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레 '돈키호테'에서 고난도 동작을 막힘없이 펼쳐보이는 이은원(왼쪽)과 이재우. ⓒ 문성식
국립발레단(단장 강수진) <돈키호테>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6월 26일부터 29일까지 공연되었다.
발레 <돈키호테>는 몇 안 되는 희극발레로 정열적인 스페인 춤과 시원하고 경쾌한 음악, 다채로운 군무와 주인공들의 화려하고 테크닉 높은 독무 그리고 돈키호테의 우스꽝스럽고 고집스러운 성격을 통한 세상에 대한 풍자 등이 특징적인 작품이다.
작년까지 국립발레단 부예술 감독을 지낸 문병남은 세계 여러 발레단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재 안무되는 발레 <돈키호테>를 국립발레단 버전으로 다시 만들었다. 3막의 원작을 2막3장으로 줄이고 바질리오의 친구 '무자초'를 추가해 유쾌하고 밝은 인물로 살려냈고, 돈키호테의 상상 속 인물인 '둘치네아'를 직접 출연시켜 생동감을 만들었다.
전막 '해설이 있는 발레'로 2013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성공적으로 공연된 바 있는 국립발레단 <돈키호테>는 이번에 오페라극장의 큰 무대에서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1막이 시작되면 커다란 환상 속의 시계모양이 장막에 보이는 돈키호테의 서재다. 아름다운 서주가 흐르는 가운데 돈키호테는 그의 하인 산초 판자와 함께 환상 속의 여인 둘치네아를 찾아 큐피트 요정의 도움으로 먼 길을 떠난다.
돈키호테가 주인공이지만 액자식 구성으로 그가 여정에 만난 키테리아와 바질리오라는 두 젊은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주요 줄거리다. 스페인 광장에 젊은이들이 춤추고, 말괄량이 키테리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다니며 매력을 뽐낸다.
보통 난이도 있는 기술은 막이 무르익어가면서 선보이게 되는데 <돈키호테>에서는 1막 초반부터 작품 끝날 때까지 여느 발레들보다 독무와 듀엣의 양이 많고, 그 난이도도 높다. 특히 문병남 안무는 1막 시작부터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스페인 리듬을 살려 '빨리빨리' 한 박자 안에 두 스텝씩 넣어서 다소 빠른 템포감으로 이은원 이재우 두 주역 무용수가 무척 바빠 보였다.
하지만 정열의 빨강 옷을 입은 젊은 주인공 커플은 산뜻하고 경쾌하게 스텝을 이어나가며 파드되를 선보인다. 27일 공연에서 이은원은 중학교 시절 '서울국제무용콩쿠르'에서 그랑프리 수상 이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돈키호테>는 자신이 있다는 듯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고난이도 연기를 선보였다. 1막의 20회전 푸에테를 아주 쉽게 선보이고, 계속해서 경쾌한 스텝을 펼쳐 보이며 작품 내내 활약이 대단하다.
▲ 돈키호테에서는 정열의 스페인 춤과 음악이 인상적이다. 투우사 에스파다 역의 이영철(가운데). ⓒ 문성식
바질리오 역 이재우 역시 키테리아를 잘 받쳐주며 우아한 동작을 펼치는데 특히 한 손으로 이은원을 번쩍 높이 지탱하는 난이도 동작에서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투우사 에스파다 역의 이영철이 펄럭이는 빨강 망토의 스페인 춤도 인상적이다. 키테리아의 아빠 로렌조는 딸을 돈 많은 귀족 카마쵸에게 결혼시키려 하고, 돈키호테의 도움으로 두 젊은 남녀는 도망친다.
작곡가 루드비히 밍쿠스(1827~1907)의 음악은 흔히 알지 못했지만, 훌륭한 작곡가가 많다는 것을 일깨워주며 2막 도입에서도 우리를 아름다운 발레의 세계로 인도했다. 음악은 우아하고 느리다. 어두컴컴하고 스산한 집시촌에 도착한 주인공 커플은 검정과 보라색 의상 속에 우아한 춤을 선보인다.
1막과 2막 2장에서 투우사 에스파다의 파트너 메르세데스 역을 선보인 신혜진은 2막 1장에서는 거리의 무희 역으로 격정적인 춤을 선보인다. 에로틱함과 장렬한 느낌을 주는 음악이 무용수와 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나풀거리면서 둥근 어깨부분이 살짝 드러나는 흰 블라우스와 빨간 긴 치마를 입고, 머리는 길게 풀어헤치고 두건을 쓴 집시 여인의 외로움과 과 거리의 삶을 표현하는 춤이 무척 인상적이다.
▲ 돈키호테 역의 이수희(가운데)와 산초 판자 역의 김경식. ⓒ 문성식
로렌조가 집시촌에 쫓아와 카마쵸와 결혼시키려 키테리아를 데려간다. 집시들과 함께 인형극을 보 던 돈키호테는 내용에 화를 내면서 인형극을 중단시킨다. 강한 바람에 풍차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그것이 거인인 줄 알고 공격하다가 정신을 잃는다. 돈키호테는 작품 내내 춤을 추지 않고 마임과 같은 동작을 펼치는 것이 특징인데, 돈키호테 역 이수희는 4일 공연 내내 극의 상징이 되는 돈키호테 역으로 작품의 큰 틀을 잘 유지해 주었다.
키테리아가 환상의 여인 둘치네아로 변해, 큐피트와 숲의 여왕과 춤을 춘다. 신승원도 귀여운 요정 큐피트 역을 자연스럽게 잘 소화하며 극의 흐름을 잘 진행했다. 2막 2장, 정신을 되찾은 돈키호테는 키테리아와 카마초의 결혼식에 참석해 주인공 젊은 남녀가 진정한 사랑을 찾도록 돕는다. 바질리오가 가짜 자살소동을 벌이고 결국 로렌조의 허락을 받아 바질리오와 키테리아가 결혼하게 된다. 돈키호테는 모두의 배웅 속에 다시 먼 여정을 떠난다.
성대한 결혼파티의 군무와 다시 투우사 에스파다와 메르세데스의 화려한 춤, 투우사들의 춤, 그리고 무엇보다도 키테리아의 32회전 푸에테와 바질리오의 수차례의 회전동작과 두엔데가 대미를 장식한다. 막힘없이 정확하고 화려한 이은원 이재우 두 주역의 기술에 감탄과 박수세례가 절로 나오고 특히 그랑 파드되에서 바질리오가 옆으로 길게 누운 자세의 키테리아를 높이 들어 올렸다가 2회전 해 무릎 높이에서 재빠르게 다시 잡는 동작은 원래 버전의 안무에는 없는 고난이도 동작이다.
한편, 워싱턴발레단 수석무용수 생활을 마치고 2년 만에 국리발레단 객원수석으로 돌아와 이번 <돈키호테>의 바질리오를 선보인 김현웅 역시 이전 그대로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반가움을 안겨주었다.
국립발레단 단원들은 이번 작품 이후 달콤한 휴식기를 가진다. 부디 안정과 재충전으로 하반기에 더욱 힘차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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