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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유니버설발레단 '발레 춘향', 세계화 위해 더욱 세련되고 여백의 미 강조해

발레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0. 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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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7 저녁공연의 주역 황혜민, 엄재용 부부는 더없이 아름답고 충만한 이도령과 춘향의 연기를 펼쳤다. ⓒ 김경진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의 발레 <춘향>이 지난 9월 27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다.

1986년 발레 <심청>으로 새로운 한국 창작발레를 제시한 유니버설발레단은 2007년 <발레 춘향>으로 또 하나의 창작발레를 레파토리에 추가했다. 문훈숙 단장이 국립무용단의 <춤, 춘향>을 관람 후 그것을 발레화 할 뜻을 세우고 2006년 쇼케이스를 거쳐 2007년 초연, 2009년 재공연에 이어 5년 만에 더욱 업그레이드되어 무대에 섰다.

이번 버전은 2009년 버전에 비해 세계무대를 겨냥해 더욱 모던해졌다. 임일진 무대디자이너는 3차원의 무대를 매화, 대나무 등이 그려진 여러 겹의 대형 작화들로 채워 여백의 미를 강조하면서도 공간 활용도와 효과를 높였다.

여기에 의상은 총 170벌 중 90여벌이 새로 제작되었다. 디자이너 이정우가 디자인과 제작, 염색까지 직접 진행해 더욱 정교해졌다. 춘향, 몽룡, 변학도, 기생들의 각 특색이 옷의 형태와 색감으로 잘 드러나며 한복의 가벼운 소재가 발레복으로도 아주 잘 어울리며 몸의 움직임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했다.

▲ 1막 중 단오제 때 미역감는 아낙네의 모습. 2009년 버전은 매화꽃이 가득 핀 배경인 것에 비해,
이번 2014년 버전은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 ⓒ 김경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역시 음악이었다. 기존 버전의 케빈 바버 픽카드가 작곡했던 음악을 이번에는 모토야마 후미요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관현악곡, 피아노 소품만으로 편곡했다. 동양적 느낌의 창작 음악보다 오히려 발레음악가 차이코프키의 스케일 큰 음악만으로 엮어서 더욱 발레동작과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데 일조했다.

한편, 다소 큰 스케일의 음악들로만 진행되어서 춘향과 몽룡의 해후 파드되 등 연인의 사랑과 애틋한 감정 장면에서는 잔잔한 솔로음악 한편 정도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1막은 무대장막 왼쪽 위편에서 월매(팡 멩잉)가 춘향의 옥고를 위해 지성을 드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춘향(9/27 저녁공연, 황혜민 분)과 이도령(엄재용 분)의 만남과 사랑서약, 단오제 때 머리감는 아낙네들의 아름다운 모습, 이도령이 아버지의 뜻으로 과거를 보러 떠나고 춘향이 오열하는 장면으로 구성된다. 두 주인공이 합방하는 풋풋한 모습과 이도령이 공부를 하지 않고 있다가 아버지가 보자 급하게 공부하는 척하는 장면, 월매의 호들갑스런 모습 등이 재미있다.

▲ 유니버설발레단 '발레 춘향' 2막 1장 과거시험. '사랑가'의 가사를 한글로 적어내린
병풍과 과거합격자들과 장원급제한 몽룡의 힘 있는 남성군무가 일품이다. ⓒ 김경진


1막이 안정적으로 모든 내용을 자연스럽게 펼쳐 보인다면 2막은 군무의 힘과, 독무의 기교, 그리고 춘향과 변사또의 갈등과 마지막 몽룡과 춘향의 아름다운 해후가 인상적이다. 흰 도포에 검은 갓을 쓰고, 큰 붓을 쥔 채 일필휘지로 글을 써내려가는 ‘일필휘지 춤’은 그 다음 ‘장원급제 춤’과 함께 가히 압권이다. 합격서를 두 손 모아 쥐고 양 다리를 직각으로 세우며 남성 무용수 십수명이 힘 있게 다리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이 세상 어떤 것도 무찌를 것 같은 기백이다.

몽룡은 어사로 임명되어 평복으로 갈아입는다. 신관사또 변학도가 부임하여 거들먹거리며 춤을 추고, 기생들의 알록달록 화려한 의상과 소고춤(홍향기), 스카프춤(최지원), 부채춤(김채리)을 추는 세 기생덕분에 눈이 즐겁다. 그 사이에서 단아한 모습의 춘향이 입장하지만, 사또의 수청을 거절하고 결국 옥에 갇힌다. 수청을 거절하며 벗어나려고 온몸으로 발버둥치는 춘향과 계속적으로 수청을 요구하는 변사또 사이의 싸움이 처절한 파드되로 동 지아디(변사또 역)와 황혜민(춘향 역)이 잘 표현했다.

▲ 2막2장은 변학도의 특징이 동 지아디의 표정과 춤으로 잘 표현됐다. ⓒ 김경진


하지만 어사출두한 이몽룡이 변학도를 소탕하고, 찬란한 만프레드 교향곡을 배경으로 흰 옷 입은 두 연인은 다시 만나 하늘로 날아오를 듯 찬란한 팔동작으로 서로 얼싸안는다. 보통의 발레나 무용이 선자세의 발동작이나 손과 팔의 하늘거리는 동작이 많은 것에 비해 <발레 춘향>의 엔딩은 연인이 서로 마주보고 대칭형으로 앉은 자세에서 손을 맞잡고 구르며, 서로를 한없이 아끼며 바라보는 그 자세가 무척 경이롭고 특징적인 엔딩장면이다. 황혜민, 엄재용 부부의 엔딩이라서 더욱 실감나고 아름답게 표현되고 있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2015년 4월 <발레 춘향>으로 오만 로열 오페라하우스 초청공연을 갖는다. 2011년 개관당시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으로 초청공연을 가진데 이어 두 번째다. 부디 우리고전의 미와 발레강국으로서의 입지를 세계에서도 널리 떨쳐주길 바라며, 올해 말 12월의 <호두까기 인형> 공연까지 훈훈한 2014년 연말을 함께하길 기대한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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