에서 5겹으로 된 얼음동굴 배경이 신비롭고 이국적이다. 초반부터 장대한 음악과 특히 장구리듬과 25현가야금과 하프의 조화로 지젤의 캐릭터를 살리는 등 국악기를 활용해 색채적으로 장면을 서술한 음악에 흠뻑 매료된다.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만남과 아름다운 2인무는 각각 바이올린과 첼로의 조화로, 마을 청년들 장면에서 장구, 북, 팀파니 등 타악기 리듬의 심장을 울리는 고동소리와 그에 맞춘 역동적인 군무 또한 인상적이다.

1막 후반은 멀리 어슴프레한 산과 오른편의 바위산, 왼편의 낮은 덤불로 한 폭의 수묵화 같은 무대다. 주인공 네 남녀의 갈등구조를 너무나 섬세한 손 발 동작과 서로간의 엮임과 짝지음으로 잘 표현해 젊은이들의 사랑관계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보는이에게도 함께 사랑의 아픔이 절절히 느껴진다.

▲ 1막 후반부. 알브레히트의 배신을 알게된 지젤이 죽음에 이른다.
오른편 바위산 위 악의 화신 미르트가 의미심장하다. ⓒ 유니버설발레단


현대발레의 안무가 이렇게 멋질 수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저음으로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음악이 인물들의 상황을 표현한다. 지젤을 끊임없이 바라보는 두 남자와 그것에 질투를 느끼는 바틸드, 결국 알브레히트의 배신을 알게 된 지젤은 죽음을 맞이한다.

2막은 미르트와 윌리가 원작보다 훨씬 섬뜩하고 힘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야말로 미르트의 광기어린 춤과 윌리들의 혼을 빼놓는 움직임에 눈을 뗄 수가 없다. 무대 한가운데는 가지들이 엉켜 자라 첩첩이 쌓인 거대한 고목나무가 음산한 분위기를 극대화시킨다. 푸른 나무 한가운데서 눈부신 흰빛을 내던 미르트는 두 팔을 뒤로 한껏 치켜올린 채 윌리들을 불러들인다. 6월 14일 공연에서는 홍향기의 미르트 연기가 선명히 기억에 남는다.

숲속에 온 힐라리온이 윌리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미르트는 지젤에게 나무 옆에 누워서 알브레히트를 꾀여낼 것을 지시한다. 윌리들에 둘러싸인 알브레히트가 지젤을 구하려 애쓰는 장면이 미르트의 힘을 묘사했던 2막 초반부만큼 7-8여분 정도 집중감 있게 계속된다.

▲ 2막 밤의 악령(윌리)들이 흰색머리와 의상으로 극대적으로 무섭게 표현되었다.
알브레히트는 끝까지 지젤을 구하려 애쓴다. ⓒ 유니버설발레단

지젤과 알브레히트가 힘을 잃어갈 즈음 지젤의 어머니 베르테가 크리스탈 조각을 맞추어 미르트를 무찌른다. 잔잔한 피아노선율과 함께 두 남녀와 어머니의 3인무가 따뜻하다. C조 화음의 반짝이는 고음 배경으로 알브레히트가 나무아래 서 있고 황혼 같은 붉은 조명아래 무대가 끝난다.

영화 ‘반지의 제왕’, 오페라 ‘라인의 황금’과 같은 신비로움과 생생함, 웅장함이 발레 한편에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춤으로 세밀하게 표현되는 장면들, 그리고 현대발레의 탄탄한 테크닉까지 살아난 작품이었다.

프로그램지에 적힌 문훈숙 단장의 인사말에 적힌 바, ‘막연했던 생각이 인연으로 이어지고,,,’, 이내 멋진 작품이 되어 관객에게 현대발레의 재미와 매력을 다시 한번 느끼고 발견되게 하기까지 변함없이 늘 연마하는 유니버설발레단 단원들의 노력과 스태프들의 감각과 정성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유니버설발레단의 31년 정성의 발레자존심과 철학이 있다는 것은 이 창작발레를 또 하나 내어놓았다는 것으로 당연히 알 수 있는 것이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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