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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 “아빠, 엄마를 지금도 사랑해?” “없는 사람을 사랑할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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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미디어 2025. 2. 1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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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한 사탕처럼, 삶의 맛을 되찾아주는 영화
제76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칸이 먼저 알아본, 2025년 모두가 사랑하게 될 영화!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2월 26일(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딸과 완벽한 세상을 이룬 싱글대디가 잊고 싶었던 과거와 마주하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프렌치 드라마. 제76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초청되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경쾌한 상상력, 웨스 앤더슨 스타일이 엿보이는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한 미장센, 아빠와 딸 사이의 특별한 유대감을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며 주목받았다.

 

프랑스 일간지 Le Monde의 기자였던 에르완 르 뒥 감독은 장편 데뷔작 'rix'(2019)에 이어 두 번째 장편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연속 초청되며 독창적인 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전작에 이어 다시 한번 더 가족이라는 관계에 집중하며 관계 속의 사랑과 불안 등의 복잡한 과정을 세밀하게 관찰, 대담하고 진솔하면서도 유쾌하고 생돔감 있게 그려내며 평단과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세계적 거장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혀 더욱 이목을 집중시킨다. 

 

먼저,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동안 칸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 등 세계적인 영화제들을 휩쓴 난니 모레티 감독을 떠올리며 캐릭터와 이야기를 완성시켰다고 밝혔다. 

 

난니 모레티 감독과 그의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대담함과 진솔함, 자유로움을 에티엔’ 캐릭터에 적극 반영했을 뿐 아니라 연출에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또한 핀란드의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향도 받아 수려한 문학적 대사들을 활용, 시적인 작품 분위기를 한층 더했다. 

 

또한, '하나-비'(1998), '기쿠지로의 여름'(2002) 등으로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을 거머쥐며 거장 반열에 오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자토이치'(2004)의 강렬하고도 불안한 엔딩의 춤 장면도 참고하여 시퀀스를 구성했다고 전했다.

 

칸영화제 공개 및 프랑스 개봉 이후에는 “새콤달콤한 사탕처럼, 삶의 맛을 되찾아주는 영화”(Première), “우리는 이 이야기를 사랑할 수밖에”(Allociné) “기발하고 시적이다”(Posif), “경쾌한 상상력으로 가득하다”(Screen Daily), “웨스 앤더슨 스타일이 엿보인다”(IndieWire), “나우엘, 빛나는 보석”(20 Minutes), “셀레스트 브룬켈, 축복 같은 존재”(Le Monde), “두 배우의 완벽한 케미”(Cineuropa) 등의 해외 유수 매체들의 호평 세례가 쏟아져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120BPM' '페르시아어 수업'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
세자르상 주목할 만한 여자배우상 노미네이트 셀레스트 브룬켈
빛나는 보석 같은 두 배우가 완성하는
유쾌하고 감동적인, 좌충우돌 현실 부녀 케미!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는 유럽 영화계에서 섬세한 감정 연기와 강렬한 존재감으로 주목받고 있는 배우다. 

 

그는 제70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120BPM'(2017)에서 에이즈 운동가 ’ 역할을 맡아 눈빛과 표정, 몸짓 하나마저 완벽하게 컨트롤하며 거칠면서도 서정적인 감정적인 연기를 선보여 세계적인 찬사 속에서 제43회 세자르상에서 주목할 만한 남자배우상, 뤼미에르 어워드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후 '맨 오브 마스크'(2018), '페르시아어 수업'(2022) 등에서도 탁월한 연기력으로 깊은 울림과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명실상부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에서는 17년간 딸 로자의 전부가 되어준 싱글대디 에티엔을 맡았다. 

 

그는 싱글대디로 항상 자신보다는 딸이 최우선인 삶을 살았지만, 딸이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직면하면서, 또 TV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사라졌던 아내를 마주치며 일어나는 파문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에르완 르 뒥 감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축구 코치나 아버지의 전형적인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끌렸다고 전하며 나우엘을 캐스팅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더불어 어떤 몸짓이든 자연스러운 배우였다. 그래서 에티엔에게 버스터 키튼적 요소들을 더하고 싶었다며 대사 일부를 과감하게 없애고 몸짓으로 연기하는 장면들을 나우엘과 완성해나간 비하인드를 밝혀 나우엘이 완성하는 에티엔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떠오르는 차세대 배우 셀레스트 브룬켈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감정표현과 개성 있는 마스크로 프랑스 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프랑스 드라마 [In Therapy](2021)에서 예리한 감수성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하며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에르완 르 뒥 감독 역시 해당 드라마를 통해 그녀를 처음 발견, 특별한 존재감을 가진 배우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후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로자 역 캐스팅을 위해 스크린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보게 된 그녀의 연기에 단 한 번의 시선, 고개를 돌리는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분위기를 완전히 전환했고 예상치 못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그녀는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에서 에티엔의 전부이자 미술을 사랑하는 감수성 풍부한 딸 로자’ 역을 맡았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엄마의 존재가 17년간 아빠 에티엔과 쌓아온 단단한 유대감을 무너뜨리며 겪는 10대 소녀의 미묘한 혼란을 놀라운 집중력으로 표현해내며 한국 관객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을 예정이다.

 

이외에도 연기 경험이 전무후무한 배우들을 캐스팅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에르완 르 뒥감독은 로자의 남자친구 ‘유세프의 시적이고 낭만적인 면모를 강조할 배우를 찾기 위해 100여 명의 남자 배우들이 시를 낭독하는 영상을 보고 또 보다, 

 

모하메드 로우디를 발견했고 보자마자 유세프 역으로 캐스팅하기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연기에 조금 늦게 입문하여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 모하메드의 첫걸음을 목격하는 모든 순간들이 감동적이었다며 에르완 감독은 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에티엔의 떠나간 옛 연인이자 로자의 엄마 발레리’ 역으로는 댄서이자 안무가인 메르세데스 다시가 캐스팅되었다.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킬 배우를 찾고 있던 중 만나게 되었으며, 영화 속 환상적인 장면들에 그녀만의 독특한 색깔의 안무를 더하며 영화를 다채롭게 만들었다.

 

무언가를 잃는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그 후에 오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애프터썬'을 잇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또 하나의 아빠와 딸의 이야기!

 

하나의 장면, 몇 줄의 대사,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해 두고, 그렇게 흩어진 조각들로 이야기를 기워나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완성한다고 전한 에르완 르 뒥 감독은, 프랑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Thalassa]를 보던 중 발견하게 된 첫사랑에 대한 기억으로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의 조각을 모으기 시작했다. 

 

당시 TV 속에서 발견한 여인이 자신의 첫사랑이 맞는지 수소문했으나 끝내 알 수 없었던 에르완 감독은 에티엔과 로자를 탄생시켰고, 아빠와 딸이라는 관계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Le Mode 기자 생활을 마무리하고 막 영화를 준비하던 시기였고,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로 인해 본격적으로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 봉쇄 덕분에 가족들과, 특히 딸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더욱 몰입하며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그는 에티엔과 로자의 관계를 구축할 때, 갑자기 떠난 로자의 엄마가 두 사람의 삶을 비극으로 만들지 않기를 바랬기에, 두 사람이 과거의 상처에 휘둘리지 않고 그들만의 삶을 단단하게 채워나가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그래서 두 사람이 각자의 세계에서 위안을 찾게 했는데, 그것이 에티엔에게는 축구, 로자에게는 그림이 되었다. 덕분에 에티엔과 로자는 함께 성장해 왔지만 동시에 서로에게 의존적이지 않았고, 각자의 삶과 열정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로자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제작 초반부터 로자 또래의 젊은 화가를 찾아다녔다. 

 

덕분에 그가 찾은 색감이 강렬하면서도 거친 질감의 그림 속에는 자신감과 동시에 연약함이 공존했고, 관객들이 다른 각도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주었다.

 

“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회복력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 엄마, 환상, 그리고 축구 경기에서의 패배까지, 무언가를 잃는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그 후에 오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전한 에르완 르 뒥 감독은, “지금 우리는 서로 간의 관계를 그 어느 때보다 깊이 고민하게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나는 이 영화가 헤어지려 애쓰지만 서로를 놓지 못하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보다 감정적으로 포착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코로나 19로 인해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었던 기묘하고 격변하는 시대를 경험한 우리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자 한다.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연속 초청!
칸영화제가 주목하는모두가 주목해야 할 이름!

에르완 르 뒥 감독

 

에르완 르 뒥은 프랑스 일간지 Le Monde 기자 출신으로, 섬세한 시선과 독창적인 연출로 주목받고 있는 감독이다. 

 

장편 데뷔작 (2019)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어 영화계에 존재감을 드러낸 이후, 두 번째 장편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로 다시 한번 더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며 영화계를 이끌어갈 새로운 감독으로 급부상했다. 

 

관계 속의 복잡한 감정을 탐구하는 데 탁월함을 보이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연출 스타일, 시적이고 문학적인 대사, 유머러스하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등이 잘 어우러져 관객들의 감성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현재 영화와 시리즈,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FILMOGRAPHY

(2019), [Under Control](2023), [The World Does Not Exist](2024) 

 

INTERVIEW

 

Q.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erdrix'에 등장하는 쥐쥐라는 인물에서 출발했다. 

 

주인공 피에르의 형이었는데, 12살짜리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대디다. 

 

영화에서는 일부만 보였는데, 쥐쥐의 딸은 아버지를 떠나겠다고 하지만 동시에 그를 완전히 버리지 못한다.

 

보통 하나의 넓은 주제로 시작해서 여러 조각들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하나의 장면, 몇 줄의 대사,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해 두고, 그렇게 흩어진 조각들을 기워 나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완성한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첫 번째 봉쇄 기간 동안 쓰기 시작했다. 이때쯤 기자 생활을 완전히 접고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는데, 봉쇄 덕분에 가족들과, 특히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부모와 자식 간의 무조건적인 사랑, 그 관계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과 어떤 얽매임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

 

Q. 전작에서는 새로운 존재가 한 가족을 뒤흔들어 놓았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한 가족이 부재로 인해 뒤흔들린다.

 

= 그렇다. 

 

하지만 이 부재-엄마가 너무나도 이른 시기에 남편과 딸을 버린 것-가 너무 비극적으로 비춰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왜 발레리가 떠났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그건 그녀의 자유로운 선택일 뿐, 그녀의 선택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길 바라지 않았다. 

 

발레리의 부재가, 에티엔이 만들어갈 딸 로자와의 세상에서 트라우마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두 사람의 삶이 비극으로 시작되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우리가 극 중 두 사람을 처음 만날 때는 정말로 잘 지내고 있다. 두 사람은 함께 성장하며 둘만의 관계의 정체성을 단단하게 구축했다. 

 

적어도 로자의 남자친구 유세프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보인다. 유세프는 에티엔과 로자의 관계 속에서 드라마와 시와 슬픔을 보았고, 그게 흥미로웠다. 

 

짜증나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유세프의 호기심이 두 사람의 관계를 망칠 순 없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난 엄마를 몰라. 그런데 상관없어. 보고 싶지도 않은 걸이라고 말하는 17살의 소녀를.

 

소녀의 말이 진심이길 바랐다. 물론 각자의 해석이 다를 수 있고, 심리학적으로 언젠가 해결해야 할 문제일 수도 있다. 당연히,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 있을 테다

 

어쩌면 5년 후 혹은 10년 후, 그들을 단단히 묶어왔던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지금처럼 괜찮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변곡점을 같이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발레리가 TV 화면 속에 갑자기 등장하며 그들의 삶을 뒤흔들어 놓는 그 순간부터 말이다. 

 

그 순간은 마치 불꽃처럼 타올라 아빠와 딸의 독립이라는 본질적인 변화를 비춘다. 

 

함께 성장해 온 부녀가 서로를 잃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각자의 삶을 찾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Q. 영화 속 캐릭터들은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동안 변화한 게 있는지.

 

= 에티엔과 로자는 함께 성장해 왔지만 동시에 서로 의존적이진 않다. 각자의 삶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 로자는 그림을 그리는데, 영화 속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꼭 담고 싶었다. 그래서 제작 초반에 로자 또래의 젊은 화가를 찾았다. 

 

파리국립미술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는데, 색감이 강렬하면서도 거친 질감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 

 

그의 그림 속에는 자신감과 동시에 연약함이 공존했고 유머 감각도 있었다. 로자와 딱 맞는 그림이었다그림은 로자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였다.

 

Q. 에티엔의 열정은 축구에 있었다. 가끔은 에티엔이 철학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 에티엔은 축구를 플레이하는 방식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사고하는 방식, 스포츠를 바라보는 방식에도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전하고자 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지도할 때, 문학적인 언어를 사용할 때가 있다. 실제 프로 축구선수가 했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킥 한 번에 마음을 담아야 해. 마음을!은 네덜란드 축구선수 데니스 베르캄프가 했던 말이다. 

 

사실 에티엔은 이런 문장들을 수집하는 사람이라고, 공책 하나에 이런 문장들 하나하나를 적어가며 정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중에는 처칠이 한 말도 있을 것이고, 칠판에는 이디시어 속담을 적어두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축구장의 경계선을 그리는 행위는 딸 로자와 연결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선을 다시 그릴 필요가 없을 때조차 덧칠하고 또 덧칠하는 그 하얀 경계선은, 경계선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그를 안심시키고 삶의 질서를 바로잡아주는 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Q. 처음부터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를 캐스팅할 생각이었는가.

 

= 그렇다. 

 

나우엘은 뛰어난 배우이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축구 코치나 아버지의 전형적인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끌렸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만들어갈 에티엔의 세계가 무척이나 기대됐다. 

 

대본 리딩을 하면서 뭔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주길 요청했을 때,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그 장면을 해석해 내더라. 어떤 장면에서는 모든 대사를 노래하듯이 불러보기도 했다. 그와 작업하면서 이런 자유로운 접근 방식이 흥미로웠다.

 

Q. 에티엔의 몸짓이 익살스럽다고 해야 할까. 안무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독특했다.

 

= 어떤 몸짓이든 자연스러운 배우였다. 마치 서커스 퍼포머들을 떠올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캐스팅하기 전에도 그런 느낌은 있었는데, 작업을 하면서 확신이 들었고 그런 면모를 더욱 활용하면서 강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에티엔에게 버스터 키튼적인 요소들을 더했다. 

 

대사 일부를 과감하게 없애고 몸짓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배우와 캐릭터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걸어갈 수 있는 장면을 뛰게 하고, 장애물이 있으면 돌아가지 않고 뛰어넘게 했다. 그의 움직임 자체가 이야기의 일부가 되도록 했다.

 

Q. 이를테면 에티엔이 축구 코치 자격시험을 치르는 장면에서 심사위원들이 갑자기 프랑스 동요를 부르기 시작하는 장면 같은, 현실성을 벗어나는 몇몇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 현실에 마법 같은 필터를 입히는 방식을 찾고 있었다. 

 

언제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초현실적인 요소가 불쑥 등장할 수 있도록. 시각적인 개그도 곳곳에 배치했다. 예를 들면, 에티엔의 축구 클럽 부원들이 모두 그의 차에서 쏟아져 나오는 장면 같은.

 

관객들을 놀라게 하고, 다양한 방식을 통해 그들의 감각을 자극하고 싶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기도 하다. 동시에 영화의 흐름을 깨뜨리거나 예상치 못한 감정을 불러일으켜 관객들의 긴장감을 깨우는 방식이기도 하다. 

 

물론, 스토리 진행상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감각과 분위기를 때로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고, 관객이 영화를 더욱 주의 깊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Q. 셀레스트 브룬켈의 캐스팅 과정도 궁금하다.

 

= 프랑스 드라마 [In Therapy]에서 처음 봤다. 그때 특별한 존재감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캐스팅 디렉터가 로자와 유세프, 두 젊은 캐릭터의 캐스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줬다.

 

로자는 대사가 많은 캐릭터였고, 때로는 독백에 가까운 장면들이 있었다. 

 

스크린 테스트를 하는 날, 셀레스트가 보여준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로자에게 예상하지 못했던 부드러움을 불어넣으면서도 날카로운 면을 잃지 않았다. 

 

캐릭터에 내면의 삶을 부여하면서도 가볍고 자연스럽게 연기하더라. 단 한 번의 시선, 고개를 돌리는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분위기를 완전히 전환하며 예상치 못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배우였다.

 

Q. 로자와 유세프의 대화는 문어체적이다 못해 연극적인 느낌마저 든다.

 

= 두 젊은 배우들이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해주길 바랐다. 

 

특히 유세프의 경우에는 시적이고 낭만적인 면모를 강조해야 했다. 

 

이 역할에 맞는 배우를 찾기 위해 100여 명의 젊은 남자 배우들이 시를 낭독하는 영상을 봤다. 

 

그중에서도 모하메드 로우리디가 단연 눈에 띄었다. ‘이 사람이다’ 싶었다. 연기에 조금 늦게 입문했고 카메라 앞에서의 경험은 전무후무했지만, 모하메드의 첫걸음을 목격하는 모든 순간들이 감동적이었다.

 

문어체적이고 문학적인 대사들은 이 영화에서 무척이나 중요했다.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사랑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영화가 생각나는데, 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종종 자신이 맡은 캐릭터들이 매우 세련된 연극적인 핀란드어를 구사한다고 인터뷰하곤 했다. 캐릭터가 처해있는 사회적 배경과 꼭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나는 그게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Q. 로자와 에티엔이 학교에서 싸울 때, 에티엔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다.

 

= 이 장면에서 로자는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모든 것들을 쏟아낸다. 

 

그녀가 하는 말들은 잔인하지만 동시에 솔직하다. 일부러 숨겨왔던 말들은 아니지만, 이 순간을 통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정리한다. 

 

사실, 이 상황은 일종의 도발에 대한 리액션이기도 하다. 에티엔이 먼저 사진을 가져와서 이 사람이 네 엄마다. 만나러 가야 해라고 말하지 않았나. 이 말은 로자가 성장하는 동안 아빠에게서 줄곧 들어왔던 이야기들을 완전히 뒤흔든다. 

 

우리 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우리는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다’, ‘발레리의 부재는 결코 결핍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자랐는데, 갑작스럽게 변한 아빠의 태도가 혼란스럽고 짜증났을 것이다. 

 

동시에 아빠가 엄마의 사진을 보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아빠는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로자에게 발레리의 부재는 정말로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영향도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아빠에게 한심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말은 아이가 부모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가혹한 말이지 않을까.

 

Q. 결국 로자는 에티엔의 딸이면서도, 그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는 캐릭터였던 것 같다.

 

= 로자가 6-7살 무렵, 에티엔에게 이렇게 묻는다. 

 

내 반은 아빠에게서, 반은 엄마에게서 온 게 맞아?” 그러면 에티엔이 이렇게 답한다. 

 

처음에는 그렇지.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네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야.”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하다.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는데, 어떤 이에게는 두렵게 들릴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설레는 일일 수도 있다.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다.

 

CAST

 

에티엔 역 |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

 

'글루'(2006)를 통해 혜성같이 등장하여 제28회 낭뜨 3대륙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는, 이후 '120BPM'(2017), '페르시아어 수업'(2022)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깊이 있는 감정선으로 캐릭터와 완전히 동화된 듯한 연기로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배우다. 

 

특히 제70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었던 '120BPM'을 통해 세자르상 주목할 만한 남자배우상, 뤼미에르 어워드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눈빛과 몸짓만으로도 서사를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연기와 섬세한 감정 연기로 서사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독보적인 스타일의 그는,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에서 17년간 슬픔을 넘어 기쁨으로 딸 로자를 지켜온 다정한 싱글대디 에티엔’ 역을 맡았다.

FILMOGRAPHY

'글루'(2006), '올 유어스'(2014), '120BPM'(2017), '맨 오브 마스크'(2018), '페르시아어 수업'(2022) 

 

로자 역 | 셀레스트 브룬켈

 

떠오르는 차세대 배우 셀레스트 브룬켈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감정표현과 개성 있는 마스크로 장르 불문,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다. 

 

장편 데뷔작  'Dazzled'(2019)를 통해 세자르상, 뤼미에르 어워드 등에서 주목할 만한 여자배우상에 노미네이트되며 데뷔와 동시에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프랑스 드라마 [In Therapy](2021)에서 예리한 감수성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하며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에서 아빠 에티엔과 특별한 유대감을 쌓아온 17세의 딸 로자 역을 맡아 나우엘과 완벽한 현실 부녀 케미를 선보일 뿐만 아니라 갑자기 맞닥뜨린 아빠의 과거로 인해 흔들리는 복잡한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FILMOGRAPHY

'The Dazzled'(2019), [In Therapy](2021),  'Origin of Evil'(2022) 

 

EPILOGUE 

 

아빤, 내 어린 시절의 전부예요

 

INFORMATION
제     목 |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No Love Lost)

감     독 | 에르완 르 뒥

출     연 |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 셀레스트 브룬켈

수입/배급  | ㈜엣나인필름

장     르 | 드라마

러닝 타임 | 91분

상영 등급 | 12세이상관람가

개     봉 | 2025년 2월 26일

수상/초청  | 제76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 

                   제49회 세자르상 주목할 만한 여자배우상 노미네이트

 

SYNOPSIS
“아빠, 엄마를 지금도 사랑해?”“없는 사람을 사랑할 순 없어”

17년간 딸 로자의 전부가 되어준 다정한 싱글대디 에티엔.미술을 사랑하는 딸의 재능을 응원하며,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온 마음을 다해 로자를 키워왔다.

어느 날, TV 속에서 마주친 익숙한 얼굴.떠나간 로자의 엄마는 잊고 있던 과거를 일깨우며평온했던 두 사람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서로가 전부였던 두 사람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서로의 마음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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