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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명 | (국문)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영문) 2025 Title Match Young-Hae Chang Heavy Industries vs. Hong Jin-hwon: No Middle Grou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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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25. 8. 14. (목) ~ 2025. 11. 2. (일) | ||
전시장소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실 1, 2, 3, 4 | ||
전시부문 | 영상, 사진, 책 | ||
전시작가 | 장영혜중공업, 홍진훤 | ||
후원 | 에르메스 코리아 | ||
협찬 | 가제트네트웍스, LG 프로빔, 삼화페인트, 네오룩, 새로움아이, 복순도가 |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대표 연례전인 타이틀 매치의 12번째 전시
- 장영혜중공업이 8년 만에 한국에서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이자 홍진훤의 첫 미술관 대규모 전시
- 전시는 공동체 내 충돌과 불화의 순간에서 생겨나는 정치적 행위의 가능성을 보고 두 작가를 통해 그 조건들을 탐색
- 이번 전시를 위해 장영혜중공업은 “실험은 민주주의다. 파시즘은 제어다”를 주제로 한 신작 7점, 홍진훤은 “사진은 세계를 내란만큼 각성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4점의 신작을 포함하여 6점을 전시
- 두 작가가 직접 제작한 트레일러 영상이 SNS에서 공개돼 큰 화제를 모았으며, 개막식에서만 공개되는 장영혜중공업의 특별 영상이 전시의 서막을 흥미롭게 열어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북서울미술관 대표 연례전 타이틀 매치의 12번째 전시,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장영혜중공업이 8년 만에 한국에서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이자 홍진훤의 첫 미술관 대규모 전시이다.
장영혜중공업은 장영혜와 마크 보쥬(Marc Voge)로 이루어진 아티스트 듀오로 1998년 결성했다. 리드미컬한 음악에 화면 가득 텍스트를 채우는 영상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세계 주요 미술관과 비엔날레에서 작업을 선보이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으며, 2018년 홍콩 M+ 미술관이 장영혜중공업의 전작을 비롯, 앞으로 생산될 모든 작업도 소장하기로 하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번 전시는 2017년 아트선재센터 개인전 이후 8년 만에 한국에서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홍진훤(1980)은 2009년까지 외신기자로 근무하다 미디어에서 노출되는 현장의 단편성에 회의를 느끼고 포토저널리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작가로 전향했다.
《멜팅 아이스크림》(2021, d/p)을 비롯해 6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2024 부산비엔날레, 2021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 2016 대구사진비엔날레 등에 참여하였고 2021년부터 다수의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홍진훤의 첫 번째 대규모 미술관 전시다.
2025 타이틀 매치는 공동체 내 충돌과 불화의 순간에서 생겨나는 정치적 행위의 가능성을 보고, 장영혜중공업과 홍진훤, 두 팀/작가의 작업을 통해 그 조건들을 탐색한다.
장영혜중공업은 “실험은 민주주의다. 파시즘은 제어다”를 주제로,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과 정치적 책임에 대한 요구에 응답하는 〈안녕하세요, 여러분, 우리는 특별해요!〉(2025)를 포함하여 신작 7점을 선보인다.
전시실 1에서는 6점의 작품을 순차적으로 재생하여 관객의 동선을 제어한다. 작업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어 다양한 관점과 논쟁을 이끌어낸다.
홍진훤은 “사진은 세계를 내란만큼 각성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사진이 가진 사건화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작가가 그동안 현장에서 찍은 사진과 여러 출처로 수집한 이미지 총 114점을 전시장에서 새롭게 배열하고 결합하는 작업 〈랜덤 포레스트 2025〉를 포함하여 총 6점(신작 4점, 구작 2점)을 전시한다.
장영혜중공업은 가상의 시나리오와 문학적 발언을 통해 현대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면서 다양한 해석과 논쟁을 유도한다. 홍진훤은 과거 사건을 현재로 가져와 사진에 잠재한 힘을 발견하고 현실을 환기시킨다.
전시 제목은 루소의 『사회계약론』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일반의지에 대해 ‘중간 지대는 없다’라는 원 뜻을 재해석하여, 전시는 사회 구성원이 모두 합의한 평화로운 상태나 양자택일, 흑백논리와 같은 극단적인 두 상태를 상정하기보다, 다수가 불화하는 역동적인 상황에 주목하고자 한다.
두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공동체 내부의 긴장과 충돌을 시각화하며, 예술이 질문과 논쟁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직접 전시 트레일러 영상을 제작하여 주목을 받았다.
각자의 개성이 담긴 이 영상들은 7월 30일 서울시립미술관 SNS를 통해 공개돼 관람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장영혜중공업은 8월 14일 오후 4시 북서울미술관 로비에서 열리는 개막식만을 위한 특별 영상을 제작해, 현장을 찾는 관람객에게 전시의 시작을 흥미롭게 알릴 예정이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전시는 사회 이면에 존재하는 갈등과 균열을 직시하고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사회의 복합적 현상을 다각도로 바라보아야 함을 시사한다”면서, “예리한 시선과 독창적인 형식으로 동시대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해 온 장영혜중공업과 홍진훤의 작업이 던지고 있는 질문에 저마다 응답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본 전시는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및 전시 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으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와 자료를 순차적으로 미술관 공식 SNS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전시 관람 일정과 관련한 상세한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sema.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 도슨팅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서울시립 미술관’을 검색하여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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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획의 글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유은순(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학예연구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대표 연례전인 타이틀 매치는 2025년, 12회를 맞이하여 장영혜중공업과 홍진훤 작가를 초청한다.
전시는 사회 구성원의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모두 합의되고 매끈하게 이음새 없이 연결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한다.
사회는 끊임없이 ‘하나의 공동체’라는 이상을 설파하지만, 현실은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충돌하며 분열된 채 작동한다. 분열이 봉합되거나 해소된 상태보다 공동체 내부의 갈등과 균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적 불화의 순간에 전시는 주목하며, 정치적 행위가 출현하는 조건을 장영혜중공업과 홍진훤의 작업을 통해 살펴본다.
두 작가는 예술이 어떻게 사회 현상에 개입하고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탐색한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에 따르면 정치는 평등의 원리에 입각하여 공동체의 부분들 사이의 분배를 문제 삼아 벌어지는 활동으로, 몫 없는 자들이 몫 있는 자에 대해 제기하는 불화의 역동적인 장이다.
정치적 행위를 만드는 것은 그런 행위를 야기한 고통도 아니고, 이 싸움에 투자된 에너지도 아닌, 집단적 행위의 형태·공간·시간을 발명하는 능력이다. 기존에 조직되어 있는 시간과 공간의 질서를 해체하고 새롭게 구성한다는 점에서 정치는 언제나 감성적이다.
정치가 감성적이라면, 감성적 영역에 있는 예술 또한 역으로 정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예술은 개인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부조리나 불편함을 미술관이라는 공적 장소에서 공유함으로써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이고 사회의 변화를 촉구한다.
또한 예술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재구성하면서 기존에 주어진 질서나 체계를 재고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사회 구성원에게 주어진 공통성의 감각을 새롭게 구성한다.
장영혜중공업은 자본주의와 이념 갈등, 대기업의 독과점, 불합리한 권력구조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주제로 강렬한 사운드에 협응하는 텍스트에 기반한 영상 작업을 해 왔다.
장영혜중공업은 사회에 만연하거나 공공연하지만 언어화되지 않았던 지점을 드러내고 동시에 텍스트의 의미 전달을 지연·중지시키면서 관성적으로 수용되어왔던 사회 현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촉구한다.
이번 전시에서 장영혜중공업은 “실험은 민주주의다. 파시즘은 제어다”라는 주제로, 허구의 시나리오와 문학적 상상력을 활용해 사회의 통념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다양한 영상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홍진훤은 2009년까지 외신기자로 근무하다 미디어에서 노출되는 현장의 단편성에 회의를 느끼고 포토저널리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작가로 전향하였다.
작가는 사진, 웹 프로그래밍,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는 사건과 재난 너머의 이야기, 그리고 그 잔해에 내재한 다층적 가능성을 탐색해 왔다.
홍진훤은 이번 전시에서 “사진은 내란만큼 세계를 각성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면서 사건화할 수 있는 잠재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진의 힘을 탐구한다.
장영혜중공업이 가상의 시나리오나 문학적 발언을 통해 현대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고 논쟁을 촉발하고자 한다면, 홍진훤은 과거의 사건을 현재 시점에서 재맥락화하여 사진 이미지에 내재한 현실 추동의 힘을 일깨우고자 한다.
두 작가는 텍스트와 이미지의 미끄러짐, 분절, 재결합, 지연, 복구와 같은 과정을 통해 텍스트와 이미지의 한계를 짚어내는 동시에 그 가능성을 실험한다. 이를 통해 예술이 진정으로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이들은 작업에서 특정한 주제를 다룰 때 단순히 하나의 결론이나 답변으로 귀결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 내재한 분열과 충돌의 지점을 섬세하게 짚어내고 다층적인 시선과 해석을 통해 관객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도록 결론을 유예함으로써 개별적 존재의 각성을 도모한다.
전시제목 ‘중간 지대는 없다’는 정치 철학자 장-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에서 발췌한 문장으로, 직접 민주주의 이념을 반영한다.
그는 사회 구성원이 공동이익을 위해 주권이라는 일반의지를 직접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일반의지는 있거나 없는 것이지 중간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각기 다른 환경과 조건에 놓인 사회 구성원은 저마다의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여러 주체를 단일한 존재로 추상화하는 일반의지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전시는 다양한 주체와 삶의 양식이 충돌하고 교차하는 정치적 복수체의 가능성을 상상한다. 사회 구성원이 모두 합의한 평화로운 상태나 양자택일, 흑백논리와 같은 극단적인 두 상태를 상정하기보다, 다수가 불화하는 역동적인 상황에 주목하기 위해 ‘중간 지대는 없다’라는 문장을 재해석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주어진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다. 장영혜중공업과 홍진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공동체 내부의 긴장과 갈등을 시각화하면서 예술이 질문과 논쟁을 유도하는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작가의 작업을 통해 공동체 내부의 불협화음에서 비롯되는 긴장과 잠재된 에너지, 양자택일로 환원되지 않는 복합적인 해석을 마주하며 동시대 현상을 다각도로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1부 장영혜중공업: 실험은 민주주의다. 파시즘은 제어다.
장영혜중공업은 장영혜와 마크 보쥬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로 1998년 결성되었다. 장영혜라는 작가명은 그대로 쓰되, 마크 보쥬를 중공업으로 치환시킨 팀명은 마치 기업과 같은 인상을 준다.
삼성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한국 사회의 현상에 비판적으로 접근했던 2016년 아트선재센터 개인전 《세 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에서처럼 작가는 기업을 비판하지만, 역설적으로 자신을 기업화한다.
작품이 시작될 때 화면 가득 “장영혜중공업이 소개하는”이라는 문구를 넣어 작업 자체가 마치 한 기업의 산출물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도 이들의 주요한 전략 중 하나다.
장영혜중공업은 작가의 정체성이나 발언이 대중의 작업 이해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여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을 극히 꺼리면서도, 작업을 통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것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는 점에서 양가성을 가진다.
듣는 이를 고양시키는 리드미컬한 음악 선율에 맞춰 텍스트가 화면 가득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전개되는 장영혜중공업 특유의 작품 형식은, 관객에게 긴장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강력한 집중력을 부여함으로써 작업에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든다.
또 다른 작업의 특징은 관객을 통제하는 작품 감상 방식이다. 과거 장영혜중공업은 플래시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웹아트 작업을 선보임으로써 일방향의 작품 감상 방식을 고수했다.
플래시는 어도비사에서 개발한 벡터 기반의 웹 제작 프로그램이자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한번 플래시 플레이어가 재생되면 창을 닫지 않는 이상 끝날 때까지 관람자가 스스로 멈출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진다.
2020년 어도비사의 플래시 플레이어 지원이 종료된 후 작가는 관람 동선을 제어하는 방법을 도입함으로써 같은 효과를 내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는 관람의 순서를 통제하는 방법을 고안한다.
대형 LED, 등을 서로 맞대고 있는 두 대의 모니터, 십자가 모양을 한 다섯 대의 모니터 등 세 개의 스테이션이 전시실 1에 연출되고, 여섯 점의 영상 작업이 일정한 순서에 따라 상영된다.
관객은 여러 작업 중 하나를 선택해 볼 수 없고, 장영혜중공업이 설정한 순서에 따라 스테이션과 스테이션을 오가며 한 작품씩 감상해야 한다.
장영혜중공업은 이번 전시에서 7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우아!〉(2025)는 장영혜중공업이 가진 고정된 이미지를 유쾌하게 뒤집는 작업이다.
〈우리는 아름답지만 당신은 아냐 — 근데 괜찮아!〉(2025)에서는 디지털 세계에서 이상화된 미에 대한 선망과 허무를 그리며, 〈자기혐오에 빠진 시〉(2025)에서는 현대 사회의 높은 기준에 부응하지 못하는 자기혐오를 담아낸다.
〈야, 쪼다, 너 사람을 잘못 건드렸어(내 생각에는)〉(2025)에서 작가는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왜곡된 권력구조에 주목하고, 〈안녕하세요, 여러분, 우리는 특별해요!〉(2025)에서는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과 정치적 책임에 대한 기대와 요구에 응답한다.
〈침묵의 쿠데타〉(2025)는 허구와 진실에 관계없이 대중을 자극하는 정보만을 전달하는 현대 미디어 환경을 비판하고, 〈그들은 내가 자는 동안 문을 부수고 쳐들어왔다 / 우리는 문을 부수는 일이 거의 없다〉(2025)는 정체가 모호한 두 사람의 주장을 통해 참과 거짓에 기반하지 않는 믿음의 정치를 다룬다.
전시 1부 제목 “실험은 민주주의다. 파시즘은 제어다”는 장영혜중공업 작업의 특성을 그대로 요약한다. 관객은 작가가 의도한 동선에 따라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장영혜중공업은 자신의 작업이 있는 그대로 관객에게 수용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예술가는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회구성원이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의 믿음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실현하듯이, 관객은 저마다의 기준에 따라 작품을 판단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파시즘이 정교하게 연출된 정치집회와 선전 선동을 통해 대중의 ‘무비판적인’ 감정적 열광상태를 의도하지만, 작가는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한 방식으로서 제어된 관람환경을 부여할 뿐이다.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보바리 부인』과 같은 소설을 쓸 때, 문학에 특정한 메시지를 부여하기를 거부하고 독자에게 해석의 다양성을 열어둠으로써 ‘문학에서의 민주주의’를 달성한 바와 같이, 장영혜중공업도 특정한 메시지의 전달을 거부하고 관객에게 해석의 다양성을 열어 놓음으로써 예술에서의 민주주의를 실현한다.
2부 홍진훤: 사진은 내란만큼 세계를 각성할 수 있는가
홍진훤은 다양한 집회 현장을 담는 외신기자로 활동하다가 2009년 용산 참사를 거치며 미디어에 노출되는 사진과 현장 사이의 괴리를 실감하고 작가로 전향했다.
20대부터 현장에 자주 머물렀던 홍진훤은 현장을 떠난 뒤에도 계속해서 현장과 재난의 장소에서 유무형의 흔적들을 포착하며 미디어가 걸러낸 잉여들을 가시화하고자 했다.
작가는 원주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된 국가정책과 개발로 파괴되고 유예된/될 장소들 ― 아현동, 용산, 포이동, 청계천, 강정마을, 밀양, 오키나와, 후쿠시마의 심심한 풍경에서 “퇴적”된 역사를 길어냈다.
자본주의의 그칠 줄 모르는 가속이 잠시 멈춘 밤의 휴게소, 세월호가 가 닿지 못한 제주도의 적막한 풍경과 기업의 이익으로 인해 희생된 산업 재해 노동자의 초상처럼 시대가 (비)의도적으로 누락시킨 지점을 촘촘하게 예술가의 시선으로 포착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9년부터 직접 현장을 찾아가기보다 서로 다른 맥락에서 생산된 카피레프트에 기반한 오픈소스, 노동운동 아카이브 자료, 저작권이 만료된 이미지 등을 조합하여 배치하고 충돌시킴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실험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12·3 계엄 후 광장으로 나선 시민을 보면서 한동안 그를 붙잡았던 생각, “사진은 내란만큼 세계를 각성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사진은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을 빛으로 각인한다는 점에서 지표적(index)이지만, 당시의 시공간과 사회정치적인 맥락에서 탈각되기 때문에 언제나 다시 읽혀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과거 작가는 무작정 현장으로 가서 은폐된 어떤 것을 찾고자 했지만, 이제는 촬영의 무용성에 관해 생각한다.
작가가 느끼기에 오늘날과 같은 이미지 과잉 시대에는 사진의 정치적인 힘이 촬영에 있지 않고 보는 데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진은 현장에서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 ‘발견’되고 이로써 사건이 된다.
홍진훤은 이번 전시에서 4점의 신작과 2점의 구작을 선보인다.
〈랜덤 포레스트 2025〉(2025)와 〈랜덤 포레스트 2025 – 인덱스 북〉(2025)은 여러 출처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배치하는 실험을 통해 사진과 이미지를 둘러싼 권력관계에 작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시도다.
〈엑타크롬은 매주 금요일에 현상됩니다〉(2025)에서는 작가가 오랫동안 살아오며 관찰한 파주라는 도시의 실현되지 못한 욕망과 사진 촬영에서 발생하는 물리 현상으로서의 지연을 엮어보고, 〈언다큐먼티드 모나리자〉(2025)에서는 미국 FSA 사진 기록 프로젝트를 경유하여 사진이 사건화하는 조건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 문제에 질문을 던진다.
〈합창〉(2025)에서는 시대와 국가, 이데올로기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 온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1824)과 경찰청 고용직 공무원 노동조합 고공농성 투쟁 아카이브 영상을 병치하여 민중들의 얼굴로부터 잠재적인 에너지를 발견한다.
마지막으로 〈더블 슬릿〉(2024)은 실패한 투쟁의 역사를 돌아보며 도래할 새로운 혁명의 (불)가능성을 상상해 본다.
피사체는 빛이 렌즈를 통과하며 상이 맺는 순간 그 본래의 맥락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는데, 작가에게 이것은 사진의 한계가 아닌 무한한 가능성의 발아다. 이것은 단순히 사유의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를 실제로 변혁시킬 힘을 내포한다.
발터 벤야민은 일찍이 복제기술의 발명으로 인해 예술이 제의적 기능에서 벗어나 정치적 실천으로 나아갈 것이라 예견했다.
그는 사진과 영화의 민주주의적 활용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면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사진이 이미지 예술의 대중화와 민주화를 촉진시키고, 이미지를 확산시킴으로써 대중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믿었다.
홍진훤은 이러한 믿음과 공명하며, 사라질 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민중들이 거리로 나와 정치적으로 그들 자신을 스스로 노출하기로 결정하며 남겼던 잔해를 통해, 다시금 불화를 생성하고 사회를 변화시킬 가능성을 본다.
참여 작가 소개
장영혜중공업 (1998년 결성)
장영혜중공업은 yhchang.com이며, 장영혜와 마크 보쥬(Marc Voge)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장영혜중공업은 한국어 및 영어를 비롯한 26개의 언어로 텍스트를 창작하고, 사운드를 작곡하여 독창적인 애니메이션 작업을 만들어 왔다.
세계 주요 미술관과 비엔날레에서 작업을 선보였다. 2012년 록펠러재단 벨라지오 센터 크리에이티브 아트 펠로우로 선정되었고, 2018년 홍콩의 M+ 미술관에서 향후 제작될 작품도 포함한 전 작품 YHCHANG.COM/AP2: THE COMPLETE WORKS를 소장하고 있다. 2020년 하버드 대학 레나토 포졸리 강연을 진행했으며, 2021년 11월 홍콩의 M+ 미술관 개관 당시 〈수난받는 TV – 가망이 없다〉를 커미션 받아 제작했다.
2022-24년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온오프라인 전시를 개최하였고, 2022-23년 노이어 베를리너 쿤스트 페어아인(n.b.k.)에서 열린 개인전에 맞춰 2361쪽의 분량의 아티스트북 『SOUVENIR』를 제작했다. 2024년에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 칸토어 아트 센터에서 퍼포먼스 〈무엇이 우리를 긁어대는가〉를 선보였다.
홍진훤 (1980년생)
홍진훤은 사진과 이미지를 둘러싼 권력관계를 관찰하고 개입하는 일을 즐긴다.
사진, 영화, 웹프로그래밍 등의 매체를 주로 다루며 《melting icecream》(d/p, 서울, 2021), 《랜덤 포레스트》 (아트스페이스 풀, 2018) 등의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동료들과 함께 ‘공간 지금여기’, ‘더 스크랩’, ‘docs’ 등 여러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기획했고 지역 미술의 가능성을 고민하는 콜렉티브 ‘세컨드 콤플렉스’에서도 활동하고 있다(작가 제공).
주요개인전
2021 《멜팅 아이스크림》, d/p, 서울
2018 《랜덤 포레스트》, 아트스페이스 풀, 서울
2016 《쓰기금지모드》, 지금여기, 서울
주요기획전
2025 《미니버스, 오르트 구름, ㄷ떨:안녕인사》, 아르코미술관, 서울
2024 《부산비엔날레: 어둠에서 보기》, 부산현대미술관 외, 부산
2022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사전프로그램《정착세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21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하루하루 탈출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9 《줌 백 카메라》, SeMA 벙커, 서울
2018 《더블 네거티브: 화이트 큐브에서 넷플릭스까지》, 아르코미술관, 서울
2017 제주비엔날레《투어리즘》,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2016 대구사진비엔날레《아시안 익스프레스》,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주요기획
2023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영아티스트 사진전 《여전히 밝고, 아직은 어두운》, 경북대학교 미술관, 대구
2019 서울사진축제 《오픈 유어 스토리지: 역사, 순환, 담론》 프로그램 〈리서치 쇼〉 기획,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19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 공동 기획, 서울
2016-2019 《더-스크랩》 공동 기획, 왕산로 9길 24, 서울
2016 《블랙-마켓》 기획, 광화문 광장, 서울
수상
2022 제13회 부산평화영화제 평화상(대상) 수상
2009 제11회 사진비평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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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배경에 모나코 서체로 구성된 텍스트 영상 작업으로 잘 알려진 장영혜중공업은 〈우아!〉에서 그 스타일을 유쾌하게 부정한다. 작가는 모나코 서체가 맥 운영체제에서 일관된 결과물을 제공한다는 기능상의 이유로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그러나 〈우아!〉에서는 다양한 서체와 배경색을 과감히 실험하며, 기존 작업의 전형성과 예측 가능성에 질문을 던진다. 화면은 신나는 재즈 리듬에 맞춰 다섯 대로 구성된 십자가 모양 모니터 위로 ‘우아!’, ‘야호!’, ‘세상에!’, ‘그래! 바로 그거야!’ 같은 감탄사들을 끊임없이 내뿜는다. 감탄사는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언어 반응이다. 이 작업에서 감탄사는 상황과 무관하게 반복되면서 어떤 구체적인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작가는 이러한 감탄사의 기계적인 반복을 통해, 우리가 무언가에 열광하고 동조할 때 나오는 반응이 진정한 신념에 의거한 것인지, 아니면 분위기에 이끌린 반응인지 되묻는다. 나아가 이 작업은 전시 자체를 은유하기도 한다. 관객은 눈앞에 펼쳐진 여러 작업들을 보며 무비판적으로 ‘우아!’하고 반응할지, 혹은 작업이 내포하는 내용을 비판적으로 바라볼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
장영혜중공업, 〈우아!〉, 2025, 오리지널 텍스트와 음악 사운드트랙, 5채널 비디오, 컬러, 철 프레임, 대나무, 5분 32초, 가변크기.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커미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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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름답지만 당신은 아냐 — 근데 괜찮아!〉는 디지털 시대에 이상화된 미의 기준과 그로 인한 현실 세계의 변화를 지적함으로써 통념을 해체하는 작업이다. 정형화된 동양인 여성과 남성 아바타는 현실 세계의 누군가가 부여한 미와 추의 기준을 학습하고 결함 없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상 세계에서 재현되며 스스로 ‘우리는 아름답다’고 선언한다. 인간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를 가상 세계에 투영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이 다시 현실 세계를 겨냥한다. 한편 가상 세계에 구축된 아름다움에도 여전히 현실의 불안과 위계, 공허함이 깃들어 있다. 아바타는 자신을 창조한 인간과 그 삶을 번갈아 칭송하고 조롱하다, 급기야 자신을 만든 작가조차 믿지 말라고 선언한다. 이로써 작업은 앞서 제시한 모든 메시지를 스스로 무효화하며, 미의 기준, 가상 세계의 실존성,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에 관한 판단을 오롯이 관객에게 돌린다. 장영혜중공업은 가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선망과 허무를 통해 오늘날의 미의 기준에 질문을 던진다. |
장영혜중공업,〈우리는 아름답지만 당신은 아냐 — 근데 괜찮아!〉, 2025, 오리지널 텍스트와 음악 사운드트랙, 2채널 비디오, 컬러, 10분 48초.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커미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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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우리는 특별해요!〉는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 정치적 책임에 대한 기대와 요구에 대한 응답이다. 작가는 예술가가 사회에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예술가로 존재하는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다고 주장하며, 예술의 본질은 특정한 신념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논쟁의 장을 여는 데 있다고 말한다. 장영혜중공업은 이 작업을 통해, 관객이 예술을 둘러싼 가치 판단과 제도적 기대, 역할의 강박에 대해 생각해보길 권한다. 영상의 제목처럼 ‘우리는 특별하다’는 작가의 선언은 예술가가 국가나 체제의 대변인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경고이자, 예술의 고유한 자율성과 상상력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자기주장이다. 동시에 전시장의 모든 작업은 관객이 스스로 질문하고 반박할 수 있는 장으로 열려 있다. 이러한 질문의 과정이야말로 이 작업이 바라는 진정한 응답일지도 모른다. |
장영혜중공업, 〈안녕하세요, 여러분, 우리는 특별해요!〉, 2025, 오리지널 텍스트와 음악 사운드트랙, 단채널 비디오, 컬러, 6분 14초.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커미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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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 포레스트 2025〉는 2018년 아트스페이스 풀에서 개최한 개인전의 제목이자 작품인 〈랜덤 포레스트〉의 문제의식을 확장하고 심화한 사진 설치 작업이다. 전작이 작가가 촬영한 사진들을 재맥락화하여 이미지의 관계를 살펴본 작업이라면, 이번 작업은 작가가 직접 촬영한 사진, 사진사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이미지, 노동운동 현장 기록 사진 등 출처와 맥락이 다양한 이미지를 함께 다룬다. 작가는 이미지의 위계를 해체하고, 재조합함으로써 이질적인 이미지 간의 충돌과 병치를 가시화하고 관객에게 새로운 맥락을 창출하기를 제안한다. 이 작업은 이미지 과잉 시대에 사진이 갖는 정치적 가능성을 복권하고자 한다. 다큐멘터리 사진과 포토저널리즘이 강력한 파급력을 지녔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이미지는 정보조차 되지 못하고 가볍게 소비된다. 홍진훤은 이러한 시대일수록 촬영자의 시선이나 선택보다 관람자의 이미지 발견과 조합이 더 중요해졌다고 본다. 작가는 자신뿐만 아니라 관객 또한 이미지의 능동적 조합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시각적 배열 속에서 스스로 의미를 읽고 질문을 구성할 것을 요청한다. 이를 통해 사진에 내재한 정치적 힘의 가능성을 확인하길 바란다. |
홍진훤, 〈랜덤 포레스트 2025〉, 2025, 시트지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가변크기(114).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커미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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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다큐먼티드 모나리자〉는 다큐멘터리 사진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건을 만들어낸다는 역설적 전제에서 출발한다. 작업은 미국 대공황기 농업안정국(Farm Security Administration, FSA)의 사진 기록 프로젝트 아카이브, 풍동 재개발 반대 투쟁 기록, 고 윤금이 사진 게재 반대 운동 녹화물, 그리고 이주노동자 권리운동에 참여한 이들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만든 영상과 용산 참사 당시 불타는 남일당을 올려다보는 철거민들의 얼굴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 농업안정국은 뉴딜 정책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1935년부터 1942년까지 수많은 사진가를 고용하여 농촌 풍경과 이주민의 삶을 촬영하였는데, 그중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수 만장의 사진 원본에 구멍을 뚫어 폐기했다. 반면에 일부 사진은 정책 홍보에 체계적으로 활용되어 우리에게도 무척이나 친근하다. 예컨대 도로시아 랭의 〈이주민 어머니〉(1936)는 피사체인 플로렌스 톰슨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1930년대 모나리자’로 불리며 널리 알려졌다. 홍진훤은 이러한 사례를 통해 사진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되고 구성되는 것임을 드러낸다. 사건은 사진이 확산될 때 비로소 ‘사건화’되며, 기록이 분명히 있음에도 가시화되지 못한 투쟁은 종종 역사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작업은 사건화의 조건과 사건이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 문제에도 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사진은 하나의 완결된 증거가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 끊임없이 지나간/도래할 사건에 잠재하는 가능성을 포착하는 장치다. |
홍진훤, 〈언다큐먼티드 모나리자〉, 2009/2025, 단채널 비디오, 컬러와 흑백, 스테레오 사운드, 22분 40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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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 교향곡’으로도 불리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은 1824년 발표된 이래 시대와 국가, 이데올로기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로 연주되어 왔다. 홍진훤의 영상 작업 〈합창〉은 그 복잡한 역사 궤적을 따라, 1942년 히틀러 생일 전야제에서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한 〈교향곡 제9번〉 실황 음원과 영상, 그리고 경찰청고용직공무원 노동조합 고공농성 투쟁 아카이브 영상을 병치한다. 여기에 푸르트벵글러가 예술의 자율성을 옹호하며 보낸 서신, 예술의 정치적 책임을 주장한 나치 선전장관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답신, 청력 상실로 인한 절망과 고통, 예술가로서의 결연한 의지와 자기 고백을 담은 베토벤의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발췌해 재조합한 내레이션이 더해진다. 〈합창〉은 텍스트와 이미지, 사운드를 교차시키며 예술과 정치의 복합적인 관계를 탐색하고 투쟁 현장에서 포착된 ‘민중들의 얼굴’을 통해 혁명의 잠재 에너지를 시각화한다. 수많은 철학자와 사상가들이 타자의 얼굴에 주목해 왔다. 예컨대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타자의 얼굴이 무한한 윤리적 책임을 일깨우고, 주체를 변화시키는 계기로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홍진훤은 민중들의 얼굴을 유령으로 간주한다. 지금 여기, 시공간을 초월하는 유령일 때만이 체제를 전복할 수 있는 혁명적 힘을 갖기 때문이다. 〈합창〉은 투쟁 발언과 현장음을 ‘합창’에 동참시키고 이 얼굴들을 구체적인 역사의 맥락에서 분리해내고 잠재적인 에너지로 치환해 봄으로써 예술이 가진 실천적 힘을 복권하고자 한다. |
홍진훤, 〈합창〉, 2025, 단채널 비디오, 흑백, 스테레오 사운드, 33분 8초.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커미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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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예술, 정치, 민주주의 — 일상을 통한 연결 일시: 2025년 8월 14일(목) 오후 2시 – 4시 장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지하 1층 다목적홀 연사: 허경(철학학교 혜윰) 강연은 니체와 보들레르, 푸코, 랑시에르 등 다양한 사상가의 논의를 통해 오늘 여기 우리의 삶에서 예술과 정치, 민주주의와 일상을 연결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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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전시 감상 프로그램 〈캠퍼스 옆 미술관〉 기간: 2025년 9월 22일 – 10월 31일 중 4회 장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실 1, 2, 3, 4 강사: 유은순(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학예연구사), 홍진훤(참여작가) 북서울미술관은 미술 전공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맞춤형 전시 감상 프로그램 〈캠퍼스 옆 미술관〉을 운영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전시 해설을 기반으로 관람자가 작품과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강의실에서 이루어지는 이론 수업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미술관 현장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하고 사유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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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계 학술 심포지엄 일시: 2025년 11월 1일(토) 오후 1시 – 6시 장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지하 1층 다목적홀 주최: 서울시립미술관, 한국미학예술학회 발표자: 장영혜중공업(참여작가, 렉처 퍼포먼스), 홍진훤(참여작가, 작업 프레젠테이션) 외 연구자 주제 발표 북서울미술관은 한국미학예술학회와 공동주최로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전시 연계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합니다. 참여작가의 렉처 퍼포먼스, 작업 프레젠테이션뿐만 아니라 전시 주제와 작가 연구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의 주제 발표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
기본 정보 |
• 주 최: 서울시립미술관 • 담 당 자: 학예연구사 유은순(02-2124-5268 / yooes23@seoul.go.kr) • 전시장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실 1, 2, 3, 4 • 주 소: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238,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 관람시간: 화~목 10:00-20:00 [서울문화의 밤] 매주 금요일 10:00-21:00 토·일·공휴일 하절기 (3-10월) 10:00-19:00 동절기 (11-2월)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 관 람 료: 무료 • 홍보문의: 주무관 권대희 (02-2124-8945/ kwon.daehee@seoul.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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