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예술의전당 제작오페라 'The Rising World: 물의정령'이 지난 25일과 28일, 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세계초연 되었다.
K-오페라를 표방했으며 아르떼 뮤지엄의 대표작품인 ‘Starry Beach'를 공연 시작 전에 선보여 시원한 물소리와 파도의 미디어아트로 오페라에 대한 기대감을 주었다.
배역진 제작진 자막이 공연 전 먼저 소개되어 눈에 띄었는데, 자체제작 오페라에 대한 격식을 이 자막으로서 먼저 차려낸 것으로 보여 의미는 있었다.
K-오페라인데 가사는 영어이고 작곡이 호주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 대본 톰 라이트, 지휘 스티븐 오즈굿, 연출 스티븐 카르로 모두 해외 제작진인 것은 아쉬운 면이다.
향후 해외공연을 위해 이 날 초연에 호주 시드니오페라하우스, 일본 신국립극장, 대만 타이중극장 관계자들도 왔다고 하니 응원하며 지켜봐야겠다.
음악은 물의 흐름처럼 길게 늘어지는 멜리스마 기법의 장식음 선율이라서 비트감이 없다. 따라서 즉각적인 역동성은 없기에 작품 처음에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었다.
이것을 한국전통 정가에서 차용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던데, 이번 작품의 선율은 정가처럼 긴 지속음의 중심음 이동이 아니라 서양의 멜리스마 장식음으로 보는 것이 가깝다.
1막 시작은 물시계와 각종 도구가 실감나게 배치된 시계 장인의 공간이다. 두 번째 장면에 공주(소프라노 황수미)의 미치광이 같은 침실모습이다.
팔을 뻗어 들어 올리고 여성합창 네 명도 공주처럼 머리를 늘어뜨리고 상체를 앞뒤로 흔들며 귀신에 홀린 모습을 표현한다. 같은 모습의 인형들이 침대를 둘러싸고 있는데, 공주가 인형의 배를 갈라 아기인형을 꺼내는 모습이 섬뜩하다.
왕은 등장부터 위엄이 있었다.
왕은 등장부터 위엄이 있었다. 왕 역의 베이스바리톤 애슐리 리치는 큰 키에 흰 의상, 왕좌에 기대어 비스듬히 체통을 지키며 물이 고갈되어 곡식이 자라지 않는 왕국의 위기를 잘 노래했다.
그가 멜리스마 장식음을 내는 대목부터 비로소 이 작품의 비트감 없는 저음진행이 당위성을 가지게 된 느낌이었다. 성량이 아주 크지는 않지만 정확한 자음의 어택과 모음의 지속음 장식을 통해 “물의 정령”이라는 주제를 강렬하게 드러내는 주법을 훌륭하게 구사하고 있었다.
시계장인의 제자 역 로빈 트리츌러의 경우 1막 시작에는 소리가 작게 들렸는데 극 이 진행될수록 관객도 익숙해져서 같은 음량인데도 잘 들리고 몰입이 되었다.
1막 중간부는 가운데에 왕좌가 있고 왕을 우러러 보는 군중들이 뒷모습, 옆모습으로 섹션마다 포즈를 바꾸며 합창을 하고 있고, 여기서 왕실교사의 노래에 집중된다. “Until We are under, Are you waiting?" 2막 중간 장인과 합창, 영상과 전자음향 목소리가 들린다.
1막 중반 물의 장인과 제자로 이야기가 시작해 왕과 왕실 재상(베이스 김동호), 의사(테너 김이삭), 왕실 기록관(바리톤 김이삭)이 공주의 병에 대해 논의하며 스토리와 음악은 긴박성을 가지고 구체화 되었고, 어릴 적부터 공주를 키웠던 왕실 교사(메조 소프라노 박혜연)의 노래가 나오며 사건의 핵심과 선율의 방법은 더욱 체계적이 되었다.
왕실교사가 노래가사로 공주를 설명하는데, 그녀는 모든 것을 이야기로 생각했고 이 세계는 공주로부터 우주로 통했다는 것이다. 이 극에서 주인공인 공주와 물의정령은 스스로 노래하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다시금 물시계 장인이 등장해 “물은 공간을 만들며 이동한다“고 말하는 대목부터 사건은 명확해지며 극의 처음에 등장했던 메조 소프라노 김정미의 훌륭한 노래가 다시금 확인된다.
2막 시작은 자격루 기계 원형으로 크게 보인다. 물항아리에 물을 채워서 물이 화면 가득 찼다. 거문고로 주술하는 부분에 우주적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커다란 물시계가 돌면서 공주가 침대에 실려 나오고 주문을 외는데 “그렇게 쉽게 속일 수 없어”라고 공주가 외치며 튕겨져 나간다. 공주 몸에 깃든 악령, 즉 물의 정령이 단번에 물리쳐지지는 않은 것이다.
미세한 실패를 반추하며 물의 정령을 물리칠, 공주와 왕국을 구할 방법을 연구하며 부르는 제자의 노래는 우주진리를 구하는 장인다운 면모가 엿보이는 진솔한 대목이다.
이 작품은 우주 진리를 물로 표현하고 갈망했다. 이 대목에서 시계 장인의 제자 역 테너 로빈 트리츌러의 노래가 정말로 심금을 울린다.
이에 “It is worth trying" 이라며 시계 장인이 노래하기 시작하고 합창단은 ”leap and fly"라고 노래한다. 여성합창이 몸을 앞뒤로 흔들며 "Life Flows"(삶은 흐른다)라고 불협화음의 찌를 듯한 노래로 주문을 외우고, 악령에 휩싸인 공주는 이윽고 끌려나간다.
검은 망토를 쓴 물의 정령(카운트테너 정민호)이 튀어나와 왕을 덮칠 듯 다가서는 순간, 시계 장인이 그를 끌어안고 심청의 인당수처럼 물 속으로 풍덩 빠진다.
비옥한 토양에 곡식이 잘 자라는 평화가 찾아왔다. 무대 커튼에 수묵화로 비옥한 산천을 보여준다.
작품 전반적으로 무대구조물과 영상, 장막의 전환과 음악의 전환이 긴밀하게 맞물리며 멈춤 없이 잘 흐르면서 스토리 연결이 잘 되었다. 공주가 소파에 있는 늙은 왕에게 “잠드세요 아버지”라고 이야기한다.
“A Space for us / A space not for us"
"A time for us / A space where we are not..."
합창의 영어가사가 인상적이다. 에필로그, 시간이 흘러 여왕이 된 공주가 장인의 공방에 찾아왔다. 여왕이 요사이 계속 소리가 들린다며 빛나는 커다란 은색 구슬을 가리킨다.
제자는 그것은 바로 나의 스승님인 시계 장인이 물의 정령을 포함한 악의 기운과 함께 이 안에 계시다고 답한다. 은색 구슬이 우주처럼 빛나며 음악이 심오하다.
악은 그대로 갇혀 있으면 좋으련만 고요한 선의 마지막 장면으로 끝나지 않고 악의 합창으로 마무리되어 의미심장하다.
오페라 '물의정령'의 합창 장면에서 노이오페라코러스는 여성합창이 높은 C음까지 특히 높은데도 깔끔하게 연주했으며 불협화음의 톤 등에서 만족스런 호연을 펼쳤다.
스티븐 오즈굿 지휘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또한 연주가 어려운 현대음악 반주를 완벽하게 해내서 초연무대를 안정감 있게 빛냈다.
국립창극단이 8월 전주소리축제에서, 9월 국립극장에서 '심청'을 요나김 연출, 최우정 작곡으로 공연하는데 올해 한국오페라는 신비로운 ‘물’이 주제인가보다.
3년 전부터 기획되어 선보인 예술의전당 신작 오페라 '물의 정령'은 이렇듯 한국적 세계관을 인류보편의 방법으로 풀어낸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지난 5월 18일 임준희 작곡의 '천생연분'으로 스페인 마드리드 모뉴멘탈 극장에 다녀왔다.
또한 진은숙 작곡의 '달의 이면'(Die dunkle Seite des Mondes)이 독일 함부르크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세계 초연됐다.
6월부터 7월까지 진행되는 제16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는 김은혜 작곡의 창작오페라 '도산'이 초연된다. 2025년 한국오페라 참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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