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21일 저녁 8시 현재, 광화문광장에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 BTS 공연의 열기로 뜨겁다. 공연 하루 전인 3월 20일 발매된 정규 5집 'ARIRANG' 에는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문화유산인 '성덕대왕신종'의 음원과 무늬가 활용되어 우리문화를 전세계에 알리게 되었다.
20세기초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유럽을 휘젓던 당시 현대음악계의 진정한 BTS로는 한국이 낳은 현대음악의 거장 윤이상 선생을 꼽을 수 있겠다.
2026 윤이상 평화재단 후원음악회가 지난 20일 저녁 6시 30분, 서울 진각문화전승원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은 경남 산청군에서 태어나 3세경부터 통영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100여 편이 넘는 그의 독주곡, 관현악, 교성곡, 실내악, 오페라 등의 작품에는 일제 강점기와 전쟁, 남북분단의 아픔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평화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통영, 오사카와 도쿄, 파리국립음악원과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공부했으며, 하노버 음악대학,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1967년 중앙정보부의 간첩조작사건인 동베를린 사건으로 고문을 당했으며, 1971년 서독으로 귀화했다. 1956년 서울시 문화상, 1988년 독일연방공화국 대공로훈장을 받았으며, 한국인 제자로는 서울대 교수를 역임한 강석희, 백병동이 있다.
이 날 음악회는 작곡가 신동일이 사회를 보고, 음악학자 이미경이 곡의 해설을 맡아 감상을 이끌었다. 첫 곡은 윤이상의 <Glissees for Violoncello>(1970)였다. 첼리스트 강찬욱은 글리산도와 트레몰로, 피치카토로 첼로 전음역을 종횡무진하는 사유와 기교의 곡을 신중하고도 면밀하게 연주해 보였다. 특히 피치카토 주법에는 거문고 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직접 동네 뒷산의 대나무를 잘라 술대를 만들어 연주해 인상을 남겼다.
다음으로 소프라노 송난영과 피아니스트 박진희의 반주로 <고풍의상>(조지훈 시)>과 <그네>(김상옥 시)가 이어졌다. 여인의 수줍음과 멋스러움이 흥겨운 장단과 음계로 표현되는데, 송난영은 풍성하고도 명료한 음색에 보태어 다채로운 표정과 손짓으로 연주회장을 화사하게 이끌어갔다. 박진희의 반주 또한 북장단처럼 강세를 보이며, 꾸밈음 등에서도 맛깔스런 음악을 만들어 주었다.
윤이상의 <Etude for Flute No.1>(1974)는 대금의 기법이 응용되었음을 대금 청송곡 소리를 음원예시로 들려주며 이미경교수는 윤이상의 ‘주요음기법’ 용어도 알려주었다. 플루트의 앞뒤 꾸밈음과 가운데 지속음의 악보예시도 보여지며 플루티스트 백준호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는 무한히 뻗는 지속음의 연속과 추진력이 되는 상행 앞 꾸밈음, 그리고 그것이 확대되어 빠른 32분음표와 트릴로 마무리되는 과정을 대금처럼 시원한 텐션과 추진력으로 선사했다.
다음으로 피아니스트 박상희가 연주한 <Interludium A>는 여러음이 중첩된 강렬한 톤 클러스터로 시작했다. 이 곡이 A음을 중심으로 하며, 윤이상이 직접 쓴 곡 설명에 곡이 세 부분이며 가운데 A는 명상적이고 마지막 부분은 금은세공 같은 A라고 적혀있다고 이미경 교수는 설명해주었다. 무조의 빠른 음계와 클러스터의 첫부분을 지나 산사소리 같은 중간부와 마지막의 깨질듯한 선명함에 이르기까지 박상희는 어느 음 하나 놓치지 않는 집념과 열정을 보이며 연주해주었다.
공연의 마지막은 그룹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 민중가요 밴드)’가 <광야에서>와 <그날이 오면>을 불렀다. 이들이 결성됐던 1984년으로부터 40여년도 훌쩍 지나 송은경, 최문정, 신지아, 박종홍, 김명식 다섯 명 가수의 모습에는 그간의 세월이 있었지만, 이 날 열창된 노래와 인사말에는 이 땅의 민주주의와 평등, 평화를 노래로 시민들과 함께 발전시키고 지켰다는 자부심과 열정이 담뿍 담겨 있었다. 청중들의 열화와 같은 앵콜 요청에 <솔아, 푸르른 솔아!>를 무반주로 관객과 함께 부르며 화합의 시간이 되었다.
관련 정계 인사들도 관객석에서 공연을 감상했다. 이인영 전 통일부장관은 “이미경 교수님의 안내를 따라 윤이상 선생님의 음악세계에 여행을 떠난 기분이다. 그 자체로 행복한 시간이다”라고 인사를 했다.
덧붙여 “뜻 깊은 시간이다. 지금 이 자리, 우리 마음 속에서도 이 홀에서 울려퍼진 이 소리가 기필코 새 봄, 다시 평화의 봄에 평화의 소리로 왔으면 좋겠고요. 언젠가는 우리가 역사의 가을을 통일로 만나기를 바랍니다.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여러분 모두와 통일로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마무리를 했다.
한편, 윤이상평화재단은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음악적 업적과 예술적 생애를 기리고, 남북문화교류, 민족문화창달, 국외 선양, 인재발굴 및 양성을 목적으로 2005년 4월 21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재단법인이다.
신계륜 윤이상 평화재단 이사장은 “저는 개인적으로 ‘동백림 사건(東伯林, 동베를린 사건)의 내용을 처음 듣고서 그것에 대한 궁금증으로 재단일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1994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제가 ‘윤이상국제음악당’ 건립을 추진했다. 다음 정부로 바뀌면서 명칭이 ‘통영국제음악당’이 되는 등 지금껏 여러 우여곡절이 있지만, 그래도 여러분들과 함께 재단의 주요사업을 어렵게 이어오고 있다.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드린다”고 음악회 마무리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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