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위대한 디바 안젤라 게오르규(59)가 한국에 와서 서울시오페라단 무대에서 ‘토스카’를 올렸다. 한낱 해프닝에 글을 험악하게 쓸 필요는 없기에 어제의 내 일화로 평한다.
우리 바이올린 배움터 회원들에게 안젤라 게오르규 ‘토스카’ 그 뉴스 봤냐며 밥 먹으며 운을 띄웠다. 잠시 생각에 잠긴 한 회원이 입을 열었다.
“예를 들어서, 우리 딸이 이번 추석에 부모님 제주도 여행을 보내준다고 공항에서 만나자고 해요? 그런데 무슨 서프라이즈라고 사실은 괌 여행을 준비했던 거라고 비행장에서 말해 봐요. 그럼 기분이 어떻겠어요? 어떨 것 같아요.”
회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기분 나쁘지~에이 안 돼”, “왜, 여행 갈 준비는 다 해 왔잖아. 우리 남편도 Why not? 할 것 같은데”.
오페라뉴스 댓글이 장난 아니라 말하니, "한국사람들 너무 우르르야~. 지금 축구도 봐. 누구 한사람 앉혀 놨으면 좀 뭐 안 되도 기회를 주고 지켜봐야지. 커튼콜 나오는데 왜 야유를 해."
나도 와이 낫도 괜찮네 생각하다가, 그래도 오페라 그 다음 장면 갈 껀데 감정 떨어지겠다 싶었다.
"어쨌든 게오르규가 오페라 망쳤거나 이슈화했으면 됐지 세종측이 게오르규한테 사과를 요구하겠다고 공식입장문을 왜 내죠?"라고 내가 말하니, 똘똘한 젊은 새댁이 말한다.
"관객 환불요구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그렇구나, 공연은 참 챙겨야 할 것도 많구나. 여하튼 생각에 잠겨 있던 회원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나 같으면 절대로 안 돼요. 용납 못 해요.”
그렇다, 용납 못 한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는 말이다. 우리의 디바에게 그 날이 그랬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서울시오페라단 ‘토스카’ 마지막 8일 공연의 3막에서 일어난 대참사가 그랬다.
그럼, 누가 일으킨 일인가. 모든 일은 쌍방이다. 3막 김재형의 '별이 빛나건만' 앵콜에서 게오르규가 난입했지만 이후 나머지 공연은 잘 했고, 커튼콜에서 인사를 늦게라도 나왔다가 들어가면서 관객의 야유를 받았다. 서로 주고받았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어떻게 무슨 기준으로 나누겠는가. 세종문화회관은 푸치니 100주년이면 100주년이지, 오롯이 우리나라 훌륭한 성악가들만으로 잘 다듬고 다듬어서 푸치니를 기억해도 될 일을, 왜 젊고 화려하게 잘 뽑아낼 해외 소프라노도 아니고 59세의 안젤라 게오르규를 초청해 이런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냐는 말이다.
거장의 관록과 경험, 스타 마케팅을 사려고 했으니 감수할 일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안젤라 게오르규가 2016년 빈 슈타츠오퍼에서 일으켰던 일을 우리의 세종문화회관에서 일으켜줬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 전까지는 공연기사가 별로 없었는데, 8일 게오르규의 사태로 뉴스에 댓글들로 오페라에 대한 관심은 새삼 뜨거워졌다. 지난 8월 예술의전당 테너 이용훈의 ‘오텔로’로 이어, 10월 국립오페라단 ‘탄호이저’와 ‘2024 오페라 투란도트 -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내한공연’, 12월 코엑스 ‘투란도트’ 등 대형공연이 펼쳐지는 올해 하반기를 시작하는 축포 같기도 하다.
기자는 9월 5일 안젤라 게오르규, 김재형, 사무엘 윤의 첫 공연 3막을 관람하고, 6일 임세경, 양준모, 김영우의 공연을 전막 관람했다. 안젤라 탓하지 말아달라고 위에 잔뜩 늘어놓고 보니 막상 일반적인 공연리뷰를 쓰기에 진이 다 빠진다. 테너 김재형이 3막 ‘별이 빛나건만’을 정말로 잘 불렀다.
기자는 하필 일정이 있어, 5일 공연의 1, 2막을 눈물을 머금고 못 보고 3막만을 봤기 때문에 그 아리아를 듣고는, 아마도 2막 절대적 악에 대비되는 절대적 선을 지금 보여준 것일 듯이라는 느낌을 가졌었다.
그렇다고 대슈퍼스타 안젤라 게오르규를 모셔놓고 공연명도 '토스카'인데, 그것도 마지막 날에 카바라도시의 앵콜을 꼭 해야만 했을까. 한간에는 지중배 지휘자와 테너 김재형 사이에 준비된 앵콜이라는 말도 있다.
8일의 이슈를 제외하고 말해보자. 아무래도 공연은 균형이 중요하다. 또한 폭발적인 에너지도 중요하다. 관객이 어디에서 만족과 감회, 교훈을 얻느냐는 개인별로 다를 것이다.
이번 공연을 이틀간 관람한 결론은 모든 배역진의 훌륭한 기량에도 하나로 향한 구심점이 안젤라를 향한 것도 아니었고, 표현진 연출의 명징한 디렉션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토스카'는 다소 10프로가 부족했다고 말하고 싶다.
지중배 지휘의 부천필도 2막의 속사포같은 연주는 뜨거웠지만, 잔잔한 장면에서 조금씩 끊어가는 프레이징은 아쉬웠다.
따라서 이 작품의 주요 아리아 '요원 한명, 마차 한대',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등과 그리고 심지어 2막의 테 데움까지도 계속 달려가고 진행되기만 했지, 그 부분에서 공연자가 관객에게 집중을 바라고 기다려주는 맛이 확실히 덜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김영우 카바로도시가 2막에서 'Virtissimo'를 외치는 장면이나, 3막에서 임세경 토스카와 무반주 아카펠라로 또박또박 외치는 장면, 그리고 두 토스카가 그 높다란 성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아직도 생생한 감동을 준다.
한편, 분명히 더욱 악랄하고 끔찍하게 연기할 수 있는데, 사무엘 윤, 양준모 두 스카르피아가 그보다는 젠틀하고 엄숙하게 연기한 점, 평소대로라면 임세경도 훨씬 카리스마 있는데 이번에는 다소 마일드했던 점은 존재만으로도 벅찼을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효과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연출적 측면에서는, 1막 성당 안에서 어린이합창단이 전쟁 속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장면에서는 이상하리만치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졌다. 이것이 표현진 연출이 기자간담회에서 말한 의도인가 싶었다.
또한 객석 쪽 대형 파이프오르간 무대를 2막에서 카바라도시의 고문실로 사용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1막에서 카바라도시가 그리는 벽화를 큰 벽화가 아니라 작은 A4크기의 스케치 3장으로 줄에 걸어놓은 설정은, 아무래도 토스카가 연적 ‘아마라티’의 파란 눈을 질투하는 장면으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와 닿지가 않았다.
높은 음에서 음정은 조금씩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세의 나이가 들어도 여전한 미모와 고혹적이고 풍성한 한 결로 발성되는 고유한 음색을 소유한 전설의 소프라노의 연기와 노래를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 그것도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에 한국무대에서 봤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이었다. 이러고 보니 도대체 누가 잘못했는지 좀체로 모르겠다.
모두 열심히 잘 했을 뿐이니 말이다. 그러니 인생은, 예측불허다. 나도 우리 배움터 회원에게 우리 밥상 토론내용 여기에 인용한다고 허락 받은 것 아닌데. 혹시 용납 안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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