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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주제기획전 《알렉사에게》 개최

전시

by 이화미디어 2026. 3. 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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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명 알렉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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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2026. 3. 26. () ~ 7. 26. ()


전시장소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음동
전시실 1·2, A 라운지 1·2
전시부문 영상, 조각, 드로잉, 설치, 사진, 회화, 아카이브

전시작가 강동주, 구동희, 남화연, 노송희, 박지호, 백정기, 성능경, 전소정

 

- 서울시립미술관은 2026년 기관 의제 창작과 전시 의제 기술을 미술아카이브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전시 알렉사에게개최

- 정보를 통해서 현실을 인식하는 과정이 인공지능 기술에 의해 자동화되고 있는 오늘날의 정보 탐색 과정을 되돌아보는 전시

- 1980년대부터 동시대까지 지난 약 50년의 기술 매체 환경의 변화에 대처해 온 미술가 8(강동주, 구동희, 남화연, 노송희, 박지호, 백정기, 성능경, 전소정)의 실천에 주목하여, 정보화된 현실의 구조를 비평적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제안

- 개막식에서 참여 작가 성능경의 출품작 현장 6(1981) 연계 퍼포먼스 진행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2026326()부터 726()까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주제기획전 알렉사에게를 개최한다.

 

알렉사에게는 서울시립미술관의 2026년 기관 의제 창작과 전시 의제 기술을 미술아카이브의 관점에서 조망하여, 정보 기술의 변화가 예술 창작과 우리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되짚어 보는 전시다.

 

전시 제목의 알렉사는 인류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한곳에 수집하고자 했던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그리고 세계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 기업이 서비스 중인 대화형 AI 플랫폼을 상징적으로 연상시키는 명칭이다. 이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정보 수집 및 탐색 방식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과거 신문과 라디오에서부터 TV, 개인용 컴퓨터, PC 통신과 무선 인터넷, 스마트폰에 이르는 다양한 정보 인터페이스로 구성되는 연결망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구조 원리를 사용자가 점점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검색 엔진과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 등 사용자 친화적 알고리즘에 기반하는 인터페이스는 제공하는 정보의 수준과 맥락을 임의로 재구성하며, 정보를 통한 인간의 현실 인식 과정에 구조화된 제약을 만들어 낸다.

 

이번 전시는 기술 매체 환경의 변화에 대처해 온 동시대 미술가들의 실천을 통해, 관객에게 능동적인 현실 인식과 정보 탐색의 방식을 제안한다.

 

전시의 참여 작가는 강동주(b. 1988), 구동희(b. 1974), 남화연(b. 1979), 노송희(b. 1992), 박지호(b. 1994), 백정기(b. 1981), 성능경(b. 1944), 전소정(b. 1982) 8인이며, 이들은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50년의 기술 변화 속에서 정보 인터페이스가 야기한 제약을 창작의 조건으로 전유하며 정보화된 현실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작업을 선보인다.

 

이러한 창작의 실천 속에 깃들어 있는 정보들은 시대의 변화에 앞서는 지표가 되거나 작가의 의도를 넘어서는 역사적 맥락을 새롭게 형성하며, 관객에게 능동적인 정보 탐색자가 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전시는 이메일 인터페이스에서 착안한 보낸 편지함받은 편지함두 개의 구조로 나뉜다.

 

보낸 편지함이 과거에 발신한 정보를 다시 살펴보는 공간이듯, 전시실1에서는 지나쳐온 정보 속에서 현실이 인식되는 조건 자체를 되돌아보는 작업을 소개한다.

 

대표적으로 구동희의 신작 캐스케이드(2026)는 교각과 수로, 인공적인 구조와 자연의 움직임이 중첩되는 장면을 주요한 시각적 단서로 삼은 영상 작업으로, TV, 인터넷 등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정보 인터페이스를 경유하여 각종 정보와 이미지를 수집하는 가운데,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사물과 현상들을 가로지르는 무의식적인 경로를 가설해 나간다.

 

받은 편지함은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 쌓이는 자료 저장 공간이다. 전시실2에서는 한 시대의 편린을 수집하고 색인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소개하는 동시에, 관련 정보를 역사적 자료로 추출하여 대안적 아카이브로 재해석한다.

 

특히 이 중에서도 성능경의 현장 6(1981)을 구성하고 있는 30장의 원본 신문 기사를 역추적하고, 관객 스스로 기사를 찾아볼 수 있게 구성했다.

 

전시 기간 동안 관객이 작품을 참여적인 방식으로 경험하고, 정보 인터페이스의 조건에 따라 재구성된 현실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개막일인 326()에 전시 참여 작가 성능경의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작가는 출품작 현장 6(1981)과 연계하여 퍼포먼스를 진행 헸다.

 

4월에는 전시 출품작 하나부터 열까지(2026)와 연계하여, 작가 박지호가 관객과 함께 AI 이미지 생성 기술을 구조적으로 살펴보는 워크숍을 진행한다.

 

전시 기간 동안 전시의 이론적 배경을 폭넓게 해석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강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 속에서 일상의 정보 탐색 과정을 돌아보는 전시 알렉사에게를 통해 다양한 인터페이스로 매개된 현실을 관객 여러분 각자의 질문과 방법으로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으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와 자료를 순차적으로 미술관 공식 SNS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전시 관람 일정, 연계 프로그램 진행 일정과 관련한 상세한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sema.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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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획의 글

 

알렉사에게는 인간의 능동적인 정보 탐색 과정이 인공지능에 의해 자동화되고 있는 오늘날, 정보로 재구성된 현실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방식을 되짚어 보는 전시다.

 

신문의 편집 구조가 하루 동안 일어난 여러 사건의 중요도를 규정하고, 검색 엔진의 사용자 친화적 알고리즘이 정보 노출의 우선순위를 재배치하듯, 정보를 탐색하고 수집하는 과정에는 언제나 정보 인터페이스에 의해 구조화된 제약이 전제되어 있다.

 

이러한 정보 인터페이스의 연결망은 우리가 정보를 통해서 현실에 다가서고자 할 때 인식의 경로를 매개하는 핵심 조건으로 작동해 왔다.

 

신문과 라디오를 거쳐 가정용 TV와 개인용 컴퓨터로, PC 통신과 무선 인터넷을 거쳐 스마트폰과 SNS, 기술이 발전할수록 일상에 스며든 정보 인터페이스가 야기하는 제약은 점점 더 추상화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기술 매체 환경의 변화에 대처해 온 동시대 미술가들의 실천을 경유하여, 현실과 정보 사이의 미로 속에서 능동적으로 길을 찾는 방법을 질문하고자 기획되었다.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지난 50여 년의 정보 인터페이스 변화를 아우르는 동시대 미술 작가 8인의 작업은, 정보 인터페이스가 야기하는 제약을 창작의 조건으로 전유하며 정보화된 현실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이들은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정보들을 하이퍼링크적으로 연결하면서 비선형적인 지도를 만들고, 역사적 기념비를 정보 송수신기로 재해석하거나, 자료 수집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의구심과 곤혹을 역으로 밀어붙인다.

 

이러한 실천 속에 깃든 정보들은 시대의 변화를 선반영하는 지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작가의 의도를 넘어서는 역사적 맥락을 새롭게 형성하기도 한다.

 

전시는 전시실1과 전시실2에 각각 배치된 보낸 편지함받은 편지함으로 구성된다. 이메일 인터페이스에서 보낸 편지함이 과거에 발신한 정보를 다시 살펴보는 공간이듯, 전시실1에서는 지나쳐온 정보 사이를 헤매면서 현실이 인식되는 조건 자체를 되돌아보는 작업을 소개한다.

 

반면 받은 편지함은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가 흘러 들어와 과거의 정보 위에 쌓이는 공간이다.

 

따라서 전시실2에서는 한 시대의 편린을 수집하고 인덱스의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업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수집된 정보를 역사적 자료로서 추출하여 대안적 아카이브로 재해석한다. 이를 통해 정보로 재구조화되어 있는 당대의 현실을 관객 스스로 파헤쳐 볼 것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전시 제목의 알렉사는 인류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한곳에 수집하고자 했던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이름이다. 하지만 그 이름은, 인터넷 서점에서 출발한 세계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 기업이 서비스 중인 대화형 AI 플랫폼의 명칭으로도 쓰이고 있다.

 

최근 한 AI 기업이 중고 서적 수백만 권을 도서관에서 구입한 후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했다는 뉴스는, 인간이 직접 시간을 들여 정보를 찾던 과정이 간단한 질문 입력 행위로 압축되고 있는 현실의 단면을 의미심장하게 비춘다.

 

이처럼 정보를 통해서 현실을 인식하는 과정이 AI와의 문답으로 간소화되는 시대에, 알렉사에게는 능동적인 정보 탐색자가 되어볼 것을 제안한다.

 

이는 미술의 기록을 보존하고 연구 기반을 만들어 가는 미술아카이브의 존재 의의를 돌아보기 위한 실천이기도 하다.

작품 이미지 작품 해설

강동주는 빛과 어둠의 접면을 통해서 도시의 시공간성을 매개하는 미술가다. 먹지, 종이, 연필, 캔버스 등의 매체를 고유한 수행적 규칙과 결합시킴으로써, 가시성과 비가시성이 희미하게 교차하는 순간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빛 드로잉연작은 차량의 좌측 거리를 촬영한 영상에 담긴 빛의 궤적을 먹지로 옮겨 그린 작업이다. 작가는 먹지 위에 같은 크기의 흰 종이를 올려두고 드로잉하는 조건 설정을 통해서 총 세 겹의 이미지를 동시에 생성한다. 종이 위에 연필로 직접 그린 면, 그 이면에 먹지로부터 전사된 면, 그리고 먹지 자체에 흔적으로 남은 드로잉이 그것이다. 작가가 흰 종이 위에 검은 선으로 빛을 새겨 넣는 와중에, 꾹꾹 눌리는 영역만큼 그 아래 먹지의 안료가 탈색되면서 네거티브 이미지가 흔적으로 남는다. 이러한 물질적 역전은 어둠 속에서 빛의 궤적을 쫓는 빛 드로잉연작의 행위성과도 맞닿아 있다. 얇게 중첩된 지면과 먹지의 관계를 통해서 빛과 어둠이 서로를 반영하는 순간을 서로 다른 표면으로 교차시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빛 드로잉연작의 종이 드로잉은 보낸 편지함, 먹지 드로잉은 받은 편지함에 나누어 배치하였다. 통합된 과정의 산물을 서로 다른 맥락으로 분류하고 재배치하는 전시의 구조를 통해서 작품과 아카이브의 위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강동주, 전농 뉴타운 청량리역 1.7km / 47km, 2013, 종이에 먹지, 30 × 122 cm. 플랫폼엘 소장.


강동주, 전농 뉴타운 청량리역 1.7km / 47km, 2013, 먹지, 30 × 122 cm.
구동희는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사소하지만 독특한 현상에서 출발하여, 그 이면에서 작동하는 인식과 감각의 회로를 전시 경험으로 재구성하는 미술가이다. TV, 인터넷 등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정보 인터페이스를 경유하여 각종 정보와 이미지를 수집하는 가운데,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사물과 현상들을 가로지르는 무의식적인 경로를 가설해 나간다.


구동희의 신작 캐스케이드는 도시 구조물과 물의 흐름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교각과 수로, 인공적인 구조와 자연의 움직임이 중첩되는 장면을 주요한 시각적 단서로 삼아, 이미지들이 형성하는 흐름과 관계의 구조에 초점을 둔다. 작가는 기존 자료 이미지를 수집하고, 베트남의 호수와 바다, 한강의 다리 등을 직접 촬영해 서로 다른 맥락에서 생성된 푸티지를 교차하고 연결한다. 단일한 서사로 통합되지 않는 이번 작업은 이미지가 전이되고 이어지는 방식, 그리고 그 연쇄 구조가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 ‘캐스케이드는 폭포나 층층이 떨어지는 물줄기, 연쇄적인 전개를 뜻하는 단어로, 오늘날에는 과학 기술 분야에서 데이터의 계층적 처리 과정을 설명하는 데에도 쓰인다.


캐스케이드는 십여 년 전에 발표한 맥 아래서, 주문을 건다를 다시 돌아보며 코멘터리하는 작업으로 구상되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서로 다른 매체를 중첩하는 방식을 통해, 두 작업을 하나의 화면에서 보는 시각적 분산을 경험하도록 설치되었다. 빛이 투사되는 이미지와 발광하는 이미지가 만들어 내는 서로 다른 시각적 밀도와 물질감, 그럼에도 동시에 시작하고 끝나는 영상의 타임라인은 두 작업이 상호 참조하고 간섭하는 병렬적 관계임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구동희, 캐스케이드, 2026,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527. 서울시립미술관 제작지원.

남화연은 역사적 사물의 현재로부터 그 기원을 역추적하되, 사물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정보 인터페이스의 관계망을 영상의 구조로 재구성한다.


남화연의 코레앙 109는 수집가에서 국가 아카이브로 이어지는 사물의 이주 경로를 현재 그것이 위치하고 있는 물리적 장소의 역사와 교차시키는 작업이다. 작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직지심체요절의 실물 열람을 신청했으나, 도서관 측은 거절하는 답장과 함께 온라인 디지털 아카이브 링크를 안내한다. 그곳에서 제공하는 고해상도 스캔 이미지는 물리적 거리와 시간을 뛰어 넘어 책 속의 정보에 다다를 수 있게 하지만, 7세기 동안 쌓여 온 시간의 더께는 매끈한 화면 너머에 머물며 끝내 접촉할 수 없는 현실과의 거리를 환기한다.
영상 속에서 작가는 인터넷과 하이퍼링크의 작동 방식을 따르며 사물을 둘러싼 정보의 세계를 가로지른다. 그것은 마치 순간이동 하듯 서로 다른 층위의 공간을 이리저리 넘나드는 과정이지만, 남화연은 분절된 시간과 공간을 하나의 시퀀스로 연결하는 영상의 문법을 통해서 가상의 경로를 가시화한다. 그런데 이처럼 끝없이 확장될 수 있을 것만 같은 정보 차원의 관계망은, 작가가 직접 리슐리외 거리에 방문하여 도서관으로 향하는 영상에 의해 뒤흔들린다. 정보와 실체의 간극을 탐색하는 시선의 운동이 실제 거리를 보행하는 신체의 덜컹거림과 포개지는 순간, 가상의 지도와 물리적 현실 사이에 놓인 단절을 다시금 목도하게 된다.
남화연, 코레앙 109, 201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015.

노송희는 다양한 기관과 개인이 제공한 아카이브를 재구성하며, 자료 속 여러 시선과 교차하는 자신의 관점을 동적인 시점의 영상·설치 작업으로 구현해 왔다.


드리프트 드래프트는 반복적인 입력과 출력 행위를 통해, 원본을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고, 다시 종이에 인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보 순환 경로의 형성 과정을 드러내는 신작이다. 작가는 다수의 전작에서 주로 기관 혹은 타인이 수집, 보관해 온 아카이브를 작업의 주요한 재료로 삼고, 다량의 자료를 활용한 영상 작업을 전개해 왔다. 반면 이번 작업은 자신이 수집한 자료들 중 단 하나의 자료에서 출발한다. 과거에 독일의 어느 여행지에서 직접 구매한 한 장의 꽃 사진엽서를 평판 스캐너로 스캔한 후, 디지털 정보로 변환된 이미지를 잉크젯 프린터로 종이에 인쇄하고, 이를 다시 같은 방식으로 입력-출력하는 과정을 원본 이미지가 상실될 때까지 반복하였다. 하나의 원본은 스캔, 인쇄와 같은 기술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현, 복제되었다. 일련의 왕복 운동을 수행한 결과는 수많은 차이를 동반한 다량의 자료 생산으로 이어졌으며, 작가는 이러한 과정 전체를 다각도로 기록한 영상과 함께 재구성한다.
드리프트 드래프트라는 제목은 표류’(drift)초안’(draft)을 뜻하는 두 단어의 조합이다. 이는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입력과 출력의 과정이 끊임없이 흐르며 이동하는 초안의 상태이자 이 작업의 조건을 의미한다. 작가는 원본이 다른 양태로 전환될 때 발생하는 재현 불가능의 문제보다, 해당 정보가 공간, 데이터, 코드, 시간과 같이 다른 상태로 이동하는 순환 경로를 감각해 내는 과정의 수행성에 집중한다.
노송희, 드리프트 드래프트, 2026, 4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엽서, 영상: 4시간 53, 엽서: 14.8 × 10.5 cm. 서울시립미술관 제작지원.

박지호는 노동집약적인 방식으로 디지털 이미지를 재가공하거나 생성형 인공지능을 직접 코딩하면서 디지털 데이터의 물질성과 정보 처리 과정의 수행성을 탐구하는 미술가다.


하나부터 열까지는 딥 러닝 알고리즘에 카메라와 펜 플로터를 결합한 드로잉 머신에게 특정한 그리기 방식을 학습시키는 작업이다. 머신은 작가가 디지털 데이터로 입력한 이미지를 물리적 표면 위에 선으로 재현한 후, 그것을 카메라로 다시 인식하며 그리기 방식을 점진적으로 학습해 나간다. 펜 플로터를 통한 출력과 카메라를 통한 입력이 반복될수록 그리는 방식도 변화하지만, 스스로 생성한 드로잉 이미지를 단순히 되먹임하는 방식으로는 생산적인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작가는 출력과 입력 사이에 개입하여 머신이 그려 놓은 드로잉을 보완하거나, 학습 난이도에 걸맞게 알고리즘의 파라미터를 조금씩 수정해 나간다. 자신이 생각하는 드로잉의 감각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끔 머신을 지도하는 것이다.
2025년부터 시작된 하나부터 열까지연작은 작업별로 서로 다른 데이터셋을 학습시킴으로써 학습 주제와 전개 과정을 변화시킨다. 예컨대 때묻지 않은 어린이의 낙서를 학습 재료로 삼았던 첫 번째 버전은, 어린이처럼 그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작가가 먼저 고민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하나부터 열까지(2026)는 어린이의 낙서 대신 홍승혜의 유기적 기하학(2003)을 학습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화의 층위를 끌어들인다. 홍승혜는 개인용 PC 보급률이 폭증하기 시작했던 1990년대부터 디지털 이미지의 기본 단위인 픽셀에 온기를 불어넣으며 유기적 기하학의 세계를 건축해 온 미술가로서,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작동 방식을 비평적으로 전유하는 동시대 미술가라면 간과할 수 없는 미술사적 지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지호의 하나부터 열까지는 어린이를 보살피듯 기계적인 알고리즘과 대화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홍승혜의 미학과 접점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영향 관계를 외면하거나 회피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대화의 중심에 끌어들임으로써 새로운 방식의 배움을 모색한다.
박지호, 하나부터 열까지, 2026, 홍승혜의 유기적 기하학(2003)으로 구성한 데이터셋 기반, VAE 기반 Latent Diffusion 기계학습 알고리즘, 파이프, 바퀴, 점토, 합판, 웹캠, 컨트롤 박스, 컴퓨터, 아두이노, 마이크로스텝 드라이버, 모터, DC 파워 서플라이, 벨트, 타이밍 풀리, CR 튜브, 전선, 가변 크기.

백정기는 공학적 시선으로 물질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투사된 인간의 믿음을 탐구하는 미술가이다.


능동적인 조각연작은 3D 스캔 기술과 금속 분말 캐스팅을 통해 제작한 유사 공공 조각을 전파 송수신 장치로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능동적인 조각이라는 역설적 제목은 데이터의 송신과 수신 양측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조각의 행위성을 상기시킨다.
백정기가 3D 스캔을 통해 형태를 수집한 대상은 2000년대에 만들어진 유명 미술가의 공공 조각 작품에서부터 지방 도로의 휴게소나 변두리의 폐교 등지에 방치된 1970년대 양산형 조형물을 아우른다. 그러나 수집되는 정보는 비단 조각의 형태에 국한되지 않는다. 각각의 유사 공공 조각들은 일종의 아카이브로서, 인물 정보, 제작 경위, 유통 과정 등 원본을 둘러싼 각종 메타데이터를 내포하게 된다. 예컨대 반공 소년이승복, ‘효행 소년정재수 등의 동상은 국가주도적 근대화 시기에 양산되었으나 세월이 지나며 점차 익명화되고 있는 지표적 존재들이다. 일제 강점기의 올림픽 영웅 손기정 동상은 88 올림픽 이후 제작되었으며, 고려시대의 설화에 기원을 둔 오수의 개동상 역시 1980년대부터 시작된 지역 정체성 개발, 문화 사업 확장 등과 결부되어 있다. 백정기는 정보를 매개하는 장치로서 유사 공공 조각의 행위성을 부각시키되, 형태나 스케일의 왜곡을 통해 원본 조각과의 거리를 표지한다. 이로써 둘 사이의 총체적 현실을 조각 스스로 발화하게 만든다.
백정기, ‘능동적인 조각연작, 2023-2026, 콜드 캐스팅, 수신기, 전선, 스테인리스 파이프, 목재, 혼합재료.

성능경은 일상과 예술의 경계에서 정보 매체의 시각성을 탐구했던 1세대 실험 미술가이다.


대표작 중 하나인 현장연작은 보도 사진 속 특정 정보를 강조하고자 화살표, 점선 등의 지표를 사용하는 신문의 편집 기법을 전유하는 작업이다. 보도 사진을 재촬영한 필름 위에 기존의 편집 의도를 무력화시키는 방식으로 기호를 덧그린 후, 확대 인화한 사진을 설치의 문법으로 재구성했다.
성능경의 현장 61978년부터 1981년까지의 기사에서 수집한 30컷의 필름 위에 임의의 점선을 추가한 후, 점선의 궤적을 하나로 연결한 작업이다. 각각의 사진들은 별개의 기사에서 추출되었으나, 사진 속 점선들이 설치를 통해 연결되면서 마치 하나의 지도를 형성하는 것처럼 구성되었다. 이러한 지도의 이미지는 현장연작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흩어져 있는 각각의 사건들이 본질적으로는 한 시대의 지형도를 그리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현장연작을 통해서 재촬영된 보도 사진 대부분은 의도적으로 출처가 지워져 있지만, 작가가 예외적으로 밝힌 일부 기사를 토대로 작업 너머의 시대상을 그려볼 수 있다. 예컨대 현장 6의 우측 상단에 표기된 X 기호는 한강으로 침투한 무장 공비 사살 위치를 가리키는 지표였다. 이를 작업의 입구로 삼는다면, 남북의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군사적 긴장이 서로 무관해 보이는 나머지 사건들을 관통하고 있음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정보 수집에 기반한 동시대 미술 실천과 그 결과물로부터 한 시대의 아카이브를 추출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현장 6과 연계된 신문 아카이브를 새롭게 수집하였다. 작업에 포함된 이미지를 실마리 삼아 디지털 아카이브에서 각각의 기사 원문을 역추적하였고, 그렇게 찾아낸 총 26일 분량의 신문 아카이브를 종이 신문 형식으로 재제작하여 전시실 한편에 배치하였다. 관객들 스스로 발견한 입구를 통해서 현장 6너머의 현실에 재방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성능경, 현장 6, 1981, 젤라틴 실버 프린트, 19.1 × 27.5 cm (30).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전소정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물, 특정 장소나 사건에서 서로 다른 속도가 포개어진 흔적에 주목하고, 이를 전회하는 가능성을 탐구하는 미술가이다.


일상의 전문가는 동시대의 자본주의적 가치 체계 하에서 쉽게 전문성을 규정할 수 없는 노동자, 기술자, 수집가, 공예가, 장인 등의 존재 양식을 예술의 의의와 연결짓는 영상 연작이다. 2009년 핀란드의 한 낚시꾼으로부터 시작된 이후, 김치 공장 조리사, 변검술사, 간판쟁이, 기계자수공 등의 인물을 다루어 왔다. 작가는 기술의 특수성 기저에 있는 현실에 대한 통찰에 주목하며, 이를 통해 예술가로서의 태도와 삶의 조건을 성찰한다.
전소정은 제3의 목소리를 통해서 다큐멘터리적 영상 문법의 진정성을 비틀고 사운드와 영상의 틈새를 벌린다. 동시에, 허구적인 개입을 통해서 일상의 전문가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현실을 상호 참조적으로 교차시킨다.
일상의 전문가연작은 표준화와 자동화가 가속되는 산업 구조의 변화 속에서 점차 주변화되는 행위성을 수집하고 기념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마치 일상의 예술가처럼, 영상 속 인물들은 교환가치로 쉽게 환원되지 않는 미학적 자율성을 보존하는 행위자들이다. , 작가가 사로잡힌 것은 각종 전문가들의 기술적 성취도가 아니라, 그 이면을 지탱하는 행위성 자체다. 전소정은 예술가로서 이들의 일상과 자신의 현실을 왕복하며, 개별적인 경험이 보편의 가치와 질서로 추상화되는 방식과 그 역으로의 구체화가 가능한지를 끈질기게 되묻는다. 이는 산업적으로 표준화된 수행 과정이 여전히 인간적인 행위성을 창출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의식을 내포한다.
전소정, 일성당자해기, 2012,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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