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개관특별전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 개최

전시

by 이화미디어 2025. 11. 26. 00:19

본문

반응형
  전 시 명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
All That Photography
 
전시기간 2025.11.26.() ~ 2026.3.1.()
 
전시장소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전관
 
전시부문 사진 및 사진 활용 작품 200여 점과 자료 100여 점
 
  전시작가
(36)
곽덕준, 김건희, 김구림, 김명희, 김용익, 김용철
김용태, 김인순, 김정헌, 김차섭, 김춘수, 문 범
민정기, 박불똥, 박현기, 서용선, 성능경, 손장섭
송번수, 신학철, 안규철, 안상수, 안창홍, 여 운
이강소, 이건용, 이교준, 이규철, 이승택, 이인현
장화진, 정동석, 지석철, 최병소, 한만영, 한운성

 

-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20251126()부터 세 번째 개관특별전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개최

- 서울시립미술관 사진 컬렉션과 작가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국 현대미술거장 36인의 사진·사진 활용 작품과 자료 300여 점 공개

- 1960년대 실험미술부터 동시대 작업까지, 사진이 견인한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와 확장의 전 과정을 집중 조명

- 김명희, 이강소, 장화진, 정동석의 미발표작 최초 공개와 함께 김구림, 김용철, 김춘수, 서용선, 신학철, 안규철, 안창홍, 이인현,

  한만영 등 주요 작가들이 40~50년 만에 공개하는 작품 대거 포함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20251126()부터 202631()까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세 번째 개관특별전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개최한다.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36인의 사진과 사진 이미지를 창작의 매개로 활용한 작품, 그리고 자료 300여 점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전관에서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이다.

 

서울시립미술관 및 작가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는 이승택(b.1932), 김구림(b.1936)부터 이인현(b.1958)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36명의 작품 200여 점과 자료 100여 점을 소개한다.

 

이 전시는 사진이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를 견인해 온 주요한 매체였음을 주목한다.

 

사진은 회화, 판화, 조각, 설치 등 시각예술 전반을 넘나들며 새로운 예술세계를 여는 창의적 도구로 작용해 왔고, 기록을 넘어 새로운 예술적 사유와 실험을 가능하게 한 매체로 자리매김해 왔다. 본 전시는 이러한 사진의 위상과 확장성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본 전시는 특히 이들이 청년 작가였던 당시, 사진을 전위적 실험의 도구로 삼아 기존 조형 체계와 사회적 현실을 새롭게 해석한 과정에 주목한다.

 

이승택, 김구림을 비롯한 1960년대 실험미술 세대에서 1970년대 개념미술그룹 ‘S.T.’의 성능경, 김용철, 1980년대 서울 80’의 문범, 김춘수, 서용선, 안규철, 그리고현실과 발언의 민정기, 신학철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은 사진을 사유·행위·지각과 사회 현실을 탐구하는 조형 도구로 활용하며 1960~8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전위적 감수성과 시각 언어를 새롭게 구축했다.

 

이러한 실천 속에서 사진은 포토몽타주, 포토세리그래피, 사진조각, 포토픽처, 포토미디어, 포토에세이, 사진입체판화 등으로 확장되며,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실험을 낳았다.

 

본 전시는 이 같은 흐름을 집약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진이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를 가능하게 한 주요 매체였음을 새롭게 조명한다.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1·2·3·4 전시실 전관을 모두 사용하는 전시로,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적 전개를 공간의 흐름 속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1전시실에서는 앵포르멜의 열기가 서서히 가라앉고 새로운 조형 언어가 모색되던 1960년대 초, 이승택, 김구림, 김차섭, 곽덕준, 이규철 등 다섯 작가의 실험적 시도를 통해 사진이 단순한 기록 매체의 기능을 넘어 개념·행위·유희·조형 실험을 아우르는 전위적 표현 언어로 확장되는 과정을 조명한다.

 

2전시실은 1970년대 실험미술에서 사진이 수행한 역할에 집중한다. S.T.의 김용철, 성능경, 이건용, 장화진, 최병소를 비롯해, 대구현대미술제의 박현기, 이강소, 그리고 송번수, 한운성이 전개한 사진 기반 판화 매체 실험 등을 통해 사진이 사유·구조·행위·매체를 넘나드는 실천으로 전개되던 시대적 흐름을 보여준다.

 

3전시실은 1980년대 이후 전개된 사진 중심의 매체 실험을 탐구한다. 이교준, 문범, 이인현, 김춘수, 서용선, 안규철 등은 사진과, 당시 새롭게 도입되던 슬라이드 영사 작업을 활용해 지각과 경험, 관계의 문제를 탐구하며 회화 중심의 체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조형 감각을 구축해 나갔다.

 

4전시실은 1980년대현실과 발언을 중심으로 전개된 사회비판적 미술 속에서, 사진 이미지가 현실을 해석하는 강력한 언어로 작동한 지점을 보여준다.

 

김건희, 김용태, 김인순, 김정헌, 민정기, 박불똥, 손장섭, 신학철, 안창홍, 여 운, 정동석, 그리고 김용익, 안상수에 이르기까지, 사진 이미지의 인용과 재배열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역사와 감각을 재구성한 작업들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36인의 작품 가운데 미발표작과 오랫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주요 작업들을 대거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김명희가 1970년대 신체를 감광지에 직접 접촉해 햇빛으로 노출한 포토그램을 재촬영하여 구성한 신작 Liminal 1, 3, 이강소의 이중 포토세리그래피 무제(1979), 정동석이 5·18 광주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기록한 서울에서(1982) 등이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또한 김용철이 1977년 한국일보(923일자)를 활용해 유신체제의 정치·언론 통제를 퍼포먼스 형식으로 비판한 포토페인팅_신문 보기, 신문 버리기(1977) 비롯해, 서울80의 김춘수, 서용선, 이인현의 슬라이드 작품, 문범, 안규철의 사진 작업, 안창홍의 포토콜라주, 한만영의 페이퍼워크 등이 40~50년 만에 다시 공개된다.

 

529일 개관 이후광채 光彩: 시작의 순간들스토리지 스토리 통해 10여 년의 개관 준비기간 동안 축적해 온 수집·연구·건립의 성과를 공유하여 큰 호응을 얻었던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사진이 현대미술에서 수행해 온 역할과 영향력을 집중 조명한다. 이를 통해 사진과 동시대 미술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현대미술에서 사진의 위상을 확인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1920년부터 1990년 사이에 제작된 주요 소장품을 소개한 광채 光彩 : 시작의 순간들에 이어, 1970년부터 현재까지 제작된 주요 작가들의 사진 및 사진 기반 작품들을 미술관 소장품과 작가 소장품을 아우르며 소개한다.

 

이를 통해 본관인 서울시립미술관과 분관인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사진 소장품을 한자리에서 조망하고, 서울시립미술관이 근현대부터 동시대를 아우르는 방대한 사진 컬렉션을 구축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본 전시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도쿄도현대미술관 권상해 큐레이터를 초청해 두 차례 특별 강연을 개최한다.

 

강연은 126()7()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교육실과 북서울미술관 다목적홀에서 개최되며, 1970년대 한국과 일본에서 전개된 실험적 경향을 살펴보고, 두 미술계의 교류와 상호 참조 속에서 형성된 현대미술의 지형을 고찰한다.

 

126일 강연에서는 일본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과 더불어 양국 미술계가 교차해 온 지점을 소개하고, 127일 강연에서는 1970년대 이후 사진과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양국에서 전개된 실험적 경향을 살펴보며 한국 작가들의 실천과의 연관성을 탐색한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예술의 한 장르로서 사진을 조망하고 현대미술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사진의 예술적 가치를 다채로운 전시를 통해 지속적으로 조명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어 이번 전시는 사진을 예술적 사유와 실험을 가능하게 한 핵심 매체로 바라보는 대규모 기획전이라며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작가들이 사진을 통해 구축한 새로운 시각 언어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앞으로 이어갈 연구와 전시의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본 전시는 202631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과 1127()부터 전시 종료까지 매일 11·1·3시에 진행되는 도슨트 해설을 통해 전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전시 관람 및 연계 프로그램과 관련한 상세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sema.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술관 대표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instagram.com/seoulmuseumofart

트 위 터: twitter.com/SeoulSema

페 이 스 북: facebook.com/seoulmuseumofart

유 튜 브: youtube.com/seoulmuseumofart

카카오톡 채널: http://pf.kakao.com/_QgRPn

전시 전경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전시 전경,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2025.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제공]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전시 전경,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2025.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제공]
전시 전경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전시 전경,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2025.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제공]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전시 전경,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2025.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제공]
전시 전경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전시 전경,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2025.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제공]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전시 전경,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2025.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제공]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

 

한희진 학예연구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세 번째 개관특별전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2025.11.26.2026.3.1.)을 개최합니다.

 

사진미술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전관을 활용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과 작가가 소장한 작품 중 통상 한국 현대미술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1950년대 후반 이후 사진혹은 사진 이미지를 창작의 매개로 삼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 된다.

 

이를 통해 사진이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여는 창의적 도구로 작용해온 과정과, 동시대 미술의 확장 속에서 수행해 온 역할을 조명합니다.

 

1950년대 후반은 전후의 혼란을 지나 한국 미술이 새로운 시대의 언어를 모색하기 시작한 전환점이었습니다. 1957년에는 모던아트협회, 창작미술가협회, 신조형파, 현대미술가협회등 새로운 그룹들이 잇따라 결성되며, 미술은 기존 제도에 도전하는 실험의 장으로 나아갔다.

 

같은 해 조선일보사가 마련한 현대작가초대전은 이러한 움직임을 하나의 조형운동으로 결집시키며 전위적인 한국 현대미술의 본격적인 서막을 열었다.

 

현대미술가협회는 짧은 활동 기간 동안 앵포르멜을 내세워 추상미술의 정착을 이끌었으며, 대한민국미술전람회체제를 중심으로 굳어져 있던 기존의 관념적 질서에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반면 모던아트협회는 신사실파 이후의 구조적이고 절제된 형식미를 추구하며 한국적 모더니즘의 기틀을 다졌다.

 

그러나 1960년대로 접어들며 앵포르멜의 열기는 점차 형식화되었고, 젊은 세대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 나섰습니다. 오브제, , 옵아트, 공간 실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시도가 이어지던 가운데, 그 흐름은 1967년 개최된 청년작가연립전으로 집약되며 전후 추상미술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전위적 국면을 열었다.

 

이 실험적 에너지는 1970년대의 S.T. , 한국아방가르드협회전, 앙데팡당전, 대구현대미술제등으로 확장되며 제도적 권위와 형식적 관념에 도전하는 흐름을 형성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젊은 작가들은 관념적인 모노크롬 추상화에 대한 반발 속에서 새로운 시각 언어와 매체적 실험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1전시실

작품정보 김구림, 불가해의 예술, 1970,라이프(LIFE)지 사진 이미지에 콜라주, 공간(1970.05)에 발표
작품설명 라이프(LIFE)지에서 차용한 사진 이미지 위에 콜라주 한 작품을 공간지에 발표한 작품이다. 왼쪽 작품은 아폴로호가 착륙한 달 표면에 입산금지 팻말을 세워 유머러스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 작품이 실린 페이지에는 미술작업은 종래의 손의 작업이란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하나의 관념으로서나 아이디어로서만 완성되어질 때가 있다.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스케일을 갖기 때문에 그것은 프로젝트로서 끝날 때가 많다. 이러한 조형의 확대는 예술가를 미술관이나 화랑에서부터 대지 속으로 끌어낸 동기가 되었다. 여기 소개하는 4페이지에 걸친 꼬라주 역시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관녕의 예술이다. 작가 김구림은 조형의 장을 새로운 각도에서 실험해 보이고 있다. (편집자 주)”라는 글이 있다. 출력물과 함께 공간지를 함께 전시한다.
작품정보 이승택, 매달린 성, 1962 (1980년대 프린트), 젤라틴 실버 프린트에 채색 , 27.5×59cm, 작가 소장
작품설명 환치(換置)’는 자연스럽지 않거나 있을 수 없는 것을 낯설게 드러내어 다른 의미로 전환하는 조형 방식이다. 20세기 초현실주의와 콜라주에서 보이듯, 익숙한 사물이나 장면을 전혀 다른 맥락에 배치함으로써 고정된 지각과 양식화된 사고를 벗어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살바도르 달리가 단단한 시계를 녹아내리는 형태로 제시한 사례는 환치의 대표적 예다.
이승택에게 환치는 일상의 오브제와 이미지를 기존 맥락에서 분리해 다른 위치와 형태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장면을 새롭게 구성하려는 그의 실험적 태도와 연결된다.


매달린 성(1962, 1980년대 인화)은 멀리 산이 보이는 풍경 사진 위에, 같은 시기에 제작된 오지(붉은 진흙으로 만든 그릇)의 이미지를 오려 붙여 구성한 뒤 이를 다시 재촬영해 완성한 초기 포토몽타주 작품이다. 현실의 풍경과 일상의 사물을 서로 다른 차원에서 병치하고, 재촬영을 통해 하나의 새로운 장면으로 통합함으로써 오지가 하늘에 매달린 별처럼 떠 있는 낯선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는 익숙한 대상을 본래의 맥락에서 떼어 내 다른 위치에 놓는 환치의 조형 전략과 맞닿아 있으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흔들리는 새로운 감각적 공간을 제시한다.

작품정보 김차섭, 상황D, 1971, 판화지에 실크스크린, 55×59.8cm, ed.7/50,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설명 상황D(1971)는 팔당댐 부근,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넓은 자갈밭을 찾아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여름 장마가 끝난 뒤 드러난 자갈밭은 지평선 가까이 펼쳐져 있었고, 가까이에는 큰 바위가, 멀리에는 작은 돌들이 이어져 있었다. 김차섭은 이 풍경 속에서 흐름을 견디며 제자리를 지키는 자갈의 성질과, 무수한 다양성 속에서 형성되는 질서에 주목했다. 그는 자갈의 이미지를 오려내거나 확대해 화면에 배치하고, 이를 삼각형의 구조와 결합해 시선이 하나의 꼭짓점으로 수렴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이러한 구성은 자연 속 자갈의 질서가 인간의 사고 과정 즉 여러 갈래를 거쳐 결론에 이르는 연역적 사유와 닮아 있음을 보여준다.
작품정보 곽덕준, 포드와 곽, 1974, 젤라틴 실버 프린트, 180×126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설명 포드와 곽(1977)TIME지 표지를 매개로 한 연작으로, 1974819일자 표지의 미국 제38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Gerald Ford, 19132006) 이미지를 거울 속 곽덕준 자신의 얼굴과 연결해 촬영한 작품이다.
곽덕준은 사진을 세계의 기호와 개인의 시선을 연결하는 매체로 활용했다. 그는 TIME지 표지 속 미국 대통령의 얼굴과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결합하여 정보와 권력이 작동하는 이미지 구조에 주목했다. 이 작업에서 사진은 공적 이미지와 사적 시선, 그리고 그 사이의 거리를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하며, 시각 정보가 형성하는 관계를 관찰하게 한다.
2전시실
작품정보 이건용, 신체드로잉 76-1, 1976 퍼포먼스 (2019 프린트), C-print, 25×25cm (×7), ed.1/12, 성능경 촬영,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설명 이건용의 대표적인 신체 드로잉시리즈를 연속 촬영한 사진 작업이다. 작가는 자신의 키 높이의 베니어판을 몸 앞에 세우고, 보이지 않는 앞면을 향해 뒤에서 팔을 뻗어 선을 긋고, 그 선을 따라 판을 잘라내는 행위를 반복한다. 판이 점점 작아질수록 신체의 각도와 움직임도 변화하며, 몸의 범위와 한계가 작업 형식을 규정한다.
이 사진들은 이러한 수행적 과정이 지닌 절차적 구조와 신체적 사유를 단계적으로 시각화한다. 이건용은 퍼포먼스의 현장성에 머물지 않고, 기록을 작품의 일부로 삼음으로써 사진 매체를 통한 퍼포먼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관객이 작업을 따라갈 수 있는 시각적 매뉴얼이자, 그가 기록 기반 행위예술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작품정보 송번수, 공습경보 I인간과 폭력 Take Cover IHuman and Violence, 1973
세리그래피, 85.2×85.9cm, 작가 소장
작품설명 공습경보시리즈는 1971판토마임을 시작으로 1970년대 스크린판화를 중심으로 이어진 실험적 흐름 속에서 탄생한 작업이다. 이 시기 송번수는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에서 영감을 받아 사진 이미지를 감광 방식으로 판에 옮기는 포토세리그래피 기술을 익히고, 스테인리스 스틸 판 위에 직접
인쇄하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여기서는 라이프(LIFE)에서 가져온 군인과 쓰러진 여성 등의 이미지를 반복 배열한 화면 위에 군사용 레이더 표적 문양을 전사하여 강렬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폭력과 희생을 암시하는 사진 위로 표적이 겹쳐지면서, 냉전기의 공습 공포와 군사문화가 일상에 스며 있던 시대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판토마임에서 공습경보로 이어지는 이 시기의 작업은, 사진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변용해 유신 시대의 정치·사회적 현실과 정서를 예술적으로 기록하고자 했던 그의 중요한 실천 과정이었다.

작품정보 이강소, 리퀴텍스76122, 1976, 캔버스에 세리그래피, 아크릴릭, 50×65.2cm, 작가 소장
작품설명 리퀴텍스76122(1976)는 물감 튜브 이미지를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한 뒤, 캔버스의 올을 풀고, 투명 아크릴판을 덮은 위에 실제 물감을 덧칠해 완성한 작품이다. 인쇄된 이미지인 그려진 물감과 실제 물질인 현존하는 물감이 한 화면에 겹쳐지며, 회화의 리얼리티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질문한다.
1970년대 중반 이강소는 회화의 본질을 이미지가 아닌 캔버스라는 물리적 구조에서 찾고자 했다. 파리국제비엔날레(1975)를 전후해 그는 오브제 설치와 퍼포먼스에서 출발하여 회화를 구성하는 조건평면, 물질, 지지체을 근본적으로 되묻는 실험으로 나아갔다. 귀국 후에는 캔버스의 직물을
한 올씩 풀어내는 행위를 반복하며 회화의 몸체를 해부했고, 이러한 탐구는 이미지와 물질의 관계를 실험하는 회화적 작업으로 확장되었다.
이는 이러한 과정이 집약된 작업으로, 평면을 단순한 재현의 장이 아니라 이미지와 물질, 환영과 현실이 충돌하고 교차하는 장으로 전환한 그의 태도를 보여준다.
작품정보 최병소, 무제 9750000-2, 1975, 젤라틴 실버 프린트, 60×36cm(×4),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설명 무제 9750000-2(1975)는 최병소의 초기 개념미술 작품으로, 실제 의자 위에 우산, 신문, , 가방 등 일상의 사물을 하나씩 올려두고, 각각의 사물 이름을 영어 단어로 적은 종이를 의자 뒤편에 붙인 뒤 이를 촬영한 사진 네 점이다. 그가 1975대구현대미술제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은 실재(사물), 이미지(사진), 언어(단어)가 서로를 가리키는 표상의 삼중 구조를 제시한다.
이 시리즈는 종종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One and Three Chairs(1965)와 비교된다. 코수스가 실제 의자, 그 의자의 사진, 그리고 의자라는 단어의 사전 정의를 병치시켜 무엇이 의자를 의미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그의 작품은 이러한 서구 개념미술의 언어철학적 문제를 단순히 반복하기보다, 언어와 이미지의 대응 관계를 실험적으로 시각화한 한국적 변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동일한 의자 위에 각기 다른 사물을 올려두고, 그 뒤에 대응되는 영어 단어(umbrella, newspaper, bottle, suitcase)를 붙인 후 이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단어가 지시하는 대상이 실제 사물인지, 혹은 그 재현된 이미지인지를 관람자에게 질문함으로써, 언어와 사물의 관계를 탐구한다. 의자는 변하지 않지만, 그 위에 놓인 사물과 단어의 조합에 따라 의미는 끊임없이 갱신된다. , 의자는 의자 그 자체이면서 동시에 언어와 사물의 관계를 매개하는 표상적 무대로 작동한다.

작품정보 김용철, 포토·페인팅-신문보기, 신문버리기 #1, 2, 3, 1977
흑백사진에 부분 탈색, 66.5×45cm, 66.5×45cm, 66.5×81.5cm, 작가 소장
작품설명 포토·페인팅신문보기, 신문버리기 #1, #2, #3(1977)1977년 한국일보(923일자)를 매개로, 당시 유신체제 아래에서 정치와 언론이 강하게 통제되던 현실을 퍼포먼스 형식으로 비판한 작업이다. 동빙고동 고층 아파트 옥상에서 촬영된 이 연작에서 김용철은 신문을 읽고, 구기고, 날려버리는 행위를 연속적으로 수행했고, 그 장면을 친구 조준영이 하셀블라드 카메라로 기록했다.
신문이 검열의 대상이자 권력의 도구로 기능하던 시대에, 그는 신문을 다루는 몸짓 자체를 사회 비판의 언어로 전환했다. 특히 그는 제26대한민국미술전람회기사 평년작의 가을국전과 화보 지상국전이 실린 지면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며, 권위적이고 제도 중심적인 국전 체제에 대한 풍자를 함께 담았다.
작가는 이 퍼포먼스를 총 12장의 사진으로 남기며, 신문이라는 매체를 통해 억압적 시대 상황과 미술 제도의 모순을 동시에 가시화했다. 이러한 시도는 서구 개념미술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당시 한국의 정치·사회 현실에 맞게 자연스럽게 변용된 개념적 실천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작품정보 성능경, 사진첩, 1975, 종이에 젤라틴 실버 프린트, 사진첩,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품설명 사진첩(1975)S.T.활동기에 제작한 초기 개념미술 작품으로, 사진 매체를 이용해 동일한 대상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며 인식의 구조와 매체의 자율성을 탐구한 작업이다.
성능경은 직접 사진첩의 각 페이지를 니콘 F2 카메라로 촬영하고, 그 인화사진을 다시 같은 사진첩에 부착했다.
사진첩을 촬영한 사진첩이라는 구성은 보는 행위 자체를 되돌려보게 하며, 재현의 대상과 방법이 서로를 확인하는 순환적 구조를 이룬다. ‘AA라는 명제처럼 주어와 술어가 일치하는 토톨로지
(tautology)’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으며, 이는 S.T.학회가 공유한 비트겐슈타인적 형식논리언어 명제와 세계의 대응에 대한 관심과 맞닿아 있다.
이는 당시 미국에서 전개된 개념미술의 논리적 태도와 사진적 방법론이 일본을 거쳐 한국 미술계에도 공유되던 시기적 흐름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의 시도는 이러한 사유의 계보 안에서, 사진을 하나의 논리적 구조로 다루려는 동시대적 실험의 한 양상으로 볼 수 있다

작품정보 장화진, 1995.8.15.(2), 1995, 종이에 실크스크린, 116×94cm, A.P., 작가 소장
작품설명 1995.8.15(19901995) 시리즈는 근대 한국사의 주요 장면을 다룬 역사적 사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작업들로,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기억과 재현의 문제를 탐구한 시리즈이다.
장화진은 사진으로 보는 독립운동, 사진으로 본 조선시대, 사진으로 본 한국 근대사등 자료집 속 이미지를 발췌하고, 이를 중첩·가공해 회화적 이미지로 전환하였다. 그는 사진의 사실적 기록성을 유지하면서도, 인쇄의 흔적과 색면의 층위, 반복된 기호를 통해 시간이 덧입혀진 역사적 기억의 불완전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중 하나는 19266·10 만세운동 장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 운동은 순종(純宗)의 인산(因山, 장례식)이 거행되던 610,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일제의 식민 통치에 항거하며 독립을 외친 사건이었다. 순종의 서거는 조선인들에게 국권 상실의 아픔을 다시 일깨운 계기가 되었고, 연희전문(현 연세대학교), 중앙고보, 경성제대, 중동학교 등 여러 학교의 학생들은 종로 일대에서 독립 만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조선학생과학연구회고학생동맹등의 비밀결사를 통해 제작된 격문에는 우리 교육은 우리 손에 맡기라”, “일본 제국주의를 타파하라”, “토지는 농민에게 돌리라”, “8시간 노동제를 실시하라등의 구호가 담겨 있었으며, 이는 민족 해방과 사회 개혁을 결합한 선언이었다. 비록 시위는 일본 경찰과 기마병에 의해 곧 진압되었지만, 이후 전국으로
확산되어 광주학생운동으로 이어지며 학생 주도의 항일운동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이러한 역사적 장면을 사진 자료집에서 발췌하여 실크스크린으로 전사한 뒤, 붉은 사각형의 색면을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군중의 밀집과 역사적 흔적을 상징화했다. 흐릿하게 남은 인물의 실루엣과 색의 중첩은 시간이 만들어낸 기억의 잔여를 시각화하며, 사진의 기록적 성격을 예술적 사유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다.

작품정보 한운성, 게시판 바라보기, 1989 , 사진석판화, 57×77cm, A.P.,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설명 한운성은 시대의 대변인이 되려면 우리가 호흡하는 이 시대를, 이 사회를, 바로 이 방법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말하며, 예술이 단순한 형식 실험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시대를 드러내는 언어여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내가 계속 매체를 실험하는 이유는 그림으로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즉 현재 우리 상황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지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말처럼 그의 예술에서 매체는 목적이 아니라, 시대와 현실을 인식하기 위한 도구였다.
1988년 사진제판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떠난 미국 유학 시절, 그는 사회적 의식이 본격적으로 확장되는 계기를 맞는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진행된 리얼리즘 세미나수업은 린다 노클린(Linda Nochlin)의 저서리얼리즘 (Realism)을 주교재로 삼았으며, 그는 쿠르베(Gustave Courbet)를 주제로 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예술이 단순한 재현을 넘어 사회 구조와 현실 인식을 다루는 실천 행위임을 자각하게 된다. 동시에 포토리얼리즘(photo realism)의 시각적 방법론을 탐구하며, 이미지와 현실 사이의 긴장을 인식하는 시각적 태도를 형성했다.
이후 그는 사진제판과 제록스 복사, 디지털 매체로까지 새로운 인쇄 기술을 익히며, 복제와 변형을 중심으로 한 매체 실험을 전개한다. 특정 사건이나 인물을 직접 재현하기보다, 복제된 이미지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불안과 억압된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3전시실

작품정보 이교준, Untitled, 1981(2019 프린트),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30×43.5cm (×2), ed.1/5,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설명 Untitled(1981) 시리즈는 이교준이 필름의 프레임을 밀어 형태를 변형시키거나, 해변 한가운데 세운 나무 막대가 필름의 프레임을 밀고 올라오는 장면을 연출한 작품이다. 이를 위해 인화한 사진의 위아래에 다른 이미지를 덧붙이고, 상단 프레임이 막대기에 걸린 듯한 착시를 주기 위해 검은 먹을 칠했다. 이렇게 수공적인 방식으로 이미지를 조작한 뒤, 그 결과물을 다시 촬영하여 필름의 테두리가 드러나도록 확대 인화함으로써 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진 매체의 기계적 재현 방식을 벗어나, 프레임이라는 고정된 지각의 틀을 흔들고 시각의 구조와 보는 행위 자체를 재고하도록 유도했다.

작품정보 서용선, (), 1980(2025 프린트) ,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40×40cm (×3)
작품설명 ()(1980)은 서용선이 서울’80Work with Photo(1980)에 출품한 사진 작업으로, 이후 그의 회화에서 전개된 소나무연작의 출발점이 된 작품이다. 대학 시절 처음 사진 수업을 들으며 학교 근처의 소나무를 촬영했고, 한 장의 필름을 잘라 네 장으로 인화해 구성하였다. 그는 흑백 인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데생의 질감과 빛의 농담을 통해 수묵화의 여백과 유사한 감각을 발견했다고 회상한다. 또한 초기의 소나무는 실제 자연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며 내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과 인식의 관계를 그림으로 풀어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서양화라는 서구 매체 안에서 한국적 정신을 탐구하고자 한 그는 변치 않는 생명력과 보편성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 소나무는 십장생의 하나로서 동양적 세계관과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대상이며, 문인화 전통과도 밀접하게 연결되는 주제이다. 당시 전통 산수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약화되어 있었던 상황에서, 작가는 석도(石濤)의 소나무 그림과 간송미술관 전시를 통해 전통 산수화의 정신, 진경문화, 조선 성리학의 사유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은 이처럼 동서양의 감각과 사유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지각과 회화의 경계를 탐구한 사진적 실험이자 이후 소나무 회화 시리즈로 이어지는 중요한 단초가 되었다.

작품정보 안규철, 상자, 1981(2025 프린트),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17×25.5cm, 작가 소장
작품설명 안규철은 1980년대 서울에서의 체험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도시를 감각적으로 탐구했다. 작가는 물에 비친 인물, 그림자, 상자 틈의 빛 등 일상의 미세한 순간을 포착했다. 사진은 재현이 아니라 관계를 발견하는 도구로 작동했다. 그의 관심은 도시 속 살아 있음의 감각, 존재들 간의 소통 가능성에 있었다. 초기 사진들은 이후 관계적 미학으로 확장되는 안규철 작업 세계의 출발점이 되었다.

작품정보 김춘수, 드로잉 8106소파, 1981(2025 프린트),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50×75cm (×4), 작가 소장
작품설명 실제 소파 위에 소파의 이미지를 슬라이드 프로젝터로 투사하고, 그 장면을 다시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이다. 동일한 사물이 자신의 이미지와 겹쳐지며,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순간 소파는 단순한 물체가 아니라 지각이 일어나는 장소이자 이미지 생성의 매개체로 변한다. 프로젝션과 사진 촬영의 결합을 통해 보는 행위자체가 시각적으로 드러난다.
작품정보 이인현, 소리 I, 1981, 슬라이드 필름, 작가 소장
작품설명 당시 실험적인 소재였던 슬라이드 상영 작품으로, 몸을 매개로 지각이 발생하는 순간을 포착한 작업이다. 유리면 너머 희미하게 드러나는 인물은 얼굴이나 표정 같은 정체적 단서가 지워진 채, 움직임·거리·빛의 간섭 속에서만 감지된다. 작가는 초점이 흐려지는 경계에서 대상과 주체가 서로를 인식하는 감각의 층위를 드러내고자 했다. 관람객은 그것이 사람임을 인지하면서도 실체를 끝내 파악할 수 없는 이미지 앞에서, 보는 몸이 적극적으로 개입된 인식 과정을 경험한다. 이 작품은 세계를 투명하게 재현하기보다 지각이 형성되는 현장, 모호한 감각의 틈을 가시화하는 사진적 실험이다. 실체와 그림자 사이에 위치한 존재는 자신도 모르게 세계와 연결되고, 그 잔향은 스크린 위에서 체험적 이미지로 재탄생한다.

작품정보 김명희, Liminal 3, 19692025, 포토그램, 디지털 프린트, 90×90cm, 작가 소장
작품설명 김명희는 자신의 신체를 직접 감광지 위에 올려 빛으로 기록하는 포토그램(Photogram) 기법을 통해,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신체 이미지를 남겼다. 1969, 아직 20대였던 작가는 불확실한 미래와 정체성에 대한 불안 속에서, 몸이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흔들리는 감각을 이 작품에 투사했다. 발과 다리는 땅을 딛지 못한 채 흐릿하게 흘러가며, 존재의 경계에 선 젊은 시절의 심리를 은유한다.
수십 년이 흐르는 동안 원본 인화지는 서서히 변색되었는데, 작가는 이 시간의 흔적을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변색된 상태 그대로 다시 촬영해 디지털 프린트 형태로 재현했다. 이 과정에서 원본의 물질성과 시간성이 겹겹이 축적되어, 작품은 하나의 이미지이자 기억의 잔류물로 자리한다.
이 작품은 신체와 존재의 경계, 시간이 남긴 흔적, 젊음의 불안을 고요한 시각 언어로 드러내며, 현실과 비현실 사이 리미널한(Liminal) 공간을 호출한다.

작품정보 한만영, Paper work, 1982, 프린트에 연필, 콜라주, 64×52.5cm, 작가 소장
작품설명 한만영의 1980년대 페이퍼워크로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에서 구입한 서양 명화 포스터를 복사·오려 붙이고 그 위에 펜으로 드로잉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김홍도의 작품을 지워나간 작품과 함께 44년 만에 재조명되는 작품으로, 동서양의 대표적 이미지를 동일한 화면 안에 끌어와 그 위계와 맥락을 교란시키며, 동서양 시각문화가 충돌하고 병존하는 지점에 대한 관심이 이미 초기부터 형성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작품정보 문 범, 무제, 19801981, 사진, 12.7×8.9cm (×4), 작가 소장
작품설명 문범은 1970년대 말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관계, 즉 지각의 주체와 대상의 상호작용에 주목했다. 그는 바람에 흔들리는 미류나무 잎을 개념적으로 파악하기보다, 그 움직임이 우리의 시선을 어떻게 이끄는가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썼듯, 사물의 본질보다 감각 속에서 세계와 관계 맺는 경험을
중시했다.
그의 초기 작업은 개념미술적 사유에서 출발한 퍼포먼스로, ‘보는 행위자체를 탐구하는 실험이었다. 197879년의 퍼포먼스들은 작가가 인식의 주체이자 동시에 시각의 대상임을 드러내며, 시각 경험의 상호성과 불완전성을 시험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곧 사진 매체로 확장되었다.
1980년대 초 문범은 현실과 발언이나 AG등 양극단의 흐름에 속하지 않고, 이성과 감성, 개념과 감각이 교차하는 사이의 입장을 취했다. 관훈갤러리의 로고스와 파토스전을 통해 그는 형식과 이념에 종속되지 않은 자율적 예술, 나아가 지각과 행위의 관계를 탐구하는 현상학적 태도를 실천했다.
결국 문범의 작업은 개념미술의 언어적 구조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면서, 그 언어 이전의 감각적 층위보는 행위의 현상학적 조건을 사진과 회화를 통해 탐구한 예로 볼 수 있다.
본 전시에서는 제5대구현대미술제내일을 모색하는 작가들이벤트 제전에서 선보였던 본다는 것(1979)의 기록사진과 소실된 원작 형광등 7901(1979)의 에스키스, 그리고 이를 촬영한 사진을 선보인다.

작품정보 박현기, 무제(포토미디어), 연도 미상, 사진에 스크래치, 50.5×40.5cm, 유족 소장
박현기, 무제(포토미디어), 1992, 사진에 스크래치, 50.5×40.5cm, 유족 소장
작품설명 박현기의 작품에서 은 창조와 지각의 매개로서 지속적인 탐구의 대상이었다. 그는 손가락 사이에 돌, 시멘트 조각, 쇠못 등 서로 다른 물성을 지닌 사물을 끼워 넣고, 그 위에 화살표와 문자, 오행(木火土金水)과 색(靑赤黃白黑) 등의 기호를 새겨 넣었다. 이 손은 단순한 신체 일부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 정신과 물질을 연결하는 소우주로 제시된다. 그는 손의 구조와 움직임을 통해 기()의 흐름, 우주의 원리, 그리고 인간 존재와 세계의 관계를 시각화하고자 했다.
사진 위에 드로잉과 스크래치를 더한 이 작업은 그가 말하고자 한 사유와 의미를 기존의 형식을 넘어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한 시도였다.

작품정보 이규철, 공간과 시지각 1986-2, 1986, 나무, 종이에 인화, 31.7×52×12cm, ed.1/1,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설명 이규철의 예술은 언제나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는 조각가로서 형태를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 공간과 감각, 그리고 세계의 구조를 사유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조각은 단단한 물질의 외형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장치였다. 그는 세계를 구성하는 질서와 인간의 감각적 한계를 실험적으로 탐구했다.
공간은 구형의 상으로 존재하며, 인간은 눈동자를 중심으로 한 구형의 공간 속에 존재한다는 그의 명제는 그 사유의 핵심이다. 이 규정은 단순한 철학적 개념이 아니라, 실제로 구현해야 할 조형의 문제로 이어졌다. 조각·회화·영상으로는 이를 재현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사진을 그 개념을 실험할 수 있는 최선의 매체로 선택했다. 그는 촬영 각도와 렌즈의 화각을 세밀히 계산하고, 눈의 동공 위치를 고정하는 장치를 직접 설계하며, 사진을 통해 공간과 지각의 구조를 실험적으로 구현했다.
이러한 실험은 단순히 기술적 성취를 넘어, 사진 매체의 본질을 다시 질문하는 일이었다.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으로 환원하는 도구였던 사진을, 그는 다시 3차원으로 확장시켰다. 이규철에게 사진은 재현의 매체가 아니라, 인식의 구조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조각이었다. 그의 구형상작업은 공간·시지각·존재를 하나의 구형 이미지로 통합하려는 사유의 조형적 실험이었다.

작품정보 지석철, 반작용·체험이미지, 1988, 아크릴판에 사진, 실크스크린, 57.5×49cm, 작가 소장
작품설명 1987년 지석철은 1970년대 말의 극사실 회화 반작용시리즈에서 벗어나, 사진과 실크스크린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작업을 시도한다. 쿠션을 소재로 한 반작용시리즈가 손으로 그린 회화라면, 1982파리국제비엔날레에 발표한 미니 의자는 대나무로 직접 작은 의자를 만들어
배치한 오브제 작업이었다. 이번 작업은 그 연장선상에서 반작용, 체험에서부터 이미지까지를 주제로, 이전의 시도를 평면 이미지로 확장한 것이다. 이 시기의 작품은 손으로 그린 흔적이 전혀 없는 사진 기반 회화로, 실내외 풍경 사진 위에 돌이나 의자 등의 형체를 실크스크린으로 겹쳐 제작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이후 제8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대상 수상작으로 이어진다. 그 작품은 투명한 아크릴판을 캔버스 위에 겹쳐 각기 다른 이미지를 인쇄한 입체판화로, 조명을 통과한 그림자가 화면에 투사되며 관람자의 위치와 조명 각도에 따라 변하는 영상 효과를 만들어내는 독창적인 구조를
구현했다.
지석철은 의자는 일상 속 흔한 물건이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와 영상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의자의 크기를 과장하거나 축소하고,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구성을 통해 관람자의 감각적 연상과 참여를 유도했다. 이처럼 지석철의 1980년대 후반 작업은 일상의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회화·사진·판화의 경계를 확장한 시도로 평가된다.
4전시실
작품정보 김용익, 신촌의 겨울, 1981, 종이에 사진, 잉크, 35.5×40cm, 34×39.5cm, 27.5×39.5cm (×12),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설명 김용익이 작가 최민화(당시 최철환)가 기획한 신촌의 겨울(1981)에 초대되어 출품한 작업이다. 그가 신촌 일대의 거리를 거닐며 직접 촬영한 사진과 자신이 쓴 에세이 텍스트를 배열한 14장의 종이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은 당시 그의 대표작인 '평면 오브제' 시리즈와 같은 전형적인 모더니즘 작업과는 달리 자전적인 내러티브를 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용익은 이 예외적인 작품을 "1980년 광주항쟁 직후 어찌할 수 없는 정치적인 현실 앞에 무력해진 한 예술가의 진한 넋두리"였다고 회상한다. 엄혹한 사회정치적 현실 속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그리고 예술의 한계를 자각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무력감을 자조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품정보 여 운, 작품 74, 1974, 창문 틀에 신문, 사진, 콜라주, 73×115×2.52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품설명 실제 창문틀을 오브제로 사용하고, 그 위에 신문과 잡지의 사진 이미지를 콜라주한 작품이다. 여운은 일상적 사물인 창문을 매개로 현실의 단면을 드러내며, 당시 군사정권 하의 억압적 사회 분위기와 폐쇄된 시대 정서를 시각화했다. 작품 속 무덤처럼 쌓인 이미지는 삼류잡지의 여성 누드, 해외잡지의 케네디 대통령 등 정치인의 초상, 보수 언론사의 로고, 고급시계 광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1970년대 한국 사회를 지배하던 정치적 권력과 물질주의, 소비문화, 그리고 언론의 왜곡된 현실을 상징한다. 인쇄매체에서 발췌된 이러한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 시대성을 반영하며, 언론이 유신체제(1972~1979)를 옹호하던 당시의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시각적 언어로 작동한다. 창문이라는 물리적 구조는 안과 밖, 닫힘과 열림의 경계를 상징한다. 동시에 철창 같은 세로살은 감금과 통제를 연상시키며, 억압된 현실을 은유한다. 그러나 닫힌 창문 너머로 비춰질 은 열린 세계와 소통에 대한 작가의 희망을 내포한다.

작품정보 김건희, 얼얼덜덜, 1980, 종이에 실크스크린, 93.5×78.5cm, 작가 소장
작품설명 인쇄 매체 이미지를 활용해 당대 사회 현실을 비판적으로 탐구한 작업이다. 김건희는 1980521일 자 한국일보4면의 10·26 사건 대법원 판결문,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판결문을 배경 이미지로 삼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 쮸쮸바광고 속 여성 이미지와 얼얼덜덜이라는 문구를 중첩해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했다. 광고 문구인 얼얼덜덜은 단순한 유희적 언어가 아니라, 권위주의 체제 아래 확산된 공포와 감각의 마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이를 통해 19791212일 군사반란 이후 신군부가 김대중과 민주화운동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조작한 사건 등, 정치적 폭력과 언론 통제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비판했다. 억압이 일상화된 시대의 정서를 시각화하며, 진실이 통제되고 언어가 침묵을 강요당하던 현실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작품정보 정동석, 서울에서, 1982, 젤라틴 실버 프린트, 22.2×32cm(×6), 작가 소장
작품설명 1980년대 초 광화문 일대에 설치되어 있던 국정홍보판을 촬영한 여섯 컷의 흑백사진이다. 정동석은 어느 날 우연히 홍보판이 비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그가 포착한 이 장면은 신군부 정권 아래 사회 전반을 지배하던 통제와 공포, 그리고 강요된 침묵의 시대적 공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사진에는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각 지역 이름이 적힌 홍보판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지만, 그 아래는 아무 내용도 없이 비어 있다. 국가가 통제하던 정보와 메시지가 삭제된 듯한 이 빈 게시판은 신군부 체제의 폭력과 억압, 그리고 침묵을 강요받던 시대의 현실을 상징한다.특히 전라남도게시판 앞을 경찰이 지나가는 장면은 5·18 광주민주항쟁의 비극을 떠올리게 하며, 국가폭력 아래 말할 수 없었던 공포와 죄의식을 시각화한다. 이 작품은 원래 1980현실과 발언창립전에 출품될 예정이었으나, 신군부의 검열과 탄압이 극심하던 시기였기에 공개되지 못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공식 발표되는 이 작품은, 당대의 두려움 속에 감춰져야 했던 현실을 40여 년 만에 마주하게 한다. 작가의 아내 임선희는 당시 전시를 위해 동대문에서 고운 삼베를 구해 전시장 벽에 붙이려 했으나 실행되지 못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미완의 의도를 되살려, 삼베를 전시장 벽면에 부착해 희생된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상징적 장치로 완성했다.
작품정보 김정헌, 냉장고에 뭐 시원한 거 없나, 1984, 캔버스에 아크릴릭, 133×195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가나아트 이호재 기증
작품설명 19511·4후퇴 당시, 중공군의 공세를 피해 얼어붙은 대동강을 맨발로 건너는 피난민의 모습을 담은 전쟁기록 사진 이미지를 인용한 작품이다. 전쟁의 비극과 추위가 응축된 이 이미지를 작가는 1980년대 소비사회 속으로 옮겨와 재해석했다. 작품 제목 냉장고에 뭐 시원한 거 없나는 전쟁의 기억을 망각한 채 풍요와 안락에 익숙해진 도시인의 무감각한 일상을 드러낸다. 차가운 색조와 담담한 어조 속에 병치된 이 문장은, 과거의 상처 위에 세워진 현대 사회의 아이러니를 상징한다. 전쟁의 이미지와 소비사회의 언어를 충돌시켜, 역사적 기억이 소비문화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희석되고 망각되는지를 비판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정보 박불똥, 경찰의 보호, 감시, 보호, 감시 아래 서울 강서구 목동 주민들 이른아침 일터를 향하다, 1985 (1993 프린트), 판화지에 오프셋 프린트, 포토몽타주 리프로덕션, 43×69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설명 박불똥이 1985한국미술, 20대의 (1985, 서울)에 출품한 작품으로, 1980년대 초 서울 목동과 신정동 일대의 신시가지 개발계획과 그에 맞선 철거민 투쟁(1983~1985)을 배경으로 한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도시 미관 정비를 명분으로 진행된 강제철거는 당시 서민들의 삶의 터전을 무너뜨린 대표적 사건으로, 그는 이러한 현실을 사진이미지를 재조합한 포토몽타주 형식으로 시각화했다. 화면 중앙에는 표준화된 아파트 거실이 무대처럼 펼쳐지고, 그 좌우에는 제복 차림의 인물이 경직된 자세로 서 있다. 이들은 실제 복권 추첨 장면에 등장한 입회 검경관의 사진을 차용한 것으로, 국가 통제 시스템 아래 인간이 감시되고 관리되는 현실을 상징한다. 무대 위를 가로질러 일터로 향하는 인물들은 철거된 지역의 원주민들로, 그들의 어색한 걸음은 개발 과정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불안한 현실을 드러낸다.
작품정보 안창홍, 기념사진, 1985, 인화지에 아크릴릭, 드로잉 잉크, 186×267.5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설명 안창홍의 1980년대 기념사진시리즈 중 하나로, 작가가 고물상과 경매 사이트 등에서 수집한 오래된 단체사진을 접사 렌즈로 촬영해 확대 인화한 뒤, 그 위에 드로잉 잉크로 회화적 개입을 가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그는 사진 속 인물들의 눈과 몸 부분에 드로잉 잉크를 떨어뜨려 상처나 구멍처럼 보이게 했다. 이러한 개입은 세월의 흔적처럼 보이지만, 실은 폭력과 상실의 흔적으로, 집단 속에서 개인의 목소리와 시선이 지워지는 사회적 현실을 상징한다. 빈티지 사진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의 사회를 비추고 미래의 삶을 가늠하는, 시간이 중첩된 장()이다. 그는 사진이 찍힌 그날의 순간을 복원하기보다, 이미지를 매개로 권위주의 시대의 폭력적 권력 구조와 자본주의 소비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소외된 개인의 초상을 성찰한다. 과거·현재·미래가 한 화면에 교차하는 구성 속에서, 사진의 시간성과 기억의 상흔을 탐구하며, 집단적 역사와 개인적 존재의 긴장을 드러낸다. 비판적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그 근저에는 인간의 삶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깔려 있다.
작품정보 민정기, 숲을 향한 문 2, 1986, 종이에 석필을 이용한 스크래치, 리도용 크레용 스케치, 사진기법을 혼용한 다색석판, 56×41cm, ed.4/4,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설명 포토콜라주 기법으로 제작한 10점의 판화 시리즈로, 동시대 사회의 현실과 인간의 내면을 예리하게 통찰한 작가의 시각이 잘 드러난다. 화면 중앙에는 어두운 공간 속에 서 있는 벌거벗은 여성 인물이 배치되어 있고, 그 양쪽 벽면에는 억압과 폭력을 상징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이 병치되어 있다. 열린 문 너머로는 생명력 넘치는 숲의 풍경이 펼쳐져, 인간 문명과 자연, 폭력과 치유, 억압과 해방의 대비가 극적으로 드러난다. 여성의 나신 위로 겹쳐진 영상은 니카라과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민주 세력의 모습을 담은 역사적 장면으로, 민정기는 이를 통해 1970~80년대 제3세계 사회에서 벌어진 혁명과 폭력의 현실을 한국 현대사의 억압된 상황과 겹쳐 읽는다.
작업 과정 또한 실험적이었다. 작업실 문 앞에 모델을 세우고, 한국 근대사와 국제 분쟁의 장면을 인용한 사진들을 슬라이드 필름으로 제작해 슬라이드 프로젝터로 모델 위에 투사했다. 이렇게 중첩된 이미지를 사진으로 촬영한 뒤, 이를 제판 원고로 삼아 석판화로 인쇄하였다. 이처럼 숲을 향한 문은 사진, 연극적 연출, 인쇄기법이 결합된 복합적 작업으로, 인간의 몸을 사회적 기억과 역사적 폭력의 투사면으로 삼은 회화적·매체적 실험이자, 냉전기 문명에 대한 강렬한 비판의 시선이 응축된 작품이다.
작품정보 손장섭, 역사의 창-조국통일만세, 1989, 캔버스에 아크릴릭, 242×242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설명 다양한 사진이미지를 회화적으로 재구성해 20세기 한국사의 비극과 민중의 저항, 그리고 통일의 염원을 하나의 회화적 서사로 엮은 대형 역사화이다. 손장섭은 일제강점기에서 해방, 분단, 전쟁, 독재, 민주화에 이르기까지의 근현대사를 거대한 파노라마로 펼치며, 폭력과 저항, 희생과 연대의 시간을 한 화면 안에 병치한다. 이는 성완경이 말했듯, 사건의 나열을 넘어,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한 권력과 폭력, 희생과 저항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해부한 회화적 기록이다. 시간은 공간으로 치환되고, 수많은 역사적 단면이 한 화면 속에서 충돌하며, 찢기고 쓰러지고 출렁이며 흘러온 역사의 궤적이 한 폭의 캔버스 안에 응축되어 있다.

작품정보 김용태, DMZ, 연도미상, 종이에 사진 콜라주, 사진 인화, 98×228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품설명 DMZ(연도미상)는 동두천과 의정부 등 미군부대 주변 사진관에서 직접 수집한 미군과 한국 여성들의 기념사진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김용태는 손님들이 촬영 후 찾아가지 않은 약 800여 장의 사진을 모아 그중 180여 장을 선별하고, 이를 검은 배경 위에 배열해 영어 대문자 ‘DMZ(비무장지대)’를 형성했다. 냉전의 경계이자 분단의 상징인 DMZ라는 문자 속에 담긴 개인의 초상들은 군사적 현실과 일상의 문화가 교차하는 복합적 풍경을 드러낸다. 사진 속 인물들의 표정과 제스처, 불국사··남산타워·야자수 등 이질적인 배경이 뒤섞인 이미지는 한국 근대사의 혼종성과 냉전기의 문화적 이중성을 상징한다. 버려진 기념사진을 수집해 개인의 초상을 역사적 은유로 전환시킨 작품으로, 분단과 냉전의 현실을 일상적 이미지 속에서 비판적으로 재구성한 개념적 민중미술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작품정보 신학철, 무제, 1967, 종이에 콜라주, 25×17.7cm, 작가 소장
신학철, 무제, 1967, 종이에 먹, , 26.3×19.2cm, 작가 소장
  신학철의 대학 시절 작업으로, 훗날 한국근대사시리즈로 이어지는 이미지 차용과 콜라주 방식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초기작이다. 작가는 청계천 헌책방에서 구입한 LIFE지 등에서 오려낸 보도사진과 광고 이미지를 먹과 펜 드로잉과 결합해, 한국 사회의 근대화 과정 속 인간의 욕망과 불안한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특히 이후 대표작인 한국근대사 - 종합에서 확립되는 비판적 시각 언어사진 이미지를 차용하고 다시 회화로 전환하는 방식이 이미 이 시기부터 실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 회고에 따르면 이 작품들은 어머니가 장에서 사 온 종이 위에, 한겨울 두 손을 호호 불어가며 엎드려 그린 것이라 한다. 소박한 환경 속에서도 시대를 바라보는 예민한 감각과 실험 정신이 응축된 작품군으로, 미술관 전시로는 최초 공개된다.

작품정보 김인순, 분단풍경, 1996, 천에 실크스크린, 55.5×58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김인순 작가 기증
작품설명 남북 분단의 현실을 일상적 풍경 속에서 시각화한 작품이다. 철조망과 군사 경계선, 지뢰 경고 표지판 등을 상징적으로 중첩시키며 분단의 긴장과 불안을 드러낸다. 실크스크린 기법을 통해 여러 사진 이미지가 반투명하게 겹쳐지면서, 현실과 기억, 이념과 일상의 경계가 모호하게 뒤섞이는 시각적 효과를 낸다. 천 위에 인쇄된 이미지는 화면의 물질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이미지의 깃발처럼 작동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삶 속에 스며든 분단의 흔적과, 여전히 끝나지 않은 냉전의 풍경을 조형적으로 기록한다.
작품정보 안상수, 시옷.피라미드.자유로, 2017(2025 프린트),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330×496cm
작품설명 남북통일에 대한 염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조형물의 구상안을 에스키스 형식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안상수가 파주에 있는 파티(PaTI,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로 출근하던 길에 촬영한 풍경 사진 위에 금자탑(피라미드) 형태의 선을 포토샵으로 그려 넣었다. 화면 속 네 개의 빛 줄기 같은 선은 한반도를 둘러싼 네 나라, 즉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을 상징한다. 위에서 보면 십자 형태를 이루고, 멀리서 보면 인류가 세운 가장 웅대한 건축물인 피라미드처럼 보이도록 구상되었다. 김포나 인천에서도 보일 만큼 거대하지만,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경쾌한 조형물로 세워져, 외세의 이해관계와 국제정세를 넘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향한 염원을 담고자 했다. 이 조형물이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파리의 에펠 탑, 서울의 남산타워처럼 자유와 희망의 상징으로 자리하길 기대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사진을 전위적 수단으로 활용한 작가 이승택(b.1932)과 김구림(b.1936)을 시작으로, 이인현(b.1958)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36명의 작품과 자료를 선보인다.

 

이들은 국제 미술 사조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으면서도, 한국 사회의 현실과 시대적 정서를 반영하며 고유한 조형 언어를 형성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김명희, 이강소, 장화진, 정동석의 미발표작을 비롯해, 김구림, 김용철, 김춘수, 서용선, 신학철, 안규철, 안창홍, 이인현, 한만영 등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들이 4050년 만에 다시 공개하는 귀중한 작품을 포함하고 있다.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회화, 판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른 매체와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의 새로운 층위를 열어온 사진의 가치와 영향력을 탐색한다.

 

이를 통해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향후 전시와 연구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ewha-media@daum.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세상을 플레이하라! 오락, 엔터테인먼트 전문 뉴스 - 플레이뉴스 http://ewha.biz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